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에 한국가기 – 2. 비행기표 예약과 한국행까지

격리면제서가 날아가서 결국에는 자가격리는 불가피하게 되었지만, 한국행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행기표는 그냥 있는 그대로 끊었다. 2021년 12월 현재 루프트한자는 프랑크푸르트/뮌헨발 서울행을 각각 4회/3회 굴리고 있고 이걸 합치면 독일발 한국행이 매일 뜨고는 있다. 그러나 나는 출발지가 어차피 베를린이기 때문에 환승을 하기는 해야 하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서도 목적지가 부산인데다가 김해국제공항으로 직접 들어올 수가 없기 때문에 환승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PCR 검사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가 없고 일정이 역시 어떻게 변경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예약 변경이 가능한 표를 끊기로 했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 루프트한자의 이코노미는 Basic/Basic Plus/Flex로 나뉜다. 셋 다 예약 변경 수수료는 없지만 차이는 환불 가능 여부에 있고, 나는 어차피 환불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이코노미 Basic을 그냥 끊었다. 게다가 무료 수하물에도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예약 취소를 감안하고 티켓을 살 필요는 없었다.

아 물론 이 가격에 비행기 표를 끊었다는 거는 아님

문제는 독일에서 받아야 할 택배가 있었기 때문에 비행기 표를 좀 늦추었는데, 온라인으로 예약을 변경하려고 보니 불가능했다. 루프트한자 독일 콜센터는 참 악명이 높다는 말이 있었지만 그 동안에는 예약을 변경할 일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불가피했다. 콜센터 자체는 24시간 영업 중이긴 하지만 통화 성공률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을 이 기회에 느낄 수 있었다. 나만 하더라도 거의 5회 정도 기다린 끝에야 통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독일 업무 시간 이외에 전화한다면 영어로 통화하는 게 성공 확률을 높여 주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뭐 성공하기는 했다. 문제는 그 통화라고 해도 거의 50분 가까이 대기를 하다가 연결이 되었다. 휴대폰 요금제에 통화 무제한이 끼어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꽤나 통화료가 나왔을 것이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루프트한자 잊지 않겠다

그리고 출발 2일 전에 PCR 검사를 예약했다. 베를린에서는 direkttesten.berlin 사이트에서 PCR 검사가 가능한 검사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Bietet bestätigende PCR Tests an” 옵션을 선택하면 PCR 검사소를 볼 수 있고, 지도에 표시된 핀을 클릭하면 검사소 정보를 볼 수 있다. 문제는 무료로 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Bürgertest라고도 불림)와는 다르게 “여행” 목적의 PCR 검사는 가격 상한선이 없고, PCR 검사 속도와 검사소에 따라서 가격이 다르다. 내가 예약한 곳에서는 약 60유로에 당일 PCR 검사가 되었는데, 이 가격으로는 다른 검사소에서는 36시간 정도에 검사가 가능하다. 이 검사소에서는 가글로 시료를 채취하는데, 가글액이 가급적이면 목까지 닿아야 한다고 현장에서 안내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가급이나 면봉 둘 다를 인정하기 때문에 이 방식도 가능하다. 오전 11시에 시료를 채취했고, 검사 결과가 나온 것은 오후 11시 정도였다. 이제 이걸 혹시나 몰라서 미리 3부 정도 인쇄해 두었다. 한국에서 유효한 PCR 검사 결과로 인증(질병관리청 참고)하는 성명, 생년월일, 검사 방법, 검사 일자, 검사 결과, 발급 일자, 검사 기관명은 모두 나와 있었다.

없으면 비행기 입구컷 당함

베를린 공항에서는 접종 상태를 간단히 확인했고, 저 문서 확인은 뮌헨 공항에서 한국행 게이트 앞과 인천국제공항에서 제대로 했다. 뮌헨 공항에서는 한국행 게이트 앞에 별도의 인원을 배치하여 문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항공권에 별도의 스티커를 붙여 주고 있었다. 뮌헨발 서울행은 A350으로 운항하고 있는데 비행기의 1/3-1/2 정도만 차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3열 시트를 전부 차지한 채로 누워 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 와중에 한국 입국에 필요한 건강상태 질문서에 평소 지병이었던 비염 때문에 기침이 있었다고 표시를 했으나, 이것 때문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유증상자 취급받아서(입국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음) 입국도 나머지 사람들과는 따로 해야만 했다. 그리고 입국 심사를 금방 통과하지 못하고 인천국제공항에서 떨어져 있었던 국립검역소로 별도의 차량으로 이동하여 PCR 검사가 나오기까지 추가로 6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이렇게 표시했던 사람들 중에는 실제로 기침이 좀 심했던 사람도 있었고 PCR 검사 결과가 실제로 음성이었던 사람도 있었다. 약 절반은 무사히 풀려 나왔고 나머지 절반은 PCR 검사 결과가 미확정이었거나 다른 증상이 있어서였는지 풀려 나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이해는 갔지만 막상 당해 보니 “아 여기는 한국이었구나”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집으로 이동한 다음에는 원래로는 다음 날 보건소에 출석하여 검사를 받았어야 했지만, 이미 인천국제공항 검역소에서 PCR 음성이 나왔기 때문에 도착 후 검사는 생략할 수 있었다. 이제는 자가격리 10일이 지나야 다시 풀려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