마에모, 그리고 노키아 N900

많은 한국 언론에서 노키아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알려 주지 않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노키아에 대해서 정말로 모른다고 장담할 수 있다. 최근 노키아가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국 회사들은 마냥 좋아만 하고 있는데, 결코 좋아할 시간이 아니다. 2009년 3분기 노키아의 적자 4억 2600만 유로의 대부분은 자회사 노키아 지멘스 네트웍스의 적자 11억 7백만 유로이다. 도리어 장치 및 서비스 부문은 7억 8500만 유로 흑자를 기록했고, 노키아가 인수한 내비게이션 업체 NAVTEQ의 적자는 8천만 유로에서 6800만 유로로 줄어들었다. 즉 저렇게 겉으로 보이는 노키아의 적자는 휴대폰 판 돈 가지고 네트워크 까는 데 써서 났다고 보면 된다. 어느 한국 언론도 이걸 제대로 분석해 주지 않는다.

아무튼 현재의 노키아가 아이폰 열풍에 밀려서 휘청댄다는 말을 하기 전에, 노키아는 결코 손가락만 빨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 주고 싶다. 현재의 노키아는 여러 종류의 플랫폼을 굴리고 있다. 과거에 사용되었던 S80/S90은 이미 한물 갔으니 접어두고, 현재 노키아 휴대폰에 탑재되는 플랫폼은 S40S60이다. S60은 한국에 출시된 노키아 6210을 포함한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사용되며, S40은 UI 생김새만 비슷한 저가 휴대폰에 사용되는 플랫폼이다. 여기에 최근 N900이 나오면서 실험실 수준에 있다가 상용화된 마에모도 포함된다. 노키아 휴대폰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다면 이 세 단어만 기억하면 된다.

심비안 OS 및 S60 플랫폼을 탑재한 휴대폰은 한국에 최근에서야 정식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그나마 정보가 있긴 하지만, 마에모는 도대체 어떤 플랫폼일까? N900을 내놓으면서 마에모가 심비안을 대체할 거라는 헛소리까지 들려오는 걸로 보아 뭔가 제대로 알려진 게 없는 건 확실하다. 자 타임 머신을 돌려서 2005년으로 가 보자.

삼성전자는 당시로는 획기적이었던 무선 핸드헬드 PC 넥시오 시리즈를 내놓았다. 외부에서 무선 네트워크나 이동통신망을 통해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게 컨셉이었다. 11n이 나오기는 했지만, 요즘 많이 사용되는 무선 네트워크 표준 IEEE 802.11g는 2003년이나 되어서야 확정되었기 때문에 초기 넥시오들은 11MBps밖에 지원하지 못하는 802.11b를 달고 나왔다. 지금이야 무선 공유기가 많이 보급되어 있지만 넥시오가 나왔을 때에는 그렇지도 못했다. 블루투스 1.1은 2002년, 블루투스 2.0은 2004년에나 나왔기 때문에 블루투스로 휴대폰을 연결해서 무선 인터넷을 즐긴다는 건 상상도 힘들었다. 지금 넥시오가 다시 나온다면 그 때보다는 성공 확률이 높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노키아는 이걸 연구하면서 첫 인터넷 태블릿 770을 만든다.

노키아의 기업 문화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한국 휴대폰 제조사들이 눈만 깜빡하면 HD 동영상 촬영이니 AMOLED(아몰레드 아니다) 탑재, 풀터치 등의 휘황찬란한 스펙의 휴대폰을 내놓을 때, 노키아는 '정작 기술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 박자 늦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그 대신 새 기술을 한 번 도입할 때 플랫폼까지 준비를 잘 해 오는 편이다. 첫 S60 기반 터치스크린 휴대폰인 노키아 5800이 데뷔했을 때 S60 플랫폼도 터치를 잘 지원하는 버전 5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노키아 770이 나왔던 당시에도 윈도 CE는 존재했으나, 노키아는 리눅스 기반 자체 플랫폼 마에모를 선택하였다.

