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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Akademy 여행기: 제 1일

올해 Akademy는 핀란드에서 열린 덕분에, 예년에 비해 참가하기 위해서 준비해야 했던 돈도 조금 많이 필요했다. 2008년과 2009년 Akademy 때는 딱 거기만 둘러보고 왔던 과거가 있어서 올해는 북유럽 여행까지 같이 계획해 버려서, 두 해 전에 비해서 결코 돈이 많은 편도 아니었다. 딱 5월 말에 핀란드로 가는 항공권을 마련해 놓고, 6월에는 핀란드 탐페레 및 북유럽 투어 코스를 짠다고 한 달을 다 썼고, 7월에는 드디어 출국이다.
집 근처에서 김해공항 리무진을 타고(정류장별 첫차 시간은 공항리무진 버스에 전화해 보면 알려준다. 인터넷에는 첫차와 막차 시간만 있어서 낭패봤다.) 일단 김해공항으로 간 다음, 하루에 몇 편 없는 인천행 KE1402편을 타고 올라간다. 은근히 외국인들도 많이 탔고, 안내방송도 델타와 코드셰어 운항을 한다고 했다. 사실 이거 타기도 전에는 김해공항 전광판에 코드셰어가 된다는 것도 안 나와서 몰랐다. 아무튼 이걸 타고 인천공항에 8시쯤 도착한 다음, 출국 카운터를 거쳐서 핀에어 AY42편을 타러 갔다.

인천공항에 대기 중인 AY42편

인천공항에 대기 중인 AY42편

그 날 비가 상당히 오고 있어서 제 시간보다 1시간 늦게 출발했지만, 헬싱키 반타 국제공항에 제시간에 도착한 걸 보면 얘들은 마법사인 게 확실하다. 한국에 오는 핀에어 비행기에는 모든 좌석에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달려 있고, 언어에 한국어도 들어가 있다. 갈 때 탄 비행기에는 무려 무한도전도 들어 있었다. 한국인 승무원도 타고 있었고, 핀란드어-스웨덴어-영어/한국어 순서로 방송이 나온다. 안내방송이 나오는 중에는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잠시 중지되는데, 핀란드어-스웨덴어-영어 방송을 한 사람이 하고, 한국어 방송을 다른 사람이 하기 때문에 두 방송 사이 잠깐동안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중지에서 풀린다. 이 날은 가다가 집단리셋을 당한 적이 있었는데, 재부팅 화면에 뭔가 익숙한 펭귄이 떴다. 재부팅 이후 내 자리에서 도대체 지도가 안 보여서 ‘다시 한 번 더’ 재부팅시켰더니 지오드 기반 임베디드를 쓴다는 것까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날 나왔던 기내식

그 날 나왔던 기내식

핀에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정체

핀에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의 정체

아무튼 헬싱키 반타 공항에 도착하니 오후 2시 조금 넘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환승을 위한 또 다른 게이트로 빠져나가고, 나는 그대로 입국 심사 및 공항 출구 쪽으로 걸어나갔다. 그 쪽으로 나간 사람이 나 포함해서 10명도 안 되었다는 건 반쯤 확신한다. 대부분 한국 사람들은 헬싱키 경유 다른 데로 빠져나갔지, 핀란드가 목적지인 사람은 내가 그 날 혼자, 아니면 한두명 더 있었을 것이다. 2008년 독일/2009년 스페인 입국 심사 때와는 달리, 올해 핀란드 입국 심사 때는 non-EU 게이트에 줄 선 게 나 혼자서였는지(유럽 공항 입국 심사대 게이트는 대개 EU(여따가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등 유럽 안에 있는 EU 미가입국 추가)/non-EU 게이트로 나뉘어 있다) 이것저것 질문이 많아졌다. 방문 목적과 기간은 입국 심사에서 빠지지는 않을 질문이고, 복편 항공권은 마련해 두는 게 좋다. 이게 없으면 좀 골치아파질 수 있다. 어쨌든 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온 다음, 티쿠릴라 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나왔다. 공항이 작아서인지 얼마 걷지 않아도 된다. 61/61V번 버스를 타면 되고, 표는 자동판매기에서 구입하면 된다. 61V 버스는 배차 간격이 1시간인 대신 61번보다 5분 정도 빠르다.

