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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학교

도대체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저번 학교 축제 끝나고 나서는 집단 무단 기숙사 도주로 한 차례 시끄러웠고, 이번에는 07학번의 누군가가 기숙사에서 추락하고. 내가 1학년이었던 때만 해도 이런 것들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시험 기간을 앞두고 저런 것에 대한 소문이 도는 걸 보니 지켜 보는 나 또한 불안하다. 과연 이번에는, 그리고 내년에는, 어떤 일이 어디서 어떻게 터질 지 알 수가 없다.

올해 유독 부정 행위가 늘어난 느낌도 많이 받고 있다. 1학기 기말고사 때에는 선생님 컴퓨터 해킹을 통한 답지 빼내 오기, 2학기 중간고사 때에는 화장실을 이용한 부정 행위, 이번에는 또 어떤 기상천외한 방법이 나타날까 모르겠다. 카이스트 100% 보장은 애시당초 사라졌지만, 이번 해에도 카이스트 4명이 탈락하면서 성적에 대한 불안감은 커져만 가는 것 같다. 그렇지 않았으면,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으면, 그런 짓을 했을까 싶다.

상* 선생님의 시도, 이해한다.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가깝게 다가가 보려는 시도. 존경한다. 그러나 올리는 글들을 보면 벌점과 관련이 되지 않은 글이 적다. 그리고 규제는 과거보다 더 늘어난 것 같다. 혹자는 과거의 애매했던 조항을 메꾸기 위한 규제로 일리가 있다고 하지만, 양날의 검 같아 보인다. 차라리 애매했던 때가 더 나은 것 같다. 그래도 그 때는 나름대로 학교에서 사고치는 재미가 있었는데.

내년에 우리 학교에 오면 그 때 분위기는 어떨까. 나와 친한 한 후배는 자신의 성적이 걱정되어 대학이나 가겠냐는 말을 한다. 과연 그 후배가 대학을 못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실험에 희생되고 있다는 생각밖에는 못 하겠다. 일부 선생님들이 보기에는 우리 학교가 상당히 안정적으로 보이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안 좋은 소문들이 많아질수록, 우리 학교의 안정성도 앞으로 위협을 많이 받을 것이다.

벌점 만능주의

학교로 돌아왔더니, 이제는 아주 벌점만능주의가 극도에 달하고 있다. 자 오늘은 학교 축제의 시작이라고 한다. 어제 수업들은 원래 공강이 많아서 제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부터의 축제에는 나도 학생이다 보니까 어찌저찌 연결이 될 것만 같다. 그런데 축제 첫 단추부터 아주 벌점이라고 하신다?

일본에서 학생회 홈페이지를 확인했던 결과, 이번 해 체육대회는 전교생이 다 참여해 달라고 했다. 작년까지는 1학년만 의무 참여였지만 갑자기 이렇게 바뀐 걸 보니 좀 많이 수상했다. 어제 8교시에 예비 소집도 하자고 했던 걸 보면 더더욱 냄새가 났다. 나는 그 때 마침 일본에서 돌아왔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빠질 수 있었지만, 그 다음 날이 걱정되었다.

아침부터 무려 5번이나 안내방송으로 체육대회와 SAC 개막식에 참여해 달라는 말이 나왔다. 뭐 SAC 개막식이라면 충분히 갈 의향이 있었지만, 거기 갔다가는 체육대회에 갇힐 뻔 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피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방송을 한 사람은 다 달랐고, 마지막 방송은 아주 가관이다? 평소 하던 대로, 학교에서 행사 하나 열어 두고 “안 오면 벌점”이란다. 어이구.

올해 와서 이 벌점 만능주의는 선생들의 무기가 된 것 같다. 사소한 행사든 뭐든 안 오면 벌점. 작년까지는 그래도 전교생 동원 행사가 적었지만, 올해 와서는 뭐든 전교생을 동원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 그리고 “안 오면 벌점” 무기를 사용해서 강제로 오게 만든다. 내 생각이지만, 체육대회에 전교생 참여도 왠지 뒷거래가 있었을 것 같다.

학교 축제가 자발적인 참여로 만드는 것이 맞다면, 첫날부터 벌점이라는 카드를 써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는 여기 벌점 먹이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리고 매일같이 사소한 행사를 하면서 벌점을 주는 것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해서, 이 글을 써 본다.

추가. 이런 걸 독려문이라고 쓰는 이유는? 내가 보기는 독려보다는 협박 같아 보이는데. 거 참 축제 때 학생 참여를 끌어내려고 하는 것은 좋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본교 1학년 학생들은 11월 8일 오전 09시부터 13시까지 “인문학술대회 및 총장님 특강 그리고 시사토론”에 꼭 참석하기를 바랍니다.

