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N810의 GPS는 상당히 악명이 높다. GPS의 성능을 결정짓는 데는 여러 변수가 있다. GPS 모듈 그 자체, 안테나 구조, 기존 정보 저장 여부, A-GPS 사용 여부 외에도 더 있을 수 있다. 처음 N810이 나왔을 때에는 A-GPS도 없어서 맨 하늘을 위성 잡느라 다 헤집고 다녔지만, 그나마 A-GPS가 나오고 난 다음에는 그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긴 했다. 그 획기적으로 준 시간이란 게 한국 내비게이션의 시간과 비교하면 좀 상당히 길긴 하지만. 내가 처음 A-GPS를 설치했을 때는 데이터 연결을 통해서 현재 위치에서 잡을 수 있는 위성 신호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몰라서 ‘왜 시간이 줄어들지 않나’ 의아해한 적도 있었다.
이 모든 문제점은 외부 블루투스 GPS를 사용하면 해결된다. N810은 실제로 외장 블루투스도 쓸 수 있도록 배려해 두었다. 돈만 있다면 얼마든지 외장형 블루투스 GPS를 사다 연결해도 되지만, 나는 그럴 돈도 없으며 굳이 살 필요성을 못 느껴서 노키아 6210을 블루투스 GPS로 개조시키기로 했다. 일단 휴대폰에 ExtGPS를 설치한다. jar 파일과 jad 파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받아다가 적절하게 설치한다. 실행하면 맨 처음에 각종 보안 경고를 물어보는데, 블루투스와 GPS에 접근하기 때문에 그렇다. 이제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기기와 통신을 시도하면 GPS 서비스를 볼 수 있고, GPS 신호를 잡으면 준비가 완료된다. 내 경우 ExtGPS를 종료해도 GPS가 꺼지지 않아서 수동으로 폰을 다시 껐다 켜야 했다.
N810에 외장 GPS를 연결시키려면 제어판(Control Panel)에 있는 GPS 위치(GPS Location)를 선택한다. N800은 내장 GPS가 없어서 블루투스 GPS만 있겠지만, N810은 내장 GPS와 블루투스 GPS 중 선택할 수 있다. 내장 GPS만 잡혀 있다면 새 장치 추가를 눌러서 블루투스 GPS로 변신한 휴대폰을 추가해 준다. 장치를 페어링할 때는 휴대폰 아이콘만 보이지만, 실제 충분히 GPS 기능을 할 수 있다.GPS 신호가 잡혔으면 아래의 위치(Location)를 눌러 본다. 내장 GPS와 다름없이 현재 보이는 위성 수 및 위도, 경도, 속도가 표시된다. 노키아 6210의 내장 GPS 데이터 프로그램에서는 위도와 경도를 볼 수 없지만, 단순히 ‘전송’ 기능이 있다고 이 정보를 숨기는 건 눈 가리고 아웅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얼마든지 차량용 내비게이션은 위도와 경도를 표시해 주며, 북한 핑계를 대는 사람들에게는, 어차피 간첩들은 이렇게 숨기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알아서 정보 잘 빼 가니까 핑계 대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다. 사실 외부 프로그램을 통해서 얼마든지 위도와 경도는 볼 수 있다. 아래 좌표는 집에서 GPS를 잡아 본 것이다. 창가에 걸쳐 두니까 신호가 잡혔다 안 잡혔다를 반복하였다.
Maemo Mapper는 노키아 인터넷 태블릿의 업데이트도 잘 안 되는 지도 프로그램의 훌륭한 대안이다. 구글을 포함한 여러 지도 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휴대폰이나 무선 랜 필요) 및 다운로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 물론 한국 지도도 잘 지원하므로, 난 이걸 잘 쓰고 있다. 여행 갈 지역의 지도를 미리 저장해 두었다가 표시만 시켜 주면 내비게이션처럼 쓸 수 있다. 경로 표시 및 관리도 지원하므로 나는 철도 여행기를 기록할 때 쓰곤 한다. 이제 Maemo Mapper의 GPS 설정을 잠깐 살펴보자.
블루투스 GPS가 기본값으로 선택되어 있으며, MAC 주소를 적지 않은 경우, N810에서는 기본 내장 GPS를 사용한다. 장치 파일은 GPS 파일을 직접 찌를 수 있으며, gpsd 데몬을 통해서 접근할 수도 있다. 블루투스 GPS를 여기에서 직접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면, 신호가 잘 잡힐 때에는 괜찮지만 한 번 터널을 들어갔다 나오면 GPS 신호를 잡지 못해서 내장 GPS를 잡으려고 시도한다. 그러다가 외장 GPS 신호가 다시 잡히면 낭패를 왕왕 보곤 한다. 해결책은 장치 파일을 통해서 GPS에 접근하거나, gpsd 데몬을 사용하는 것이다. N810의 gpsd 데몬은 GPS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켜져야 작동하므로, 기왕 gpsd 데몬을 사용하기로 했으면 KML 파일 자동 작성 등의 여러 기능이 있는 minigpsd(Maemo Extras에 있음)를 사용하는 게 좋다. Maemo Mapper에서 gpsd를 사용하기로 했다면 누군가 수동으로 gpsd를 켜 줘야 하는데, N810 기본 프로그램만으로 켜는 방법은 지도를 실행시키거나 제어판에 가는 방법이 전부이다!
여기까지 따라왔다면 Maemo Mapper가 알아서 GPS 위치의 지도를 보여 주며, 지도가 없으면 다운로드하려고 시도한다. 구글 한국 지도를 다운로드하려면, 일단 기본 리포지토리를 다운로드해 둔 다음 mtX.google.com을 mtX.gmaptiles.co.kr로 바꿔 주기만 하면 된다. 대신 이 경우 한국을 제외한 외국 지도가 다운로드되지 않으므로, 사본을 하나 만들어 두면 좋다. 위성 신호가 제대로 잡혔으면 작업 표시줄의 위성 아이콘에 녹색 원호가 그려지며, 블루투스도 당연히 불이 들어온다. 주변 지도가 보였으면 성공한 거니까 밖으로 나가서 원하는 뭐든지 시도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