대부분 리눅스 기반 모바일 플랫폼과는 달리, 마에모는 많은 부분이 자유 소프트웨어로 이루어져 있다. 마에모 자체가 데비안을 기반으로 하는데다가, 초기 마에모 GUI를 구성했던 GTK+, 멀티미디어 프레임워크 GStreamer 역시 자유 소프트웨어이다. 어도비 플래시나 오페라(OS2007까지), 하드웨어 드라이버 등의 일부 부분만 소스가 비공개인 채로 남아 있다. 노키아가 제작한 GTK+ 기반 모바일 데스크톱 환경 Hildon은 이미 그놈 모바일의 일부로 통합되었다. 이런 식으로 자유 소프트웨어 커뮤니티와 친해지면서, 기존 존재하는 자유 소프트웨어를 쉽게 포팅하는 덤까지 따라왔다. 이 점 덕분에 마에모는 출시 초기부터 많은 소프트웨어(요샛말로 앱)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다른 리눅스 기반 모바일 플랫폼이 해 내지 못한 큰 성과이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으로 노키아의 뒤통수를 한 방 먹이고 있는 동안, 노키아는 S60과 마에모를 갈고 닦아 나갔다. 770의 후속작 N800 인터넷 태블릿은 2007년 1월, N800의 후속작 N810은 같은 해 11월에 출시되었다. 770의 OS2006 UI가 과장된 입체감을 강조했다면, N800의 OS2007 UI는 더 납작해졌고 N810 OS2008에 와서는 입체감은 사라지고 그라데이션을 많이 사용하였다. N800에 와서는 블루투스 데이터 통신이 추가되었고, N810은 N800과 비슷한 하드웨어를 사용하면서 하드웨어 키보드가 추가되고 액정이 개선되면서, 디자인이 좀 더 새끈해졌다.

N800과 N810은 TI OMAP2420 CPU를 사용하는데, 여기에 들어간 3D 그래픽 엔진은 드라이버 라이선스 및 관리 상태 문제로 마에모에서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같은 시기에 출시된 OMAP2420 기반 심비안 휴대폰이 3D를 잘만 쓴다는 사실은 후에 마에모 커뮤니티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이게 하는 원인을 제공해 줬다. 하지만 N800은 이동통신 모듈이 없었고, N810의 경우 WiMAX 에디션이 나중에 나오긴 하지만 미국 말고는 WiMAX 네트워크도 없어서 WiMAX 없는 N810보다 더 빨리 단종되었다.

N810을 내놓은 노키아는 제품 코드 RX-51로 알려져 있었던 다음 태블릿을 기획한다. 더 업그레이드된 OMAP3 CPU를 사용하면서, 3D 그래픽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UI 스케치가 뿌려지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전화 기능이 들어간다는 소문도 났고, RX-51이 FCC 인증을 통과할 때 쯤 N900의 스펙이 나돌기 시작했다. 기존 인터넷 태블릿 사용자들의 눈을 확 돌아가게 할 정도로 업그레이드되었다. N900이라는 말이 나올 때 쯤, 노키아는 새 태블릿을 위한 SDK를 배포하기 시작했고 여러 프로그램들이 포팅되어 저장소에서 주인을 기다리게 되었다.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마에모 서밋에서 N900을 개발자들에게 빌려 주면서 소문은 더욱 더 잘 퍼져 나갔다.

하드웨어 스펙 킹왕짱 N900과 자유도 킹왕짱 마에모에 엄청난 기대를 걸기 전에 가격 꼬리표부터 살펴보자. 영국 노키아에서 N97이 449파운드, N900은 499파운드(선주문)에 팔리고 있다. 이 가격이 다른 유로권 나라로 가면 599유로, 미국으로 가면 645달러가 된다.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에서 봤던 언락된 아이폰 3G(3GS였나 헷갈림) 가격이 500유로 후반대였으니 N900은 객관적으로도, 노키아 안에서도 상당히 비싼 축에 속한다. 마에모는 바로 이런 하드웨어 스펙이 좋은 고가 단말기에 탑재될 것이다.

N900은 첫 마에모 기반 휴대폰이라서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마에모 휴대폰이 나올지 장담할 수는 없다. 단, 하나 확신할 수 있는 사실이라면 노키아는 심비안을 버리지 않는다. 노키아는 단순히 다른 회사에도 일부 지불하는 심비안 OS의 비용(노키아가 심비안의 지분을 인수하기 전까지만 해도 여러 회사로 나뉘어 있었다)이 아까워서 심비안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 게다가 최근에는 심비안 OS의 커널도 공개하였다. 정말로 심비안을 마에모로 대체할 생각이었으면 노키아는 이렇게 돈을 태우지 않는다.

어쩌면 노키아가 이렇게 자신들의 플랫폼을 기꺼이 여는 행동은 플랫폼의 관점에서 컨텐츠를 일반 재화로 만들려는 행동이다. S40 플랫폼이야 외부 프로그램은 J2ME처럼 제한된 만큼만 제공하기 때문에 플랫폼을 열어도 별 득이 없다. 이미 마에모는 Mer라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노키아 인터넷 태블릿 외의 장치로도 이식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심비안 및 S60마저도 외부에 열리면 다른 휴대폰 제조사들이 지금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심비안을 탑재할 수 있다. 심비안 OS는 이미 여러 서드파티 제조사에도 공급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키아는 이렇게 깔려 있는 자사 플랫폼을 통하여, 더 많은 장치에 자신들의 컨텐츠를 쉽게 배포할 수 있다.

