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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6210 뜯어보기 (기본 소프트웨어 2)

지난 리뷰에서 다루지 못했던 기본 소프트웨어를 다룰 예정이다. 시작하기 전에 몇 마디만 좀 하고 들어가자. 한국 사용자들이 자주 묻는 질문 몇 가지만 좀 정리하고 시작하겠다. 배터리 충전 거치대를 찾는 사람들의 요구에는 나도 동감한다. 진짜 N810 배터리만 두 개 있고(하나는 나중에 구했지만) 충전 거치대가 따로 없으니 불편한 건 사실이다. 그래서 이베이 같은 곳에는 정품은 아니지만 배터리 거치대가 따로 있어서 그나마 불편을 덜어 준다. 24핀 젠더를 찾는 사람이라면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다음번에 노키아 휴대폰을 사면 지금 있는 충전기를 그대로 쓸 수 있다. 유럽 쪽 공항으로 가면 모바일 액세서리 코너가 있을텐데, 거기의 대부분은 노키아로 채워져 있다. 삼성? 거기서는 듣보잡? 그나마 파는 것도 국내에서는 사용불ㅋ가ㅋ?

한국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음’과 ‘안 좋음’을 너무 쉽게 연결시킨다. 그래서 M$ 윈도를 벗어난 OS를 써 보라고 하면 일단 ‘안 좋다’라는 이야기부터 한다. 심비안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심비안 단말기가 국내에 들어온 적이 없었으니, 당연히 한국어로 번역된 소프트웨어도 없고, 심비안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도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사용자들이 불편해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걸 가지고 심비안, 더 나아가서 노키아를 까는 것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기본 상태에서 6번 메뉴는 랜드마크이다. 지도 프로그램을 사용한다면 자주 찾는 장소를 표시해 둘 수 있지만, 애시당초 한국 지도도 없는 상황에서 이 짓을 하기는 어렵다. 바로 7번 메뉴 인터넷으로 넘어가자. 풀 브라우징이랍시고 정보이용료 뜯어가는 모 프로그램과는 달리, 6210은 웹킷이 박혀 있다. 따라서 개념 있는 데이터 요금제만 따라 준다면 얼마든지 풀 브라우징이 가능하다. 인터넷을 통해서 추가 위젯을 설치하거나, 프로그램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메뉴도 있다. 웹으로 들어가면(대기 화면에서 0을 길게 누르면 같은 효과를 낸다) 즐겨찾기 목록이 펼쳐진다. 적당히 좋은 웹 사이트를 들어가면 된다. 데이터 통화료 폭탄 맞을까봐 실제 웹 브라우징은 생략한다.

인터넷 메뉴.

웹으로 들어갈 때 뜨는 즐겨찾기 목록. 국내 포털 사이트들이 추가되어 있다.

8번 카메라 메뉴로 들어가면 휴대폰 화면이 돌아가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광량이 부족한 곳에서는 사진과 같은 노이즈가 ‘미리 보기’시에는 좀 나타나지만, 일단 사진을 찍고 보면 좀 줄어든다. 자동 초점에다가 반 셔터가 있기 때문에, 셔터 버튼을 좀 깊게 눌러야 실제로 사진이 찍힘은 유념해야 한다. 찍은 사진은 바로 옆에 있는 9번 갤러리 메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 및 동영상 갤러리로 들어가면 장치에 있는 모든 그림 및 동영상 파일이 한 화면에 펼쳐진다. 프레젠테이션으로 들어가면 장치에 있는 swf 파일 목록이 뜬다. 터치가 없어도 작동하는 플래시 게임을 넣어서 즐길 수 있다.

카메라 화면. 실내에서는 노이즈가 좀 있지만 찍어 보면 안 나온다.

다양한 파일을 볼 수 있는 갤러리.

이미지 갤러리.

동영상 갤러리.

프레젠테이션 갤러리. swf 파일을 볼 수 있다.

기본으로 들어 있는 쇼 로고가 흘러가는 swf 파일.

각종 환경 설정은 설정 메뉴, 단축 버튼 *에 다 할당되어 있다. 설정으로 들어가면 또 여러 하위 메뉴가 보인다. 음성 명령은 말을 해서 기능을 실행시키거나 전화를 걸 수 있는 기능이다. 대기 화면에서 오른쪽 선택 키를 길게 누르면 되긴 하는데, 내 실험 결과 인식률이 그렇게까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옆에 있는 음성 메뉴는 사전 발음이나, 메시지 리더와 같이 TTS 기능을 설정하는 곳이다.

설정 메뉴.

음성 명령 기능. 인식률은 글쎄.

음성 설정. TTS 언어도 다운로드 가능하다.

