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무작정 한국어 번역을 해 보겠다고 팀에 뛰어들거나 프로그램 메인테이너에게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이 글은 이런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가 될 글일 것 같으니깐, 까는 것 같아도 원래 의도가 그러니깐 이해해 주기 바란다. 하여간 한국어로 되어 있지 않은 프로그램을 번역한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번역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조언이 없으면 도리어 욕만 먹고 갈 수도 있다. 그러니깐 이 글을 따라가 보자.
우선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프로젝트 내부에서는 영어로 대화가 진행된다. 그래서 영어를 못 알아 들으면 업스트림과 통신이 되지 않아서 번역 작업을 할 때도 애로 사항이 꽃필 것이다. 대부분 프로그램들의 번역 안내는 다 긴 영어로 된 글로 쓰여 있고, 작업물을 메인테이너에게 보낼 때에도 영어로 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영맹 티를 팍팍 낸다면, 한국어 번역이 좋았다고 해도 자기가 영어를 읽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에 좋은 번역이 될 리가 없다. Hi How are you!!! 정도만 쓸 수 있는 실력이라면 어서 돌아가서 다른 일을 찾아보기 바란다.
번역은 무엇보다도 편의성이 중요하다. 자신이 한국어를 사랑하고 있든, 한자 빠돌이든 번역할 때는 집어치워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용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내가 한국어를 사랑한다고 억지로 순 한국어 낱말만 쓰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편만 초래한다. 당장 예제를 보고 싶다면, 주위에 있는 KDE를 사용하는 배포판들을 하나 잡아서 깔아 보기 바란다. 번역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메인테이너가 순 한국어 낱말의 사용을 강조한 나머지, 대부분 사용자에게 명확한 의미 전달을 못 해 주었기 때문이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끌여들어서 테스트, 테스트, 테스트해 보고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자.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도 있을 것이고, 잘못 번역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게 잔소리로만 들린다면 어서 돌아가서 다른 일을 찾아 보기 바란다.
또한 번역은 꾸준히 해야 한다. 메인테이너가 손을 대지 않아 버리면 프로그램이 발전하는 속도를 번역이 발전하는 속도가 못 따라갈 수 있다. 그런 일이 한 해 두 해 쌓이다 보면 너무 많은 부분이 틀어져 버려서 사용성 꽝이 될 수 있다. KDE 번역 파일들도 2001, 2002년에 수정된 것 다음에는 2004년에 부분적으로 수정된 것이 전부다. 올해가 2007년이고 그 동안 KDE는 엄청난 발전을 했다. 번역이 이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안 한 것만 못 하게 된다. 이것은 다음 버전 번역가에게도 피해가 되는데, 실제로 KDE 4 번역을 하면서 기존 문자열은 없는 것만 못하다 수준으로 바꾸어야만 했다. 다음 메이저 버전이 나올 때 내가 번역을 하기 두렵다면 어서 돌아가서 다른 일을 찾아 보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비공식 한글 패치 내놓는 팀들. 언제까지 비공식으로만 있을 것인가. 프로그램의 정보에 자기나 팀 이름이 박히는 것이 좋지 않은가! 폐쇄적인 번역 팀 사이트만 운영하지 말고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오기 바란다! 메인스트림과 대화하기 싫다면 어서 돌아가서 다른 일을 찾아 보기 바란다.
하핫. 뭔가 좀 찔리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