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로 돌아왔더니, 이제는 아주 벌점만능주의가 극도에 달하고 있다. 자 오늘은 학교 축제의 시작이라고 한다. 어제 수업들은 원래 공강이 많아서 제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부터의 축제에는 나도 학생이다 보니까 어찌저찌 연결이 될 것만 같다. 그런데 축제 첫 단추부터 아주 벌점이라고 하신다?
일본에서 학생회 홈페이지를 확인했던 결과, 이번 해 체육대회는 전교생이 다 참여해 달라고 했다. 작년까지는 1학년만 의무 참여였지만 갑자기 이렇게 바뀐 걸 보니 좀 많이 수상했다. 어제 8교시에 예비 소집도 하자고 했던 걸 보면 더더욱 냄새가 났다. 나는 그 때 마침 일본에서 돌아왔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빠질 수 있었지만, 그 다음 날이 걱정되었다.
아침부터 무려 5번이나 안내방송으로 체육대회와 SAC 개막식에 참여해 달라는 말이 나왔다. 뭐 SAC 개막식이라면 충분히 갈 의향이 있었지만, 거기 갔다가는 체육대회에 갇힐 뻔 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피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방송을 한 사람은 다 달랐고, 마지막 방송은 아주 가관이다? 평소 하던 대로, 학교에서 행사 하나 열어 두고 “안 오면 벌점”이란다. 어이구.
올해 와서 이 벌점 만능주의는 선생들의 무기가 된 것 같다. 사소한 행사든 뭐든 안 오면 벌점. 작년까지는 그래도 전교생 동원 행사가 적었지만, 올해 와서는 뭐든 전교생을 동원하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 그리고 “안 오면 벌점” 무기를 사용해서 강제로 오게 만든다. 내 생각이지만, 체육대회에 전교생 참여도 왠지 뒷거래가 있었을 것 같다.
학교 축제가 자발적인 참여로 만드는 것이 맞다면, 첫날부터 벌점이라는 카드를 써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나는 여기 벌점 먹이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리고 매일같이 사소한 행사를 하면서 벌점을 주는 것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해서, 이 글을 써 본다.
추가. 이런 걸 독려문이라고 쓰는 이유는? 내가 보기는 독려보다는 협박 같아 보이는데. 거 참 축제 때 학생 참여를 끌어내려고 하는 것은 좋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본교 1학년 학생들은 11월 8일 오전 09시부터 13시까지 “인문학술대회 및 총장님 특강 그리고 시사토론”에 꼭 참석하기를 바랍니다.
주의사항 : 특히 사회, 체육과목 수강학생들은 출석 참여 점수에 적극 반영하고, 확실한 이유가 없는 불참자는 벌점을 부여함.(인문사회부장 남율수, 특별활동부장 안정덕)
음 옛날에 생각하기에는 10년쯤 지나고 시대가 바뀌면 학교들이 좀더 자유롭게 바뀔 줄 알았는데 여전해요. 게다가 학교를 마치고 어른이 되고 독립을 하면 이 컨트롤을 벗어날 줄 알았는데, 저는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수없이 컨트롤들과의 투쟁이 끝나지 않았다는 거! 🙂
이렇게 역사가 반복되는 걸 보면 컨트롤의 피해자가 나중에는 control freak으로 변신한다는 얘기죠. 지금의 짜증나는 느낌을 잘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입장이 되더라도 그렇게 하지 말아요. =3=33
넵. 저희 후배들은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전 일반고 다녔는데, 여기서는 접심시간에 딴데가면 맞아요. 공부안한다고 두들겨 패요 -ㅅ-
그리고 요즘에는 새로 생긴 조항이, 독서실 교내에 있는 것도 지정시간 이외에 이탈하거나 무단침입시 교무실 챗바퀴돌리기(선생님들이 훈계하거나 만약 그래도 말을 안들으면 발각된 자리에서 살해당해 교내에 버려짐)…. 물론 자주그러는 사람들만 그렇게 하지만, 아마도 애들이 날이 갈수록 버릇이 없어져서 그런지 좀 강력하게 제제하더라고요. 아마 그 쪽의 후배들도 나날이 벌점항목이 늘어가서 괴로울지도 모르겠네요
흔히 그런 상황에서 “나도 당했으니 너희도 그렇게 한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끊기지 않는 고리를 정당화시켜 줄 핑계일 뿐이죠. 어쨌거나 여기도 일반고하고 분위기가 비슷하게 흘러 가서 걱정입니다.
좀 뭐랄까요. 간단하게 말하면 일단 고등학생을 다루는 태도라는 것이 나올 수 밖에는 없는걸까요.
일단 좀 어리다는 걸 배제하고 그 인간자체를 봐줬으면 하는데, 아직은 그런 풍토가 정착하려면 멀었나봅니다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