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에 한국가기 – 1. 격리면제서 발급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꿔 놓긴 했지만, 가장 큰 것을 꼽아 보자면 역시 여행이 아닌가 싶다. 2020년에는 세계 대부분 공항의 이용객 수가 수직 낙하했고, 2021년에 와서는 슬슬 회복되어 가고는 있다. 나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에 근 3년 동안 베를린 밖을 벗어났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한국에는 물건만 갈 수 있었지 내가 가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아,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인 피폐해짐은 여기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2020년 한 해 동안은 거의 묶여서 지내다가, 2021년부터 백신이 천천히 보급되기 시작했고 제1세계에 사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시점에서는 “자기가 맞기 싫어서” 안 맞은 경우를 제외하자면 어떻게든 코로나19 백신을 구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게 없었던 시기에는 한국에 입국하려면 자가격리가 강제되었기 때문에 가고 싶어도 엄두를 못 냈던 사람이 꽤 많았다고 기억한다. 나 또한 6월과 7월에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언젠가는 한국에 들어갈 때 도움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적절한 시점에서 잠시 한국 방문을 계획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밖에서 예방 접종을 맞은 사람을 한국에서 어떻게 인정해 줘야 할 것인가가 2021년 중반에 나온 이후로 결국 예방 접종 인정 자체는 격리면제서의 형태로 2021년 8월부터 일부분은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동안은 해외에서 예방 접종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에서는 백신 미접종자와 거의 동일하게 취급했기 때문에, 내심 “아 이거 한국에 예방 접종 기록 등록하지 말고 4차까지 맞아 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되어 가는 눈치였기 때문에 그 생각은 그만두고 격리면제서 발급이나 받자!로 마음을 바꿨다.

일단 항공권을 발권한 다음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격리면제서를 받아 두기로 했다. 격리면제서의 유효 기한은 1개월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빨리 준비할 필요는 없으며, 코로나19로 인한 항공편 운행 상황을 알기 힘들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서 항공권을 발권했다. 요새는 비행편이 취소되거나 PCR 검사를 실패해서 비행기를 못 타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싸다고 취소나 여정 변경 불가 항공권을 끊기보다는 좀 돈이 더 들더라도 변경 가능한 항공권을 끊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여행자 보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고: 지금부터의 내용은 빠르게 변경될 수 있음. 주 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공지 참고)

준비해야 할 서류 자체는 재외공관마다 거의 동일하다. 독일에 있는 한국 재외공관이라면 주별로 관할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독일 내 주소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Aufenthaltstitel 카드 뒷면 스캔으로 충분). 그리고 독일 기준으로는 Impfpass(개인 신상 정보면과 코로나19 접종 기록 필요), EU 디지털 인증서를 위한 QR 코드가 인쇄된 종이나 앱에 등록 후 캡처한 부분이 필요하다. 문제는 QR 코드나 앱 캡처 화면은 2/2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1/2, 2/2가 모두 나와 있어야 하고, 내 경우에는 독일에서 CovPass 앱이 시행되기 전에 모더나로 1차 접종을 맞았기 때문에 1차 접종을 증명하는 QR 코드가 따로 없었다. 그리고 1차 접종을 받았던 시점에서는 Impfpass를 잃어버려서 1차 접종은 Impfzentrum에서 나눠 준 별도의 종이에 백신 LOT 번호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나중에 받은 Impfpass 상에는 1차 접종이 사후에 옮겨서 기록된 걸로 나와 있었기 때문에 Impfpass뿐만 아니라 1차 접종 당시 접종 센터에서 나눠 준 종이까지 같이 스캔해서 첨부했다.

필요한 Impfpass 스캔본의 예시. 악용 내지 도용 방지를 위해서 불필요한 부분은 가림.

모든 문서를 스캔한 후 파일 하나로 만들어서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삽질을 좀 했다. 가족관계증명서는 공동인증서 등 한국 인증서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집에 부탁해서 스캔본을 받았다. 나머지 모두는 복합기로 스캔한 다음 최종적으로 pdftkimg2pdf를 사용하여 PDF로 이어붙였다. 뭐 여기가 pdftk나 img2pdf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곳은 아니므로 자세한 방법은 생략.

재외 공관이나 체재 지역마다 격리면제서 발급 담당 이메일 주소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각국 대사관 홈페이지를 참조해야 한다.

신청한 후 며칠 지나서 이메일로 격리면제서가 도착했으며, 이제 이걸 4부 인쇄해서 들고 들어가면 된다.

2021-12-03 업데이트: ㅋㅋㅎㅎㅅㅂㅅㅂㅅㅂㅅㅂ… 결국 이 모든 소용이 뻘짓이 되어 버렸다. 입국 예정 일자는 12월 16일 이후기는 한데, 그 때의 자가격리 정책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