하여튼 티쿠릴라 역에 도착하니 오후 3시쯤. 헬싱키 시내와는 반대방향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탐페레 공항이 작은 편이기 때문에+기차를 좀 타 보고 싶어서 헬싱키까지만 비행기를 타고 탐페레는 기차로 가기로 했다. 일단 당장 출발하는 펜돌리노 열차를 예약하려고 했으나, 만석이 뜬 덕분에 1시간이나 기다린 다음 다음 펜돌리노 열차를 타기로 했다. 핀란드에는 별도의 고속선이 없기 때문에 시속 220까지 밟을 수 있는 펜돌리노나, 140/160 정도 밟는 인터시티나 시간 면에서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나, 직선화가 잘 된 구간에서는 펜돌리노도 상당히 잘 밟아준다. 기존선을 시속 190으로 밟는 광경은 우리 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다. 하여튼 펜돌리노 열차를 타고 탐페레 역으로 간다.

VR Sm3 펜돌리노.

VR Sm3 펜돌리노. 이걸 탄 건 아니다.

탐페레 역에서 TOAS City까지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같이 갈 사람이 있나 싶어서 한국에서 올 때 파란 KDE 티셔츠를 입었던 덕분에 한 사람까지는 찾아서 같이 갈 수 있었다. TOAS City를 호텔이나 호스텔로 착각할 때에 대비해서, 여기는 탐페레 시내 외국인 대학생을 위한 기숙사를 Akademy 기간 동안 빌려준 것이다. 체크인을 끝내고 열쇠까지 받아 와서 방에 짐을 넣어 놓은 다음, 명찰을 찾으러 Demola로 갔다. 이미 사전 등록으로 사람이 많이 와 있어서 반쯤 놀자판이 되어 있었다. 적당히 알고 있던 사람과 인사를 나눈 다음, 한 몇 시간을 놀다가 오후 7시인가 8시쯤 샤워젤과 면도기를 사러 빠져나왔다. 난 처음에 소파와 자작 아케이드 머신, 축구 경기가 나오는 프로젝터가 있는 분위기를 보고 Demola가 사무실인 줄 몰랐다.

Demola 입구

Demola 입구. 저 건물 3층이다.

기내 액체 반입 규정 때문에 다른 건 다 100ml 이하의 용기를 구했지만 유독 샤워젤은 최소 단위가 2/300ml이다. 게다가 1회용 면도기는 위탁 수하물로 부칠 수는 있지만, 기내에 들고 탈 수는 없다. 1달 동안 쓰고 버리고 갈 거를 생각해서 탐페레 역 주변에 있는 Lidl에서 파는 가장 작은 300ml짜리 샤워젤과 저렴해 보이는 면도기 세트를 사 왔다. 그 다음 역 앞에 있는 R-Kiosk에 가서 Saunalahti 선불 심카드를 사 왔다. 내 노키아 6210은 출국 전에 지인을 통해 언락시킨 상태라서, KT 회선은 일시정지시켜 두고 나라를 이동할 때마다 선불 심카드로 버티기 위해서였다. 한 5.7유로인가에 선불 카드를 살 수 있고, 카드를 사면 6.얼마 정도가 충전되어 있다. 핀란드에 깔려 있는 아무 R-Kiosk에 가서 최소 10유로부터 충전시킬 수 있다. 단 선불이다 보니 최초로 휴대폰에 끼운 날부터 3개월이나, 마지막으로 충전한 날부터 12개월 동안까지만 번호가 유효하다. 아무런 신분증 제시 없이 전화카드처럼 살 수 있는 게 모 후진국과는 상당히 대비된다. 애시당초 핀란드에는 공중전화의 씨가 말랐다.

This is 선불 심카드

This is 선불 심카드


이제 내일부터 Akademy가 시작되어서 체력을 아끼기 위해 자야 하는데… 오후 9시가 되었는데도 해가 질 생각을 안 한다. 11시가 되어도 꿈쩍도 하지 않다가 12시가 다 되어서야 해가 떨어지는 척을 좀 한다. 블라인드를 쳐서 잘만한 상태로 만들긴 했지만, 다음날 일어나 보니 새벽 5시인가 6시다. 그런데 해가 중천이라서 오전 8시쯤으로 착각했다. wtf.

