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방학 계획은, 방학 초, 그러니까 1월 4일을 낀 주에 서울에 있는 한의원을 들리는 김에 내일로 끊어서 전국 철도노선을 정ㅋ벅ㅋ하고 그 다음부터 Noah3K 개발 및 DS PT 공부를 잡아 놨다. 한파 소식이 들려오면서, 이 계획은 본질적으로 어긋났다. 1월 첫째 주 한파는 뉴스에도 나와서, 그 때 서울을 비롯한 북쪽으로 올라갔다가는 정ㅋ벅ㅋ이고 뭐고 얼어붙을 수도 있었다. 하긴 수도권 전동차들 출입문이 얼어붙었기에 내일로 타고 다녔다가는 좌석을 못 잡을 가능성도 있었다. 이것과 더불어 여러 복잡한 일들, 한의원 예약 등이 겹치면서 1월 16일 시작까지 미루어졌다. 뭐 덕분에 방학 후반부 계획이 거의 다 끝장났지만.
여튼 이런 일이 있어서 1월 16일 한림정역에서 RDC를 타고 내일로 여행을 시작했다. 16일에는 오후 2시까지 서울에 있는 한의원을 가야 한다는 조건이 걸려서 내일로로는 커버가 되지 않는 KTX를 탔다. 경부선 구간이야 KTX, 새마을로 완주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내일로에서는 경부선은 최대한 피하는 쪽으로 계획을 짰다. 일단 한림정 역에서 동대구행 무궁화 1904 열차를 기다렸다. 한림정역 현재 승강장 바로 뒤로는 경전선 복선전철화 신 역사가 지어지고 있었고, 노반 자체도 이 글 쓴 시점에서 어느 정도 갖춰져 있었다. 봉하드리프트부산신항선의 기능도 겸하는 구간이기에 공사가 빨리 올라가는 듯 하다.
동대구역에 와 보니, 부산역처럼 경부선 KTX 2단계 개통을 대비한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공사하는 건 부산역처럼 덮이지 않은 플랫폼을 덮고 추가 건물을 짓는 것이다. 덕분에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깔끔했던 동대구역 플랫폼에 가림막이 올라가고 난리가 났다. #354 열차가 거의 바로 들어와서 동대구역을 자세히 둘러볼 수는 없었고, 바로 KTX 열차로 몸을 옮겼다.
서울 도심에 있는 한의원에 갔다가 바로 무궁화 #1821로 갈아탔다. 경원선은 통근열차 타려면 저기 소요산까지 올라가야 했고, 경의선은 수도권 전철 개통 덕분에 통근열차가 문산-도라산까지로 대폭 축소되어서 내일로로 커버가 불가능에 가까워졌다. 경춘선도 수도권 전철이 뚫리면 이런 짓을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완주한다는 생각으로 남춘천행 무궁화호를 닥치고 탔다. 동해남부선과는 진짜 비교되게끔 일부 구간은 신선에 터널로 이미 이설했고, 복선 궤도도 일부 구간에는 올라가 있다. 겨울에도 워낙 MT를 많이 가는지 탈 때부터 앉아서 가기도 힘들었다. 가평이나 강촌쯤 가야 자리가 보였다. 남춘천역과 춘천역은 한창 공사 중이었고, 춘천역 앞에서 막국수를 먹은 다음 청량리로 되돌아왔다.
청량리역에서 약 2시간 정도를 기다린 다음 강릉행 무궁화 열차로 갈아탔다. 청량리역을 출발하야 제천까지 중앙선을 통과하고, 제천에서 동백산까지 태백선, 동백산에서 강릉까지 영동선을 통과한다. 도중에 스위치백 구간이 있어서 그걸 기대하고 탔다. 청량리에서는 확실히 사람이 많아서 덕소를 지나 앙평까지는 기관차 바로 뒤에서 구동음을 들으면서 갔고, 양평쯤에서 객실로 들어가서 앉았다. 확실히 중앙선의 수도권 전철 공용 구간은 최근에 깔려서인지 속도도 팍팍 내고 터널도 많이 보인다. 용문역을 지나서는 아직 복선화 공사는 덜 되었다. 원래 계획은 영동선 스위치백을 볼 때까지 깨어 있기였으나…
… 도중에 세수 한 번 하고 나서 곯아떨어진 다음 어느새 열차는 동해를 지나 강릉까지 다 왔다. 눈 떠 보니 사람들이 왠지 아무도 없길래 뭔가 일이 꼬인 듯 했다. 스위치백 구간과 중앙선 루프터널을 통과했다는 분함 때문인지 열차에서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 뭐, 어차피 강릉역에서 어디로 되돌아가려면 영동선을 다시 밟아야 했으므로 스위치백은 다시 볼 수 있었다(만 이것도 졸아서 놓칠 뻔 했다.)
오늘 탄 구간과 구간별 운임:
- 무궁화 #1904(RDC) 한림정 9:55->동대구 11:01 \4,800
- KTX #354 동대구 11:15 ->서울 12:57 \41,100
- 무궁화 #1821 청량리->남춘천 \5,600
- 무궁화 #1832 남춘천 18:40->청량리 20:34 \5,600
- 무궁화 #1642 청량리 22:40->강릉 4:57 \22,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