설정 안에 있는 폰 설정에서는 참 많은 걸 바꿀 수 있다. 일반 설정 안에 있는 사용자 기능을 정ㅋ벅ㅋ하면 많은 걸 바꿀 수 있다. 화면 아래에는 조명 센서 민감도나 조명 시간, 대기 모드로 가면 초기 화면을 바꿀 수 있다. 초기 화면에 있는 바로 가기나, 테마 자체를 바꾸는 옵션도 제공한다. 밑에 있는 벨소리는 그냥 ‘소리 설정’으로 고치는 게 적당할 만큼 옵션도 많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이라면, 휴대폰에서 재생 가능한 모든 소리를 벨소리로 쓸 수 있다. 심지어는 음악을 듣다가도 듣고 있는 곡을 바로 벨로 쓸 수 있다! 국내 휴대폰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되는 기능이다. 아래에 있는 테마로 들어가면 휴대폰에 나오는 모든 것을 고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폰 설정 메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

일단 일반 설정으로 들어가 보자.

사용자 기능에는 많은 옵션이 있다.

화면 설정.

대기 모드 설정.

맨 윗 줄에 있는 바로 가기 메뉴를 바꿀 수 있다.

벨소리는 매우 자유롭게 설정 가능하다.

이걸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테마. 폰에서 보이는 거의 모든 걸 뜯어고칠 수 있다.

날짜나 시각을 폰 자체적으로 설정할 수도 있고, 슬라이드 메뉴에서는 슬라이드 동작을 지정할 수 있다. 슬라이드 동작음이 없는 건 좀 아쉽다. 센서 설정으로 들어가면 휴대폰에 있는 가속도 센서를 사용할 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밑에 있는 방향 설정으로 들어가면, 통화를 하다가 뒤집거나, 알람이 울릴 때 뒤집으면 소리가 꺼지게 할 수도 있다. 휴대폰 비밀번호나 PIN 1 코드 설정은 아래에 있는 보안 메뉴에서 한다. 기본 비밀번호는 5자리이기 때문에 무작위적 대입 공격에 조금 더 안전하다. 4자리 이하로 입력하면 오류가 뜬다. 원격 잠금 기능을 사용하면 다른 휴대폰에서 문자를 보내서 폰을 잠가버릴 수 있다. 위치 지정 메뉴에서는 A-GPS나 기지국 기반 위치 검색을 사용할 지 여부를 고를 수 있고, 폰 초기화는 지금 왜 하나?

날짜 및 시간 설정.

슬라이드 설정 메뉴.

센서 설정. 가속도 센서를 제어한다.

보안 메뉴.

PIN1 코드를 바꿀 수 있지만 PIN2 코드는 뭥미?

폰 자동 잠금이나, SMS를 통한 원격 잠금도 된다. 할렐루야!

옆에 있는 폰 설정으로 들어가면 통화 관련 설정을 모두 할 수 있다. 맨 위에 통화 메뉴에서는 통화 수신 거부를 날렸을 때 문자 메시지를 보낼 지 여부나 발신자 ID를 보낼 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아래쪽의 메뉴는 KT 네트워크 문제 때문에 제한된다는 사실이 매뉴얼에 쓰여 있으니 생략한다. 연결 메뉴로 들어가면 블루투스나 USB, 3G 연결을 설정할 수 있다. SIP 프로필을 지원해서 인터넷 전화도 쓸 수는 있는데, 왠지 쓴다 하더라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위험이 있다. 무선 랜이 지원되는 노키아 폰이라면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마지막 메뉴에서는 일부 프로그램의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통화 설정 메뉴.

발신자 번호를 선택할 수 있다.

통화 제한이 있긴 한데 KT 네트워크 ㅅㅂㄹㅁ

연결 설정 메뉴.

심지어는 SIP도 있다.

블루투스 설정. 페어링은 다른 메뉴에 있다.

USB 연결 모드. 연결할 때 물어보게 할 지도 설정 가능하다.

일부 프로그램 설정.

다섯번째 메뉴 프로필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생소한 기능일 것이다. 벨소리 설정이나, 음량이나, 진동 여부 등을 미리 설정해 두고 필요할 때 바꿔서 쓸 수 있다. 프로필을 가장 빨리 바꾸려면 대기 화면에서 종료를 누르고 프로필을 선택하면 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을 길게 눌러야 무음 모드가 된다. * 길게 눌러도 매너모드 안 된다는 놈은 그저 무개념이고, 까여야 마땅하다. 여섯번째 테마는 폰 설정에 있으므로 생략한다. 일곱번째 연결에서는 컴퓨터와 연결했을 때 동기화 설정이나, USB나 블루투스 연결을 설정할 수 있다. 연결 관리자에는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연결이 뜨므로(3G 연결 포함) 불필요한 연결이 있으면 여기서 끊을 수 있다. 폰 스위치 메뉴는 다른 노키아로 쉽게 갈아타게 도와 주는 메뉴이다.

프로필 설정 메뉴. 여러 상황이 기본 정의되어 있다.

폰 스위치. 노키아끼리는 쉽게 갈아탈 수 있다.

단축 번호는 좀 고자같은데, 일단 9개까지만 지원한다. 그 9개 중 하나는 음성 사서함에 강제 할당되어 있어서 실제 사용 가능한 건 8개이다. 호불호는 엄청 갈리므로 의견은 따로 말하지 않겠다. 데이터 관리자로 들어가면, 프로그램이나 장치 정보, 제품 정보를 볼 수 있다. App. 관리자 메뉴로 들어가면 설치된 프로그램 목록을 볼 수 있고 바로 삭제할 수 있다. 장치 관리자에서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버전을 볼 수 있고, 제품 정보에서는 S60 플랫폼 그 자체와 딸려 오는 소프트웨어 정보를 볼 수 있다.