주의사항 : 특히 사회, 체육과목 수강학생들은 출석 참여 점수에 적극 반영하고, 확실한 이유가 없는 불참자는 벌점을 부여함.(인문사회부장 남율수, 특별활동부장 안정덕)

정보과학회 포스터 세션

올해 좀 할 짓이 없어서 research fork에서 설명한 대로 정보과학회 포스터 세션에 참가했다. 원래 계획은 2007년 졸업 논문을 빨리 써 버려서 정보과학회와 휴텍 둘 다에 우려먹는다는 것이었지만, 결국 계획이 실패해서 정보과학회는 2006년 RNE로 우려먹고 휴텍까지 졸업논문을 연기하기로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11월 30일까지는 논문이 튀어 나와야 하기 때문에, 이 계획은 성공할 것이다.

다행히도 2006년 논문 우려먹기를 통한 정보과학회 참석은 통하는 것 같았다. 손쉽게 논문 통과는 되었고 실리기까지 했다. 불행히도 Oral 발표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2006년 연구 자체가 워낙 “결과가 급조”된 연구라서 이 정도만 해도 만족한다고 생각한다. 뭐 내 생애 첫 학회 참가니깐, 경험도 쌓는 겸 해서 부산대로 가 보았다.

거기 가 보니까, 김태환 교수님 랩에서 몇 명쯤 내려와 있었다. 후배들 말로는 자기들 교육을 담당할 사람 + 내 정보과학회 참석 담당할 사람 이렇게 좀 내려왔다고 한다. 좀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 분들 덕분에 포스터를 붙일 수 있었다. 다행히도 늦게 왔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고, 전시회를 돌아 다니면서 물어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것이 내가 붙인 포스터다.

2007 정보과학회 포스터

2007 정보과학회 포스터

다행히도 질문해 주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교수님 이름빨이 통한 것이었던지, 아니면 내 학교빨이었던지 일부 사람들에게는 내 연구를 진지하고 설명할 시간도 있었다. 생각보다 포스터 세션이 빨리 끝나서 아쉽긴 했지만, 내년에는 졸업논문을 기반으로 좀 더 좋은 논문을 만들어 낼 것이다.

인터넷 불통

오늘 우리 학교에서 인터넷이 두 번 끊겼다. 그 덕분에 나는 서버와 IRC 프록시가 된통당했다. 한 번은 화상회의 시스템 테스트 덕분이고, 또 다른 한 번은 알 수 없는 이유에서였다. 화상회의 시스템 덕분에 된통당한 것은 한 번이 더 있었지만, 나는 예고를 했건 안 했건 간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다.

우리 학교는 그야말로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는 학교이다. 비록 학교 인터넷이 최근에 좋아져서 끊김 사태도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불안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매일같이 과제 수행과 개인 여가(학교가 고립되어 있다 보니까)를 위해서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인터넷이 끊기면 안 된다. 자 오늘 인터넷이 끊겼을 때의 학교 풍경을 보자.

오후 4시경 독서대. 화상 회의 시스템 때문에 인터넷 가동 중단됨을 알린 이후였다. 자 내 자리 옆에 스타를 즐기는 팀이 보이네요. 그리고 그 주변으로는 영화 감상을 하거나 자는 팀도 있습니다. 이제 기숙사로 가 보겠습니다. 한 방에서는 네트워크 게임에 미친 사람들이 있네요. 비록 운동장에도 애들이 뒹굴긴 하지만, 운동 좋아하는 애들만 나오지 일반적인 애들은 시큰둥합니다. 자 5시가 되었고 인터넷은 다시 살아 돌아왔습니다.

여기에서 하는 뻘짓 중에 이 닦는 날(이 클리닝 데이)가 있는데, 그 날은 학생들의 인터넷이 차단된다.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글을 인용해 보자.

현재 교내의 거의 모든 장소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문명중의 이기인 인터넷에 얽매여 있으며 오히려 필요없는 시간 낭비 등이(불필요한 인터넷 서핑, 네트워크 게임 등) 많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 시간관리 등을 체험하기 위해 ‘인터넷 없는 날’을 매달 한번씩 시행하고자 합니다.

모든 생활에 근접해 있는 인터넷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보다 아날로그적인 환경을(독서, 운동, 타인과 대화 등) 경험하고 필요없는 인터넷 서핑과 네트워크 게임 등에서 벗어나 인터넷 사용을 통제하고 관리해 봄으로써 인터넷 사용의 좋은점과 나쁜점을 알 수 있고, 반대로 인터넷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터넷의 중요함과 필요성을 체험하고자 합니다.