Akademy 2010 끝 / 북유럽 철도 여행 시작

이렇게 Akademy 2010은 끝났다. 2007년 글래스고 공항 테러, 2008년 브뤼셀 공항 파업, 2009년 Day trip 버스 사고처럼 크고 작은 사고가 한두건씩 터져 줬던 역대 Akademy와는 달리, 올해는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 비록 프록시를 받기는 했으나 내가 KDE e.V. 회원이 아니라서 들어가지 못했던 KDE e.V. 회의도 역대 초고속으로 끝났다. 핀란드가 비싼 나라긴 하지만, 주최측의 ‘상당한’ 도움으로 항공편 예약할 때 여행사 직원도 ‘그 정도면 거저 준다’고 했던 탐페레 숙소, 헬싱키 와서 처절하게 느끼고 있는 비싼 먹거리를 대체할 수 있었던 대학교 식당핀레이슨 지역에 있었던 식당, 무제한 음료수와 네트워크, 그리고 KDE 개발자가 있었던 Demola의 좋은 분위기가 아직도 내 주변을 떠나지 않고 있다. 아 거따가 원래 150유로이나 공짜로 얻은 Nokia Certified Qt Developer, CACert.org 50 포인트, 그리고 기타등등 스티커도 추가요.

2008년에 했던 발표 때문에 충격먹고 2009년에는 발표를 잠시 쉬었다가, 올해는 다시 발표장에 나섰다. 다행히도 2008년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사람이 왔지만, 녹화 장비가 고자가 되어서 유독 내 발표를 비롯한 몇몇 발표만 녹화본이 없다. 그만큼 ‘지역화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반증으로 보였다. 녹화 장비 문제로 인한 지연과 30분을 거의 다 채운 발표 시간 덕분에 질문은 하나만 받고 끝났지만, Translatewiki.net 운영자와 런치패드 개발자 중 한 분을 만날 기회가 생겼다. 그 동안 런치패드의 문제로 지적되어 왔던 ‘업스트림에 기여하지 않는다’를 해결하기 위해서, 런치패드에서 번역이 된 프로젝트가 있다면 버그 리포트의 형식으로 되돌려주는 걸 제안하였다. 그나마 내가 생각하는 대안 중 가장 나은 대안이다.

지금은 헬싱키에 있고, 내일 투르쿠를 찍고 로반니에미로 올라간다. Akademy 이후 북유럽 여행을 계획한 건 순전히 이 분의 블로그를 보고 뽐뿌를 받아서이다. 여행을 위해서 한국에서 노키아 지도를 준비해 왔고, 노트북이란 게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큰 그림만 잡은 다음 자세한 사항은 현지에서 잡고 있다. 특히 요즘 호스텔은 시설이 좋아서 어지간히 낡은 곳이 아니면 인터넷이 공짜다. 시간날 때마다 여행기를 쓰긴 하겠지만, 아마도 완전한 글은 한국 가서야 쓸 것 같다. 아마도 내가 Akademy 참가자 중 제일 늦게 귀국할 것 같다. 라기보다 Akademy 빠져 나오니 Geek의 세계를 떠나서 일반인의 세계에 적응이 안돼!

최신 리눅스에서 심시티 3000 즐기기

알고 계십니까? 심시티 3000에는 네이티브 리눅스 포트가 있다는 사실을. 당장 구글에서 ‘심시티 3000 리눅스’라고 검색을 해도 이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리눅스 포트가 나온 건 심시티 3000이 나왔을 무렵이었고, 지금은 망해버린 로키 소프트웨어(2002년에 망했지만 아직도 웹 사이트는 열려 있다)가 포팅을 하였다. 같은 시기에 나온 윈도용 심시티 3000은 최근의 윈도에서도 잘 돌아가지만, 리눅스 세계는 자고 일어나면 뭔가 바뀌어 있는데다가 유저랜드까지도 오픈소스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바이너리로만 배포되는 프로그램은 ‘지원하는 배포판’을 벗어나면 삽질의 시작이다. 심시티 3000 또한 그렇다.

어쨌든, 로키 소프트웨어가 망한 이후에 여러 사람들이 저 때 당시 사용되었던 라이브러리를 별도로 패키징해서, 로키 소프트웨어가 포팅했던 게임을 비교적 최근의 배포판에서도 돌릴 수 있도록 해 주는 별도의 라이브러리 패키지를 만들었다. 대개 loki_compat 따위로 검색해 보면 나온다. 우분투 6.xx에서 심시티 3000을 돌리려면 이 패키지를 설치해야 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지원 따위 끊긴 상당히 오래된 버전의 glibc/SDL/기타등등 라이브러리를 사용했기 때문에 이건 필수다. 하지만 주의깊게 지시 사항을 따라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며, 나도 이 때문에 loki_compat 라이브러리를 받아 놓고도 이게 제대로 실행되는 걸 본 적이 없다.