단축 번호. 1번을 무조건 사서함이 가져가서 고자다.

데이터 관리자. 프로그램 관리 메뉴는 유용하다.

프로그램 관리자. 설치된 프로그램을 지울 수도 있다.

S60 플랫폼 정보. 심심하면 읽어보자.

0번 메뉴는 오피스라고 써 두고 편의 기능을 모아 두었다. Quickoffice로 들어가면 .doc, .xls, .ppt, .pdf 파일을 볼 수 있고, 라이센스를 구하면(유료) 편집도 할 수 있다. Quickoffice에서 pdf 파일을 선택하면 근처에 있는 어도비 리더로 파일을 열어서 보여 준다. 스크롤 반응 속도가 조금 굼뜨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할 거는 다 한다. 파일 관리자에서는 휴대폰 메모리 및 메모리 카드를 볼 수 있지만 대개 서드파티 관리자가 기능이 좀 더 많다. 메모와 Active메모는 모두 메모를 남길 수 있는 도구인데, 둘 사이의 차이점은 Active메모로 들어가면 음성 파일이나 이미지 등을 삽입할 수 있다. 시계 메뉴에는 현재 시간, 알람, 세계시간이 있다. 계산기는 호불호가 갈릴만한 디자인이다. 사칙연산까지 지원하는데, 계산 결과가 펼쳐지는 건 좋지만 연산자를 일일이 선택해야 한다. 서드 파티 계산기가 있으므로 이것도 패스.

오피스 메뉴.

Quickoffice. MS 오피스 파일 및 pdf 파일을 볼 수 있다.

pdf 파일은 Adobe Reader LE로 실행된다.

메모. 간단한 텍스트 메모를 남길 수 있다.

시계. 여기서 알람을 설정하면 된다.

계산기. 조금 고자같다.

액티브 메모. 일반 메모+음성,이미지 등등이다.

달력이나 일정은 말 그대로 일정 관리이다. 편견과는 달리 음력 일정도 잘 지원한다. 그 옆에 있는 사전은 정말로 이 폰을 산 걸 후회하지 않게 도와 준다. 한국어 부분은 시사영어사 e4u Dic이 내장되어 있다. 비록 기계 발음이지만 TTS도 지원하며, 노키아 홈페이지에서 파일을 다운로드받으면(무료로!) 고자같은 국내 휴대폰과는 다르게 추가 언어를 설치할 수 있다. 노키아가 전세계에 진출해 있는 만큼, 언어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사전 엔진은 핀란드 Kielikone에서 개발하였으며, Kielikone 홈 페이지에는 유료로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추가 사전이 있다. 단위 환산 메뉴에서는 여러 단위를 환산할 수 있으며, Zip manager는 휴대폰에 있는 파일을 Zip으로 압축하거나 Zip 압축 파일을 풀 수 있다.

음력 지원도 되는 괜찮은 달력.

영한 한영만 되는 줄 알았나?

일단 영한은 된다.

자 이 언어들이 모두 공짜!

단위환산. '평' 같은 게 없는 게 아쉽다.

Zip manager. 압축 파일을 볼 수 있는 후덜덜함. 만화책 넣기 좋게 생겼다.

마지막 애플리케이션 메뉴는 정말 이 폰의 백미이다. 기본적으로 딸려 나오는 게임은 3개가 있다. Marble은 색깔이 같은 구슬을 쏘아 맞추는 게임, Jelly Chase는 가속도 센서를 사용하여 공을 터트리는 게임, Brain Champion은 두뇌 훈련 게임이다. GPS 데이터로 들어가면, 비록 지도와는 관련은 없지만 GPS를 통해서 위치 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 뮤직은 말 그대로 음악 메뉴이다. 음악 파일을 폰에 넣은 다음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면, 태그를 검색해서 보기 좋게 정렬해 준다. 노래를 듣다가 멀티태스킹 버튼을 누르면 대기 화면으로 나가면서 재생은 유지된다. 이 상황에서 전화나 문자가 오면 노래가 잠시 중단된다.

애플리케이션 메뉴.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다.

기본 게임은 은근히 적다. 하지만 각종 jar 게임이 깔리므로 무효.

GPS 데이터는 이렇게 표시된다. 버그가 있는지 GPS 좌표를 찾아도 위도와 경도가 0으로 나왔다.

음악 메뉴부터 포스가

태그를 알아서 읽어서 라이브러리로 만든다.

재생 화면 시각화가 좀 심심하긴 한데, 앨범 아트도 지원한다.