이제는 휴대폰에 들어가는 하드웨어도 상향 평준화되었다. 소프트웨어 역시 하드웨어만큼 노력한다면 빨리 쫓아갈 수야 있다. 하지만 컨텐츠는 뚝딱 만들라고 해서 만들 수 없다. 진짜로 컨텐츠에 관심이 있다면 노키아처럼 먼 미래를 내다보고 투자하는 게 도움이 된다.

Posted by peremen

2009/10/23 20:27 2009/10/2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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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태을사자의 생각

    Tracked from shiva83's me2DAY 2010/01/28 00:07 Delete

    하루 종일. 끙끙 머리 싸고 할까 말까 고민 했던 Nokia 스마트 폰에 관한 보고서… 이거, 이거, 이거, 그리고 이거. 조합으로 적당히 다른거 찾아서 쓰면 다행히 조금은 쓸 수 있겠다.

한국 기자들은 다들 애플을 사랑하는지, 애플을 제외한 외국산 휴대폰을 좀 듣보잡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까지는 탄탄하게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당분간 1위 자리도 깰 것 같지 않은 노키아가 2009년 1사분기를 잡쳤다고 당장이라도 망할 것처럼 까는 것은 물론이요, 휴대폰 시장 2강이라는 말도 서슴잖게 쓴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삼성과 LG가 세계 어디를 가든 휩쓸고 다닌다고 세뇌를 시키고 다닌다. 왜냐하면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2009년 해외 휴대폰 도입의 첫 스타트를 끊은 모델 중, 소니에릭슨의 XPERIA X1이 있다. 해외판에 비해서 한국에 맞춘 소프트웨어도 탑재하고, 키패드까지 한글화해서 출시하였다. 수신률 문제는 둘째치고, 한국 기자들은 세미콜론 두 개 박힌 문제도 귀신같이 찾아내서 까고야 만다. 사람에 따라서는 전혀 개의치 않을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편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그저 이것을 틈집잡아서 까기에 급급하다. 만약 한국 제조사의 휴대폰이 같은 실수를 했다면, 장담하건대 이것보다는 훨씬 적게 까일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왜 구글 맵스 한국 서비스가 늦게 시작했는가. 바로 그 엿같은 측량법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가 북한과 대치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도 정보를 해외로 반출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현재는 걸림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미 인터넷 상에서 국경선이 허물어진 판국에, 마음만 먹으면 북한 쪽에서 한국 웹 사이트를 접속해서 지도를 보는 것도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다. 결국 구글은 한국에 별도의 지도 타일 서버를 설치해서 특정 위도와 경도에서는 한국 서버에서 타일을 가져오도록 했다. 왜냐하면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노키아 6210도 마찬가지 문제를 겪고 있다. 해외에서는 내비게이션 기능에 특화되었다고 모델명 끝에 내비게이터라는 말까지 들어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무용지물이다. 6210에 들어가 있는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은 휴대폰의 무선 인터넷을 통해서 지도 서버에 접속해서 데이터를 받아오는 방식인데, 노키아가 한국에 별도의 지도 서버를 설치하지 않아서 한국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깔려면 측량법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까야 하는데, 언론에서는 연일 노키아가 왜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지 않느냐고 깐다. 왜냐하면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언론에서 엄청나게 때려 놓고 또 외국산 휴대폰이 찬밥 신세가 되었다고 두 번 때린다. 어느 나라를 가나 공짜폰은 존재하며, 심지어는 그렇게 자랑하는 삼성이나 LG도 해외에 나가면 공짜폰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모델 하나밖에 안 들어온 노키아도, 들어오자마자 버스폰이 되었다고 그걸 가지고 깐다. 나오지 얼마 되지도 않은 휴대폰들을 가지고, 이미 나온 지 수 달이나 되어서 사용자층을 확보한 휴대폰과 비교해서 안 팔렸다고 한다. 이건 그저 통계의 마법도 아닌 개념없는 기사이다. 이 기사가 통용된다는 게 신기할지도 모르겠는데, 왜냐하면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불공정 경쟁, 그런 거 찾으려면 다른 데 안 가도 된다. 그저 외국산 휴대폰들 들어온다고 하는데, 외국산 안 좋다는 기사만 주구장창 내보내지 말고, 전쟁 시작도 안 한 외국 회사들 제발 까지만 마라. 선입견이 무섭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 그러면 곤란하다. 언론에서 외국산 휴대폰을 때리면 때릴수록 한국 회사들의 독점만 심해져서, 제대로 된 경쟁과는 점정 거리가 멀어지기만 하고,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우물 안 개구리 놀이를 해도 많은 사람들은 언론 플레이만 보고 행복해할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ps. 노키아 휴대폰이 버스폰으로 풀린 건 사실인 듯한데, 왜 제 학교 주변 휴대폰 가게를 8곳이나 돌아다녀도 겨우 한 곳에서, 것도 3G 기변을 감안하더라도 비싸게 부르는 이유는 뭘까요.

