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

그래 내가 왜 초인이라고 했을까.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글을 쓰는 걸 봐도 내가 지금 제정신은 아닌 거 같다. 일본 RSSF의 빡빡한 일정을 다 마치고, 그리고 공항에서 짐을 한 번 잃어버릴 뻔도 하고, 학교 와서는 독서대로 짐 옮긴다고 삽질하고, KTF한테서는 말도 안 되는 소리도 듣고 오는 하루였다. 평소 같으면 쓰러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RSSF 때는 평소보다 더 일찍인 새벽 6시 정도에 일어나기도 했고, 평소대로 자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특별히 피곤하거나 한 것은 없다. 왜일까. 내 내부의 에너지를 지금까지 다 끌어내지 못하고 뻗은 것 아닐까. 간사이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그런 생각이 자꾸 들었다.

오늘 와서는 독서대 짐 정리라는 큰 일을 해 냈는데, 이것도 생각만큼 피곤하지 않았다. 미리 꾸려 놓은 것에다가 내가 사 온 것들을 덧붙이는 정도였긴 했지만, 짐 자체가 무겁기도 했다. 그런데도 지금 그다지 피곤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고, 나중에 씻으러 가야겠다는 생각만 들고 있다. 이건 뭔가 수상할 뿐이다.

이번 RSSF에서 얻은(?) 것 중 하나는 내 내부의 에너지를 끌어내는 법이기도 한 것 같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런 일정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그 동안 내가 너무 게을렀다는 생각도 들고 내 체력의 한계가 더 높았다는 느낌도 온다. 받은 충격도 크긴 컸지만, 내 잠재 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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