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1. 2007년 1월 말.
며칠 전부터 통화가 안 되더니, 드디어 LC8000이 전파를 못 잡기 시작했다. LG전자 서비스 센터에 가지고 간 결과, 1차 진단으로 안테나부터 바꾸어 보자고 했다. 안테나 수리 비용은 2만원 미만이라서 큰 기대를 했다. 그러나 웬일. 안테나를 새로 갈아 끼워도 전파 상태가 먹통이다. 결국 CDMA 모듈 교체까지 갈 뻔 했으나, 13만원이라는 비용 때문에 “차라리 새로 사겠다”고 결심해서 결국 SPH-W2100을 질렀다. 그 주변 가격이었다.
상황 2. 2007년 7월 초.
방학을 마치고 집에 와서 소니 미니 컴포넌트를 작동시켜 보았다. 그런데 카세트도 CD도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소니 서비스 센터에 가지고 가 보았더니, 카세트는 모터, CD는 픽업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서비스 센터에서 하는 말이, “수리 비용 정도면 요즘에는 동급 모델 새로 살 수 있다”. 그래도 음질이 꽤 괜찮아서 수리를 해 보려고 했다. 또 걸려온 전화 왈. “부품이 다 떨어져서 수리를 할 수 없으니 가져가라”. 결국 파나소닉에서 나온 미니 컴포넌트를 질렀으나, 소리 느낌이 달라서 아직도 어색하다.
상황 3. 오늘 아침.
며칠 전에 냉장고가 고장났다. 아침 8:30에 GE 서비스 센터를 불렀더니, 약 10:30에 온다고 했다. 공기 순환 팬 이상으로 수리비가 20만원 나온다는 진단을 했다. 컴프레서가 고장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수리비를 카드로 결제한 다음 냉장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것이 제대로 동작했다. 서비스 기사가 가고 나서 슬쩍 본 AS 내역서의 구입 일자. 1995년 12월 1일. 저번에 외할머니집 LG 냉장고가 고장났을 때 부품에 없어서 새로 산 것이 기억났다.
나는 웬만하면 새로 무언가를 사기보다는 물건을 고쳐서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 물건이 만들어진 지 오래 되면 되었을수록 힘들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제조회사마다 부품 보유 년한이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에 구입한 W2100의 사용설명서 뒤에는 부품 보유기간이 “제품 단종 후 5년”이라고 되어 있다. 5년? 그 다음에는? 그 다음부터는 운이 따라 주어야 한다.
냉장고 이야기에서 잠시 나왔던 외할머니 집 냉장고도 컴프레서 문제였다고 기억한다. 정확히 맞는 부품이 없어서 요즘의 부품 중 비슷한 것을 끼웠지만 동작하지 않았다. 결국 새로 사게 만든 문제다. 반면 우리 집의 GE 냉장고는 나온 지 10년이 넘은 모델이지만 아직도 부품이 있었다. 기본 구조를 바꾸지 않아서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재고가 한참 남아 있는 것인지 몰라도 놀라웠다.
또 하나의 이유는 새 것을 사는 비용이 놀라울 만큼 싸졌다는 것이다. 몇 해 전만 해도 물건이 고장났다고 버리고 새로 사는 것은 일부 부자들의 전유물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누구나 그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런 생각의 단점은 새로운 물건이 교체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지면서, 그만큼 부산물도 많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과연 오늘 버린 오디오를 어디에 어떻게 재활용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언젠가는 중고 휴대폰을 가지고 오면 KTX 승차권을 주는 이벤트도 하지 않았는가.
물건을 계속 고쳐서 쓰는 것이 자원 낭비를 하지 않는 길인 것은 안다. 그러나 현대의 상황은 그런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물건을 권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