Posted by peremen

2009/04/17 23:10 2009/04/1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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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휴대폰·휴대용 기기 - Nokia 3310 & 1100

    Tracked from 아라의 글로벌 마인드 칼럼..think globally 2009/07/17 20:38 Delete

    부제: 노키아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Simple is best." 2007년 발표-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핸폰/휴대용기기는 2억대이상 팔린 Nokia 1100 http://bit.ly/93nlQ 그럼 그 이전에는? 1.26억대의 3310 http://bit.ly/i7d8v 3210도 꽤 팔렸으나,정확한 통계자료 無 about 7 hours ago from bit.ly 2007년까지 가장 많이 팔린 콘슈머 일렉트로닉스, Nokia 1100 ma..

  2. 91의 생각

    Tracked from k91's me2DAY 2009/12/22 21:28 Delete

    RT thinklogically님: 한국 기자들이 외국산 휴대폰에 대응하는 방법 http://bit.ly/7WDzB0 왜 이 글을 이제야 제대로 읽게 된 걸까? 트랙백을 보내놓고도 읽지는 않았던 글이다. 너무 뻔한 사실이어서 안 읽었을듯…

지겨운 떡밥: 한국형 무언가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국산화가 최고의 가치였고, 산업의 원동력이었다. 지금보다도 기술 교류가 훨씬 적었을 때라서 어딘가에서 '완성품'을 수입해 오긴 쉬워도 '기술' 자체를 수입해 오기는 어려웠다. 수입할 수 있는 기술은 최대한 배워 오고, 아무 나라에서도 공개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면서 우리 산업이 지금처럼 성장해 왔다. 지금 현대로템이 해외에 진출해서 돈을 벌어오는 것도 일본에서 초저항을 라이센스 생산해 왔을 때부터 쌓인 기술이 있어서이고, 삼성 반도체가 메모리 치킨게임에도 죽지 않는 것도 소용량 메모리칩을 만들었을 때부터 쌓인 기술이 있어서이다.

외국 기술의 국산화 전략은 20세기 말까지 한국 산업을 잘 발전시켜 왔다. 한국의 이동통신 사업이 다른 나라에서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다르게 성장한 것도 과거 논문으로만 언급되었던 CDMA를 상용화시킨 것과 무선 인터넷 플랫폼을 생각하기도 전에 WIPI를 만들었던 것 때문이다. KTX-2 또한 알스톰의 TGV 기술을 배워온 것을 토대로 국산화를 시작한 결과이다.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 이야기도 단순히 초기 TGV 기술만 가지고 있었다면 생각하기도 힘든 것이다.

21세기 현재, 지금 세계는 20세기에 비해서 국가간 교역량도 증가하였고, 20세기에 쌓은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거에 유용하게 쓰였지만 현재는 걸림돌이 되는 기술은 과감하게 포기하기도 한다. 유럽 연합에서 단계적으로 적용시켜 나가고 있는 통합 신호 시스템 ETCS도 유럽 연합 각 나라가 자신들의 철도 신호만 고집하겠다면 그 나라만 손해다. 여러 나라를 드나드려면 철도 차량에 각 나라별 신호를 장착해야 하는데, 이는 차량 단가만 높이는 꼴이 된다. ETCS 시스템은 각각 나라별 신호 시스템을 유럽 전체적으로 통용되는 하나로 통일시키자는 것이 목표이다.

산업화 시대에는 나라별 사업의 결과가 눈에 보이는 형태였지만,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사업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 생긴 BM 특허라는 개념은 사업 모델 자체를 특허로 삼는다는 것이다. 오래 전 이야기지만 아마존에서도 '인터넷 쇼핑'이라는 개념 자체를 특허로 삼아서 반즈앤노블과 특허 분쟁을 한 적도 있었다. BM 특허를 이야기하면서 이 사건을 자주 이야기하곤 한다.

정보화 시대에서 한국형 무언가를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가 고립을 의미한다. 세계의 국경이 옛날보다 더 낮아진 지금은 한 나라에서 만든 모델이 전세계적으로 순식간에 퍼질 수 있다. 아니 한 술 더 떠서 가장 먼저 만든 사람이 세계 표준화시켜 버리면 한국형 표준은 고립을 자처하는 꼴이다. 부요라는 배포판인지 뭔지 모르는 사업도 현재 전혀 레퍼런스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진입 장벽이 매우 낮고 개방된 사업에 한국형이라는 탈을 씌우는 것 자체부터 문제가 된다.

