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역에서 잠깐 노숙한 다음 6시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1671 열차를 타고 영동선 정ㅋ벅ㅋ을 위해서 영주로 갔다. 중앙선 비전화구간을 거쳐서 동대구로 가는 열차이지만, 영주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관차 교체 없이 강릉역에서 바로 디젤기를 달고 동대구로 간다. 주 목적은 영동선으로, 스위치백 감상도 겸하고 있다. 헌데 기차 안에서 노숙을 한 나머지 피로가 제대로 안 풀려서, 영동선 초반과 스위치백까지는 거의 잠 자면서 통과했다. 오전 7시쯤 되어서 해가 떴을 때 눈을 떠 보니, 다행히도 스위치백은 지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이미 열차는 한 번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올라가고 있었고, 선로 아래쪽을 쳐다보니 진짜 높이 올라오긴 했다. 스위치백을 통과한 다음 역 사진이나 찍으면서 가자 했는데, 정작 건진 건 춘양역 뿐이다.
일단 영주역에 도착한 다음 맞이방으로 들어갔다. 영주역에서 내일로 티켓을 발급한 사람을 위한 이벤트로 역 한켠에 남녀 침대차 각각 1대씩을 갖다 둔 게 보였다. 침대차 보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지라, 안에 들어가 보고는 싶었으나 그냥 나왔다. 역 밖으로 나와 보니 과연 내륙답게 눈이 잘 쌓여 있었다. 다음 열차는 무궁화호 1793 열차로, 모 백과사전 설명처럼 경북선 역들이 그렇게 수요가 없는가 궁금해서 타 봤다. 10시 30분 출발 열차이고, 앞에 등장한 기관차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봉.고. 이게 왜 경북선으로 들어가는가 좀 의아해 했다. 경북선 무궁화는 전역 정차인만큼 사람 태워봤자 얼마나 태울까 싶었는데…
당장 상주역에서부터 사람들을 엄청 태웠다. 게다가 무려 자동 안내방송이다. 무궁화호 자동 안내방송을 몇 번 들어보지 못해서 더 신기했다. 점촌역으로 와 보니 901호 증기 기관차가 유치되어 있다. 1994년에 중국에서 사 왔다가 IMF 크리와 수요 부족으로 2000년쯤 운행이 중단된 채 방치되었고, 결국 최근 와서야 화물 취급 받으면서 점촌역에 운행 중단한 상태로 모셔져 있다. 점촌을 지나 온갖 역에 다 서면서 승객들을 다 끌어 모으니 완전히 빈 차로 가지는 않았다. 김천 거의 다 와서는 로윈 공장이 옆쪽에 보이고, 김천을 지나니 경부선 무궁화처럼 사람들이 많이도 탔다.
동대구역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이번에는 대구선 및 중앙선을 경유하여 영주로 다시 올라간다. 시간표에는 없어서 몰랐는데 4410 열차? 열번은 마치 임시열차 같아서 내일로로 탈 수 있는가도 궁금한데 무궁화? 내일로로 승차 가능? 굳. 동대구역에서 타려던 1674 열차보다 어쨌든 빨리 출발했기에 과감히 바꿔탔다. 요금은 일반 무궁화와 같으며, 경상북도의 각 지역별로 내외부 도색이 되어 있으며, 까페차에서 파는 물건도 달랐다. RDC치고는 무려 LCD 모니터도 달려 있어서 각 지자체 홍보 영상 및 현재 위치가 안내되었다. 아직 운행 초기인지 지자체 영상이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오는 등 미숙한 면도 보였다. 좌석 배치는 공항철도 직통열차 좌석처럼 되어 있으며, 아마도 양 끝 LCD 모니터 때문인 듯 하다. 그래 봐야 공철 직통이나 KTX와는 달리 자리를 돌릴 수 있다. 어르신들이 관광 열차라는 말 때문에 돈 더 내야 하는 거 아닌가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보였다. 재미난 볼거리 덕분에 영주까지는 지겹지 않게 왔다.
이제 영주에서 제천, 제천에서 대전역으로 간 다음 학교에서 자면 된다. 겨울방학 때 학교에 남은 룸메놈에게 전화를 해 봤더니, 겨울방학 임시 룸메이트가 가서 기숙사 방이 비었다고 전했다. 덕분에 동아리방 수면은 면했다. 영주역에 진입한 다음 기관차 교체를 고려해서 시간표가 짜여 있어서, 기관차 교체가 빨리 끝나면 지연 회복도 가능해 보였다. 1612호 무궁화 열차를 타면 제천역에서 환승할 수 있는 시간이 칼같이 10분이라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열차가 지연되지 않아서 환승은 무리없이 했다.
제천역에서 플랫폼을 건너가 충북선 열차로 갈아타고 대전으로 왔다. 중앙선 쪽 구간은 산지가 좀 많지만, 청주 시내쯤 오니 그냥 평지를 지나가고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대전행 열차를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청주역을 잠깐 지나니 뭔가 플랫폼이 확 넓어지면서 저기 저 구석에 오송역이라는 화물 전용역이 보이고, 그 위로 KTX 선로와 오송역 구조물이 올라오고 있었다. 지금 당장 역 주위를 보아도,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다. 이러다가 나중에 진짜로 역 지어지면 충북선 열차 정차시킬 기세다. 1900년대 초반 호남선이 대전분기로 지어지면서 대전시가 발전하는 걸 기대하고 오송분기를 각목 써서 끌어온 듯한데, 지금은 2000년대다.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대전역으로 들어온 다음 도시철도로 갈아타고 학교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하루 몇 편 없는 대전발 광주행 무궁화를 타기 위해서 일찍 일어나야 했기에 피곤함을 무릅쓰고 일어나야만 했다.
오늘 탄 구간과 구간별 운임:
- 무궁화 #1671 강릉 6:00->영주 9:54 \12,100
- 무궁화 #1793 영주 10:30->동대구 13:24 \11,800
- 무궁화 #4410 동대구 15:40->영주 18:18 \9,600
- 무궁화 #1612 영주 19:27->제천 20:30 \4,000
- 무궁화 #1716 제천 20:40->대전 22:54 \9,900
- 합계 \47,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