백그라운드 재생은 기본 아닌가여

메시지 리더로 들어가면 들어온 문자 메시지를 읽어준다. 저기 좀 뜬금없는 데 있는 KO는 언어로 추정된다. 영어 메시지를 읽으면 EN (GB) 따위로 바뀐다. FM 라디오를 들으려면 안테나를 꼽으면 되고, RDS를 지원하기 때문에 방송국에서 쏴 주는 텍스트 메시지도 볼 수 있다. KBS 라디오를 들으면서 한참 동안 냅두면 뭔가 텍스트 메시지가 뜨긴 한다. 새로 설치하는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내 폴더’ 아래에 깔리고 원하면 이동할 수 있다. 무려 쇼 메모리가 깔려 있다. 기존 휴대폰 전화번호를 쇼 메모리로 백업해 두면 간단하게 복원할 수 있다.

메시지 리더. 저기 저 KO는 한국어이다.

FM 라디오. 당연히 배경으로 재생도 된다.

내 폴더. 새로 설치한 프로그램은 일단 여기에 깔리므로 정리하기 바란다.

무려 쇼 메모리가 있다니 후덜덜

RealPlayer를 통해서는 PC에서 집어넣은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RealPlayer보다는 기능이 좀 더 많은 서드파티 플레이어를 선호하는 편이다. 음성 녹음기는 말 그대로 녹음기이다. 통화 내용도 녹음할 수는 있는데, 15초마다 상대에게 녹음 중임을 알려 주기 위하여 ‘삐’ 소리가 나며, 녹음 내용에 삽입된다. 도움말 메뉴를 보면 상당히 신경 썼음을 알 수 있다. 각각 프로그램별 도움말뿐만 아니라 플래시로 제작한 일러스트까지 삽입해 둔 친절한 모습이 엿보인다.

RealPlayer. 은근히 쓸모가 없다.

음성 녹음기.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통화 녹음 시 삐 소리가 녹음된다.

엄청나게 친절한 도움말

플래시 일러스트가 들어있다.

각각 프로그램별 도움말도 볼 수 있다.

시작 마법사. 쓸 일은 없겠지만.

일단 여기까지 읽느라 다들 수고하셨다. 다음 편부터는 다른 기능들을 차례대로 정ㅋ벅ㅋ해 볼 것이다. 결코 이건 리뷰 끝 아니다!

노키아 6210 뜯어보기 (기본 소프트웨어 1)

하드웨어 편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계속하면, 노키아 6210의 소프트웨어편은 결코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얘는 근본적으로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용자들이 결코 익숙하다고는 할 수 없는 심비안 OS에 S60 UI를 쓰는 놈이라서, 윈도 모바일만 아는 우물 안 개구리들은 불편하다고 징징댄다. 추가 소프트웨어를 아무리 깐다 하더라도, 폰 자체의 기능이 부실하다면 결코 좋은 휴대폰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편에서는 기본 소프트웨어를 다룬다.

근처 KT 매장에서 노키아 6210을 받아들면, 맨 먼저 시각과 위치 설정을 한다. 그리고 메모리카드 초기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 새 우중충한 초기 화면이 당신을 반기고 있다. 자주 쓰는 프로그램 5개(맨 첫번째 하나는 도움도 안 되는 폰꾸미기로 고정되어 있다)와 일정, 휴대폰 검색, 온라인 공유만 나와 있는 담백한 화면이 편쳐진다. 십중 팔구는 이제 이 화면에서 당황할 것이다. 도대체 뭘 어떻게 눌러야 전화를 걸 수 있는가 아직 익숙하지 않을테니.

노키아 6210 초기 화면

노키아 6210 초기 화면

첫 화면에서 보이는 건 메뉴, 열기, 연락처이다. 우선 메뉴부터 눌러 보자.

노키아 6210 메뉴 화면

노키아 6210 메뉴 화면

최상위 메뉴는 이렇게 12개가 있고, 별다르게 건드린 게 없다면 맨 가운데에 있는 ‘메시지’가 선택된다. 12개의 각각 항목은 키패드에서 같은 위치를 누르면 선택된다. 예를 들어서 메시지로 가려면 5번을, 카메라로 가려면 8번, 프로그램으로 가려면 #을 누르면 된다. 하여튼 여기에서도 1번 메뉴를 지배하려는 KT의 수작은 어림없이 드러난다. 그러면 저 폰꾸미기부터 살펴보자.

노키아 6210 폰꾸미기

노키아 6210 폰꾸미기

벨소리와 통화연결음은 휴대폰에서 바로 바꿀 수 있고, 테마는 잔뜩 기대하고 들어갔건만 KTF_SHOW 하나만 떠 있다. 뭥미. 보관함으로 들어가면 폰꾸미기를 통해서 다운로드한 컨텐츠가 뜨긴 하지만, 인터넷을 뒤져 보면 굳이 저거에 의존하지 않아도 다양한 컨텐츠를 다운로드할 수 있으므로 이 메뉴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개념있게(?) 2번 메뉴는 연락처이다. 대기 모드에서 오른쪽 바로 가기 키를 눌러도 같은 메뉴가 뜬다. 이름과 성을 분리해서 입력할 수 있으며, 출력 형식 역시 성 이름(기본값), 성, 이름, 이름 성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진짜 중요한 성과 이름을 붙여서 출력하는 옵션이 없기 때문에(이는 윈도 모바일도 마찬가지) 성과 이름을 반드시 띄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분리하지 않을 것이다. 연락처 그룹은 하나 이상 지정할 수 있으며, 적응되면 상당히 편리하다.