더군다나 한국인의 '포기할 줄 모르는' 성질은 과거에 만들어진 기술이 도태될 때가 되어도 도태시키지 않는다는 문제를 낳는다. 지금 한창 까이고 있는 웹 브라우저 접근성 문제나, WIPI의 무역 장벽 효과도 구닥다리 기술을 한국식, 원천 기술의 이름 하에 들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정부가 주도해서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이를 포기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시장이 바뀌는 것을 정부가 모른 척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시작은 거창했지만 결과가 비참한 기술이 나오는 것이다.

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를 만들면서, 앱스토어라는 개념을 도입한 지도 시간이 지났다. 중앙 집중형 저장소에 개발자들이 프로그램을 등록하고 사용자들에게 배포한다는 개념은 앱스토어 등장 전에도 있었다. 대부분 리눅스 배포판이 중앙 집중형 저장소를 사용한 것은 꽤 오래 되었다. 애플은 이를 상업화하는 데 성공하였던 것 뿐이다.

이런 애플을 본받아서 한국형 앱스토어를 만든다는 걸 보면 한심하기만 하다. 중앙 집중형 저장소에 사용자가 프로그램을 등록하게 한다는 아이디어는 오래 전에도 만들 수 있었는데다가, 모든 휴대폰에 WIPI가 올라와 있는 한국에서는 WIPI SDK를 일반인에게 개방하고 통신사가 지원만 해 준다면 한국형 앱스토어를 지금 만든다고 설칠 필요도 없었다. 더군다나 앱스토어가 대단한 모델인 양 떠들고 다니는 언론은 그저 까야 마땅할 따름이다.

아무튼 앱스토어에 열광하는 것은 좋다. 우린 앱스토어에 열광만 하고 있었을 게 아니라, 왜 우리는 앱스토어와 같은 모델을 만들 수 없었는지 분석해야 한다. 그것이 21세기 한국 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Posted by peremen

2009/03/24 23:54 2009/03/24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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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일본어 위키백과 드디어 사고를 쳐 주셨습니다. 러시아어 위키백과의 "사할린 철도" 항목을 뒤져 보다가, 인터위키를 타고 일본어로 가 보았다. 역시나 일본어 위키백과답게 사할린의 러시아 점령 이전/이후 철도를 다 나누어 놓았다. 그런데 글을 읽어보던 중 뭔가 좀 어색하면서도 웃긴 사진이 있었다.

뭔가 재밌으면서도 어색한 광고판

뭔가 재밌으면서도 어색한 광고판

보시다시피 평범한 러시아어 광고판이다. 뭐 이걸 찍어서 올리는 것 정도야 이해를 할 수 있었으나... 어? 설명이 이상하다. 웬 신칸센 이야기가 나오지? 설마 홋카이도와 사할린 사이를 뚫겠다는 열망이 현실이 된 건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어서 심히 궁금했다. 뭐 일본어를 잘은 모르기 때문에, 밑에 나와 있는 이 설명을 걍 긁어다 번역기에 돌려 보았더니, 해저 터널을 통해서 러시아로 신칸센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단다. 미친.

宗谷トンネル経由で樺太に新幹線が延長される期待感をにじませているかのような、サハリン鉄道局の看板。豊原(ユジノサハリンスク)駅前にて。

문제의 러시아 광고판에 적혀 있는 텍스트는 다음과 같다.

приоритетние виды страховой деятельности: страхование грузов страхование имущества любых видов собственности от несчастного случая и болезней.

вы рискуете.
мы сводим ваш риск до минимума.

по желанию клиента пред_ставляеьм дополнительно отслеживание и контроль движения _астрахованного груза.

밑줄로 된 부분은 전선에 가려서 안 보이는 글자이다. 보아하니 철도 운송을 통해서 위험을 줄여 준다는 사할린 철도의 광고이다. 신칸센 이야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도리어 사진에 있는 열차는 러시아의 고속 열차 ER200과 상당히 비슷해 보인다. ER200은 구 소련 시절에 개발된 고속 열차로 라트비아 리가의 RVR에서 생산되었다.

ER200

ER200.

뭐 저 ER200의 전두부가 신칸센하고 비슷하게 생긴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신칸센 열차가 사진으로 나왔다고 질질 싸는파닥거리는 저 편집자는 뭥미? 아무리 일본어 위키백과가 암암리에 일본에 유리하게 편집이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플스. 일본어를 좀 하시는 분들께서는 저 사진의 설명을 좀 고쳐 주시면 감사하겠스므니다.