최근에 나온 프로젝트 중 loki installers for linux gamers, 줄여서 liflg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오픈소스로 공개된 loki_setup을 사용하여, loki_compat 라이브러리와 적절한 설치 스크립트를 하나로 묶어서 게임 인스톨러를 제작하였다. loki_compat 라이브러리를 수동 설치할 때와는 달리 지정한 경로 안에 알아서 압축까지 풀어 주고, 이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실행 스크립트도 알아서 만들어 준다. 그래서 이 방법을 사용하면 설치 및 실행 성공률도 상당히 높다. 심시티 3000 리눅스 버전은 인터넷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고, 토렌트를 뒤져도 잘 나오지 않는다. 모종의 경로로 구해둔 게 있긴 하지만 괜히 업로드해 뒀다가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생략한다. 심시티 3000 리눅스 버전 iso 파일을 구했으면 인스톨러를 다운로드받는다. 베타라고 쓰여 있지만 잘 작동한다. 32비트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으면 넘어가고, 64비트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으면 미리 32비트 호환용 라이브러리를 설치해 둔다. 데비안 amd64 unstable에서 실험 결과 잘 작동한다.

다운로드가 끝났으면 구해 둔 iso 파일을 CD에 굽는다. 아직까지 loki_installer가 CD-ROM을 인식하는 건 잘하지, 루프백으로 마운트시켜 둔 CD 이미지를 인식하지는 못 하는 것 같다. 방법을 알고 있으면 제보 바란다. 그 다음 다운로드받은 인스톨러 파일에 실행 권한을 준다. Dolphin의 경우 오른쪽 클릭->속성->권한->실행 가능에 체크하면 된다. 그 다음 CD를 삽입하고 인스톨러를 실행시킨다. 일반 사용자로 실행시키면 자기 홈 디렉터리 아래, 루트로 실행시키면 /usr/local/games 아래에 설치한다. 첫 화면이 지나면 설치 경로와 구성 요소를 물어본다. 이 때 언어, Building Arcitect, 인트로 영상 설치 여부를 같이 물어오므로 필요하면 선택한다. 설치가 시작되면 CD에서 파일을 복사하고, 알아서 시작 메뉴 항목도 만들어 준다.

심시티 3000 설치 화면

심시티 3000 설치 화면

K 메뉴 항목

K 메뉴 항목

자 이제 시작 메뉴 항목을 통해서 심시티 3000을 실행시켜 보자. 첫 실행 시 해상도는 640×480이므로, 게임 옵션을 적절히 수정해야 한다. Geforce 8400M GS, 듀얼 모니터 환경에서 테스트해 본 결과, 1280×1024는 게임이 진행될수록 끊김 현상이 나오므로 1024×768이나 1152×864 해상도를 추천한다. 인터페이스, 도시 건설, 글꼴을 비롯한 모든 요소가 윈도용 심시티 3000과 동일하므로, 심지어는 치트키까지 똑같이 쓸 수 있다.

심시티 3000 시작 화면

심시티 3000 시작 화면

심시티 3000 게임 화면

심시티 3000 게임 화면

그러면 즐겜.

Akademy 2010 여행 계획

올해도 어김없이 Akademy가 열린다. 난 재작년에 발표를 하나 냈다가 터만홀만한 방에 앞 너댓줄만 사람이 차 있는 걸 보고 충격받아서 작년에는 발표를 안 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때 사람이 없을법했던 게, 내 바로 옆 방에서는 Marble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었던데다가, 내 발표 주제는 릴리즈 노트를 봐도 언급이 잘 되지 않던 주제다 보니 KDE 지역화에 관심이 매우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안 올 법도 했다. 2009년은 그 때 충격이 가시지 않아서 뭔가 이야기하기보다는 듣기로 했고, 올해는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한 번 발표해 보기로 했다.

이번 해에는 2006년부터 지금까지 KDE 한국어 팀에 참여했던 경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한 다음, 지역화 팀을 꾸려가는 방법, 여러 고민해볼만한 주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좁은 의미로 지역화라면 단순한 메시지 번역만 이야기하겠지만 더 넓게 바라보면 문서, 환경 설정, 예제 파일 등등 다양하다. 한 사람이 모든 걸 다 맡는다면 좋겠지만, 여러 사람이 나눠서 하다 보면 여러 고통스런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걸 빼먹으면 섭섭하다. 서양 사람들이 번역기 돌린 영어를 보면서 배꼽을 잡고 낄낄대듯이 한국 사람도 발로 해 놓은 현지화를 보면 기업을 욕하기 마련이다. 중간중간 소재가 바닥나거나 장면을 전환할 필요가 있을 때 이런 짤방을 사용할 예정이고, 이참에 Qt 웹 사이트 한국어 번역(and 노키아 코리아의 호구짓)도 좀 까볼까 싶다.