노키아 6210 연락처 화면

성과 이름을 분리할 수 있다.

다음 메뉴는 통신 기록이다. 대기 화면에서 ‘통화’를 눌렀을 때 뜨는 기록은 전화 수발신 및 부재중만 뜨지만, 여기에서는 이뿐만 아니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패킷 데이터 통신도 한눈에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 달 동안 저장하며, 설정에서 바꿀 수 있다.

노키아 6210 통신기록

노키아 6210 통신기록

4번 메뉴인 지도는 한국에서’만’ 고자이다. 현재 대한민국 측량법은 지도 자료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어서 국외 기업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대한민국 내에 서버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국경선이 무의미해진 지금, 이 법률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여태까지 노키아에 대한 한국 언론 보도 중에서도 이 법이 문제가 된다는 걸 다룬 진지한 언론은 없었다. 그저 노키아는 왜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지 않느냐는 말만 한다. 답답하다.

한국에서만 고자 노키아 6210 지도

한국에서만 고자 노키아 6210 지도

5번 메뉴는 문자 메시지이다. 맨 먼저 메시지 메뉴로 들어가면 여러 가지 옵션이 있다. 새 메시지를 선택하면 맨 먼저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부터 물어본다. 텍스트 메시지를 일단 선택하면 번호와 함께 메시지를 입력하면 된다. 수신 란이 작아 보여서 한 번에 한 사람만 보낼 수 있느냐고 오해할 수 있지만, 수신에다 대고 가운데 단추를 누르면 여러 사람을 추가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뜬다. 한글 입력은 ez한글을 사용하므로 LG 싸이언을 사용하던 사용자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텍스트 메시지 아래에 뜨는 숫자는 남은 글자 수인데 좀 수상하지 않은가? 한글 몇 자 썼는데 62? 노키아 6210은 최대 140바이트까지 SMS로 보낼 수 있고,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UCS-2 인코딩을 사용한다. 대개의 한국 휴대폰이 CP949를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 UCS-2는 유니코드 BMP 내의 모든 문자열을 표현할 수 있으며, 모든 문자는 2바이트로 인코딩된다. 따라서 일단 한글이 한 글자라도 들어가면, 영문도 UCS-2에서는 당당히 2바이트를 차지하기 때문에 ‘한/영 혼합시 70글자’라는 말이 성립한다. 물론 영문만 사용하면 ASCII로도 충분하므로 140바이트==140글자가 된다.

옵션에 들어가서 언어를 영어로 바꾸면, 지금까지 우리가 써 보지 못했던 단어 자동 완성 모드로 들어간다. 이 경우 위쪽에 언어 표시 왼쪽에 있는 펜 아래에 줄이 생긴다. 이 모드에서는 원하는 알파벳을 찾기 위해서 키를 연타하지 않아도, 각각 단어에서 알파벳이 포함된 키를 한 번만 눌러주면 알아서 자동 완성을 시도한다. 예를 들어 hello를 입력한다면, 4433555555666을 불편하게 누르지 않고도 43556만 눌러서 hello를 입력할 수 있다. 사전에 없는 단어를 입력한다면 * 키를 눌러서 원하는 단어를 찾으면 된다. 어지간해서는 이 ‘통박’은 잘 들어맞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수신 메시지함은 그냥 전체 메시지 목록이다. 원하는 메시지를 보고 누르면 된다. 메시지를 언제 보냈는가가 기본으로 뜨지 않는데, 옵션 아래의 메시지 정보를 보면 된다. 템플릿 기능은 국내 휴대폰의 상용구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맨 마지막 메뉴 보고서는 생소할지도 모른다. 노키아 휴대폰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문자를 다 보낼 때까지 전송 화면을 띄워 두지 않고 ‘보낼 메시지’로 옮긴 다음 백그라운드로 보낸다. N810의 기본 메일 클라이언트 역시 이와 비슷하게 작동한다. 백그라운드로 보내기 때문에 일단 문자를 보내 놓고 다른 작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사용자는 어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보고서를 띄워 준다. 기본적으로 꺼져 있으므로, 필요하면 켜면 된다.

노키아 6210 메시지 메뉴

새 메시지 작성.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한글 입력은 ez한글을 쓴다.

계속 입력해 봤다.

한국 폰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빠른 영어단어 입력!

어지간한 영어 단어는 그냥 알아서 인식한다.

단어를 다 입력하면 밑줄이 쳐진다.

수신 메시지함. 별 특별한 건 없다.

템플릿. 상용구와 같은 기능이다.

보고서 메뉴. 독특한 문자 전송 방식 때문에 존재한다.

6번 이후의 메뉴는 다음 리뷰에서 쓸 예정이다. 아 물론 기본 소프트웨어로 끝내면 이 폰의 장점을 깎아먹고 들어가는 꼴밖에 안 된다. 한국 휴대폰이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넘사벽 포인트나, 추가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시스템을 휘젓는 법 등등을 추가로 쓸 예정이다.