Posted by peremen

2008/12/03 11:59 2008/12/0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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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용 "키보드 보안"?

짜증나는 것 중 하나가 키보드 보안이다. 유저랜드 프로그램 주제에 커널을 지 멋대로 들어가서 휘젓고 다니면서, 때때로 한글 세벌식이나 영문 드보락을 처리하지 못하는 밥솥같은 놈이다. (키보드 보안 짜시는 분에게는 죄송합니다만, 저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이걸 싫어합니다) 오늘 KLDP를 보다 보니까 "리눅스용 키보드 보안"이라는 글이 있길래, 뭔가 해서 한 번 분석해 보았다.

무엇인지 궁금하면 여기에서 다운로드해 보기 바란다. zip(!) 파일의 압축을 풀어 보면 사용설명서와 rpm 파일이 나온다. bin 파일로 된 인스톨러가 있긴 있지만, 내 컴퓨터는 amd64 환경이기 때문에 보나마나 i386인 바이너리 인스톨러가 제 정신을 못 찾을 것 같아서(/usr/lib32, /lib32 문제) rpm 파일의 압축을 풀어 보았다. fakeroot alien -t를 사용하면 된다.

rpm 파일을 풀어서 나오는 것은, 한소프트 리눅스 커널 2.6.14-56(그 vmsplice 문제에는 다행히도 해당하지 않는다)과 2.6.14-56-smp 커널의 i386에 맞게 컴파일된 커널 모듈과, 그 커널 모듈과 통신하는 것 같은 모질라 플러그인, PyGTK 기반으로 되어 있는 GUI 프로그램이다. 그 외에도 리눅스용 백신이 있었다.

사용자 안내서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리눅스용 백신은 V3 엔진의 리눅스 포팅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걱정하고 싶은 것은 키보드 보안 모듈이었다. 많은 리눅스 사용자가 싫어할 것 같은 강제 설치는 일단 넘어가자. 모질라 플러그인이 설치되어 있는가를 검사해서 강제로 깔게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리눅스용 키로거 두 종류를 사용해서 실험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뭐, 거기까지는 괜찮다.

문서에서 다루고 있는 키로거는 lkl과 xkey이다. 이 두 키로거들을 테스트해 보자. 테스트 환경은 amd64 커널, KDE 4.0.4에서 한글 입력기 나비가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다. 일단 lkl을 받아서 컴파일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으나, 일반 사용자 권한으로 실행시키려고 하니까 이런 에러가 났다.

psj@saebyuk:~/download/lkl$ ./lkl
Have to be root to perform a iopl()!

그렇다. 압축 파일 안에 있는 사용자 설명서에는 lkl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사용자가 루트이다. 일반 사용자 권한으로는 절대로, 절대로 저렇게 뚫리지 않으니까 안심해도 된다.

xkey는 따로 프로젝트로 제작되는 것이 아니고 소스 코드는 어딘가에서 떠돌고 있다. xkey는 X11의 키보드 이벤트를 가로채는 것이라서 불행히도 뚫린다. 그러나 절대로 리눅스 배포판의 패키지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X11 키보드 이벤트마저도 암호화해 준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으로는, 리눅스에서 키보드 보안을 위해서 뻘짓을 할 필요는 없다. 리눅스의 루트 권한은 상당히 얻기 힘들다. 커널의 vmsplice 패치도 발견된 지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커널 메인 트리에 패치가 된 것을 보면, 이는 분명히 독점 소프트웨어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루트 권한을 따지 않으면 대부분의 키로거가 듣지도 않을 뿐더러, 사용자 권한으로 작동하는 키로거 역시 윈도처럼 막 작동하는 것도 아니다. 도리어 바이너리 커널 모듈 형식으로 배포하면, 저 안티키로거의 버그를 사용해서 그것마저도 무력화할 수도 있다. 소스가 공개된다면 굳이 저것 없이도 리눅스 커널 자체에서 키 입력을 암호화할 수 있는 처리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제발 이딴 거 좀 강제로 깔게 하지 말자. 64비트 윈도는 희귀하지만 64비트 리눅스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쓰고 있다. 그리고 리눅스는 윈도와는 구조 자체가 달라서,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프로그램 자체는 좋다. 다만 강제로 깔게 하면 문제가 생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센스. 인스톨러는 좋은데 평가판이라니 ㅋㅋㅋ

사용자 삽입 이미지

Posted by peremen

2008/05/21 11:11 2008/05/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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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KDE 번역을 테스트해 본다고 국산 리눅스 배포판을 두 개나 깔아 보았다. 하나는 한소프트 리눅스 오픈에디션 3이고 또 하나는 딛고 2005이다. VirtualBox 안에다가 리눅스 위에 리눅스(!)를 까는 식으로 설정해 보았다.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VirtualBox 커널 모듈도 잘 올라왔고 게스트 확장도 잘 작동했다. 그러나 이들이 보여 주었던 번역이나 문서 품질은 실망스러웠다.