올해 Akademy 주제는 모바일과 클라우드 컴퓨팅, 다 플랫폼 이식성으로, 모바일은 하루 전체가 할당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내 발표 배정은 강력한 떡밥 옆에 배치되지 않아서 참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Akademy를 통틀어 최초의 발표는 노키아의 Valteri Halla가 진행할 예정인 미고에 관한 키노트이다. 적어도 써 놓은 걸 보면 노키아의 꽤나 높은 장급 인사라서, 이 사람이 뭐라고 할지가 상당히 기대된다.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잘못 건드리면 파급 효과가 크다는 건 이미 작년 GCDS에서 배웠으리라 생각하고, 설마 KDE 진영을 자극하는 주제를 던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기회가 있다면 문자중계라도 해 볼까 생각 중이고, ‘한국에 미고 스마트폰 낼 계획은 있는가’는 꼭 물어볼 예정이다.

올해 Akademy는 핀란드에서 열릴 예정이라서 Akademy 일정이 끝나면 북유럽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처음에는 구글 어스에서 북유럽 도시들을 찍으면서 원을 그려 보다가, 점점 날짜가 다가오니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이번 겨울 내일로 여행 때 썼던 거점도시 잡아서 숙박 해결 + 필요한 경우 열차에서 잠자기 작전을 써 볼까 싶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타 볼 노선/타 볼 차량/둘러볼 곳은 대강 그림이 그려졌다. 지금 계획은 핀란드 로반니에미에서 북극권 인증, 헬싱키 메트로 완주, 러시아 경유 시 상트페테르부르크-헬싱키 국제열차 타 보기, 스웨덴 인란스 선 완주, X2000/X31K/IC3 탑승, 스톡홀름 시 및 KTH 견학, 노르웨이 피오르 해안 감상, 2차 대전 당시 중수 사건 박물관 투어, 덴마크 코펜하겐 지역 S-토그 탑승, 가능하면 IC4를 타거나 열차 페리 탑승, 독일을 통해 귀국 정도다.

방학 중 대부분은 학교에 있겠지만 여행 준비할 때에는 잠시 집에 내려와 있을 거고, 7월 더울 때에는 북유럽에서 피서를 즐기고 장마를 피하는 센스. 하지만 8월 초가 더위 피크라면 낭패.

Anyway,
I'm going to Akademy 2010

노키아 배터리용 24핀 충전 거치대 제작 – 테스트

그렇게 이베이에 주문을 넣고 3주쯤 지나서 소포가 도착했다. BP-4L의 크기가 더 크기 때문에 충전 거치대는 BP-4L용으로 2개 질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실패를 대비해서 2개를 지른 건 잘 한 선택이었다. 하나는 AC 플러그가 달린 버전, 하나는 2mm 잭만 달린 버전이다. 원래는 2mm 잭만 달린 버전을 개조하고 AC 플러그 버전은 그대로 쓰려고 했다. 하지만 2mm 잭에 충전기를 끼웠다 빼는 순간 중간의 극이 삐뚤어져서 ‘아 이것이 중국 퀄리티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AC 플러그 버전도 하드웨어 퀄리티가 그닥 좋지는 않아서, 학교 잡화점에서 산 돼지코가 끝까지 들어가지도 않아서 ‘내장은 버리고 외장만 사용’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베이표 충전 거치대 회로 기판

이베이표 충전 거치대 회로 기판. 판매자 말로는 마이크로칩 내장이라는데 개뿔. 트랜지스터와 저항 뿐이다.

내가 여기서 필요한 건 저 위 전극 뿐인데, 어찌 전극 납땜 상태도 영 안 좋다. 선을 새로 납땜하는데, 인두 열기 때문에 녹은 납이 아래로 흘러내려서 플라스틱을 변형시켜 버렸다. 변형 정도가 점점 커져서 하는 수 없이 상판 중 하나는 버리고, 하나를 더 뜯었다. 작업하기 정말 골때리겠지만, 90도로 세워서 작업하면 그나마 녹는 시간이 좀 늦춰진다. 하지만 이것도 전극이 가열되면 플라스틱이 녹기 때문에 저 부분 납땜은 속전속결이 답이다. 여담이지만 중국산 납은 연기에 무슨 이상한 물질이 섞인 건지 작업하는 동안 문을 열어 놔야만 했다.