추신: 노키아 N810을 ‘한국에서 만들어서 핀란드로 보낸다’는 사람 보시길. 내 N810은 마데전자 핀란드다. 설마 한국의 영문 표기가 Finland였던 건 아니지.

이건 분명히 마데전자 핀란드다.

이건 분명히 마데전자 핀란드다.

노키아 6210 뜯어보기 (하드웨어)

막상 하드웨어편이라고 제목을 쓰고 리뷰 글을 쓰려고 하니, 실제로 노키아 6210 하드웨어에 대해서 쓰고 싶은 건 얼마 없었다. 지금까지 국내에 나온 폰과는 좀 다르게 취급해야 하는 이유가, 얘는 근본적으로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비록 심비안 운영 체제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일반 휴대폰과 상당히 닮았지만, 얘는 소프트웨어를 마음대로 집어넣을 수 있고, 필요하면 직접 개발까지 할 수 있다. 뭐랄까, 내가 옛날 윈도 모바일 기반 LC8000 쓸 때 받았던 느낌을 그대로 받고 있다.

6210의 앞면은 이렇게 생겼다. 슬라이드를 밀어 올리면 숫자 키패드가 있다. 한글 입력은 ez한글을 쓰고 있다. *, 0, # 버튼의 동작이 한국 휴대폰과는 조금 다르다. 대개 한국 휴대폰에서 *은 진동모드 설정/해제, 0은 + 기호(3G폰들, 2G는 통일되어 있지 않음), #은 휴대폰 잠금이다. 이 놈은 *은 +/포즈, 0은 웹 메뉴, #은 진동모드 설정/해제이다. 처음에는 조금 헷갈리지만 금방 적응된다. 앞쪽에 있는 버튼 두 개는 메뉴나 특정 기능을 실행할 때 사용되며, 중간에 있는 C 버튼과 돌아가는 화살표가 그려진 버튼은 각각 ‘삭제’와 멀티태스킹이다. 삭제를 강조한 이유는, 대개의 한국 휴대폰이 ‘삭제/이전’으로 동작하는 데 반해, 얘는 진짜 ‘삭제’ 전용이기 때문이다. 통화와 종료 밑에 있는 십자 모양 버튼은 그냥 누르면 ‘한국에서는 고자’ 지도가 실행되고, GPS를 사용중일 때 반짝인다.

노키아 6210 앞면

노키아 6210 앞면

이제 그 말도 많은 뒷면을 바라보자. 320만 화소 오토포커스 지원 카메라가 있고, 카메라 위에 LED 플래시가 있다. 저 아래로는 모노 스피커가 자리잡고 있다. 옆쪽을 보면, 화면이 위로 가 있을 때 왼쪽에는 microUSB B 단자와 microSD 슬롯이 있고, 오른쪽에는 +/- 버튼이 있다. 또 주의할 점이 +/- 버튼은 Page Up/Page Down의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 이거 때문에 나도 골탕 좀 먹었다.microSD 1GB 카드를 사은품으로 준다는데, 대체 어디에 있나 해서 뚜껑을 열었더니 기계에 붙박이되어 있었다. 나 참. 아래쪽에는 통화용 마이크와 스트랩 고리가 있고, 위쪽에는 2.5파이 이어폰 단자와 충전 플러그가 있다. 저 작은 단자를 사용하는 모든 노키아 기계와 어댑터가 호환된다. 내 N810 어댑터를 꼽아 봤더니 딱 맞는다.

노키아 6210 뒷면

노키아 6210 뒷면

그런데 이 뒷 덮개는 어떻게 따나? 아래쪽 단추를 누르고 밀어올리면 된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게 상당히 단단하게 결합되어 있다. 처음에는 빼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적응되면 또 금방 빠진다. 빼는 버튼을 깊숙하게 눌러서 주위가 살짝 들리게 만든 다음, 주위에 손톱을 넣어서 배터리 커버를 뜯어낸다는 느낌으로 빼면 잘 빠진다. 스트랩 고리에 무언가를 걸려면 일단 뒷 커버를 벗기라는 그림이 친절하게 붙어 있다. BL-5F 배터리와 USIM 카드 슬롯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BP-4L을 사용하는 모델이 들어왔으면 하는 아쉬움이 좀 있지만. N810과 배터리가 호환되기 때문이다.

배터리 커버를 벗기고

배터리 커버를 벗기고

어차피 USIM은 홀더 안에 들어가 있어서 번호가 가려져 있기에 특별히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았다. 노키아 배터리는 저 홀로그램 처리로 정품을 식별한다.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는 배터리에 붙어 있는 일련 번호를 가지고 정품 인증을 하는 절차가 안 보인다. 이게 또 대부분 나라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하여튼 기계를 이제 켜 봐야 하는데, 딱 부팅 동영상을 찍을 시점에서 카메라 배터리가 다 나가 버렸다. 이건 뭐… 리뷰는 계속 이어진다.

