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면접이 끝나고 나서 학생회 게시판을 둘러 보다가 정말 황당한 글을 찾았다. 내용인 즉슨, 1학년 학생만을 대상으로 월화수 자습 시간에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들어만 보면 괜찮을 것 같은 정책이지만 정말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공지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학생들이 항의하니까 4주 동안 시범 실시해 보고 성과가 좋으면 그대로 간단다. 정말 말세다. 내 생각에는 시범 실시하고 효과가 좋으면은 단지 구색 맞추기로 집어 넣은 항목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저런 정책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만 있는 학생 잘못일까? 반발할 것을 알면서도 하악거리는 선생들 잘못일까? 비록 내가 정독실 추진에 반대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성급한 추진에 대한 반대였지, 그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학년 부장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서 입장을 잘 들어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대화의 부재는 서로 인정하였다.
그래도 이것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올해 들어서는 학생회 게시판에 먼저 손을 내미는 선생님들의 글이 많이 보여서 선생님들만 잘못했다고 할 수 없어졌다. 비록 학생회 게시판을 자주 확인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들은 소수이다. 많은 학생들이 빨리 빨리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학생회 게시판이고, 선생님들은 이것을 잘 활용해 주었다. 궁극적인 방법은 개별적으로 의견을 들어 보는 것이지만, 이것은 정말 정말 힘들다. 대화의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학생회 게시판을 사용하는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지역적인 상황을 보면 또 다른 것 같다. 올해 2학년이나 3학년 및 학생 부장 선생님은 학생회 게시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곳을 다른 선생님들보다 더욱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1학년들은 우리가 보기에도 정말 딱한 상황이다. 1학년들의 건의 사항을 보면 참 암담하다. 마치 새로운 정책을 실험하기 위한 쥐들 같아 보인다. 게다가 대화의 부재 문제는 우리들보다 더 심한 것 같다.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빨리빨리 통과되는 것을 보면 이것은 선생님들의 잘못이 앞서 경우보다 더 커 보인다.
(특히 1학년 부장 선생님에게) 학생들을 생각하는 정책을 만들기 전에, 제발 다른 선생님이 하는 것처럼 먼저 손을 내밀어 보았으면 좋겠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정책이 통과되는 분위기는 다 그랬다. 그러나 올해 중반부터는 상황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무슨 정책이든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받으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에 감동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이 흐름을 따라 오지 못하는 선생님들은 어서 다른 선생님들에게 배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