그 다음 미리 준비해 둔 24핀 커넥터와 4.7kOhm 저항을 납땜한다. 다행히도 옛날 휴대폰 충전 거치대에서 뜯어낸 24핀 커넥터는 SMD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잘 구부리면 만능 기판에도 들어간다. 배터리 ID는 4.7kOhm으로 이어 버려서 BSI 값이 실수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다. 그 대신 충전기를 먼저 꼽으면 빨간 불만 깜빡이므로 배터리를 먼저 꼽아야 한다. 나머지야 배터리 쪽 전극의 양극과 음극을 충전기 쪽과 이으면 되기 때문에 난이도 자체는 어렵지 않다. BP-4L과 BL-5F의 홈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인두기로 홈 부분을 지져서 두 배터리 모두 들어가도록 손봤다.

24핀 커넥터와 저항 납땜

24핀 커넥터와 저항 납땜

다만 이걸 어떻게 깔끔하게 수납하느냐가 문제인데, 원래 기획대로라면 24핀 커넥터가 저 아래로 향해야 한다. 하지만 아래쪽 플라스틱이 상당히 강해서 옆판을 파내기로 계획을 바꿨다. 옆판 플라스틱을 가위로 뭉텅뭉텅 자르고, 회로 기판을 돌려서 24핀 커넥터가 바깥쪽으로 나오게 만든다. 그 다음 나사를 적당히 조여 줘서 케이스가 맞물리도록만 만든다. 일단 배터리를 꽂지 않고 충전기만 꽂았을 때, 빨간 불이 깜빡이는지로 정상 상태를 점검해 보았다. 이건 오래 전에 기존 애니콜 충전 거치대를 사용할 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빨간 불이 깜빡이면 BP-4L과 BL-5F 둘 다를 꼽아 보자. 6210에 BL-5F를 꼽고 빈 상태에서 만충전까지 걸린 시간보다 24핀 충전기로 BL-5F를 만충전시키는 데 걸린 시간이 좀 많이 오래 걸려서 처음에는 과연 녹색불이 뜰 지 의심스럽기도 했다. BL-5F 만충전이 한 2시간 30분 정도 걸렸고, 용량이 그거의 1.6배(950mAh vs 1500mAh) 정도 되는 BP-4L은 4시간이 지나도록 만충전에 불이 들어오지 않아서 처음에는 무슨 문제가 생겼나 했다. BP-4L을 시험해 볼 때는 도대체 만충전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이러다가 배터리 터지는 거 아닌가 싶어서 뺐다가 N810에 끼워서 잔량 확인했다가 다시 끼웠다를 반복했다.

여튼 BP-4L은 완전 충전까지는 보지 못했다. BP-4L 거치대에 BP-4L을 끼운 만큼 어긋남은 없었다. 1500mAh 충전시키는 데 시간이 이리 오래 걸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긴, 국산 휴대폰 중 1500mAh 배터리 쓰는 걸 본 적이 없었던 게 충전 시간 때문일지도 모르겠군.

BP-4L 충전 시도

BP-4L 충전 시도

추가: 1500mAh 배터리를 사용하는 T*옴니아 2의 배터리 충전 시간이 약 5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서 이번에는 5시간을 기다려 봤다. 5시간쯤 되니 BP-4L도 만충전이 뜬다.

BP-4L 충전 완료

BP-4L 충전 완료

BL-5F는 다행히도 만충전이 떠 줘서 제작이 실패하지는 않았다고 안심할 수 있었다.

BL-5F 충전 시도

BL-5F 충전 시도

BL-5F 충전 성공

BL-5F 충전 성공

여튼 원래 목적이었던 BP-4L 충전 거치대 제작은 충전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실용성이 좀 떨어졌지만, 24핀 충전기를 다시 꺼내 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제작할 이유는 충분하다. 역시 24핀 충전기는 좋은 리튬이온 배터리 충전기지, 좋은 Power Source는 아니다. 배터리 하나 충전 시키는 것도 폰에다가 꼽는 것보다 더 느린 판국에 폰에 이걸 꼽는다고? 비상용 아니면 쓰지도 못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