노키아 6210 구입기

자, 드디어 노키아 6210을 질렀다. 오늘 점심 때 부산대 근처 영어학원을 알아보고, 거기서부터 부산대 역까지 있는 휴대폰 가게들을 이 잡듯이 잡아 보았다. 맨 처음 들어가 본 KTF M&S 직영점이라고 쓰여 있는 데에서는, 마치 기계가 있는 것처럼 말하다가 서류를 쓰기 직전에 재고가 없다는 말을 하여, 돌아서 나가게 했다. 좀 더 내려가서 있는 판매점에 들어가 보니, 재고가 딱 하나 있다고 해서 서류를 쓰고 나왔다. 집이 KT 메가패스를 쓰고, 가족도 넷 다 KT 쇼를 쓰는데, 결합 할인은 딱 엄마만 묶여 있었다. 결합 할인으로 이 기회에 묶었다.

이번달 노키아 6210 출고가가 322,000원이었고, 24개월 노예계약으로 20만원 할인해서 122,000원이 총 할부금으로 나간다. 여기에다가 결합 할인으로 얻어진 금액을 감안하면 실제 기계값으로 지불하는 ‘효과’가 있는 돈은 약 8만원이다. 대부분 휴대폰 매장 주인들이 노키아를 사겠다고 하면 말렸던 한편, 오늘 갔던 이 매장은 내심 내가 노키아를 왜 사는지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결합할인과 기변 서류를 쓰고 전화번호를 옮기는데, 그 쪽에서 쓰던 모비고가 노키아도 지원하긴 하지만, 처음으로 파는 기계다 보니 아무래도 서툴렀다.

딱 단말기 박스를 뜯고 전산에 입력하려고 할 때 쯤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청소년 요금제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건 내 나이 때문이 아니라 KT 전산상 문제라서 어디를 가나 똑같다는 말을 듣고, 문자사랑600 요금제로 바꿨다. 하기야 나는 통화보다는 문자를 많이 쓰는데다가 결합 할인은 ‘기본료’를 깎아 주기 때문에, 기본료가 높은 요금제일수록 유리하긴 하다.

자 이건 박스샷이다. 전형적인 노키아 스타일 박스이다. 저기 저 쇼 로고가 좀 거시기하지만, 어쨌든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노키아다.

노키아 6210 박스

노키아 6210 박스

박스를 풀어 보면 당연히 휴대폰이 있고, 배터리 두 개와 USB 케이블, 충전기, 리모콘과 이어폰, 간편 및 전체 매뉴얼, PC Suite CD, 도시락 무료 이용권이 들어 있다. USB 케이블은 microUSB 케이블이고, 충전기는 전형적인 노키아 스타일의 단자가 매우 작은 충전기이다. N810 충전기를 꼽아 보았더니 예상대로 충전이 잘 된다. 간편 매뉴얼에는 기본적인 사용 방법이 쓰여 있고, 일반적인 한국 휴대폰과의 차이점이 잘 설명되어 있다. PC Suite CD를 제공하는 건 참 특징적이다. 국내 제조사들은 대부분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으시오’라고만 쓰여 있는데 말이다. 여튼 구성물을 늘어놓으면 이와 같다.

노키아 6210 박스 구성품

노키아 6210 박스 구성품

어라라 그런데 오늘의 주연은 어디로 가셨을까? 배고프다고 N810 충전기에 물려 놨는데 소환해 보자.

쨔잔~

쨔잔~

등장!

아직은 사용설명서도 다 안 읽어 봐서 리뷰를 하기에는 좀 이르다. 프로그램 설치 가능하도록 인증서를 살짝 해킹하고, Qt/S60을 올려서 Qt 프로그램이 제대로 도는지도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써 왔던 한국 휴대폰과는 달라도 너무나 달라서 적응하는 데도 시간이 좀 필요하다. 일단은 인증샷까지만 올리고 마친다.

키보드 보안 때문에 열받은 하루

집에 와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KSA의 유산으로 남아 있던 농협 계좌를 해지하고 하이투자증권 CMA 계좌를 만들었다. 아 2005년에 농협 계좌를 만들면서 인터넷 뱅킹을 신청하고 무려 보안 카드까지 하나 만든 건 있는데, 예나 지금이나 플러그인 범벅인 건 마찬가지고 당시에는 내가 어디 돈 쓸 일도 없었기 때문에 방치되다시피 했다. 게다가 카이스트로 오면서 근처에 농협중앙회 지점이 없어서 쓸 일도 사라졌다.

집에서 그렇게까지 멀지 않은 곳에 하이투자증권 지점이 있었고, 엄마가 그쪽에 펀드를 투자해서 어쩌다 보니 CMA도 같이 개설했다. 카이스트에 지천인 우리은행 ATM을 통해서 인출해도 별도의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는 게 큰 장점이다. 문제는 대전에는 하이투자증권 지점이 없어서 좋든 싫든 인터넷 뱅킹을 신청해야 하는데, 처음에는 많이 걱정했다. 노트북 GPU를 윈도가 태워먹은 이후, 난 윈도를 노트북에 깔아 둔 가상 머신 안에서만 쓴다. 일부 ActiveX 컨트롤은 가상 머신이라고 츤츤대는 개새끼 같은 행동*을 하기 때문에 인터넷 뱅킹을 신청하면서도 ‘얘가 가상머신이라고 츤츤대지 않을까’ 많이 걱정되었다.