나는 번역 품질을 주로 KDE 위주로 검사하였다. 한소프트 리눅스 오픈에디션 3을 보면 KDE를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은 있었다. 그렇게 KDE를 켜고 나니, jachin 님이 한 때 말했던 것처럼 "알바를 고용해서 번역한다"는 말이 왠지 진짜 같았다. 번역률 자체는 높았지만 뭔가 2% 부족한 느낌이 다가왔다. 그래도 일부 설정 모듈 번역에서는 KDE 4 SVN을 다듬어 갈 만한 힌트를 찾을 수 있었다. 기대했던 도움말은 실망으로 끝났다. 없었다.

자 그 다음 딛고 2005를 깔아 보았다. 부요라는 것이 믿기 힘든 물건이라고 해도 정부 돈을 들여서 개발했다고 하니깐 뭔가 좋은 게 있을 줄 알았다. 자 기본 그놈 데스크톱 환경은 양호하다. 그러나 KDE는... KDE는... 한소프트 리눅스의 것을 거의 손도 안 보고 가져온 것 같다. KLDP에 떴던 CD를 택배로 보내 준다는 말에 혹해서 매뉴얼이라도 보자 했더니 정말 간단한 사용 안내서였다. 하지만 매뉴얼과 CD 케이스 제작비가 워낙 비싸 보여서 택배비 3500원이 결코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딛고 2005 CD 케이스

딛고 2005 CD 케이스. 3500원이 아깝지 않았다.

이제 외국산 배포판들도 한국어 환경을 완벽하게 지원해서 더 이상 국산 배포판의 메리트가 없어진 상황에서, 국산 배포판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한국어로 작성된 문서 뿐이다. 전번 10월 6일 했던 이야기 중 "GUI 번역은 쉽다. 그러나 문서 번역은 전문 집필가가 도와 줬으면 한다"는 말이 있었다. 외국산 배포판은 영어 문서가 풍부하지만 실제로 읽기 위해서는 또 노력을 해야 한다. 무조건 우리 것을 고집하기보다는, 우리 것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으로 다가가는 것이 앞으로의 리눅스 산업 발전에도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번역물을 자기 혼자 쓰지 말고 다른 배포판 사용자들과 공개하기 위한 업스트림과의 활발한 교류도.

추신: 혹시 제가 테스트해 보지 못한 국산 배포판 중에서 KDE 번역이 잘 되어 있는 배포판은 항상 구합니다. 책임지고 업스트림에 넣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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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13 23:11 2007/10/13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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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무작정 한국어 번역을 해 보겠다고 팀에 뛰어들거나 프로그램 메인테이너에게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이 글은 이런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가 될 글일 것 같으니깐, 까는 것 같아도 원래 의도가 그러니깐 이해해 주기 바란다. 하여간 한국어로 되어 있지 않은 프로그램을 번역한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번역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조언이 없으면 도리어 욕만 먹고 갈 수도 있다. 그러니깐 이 글을 따라가 보자.

우선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프로젝트 내부에서는 영어로 대화가 진행된다. 그래서 영어를 못 알아 들으면 업스트림과 통신이 되지 않아서 번역 작업을 할 때도 애로 사항이 꽃필 것이다. 대부분 프로그램들의 번역 안내는 다 긴 영어로 된 글로 쓰여 있고, 작업물을 메인테이너에게 보낼 때에도 영어로 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영맹 티를 팍팍 낸다면, 한국어 번역이 좋았다고 해도 자기가 영어를 읽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에 좋은 번역이 될 리가 없다. Hi How are you!!! 정도만 쓸 수 있는 실력이라면 어서 돌아가서 다른 일을 찾아보기 바란다.

번역은 무엇보다도 편의성이 중요하다. 자신이 한국어를 사랑하고 있든, 한자 빠돌이든 번역할 때는 집어치워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용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내가 한국어를 사랑한다고 억지로 순 한국어 낱말만 쓰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편만 초래한다. 당장 예제를 보고 싶다면, 주위에 있는 KDE를 사용하는 배포판들을 하나 잡아서 깔아 보기 바란다. 번역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메인테이너가 순 한국어 낱말의 사용을 강조한 나머지, 대부분 사용자에게 명확한 의미 전달을 못 해 주었기 때문이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끌여들어서 테스트, 테스트, 테스트해 보고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자.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도 있을 것이고, 잘못 번역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게 잔소리로만 들린다면 어서 돌아가서 다른 일을 찾아 보기 바란다.