자. 기숙사 가면 인터넷이 당장 되지 않습니다. 또한 예기치 않은 때에 인터넷이 끊겨 줘서 중요한 작업을 할 때 무언가가 끊기도록 합니다. 평소에도 학생회나 VOD, ebook 등 학교 주요 서버 접속은 많습니다. 인터넷 끊긴 날이라고 이런 것을 안 해야 하는 줄 아십시까? 그 날에도 평소처럼 과제는 나옵니다. 그렇다고 선생님 컴퓨터나 도서관에 빌붙으라고요? 자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쓰고자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현대인의 생활과 인터넷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곳까지 갔습니다. 이 상황에서 인터넷을 막아 두면 좋은 효과보다는 당장 생활이 불편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인터넷 사용이 걱정되신다면, 이것을 제안한 선생님께서는 그 날 무엇을 하실 겁니까? 어른이라고 해서 되고 학생이라고 해서 안 된다고요?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왕 좋은 제도를 시행하자고 하면, 선생님들도 동참하셔서 자신들의 인터넷 사용을 통제해 보시고, 아날로그적인 환경을 경험해 보시죠? 학생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 저는 눈 감고 싶지 않습니다.

좀 감정이 격해졌지만, 자 돌아오자. 나는 KDE 커미터이고, 한국어 번역팀의 “얼마 안 되는” 인원 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 매일같이 KDE SVN에 연결해서 그 날마다의 소스를 받아 오고, 번역 작업을 해서 SVN 트리에 커밋한다. 이 과정에서 빌드가 깨지지는 않았는지, 또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신경써야 할 것은 내 일이다. 거기 너, 다른 사람이 일 하라고? 나는 내가 좋아서 취미 활동으로 KDE 커밋을 하는 데 니가 왜 내 취미 활동에 간섭하냐?

어쨌든 다음 번에 인터넷을 중단한다는 말이 나오면, 저번의 정독실 때와는 다른 더 강력한 무언가를 준비할 것이다.

대화의 부재

카이스트 면접이 끝나고 나서 학생회 게시판을 둘러 보다가 정말 황당한 글을 찾았다. 내용인 즉슨, 1학년 학생만을 대상으로 월화수 자습 시간에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들어만 보면 괜찮을 것 같은 정책이지만 정말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공지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학생들이 항의하니까 4주 동안 시범 실시해 보고 성과가 좋으면 그대로 간단다. 정말 말세다. 내 생각에는 시범 실시하고 효과가 좋으면은 단지 구색 맞추기로 집어 넣은 항목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저런 정책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만 있는 학생 잘못일까? 반발할 것을 알면서도 하악거리는 선생들 잘못일까? 비록 내가 정독실 추진에 반대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성급한 추진에 대한 반대였지, 그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학년 부장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서 입장을 잘 들어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대화의 부재는 서로 인정하였다.

그래도 이것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올해 들어서는 학생회 게시판에 먼저 손을 내미는 선생님들의 글이 많이 보여서 선생님들만 잘못했다고 할 수 없어졌다. 비록 학생회 게시판을 자주 확인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들은 소수이다. 많은 학생들이 빨리 빨리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학생회 게시판이고, 선생님들은 이것을 잘 활용해 주었다. 궁극적인 방법은 개별적으로 의견을 들어 보는 것이지만, 이것은 정말 정말 힘들다. 대화의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학생회 게시판을 사용하는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지역적인 상황을 보면 또 다른 것 같다. 올해 2학년이나 3학년 및 학생 부장 선생님은 학생회 게시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곳을 다른 선생님들보다 더욱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1학년들은 우리가 보기에도 정말 딱한 상황이다. 1학년들의 건의 사항을 보면 참 암담하다. 마치 새로운 정책을 실험하기 위한 쥐들 같아 보인다. 게다가 대화의 부재 문제는 우리들보다 더 심한 것 같다.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빨리빨리 통과되는 것을 보면 이것은 선생님들의 잘못이 앞서 경우보다 더 커 보인다.

(특히 1학년 부장 선생님에게) 학생들을 생각하는 정책을 만들기 전에, 제발 다른 선생님이 하는 것처럼 먼저 손을 내밀어 보았으면 좋겠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정책이 통과되는 분위기는 다 그랬다. 그러나 올해 중반부터는 상황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무슨 정책이든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받으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에 감동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이 흐름을 따라 오지 못하는 선생님들은 어서 다른 선생님들에게 배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