보안카드를 받고, 공인 인증서를 또 다시 만들고, 다시 가상 머신을 ActiveX 범벅으로 만들어서 접속은 성공했다. 하이투자증권은 그래도 개념이 있는 회사인지, ActiveX 두 개(하나는 XecureWeb, 다른 하나는 공인인증서 관리 플러그인)만 깔아도 로그인 페이지를 무사히 띄워 주었고, 실제 로그인도 잘 된다. 아래는 로그인 페이지이다. 모든 정보가 다 보이지 않도록 암호로 처리한 게 인상적이다. 이 상황에서 비밀번호들을 다 채우고 로그인을 누르면, 잠시 공인인증서를 읽는 화면이 나오고 로그인된다.

하이투자증권 로그인 화면

하이투자증권 로그인 화면

자 이제 이 페이지에서 사용하는 플러그인을 보자. 키보드 보안 플러그인 및 개인 방화벽도 깔아 보라고 창은 띄우지만, 실제 설치하지 않아도 문제 없이 진행되었다. 어차피 이건 가상머신 안이고, 호스트는 리눅스기 때문이다. 아래는 IE의 현재 사용 중인 ActiveX 플러그인 목록이다. K-Defence는 우체국 때문에 억지로 깔았지만, 실제로 꺼 놔도 아무 상관 없다.

윗 화면에서 사용하는 ActiveX 컨트롤 목록

윗 화면에서 사용하는 ActiveX 컨트롤 목록

물론 ‘증권사 CMA’다 보니까, 전용 HTS 클라이언트를 설치하면 인터넷 뱅킹보다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결국 HTS도 가상 머신 안에 깔았다. 하이투자증권 HTS 역시 별다른 프로그램을 덤으로 같이 안 깔아도 잘만 실행되었다.

그런데 하이투자증권만 인터넷뱅킹을 신청해 두면 뭐 하는가. 막상 학교에서 돈이 들어오는 계좌는 우체국이기 때문에 우체국 쪽도 신청해 두지 않으면 이율 좋은 CMA 계좌로 돈을 못 옮긴다. 일일이 인간 이체(인출 후 입금)를 하기 귀찮기 때문에, 오늘 우체국에 가서 인터넷 뱅킹을 신청하였다. 우체국 인터넷 뱅킹 메인 페이지를 보려는데, 왜 이런 페이지가 뜨지?

우체국 인터넷 뱅킹이 왜 안되냐?

우체국 인터넷 뱅킹이 왜 안되냐? K-Defense를 깔라고 지랄한다.

나 키보드 보안 깔고 싶지 않다. 얘는 ‘리눅스에서 사용자 권한으로 돌아가는 하이퍼바이저 안에 갇혀 있는 윈도’라서, 하이퍼바이저를 뚫지 않는 한 키보드가 점령당할 일도 없는데다가, 지금 이 키보드는 USB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키보드 보안 프로그램 설치는 법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 여기 링크된 페이지에 있는 pdf 파일에 그 이유가 다 나와 있어서, 내용 증명을 보낼 생각이다.

어떻게 저 페이지를 넘어갈 수 있을까 소스 코드를 봤는데, 아주 악질적인 체크를 서버 단에서 하는 것 같아서 저 컨트롤을 깔지 않으면 안 된다. 혹시나 해서 사용 중인 컨트롤을 봤더니, 아까 이야기한 하이투자증권보다 또 하나를 더 깐다.

윗 페이지에서 사용하는 ActiveX 컨트롤

윗 페이지에서 사용하는 ActiveX 컨트롤

EwsLoader는 전자서명 플러그인으로 철도 승차권 예약하는 데도 사용하기 때문에 이 놈은 깔려 있을지도 모른다. MeadCo 컨트롤은 뭔가 인쇄하는 데 쓰는 플러그인 같은데, 얘가 없으면 때때로 이상한 작동을 한다. 아직 저 페이지를 벗어나지 않아서, 공인인증서 플러그인은 불러와지지도 않았다. 저기 저 위에 Kdefense를 켜지 않으면 저 페이지를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별 수 없이, 우체국 인터넷 뱅킹은 학자금 카드로 들어온 돈을 빼는 데만 쓰라는 신의 계시로 받아들이자. 우체국에 깔아 둔 리눅스 PC에서도 접속할 수 없는 인터넷뱅킹, 과연 누가 쓰시겠습니까?

아무튼 우리은행도 인터넷 뱅킹을 신청할지도 모른다. 학생증 계좌와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에는 얼마나 더 악랄한 ActiveX 컨트롤을 깔아댈지, 지켜보겠다.

*: 하이퍼바이저는 게스트 운영 체제의 메모리를 들여다볼 수 있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되며, 일부 백신 회사들은 하이퍼바이저를 통해 바이러스를 분석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 사용자들이 하이퍼바이저를 어떻게 쓰는지 조금만 더 조사해 보면, ‘가상 PC는 지원하지 않습니다’라는 미친 메시지는 사라져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