또한 번역은 꾸준히 해야 한다. 메인테이너가 손을 대지 않아 버리면 프로그램이 발전하는 속도를 번역이 발전하는 속도가 못 따라갈 수 있다. 그런 일이 한 해 두 해 쌓이다 보면 너무 많은 부분이 틀어져 버려서 사용성 꽝이 될 수 있다. KDE 번역 파일들도 2001, 2002년에 수정된 것 다음에는 2004년에 부분적으로 수정된 것이 전부다. 올해가 2007년이고 그 동안 KDE는 엄청난 발전을 했다. 번역이 이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안 한 것만 못 하게 된다. 이것은 다음 버전 번역가에게도 피해가 되는데, 실제로 KDE 4 번역을 하면서 기존 문자열은 없는 것만 못하다 수준으로 바꾸어야만 했다. 다음 메이저 버전이 나올 때 내가 번역을 하기 두렵다면 어서 돌아가서 다른 일을 찾아 보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비공식 한글 패치 내놓는 팀들. 언제까지 비공식으로만 있을 것인가. 프로그램의 정보에 자기나 팀 이름이 박히는 것이 좋지 않은가! 폐쇄적인 번역 팀 사이트만 운영하지 말고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오기 바란다! 메인스트림과 대화하기 싫다면 어서 돌아가서 다른 일을 찾아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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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9 22:17 2007/09/09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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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 사이트를 보자. 오늘 뉴스를 읽다가 인터넷 한글 폰트 주권 회복 선언이라는 거창한 낚시성 제목이 있길래 딱 그 사이트에 가 봤다. 그런데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 수준이었다. 주권 회복 선언을 하기 전에 이 개념없는 사람들 보세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첫 화면부터 비 윈도/IE 사용자들은 닥치고 즐 하고 있다.

저희 사이트는 우리 고유의 서체인 명조체를 포함한 다양한 서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보다 선명한 글꼴로 보시기 위하여 엑티브엑스를 설치해주세요.
자. 나는 윈도 안 쓰는데 당신네 글꼴 써 보고 싶다. 그리고 윈도에서도 IE 웹폰트를 안 쓰면 병신이 된다는 소문도 있다. 이 사이트의 소스를 뜯어보니 좀 수상한 부분이 나왔다. 컨트롤 이름이 참 수상하게도 MS의 ClearType 제어 컨트롤이었고 JS를 통해 클리어타입을 강제로 켜는 것 같군요. 이건 전형적인 한국식 발상입니다.

그리고 이들의 주장에 좀 의문도 제기하고 싶다. 첫째로, "셋째, 사용할수 있는 글꼴이 모두 제목용인 “돋움”과 “굴림” 의 기본형 단 2개 뿐입니다." 이 부분이다. 궁서와 바탕은 폼으로 박혀 있는지, 그리고 공개용 한글 폰트들은 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여섯째, 인터넷활자의 공급을 오직 미국의 MS 사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부분이다. 한국어 윈도에 들어가는 글꼴들은 모두 국내에서 라이센스 받은 것이다. 굴림 및 그 4인방 시리즈들은 한양에서 개발한 것이고 맑은 고딕은 산돌에서 개발한 것이다. 알아보려면 좀 제대로 알아보고 써라.

그리고 이들이 주장하는 벡터스크린폰트 기술의 실체가 궁금하다. 분명히 글꼴들 늘어놓은 거 보면 비슷해 보이는데 과연 그 기술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요약해 보면 벡터스크린폰트는 모든 모니터에서 글자의 크기에 비례하여 글자를 명확하게 보이게 만드는 기술이라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것은 안티알리아싱, 힌팅 등의 기술을 그럴싸하게 풀어서 설명한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난다.

그리고 웹 사이트도 좀 엉성한 맛이 있다. 나는 분명히 윈도가 없고 리눅스를 쓰는데, 자기들의 글꼴도 좀 보고 싶다. 예시 페이지에 가 봐도 다 내가 깔아 둔 맑은 고딕만 뜬다. 나 윈도 살 돈 없는데 정말 글꼴 궁금하거든염? 게다가 초보자들에게 너무 화려한 포장을 해서 그들이 주장하는 기술의 실체가 뭔지 궁금하다. 말로만 폰트 주권 하지 말고 더 많은 사용자들이 그 영광을 함께할 수 있도록 제발 ttf 파일도 공개해 주고 소개도 좀 쉽게 써 주길 바란다.

Posted by peremen

2007/06/19 20:21 2007/06/19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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