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Archives: peremen

역시 Mingw와 WINE은 대단했다

목요일 논술 신문크리 과기특 시험크리, 금요일 언어학개론과 디지털시스템 과제크리가 이중으로 터져 주면서 낮과 밤이 완벽하게 뒤바뀌었다. 금요일 디지털시스템 과제크리가 끝났으리라고 생각하면서 자러 가는 채비를 하는데 어째 뭔가 뒤가 구리다. 알고 보니 전자과 프로그래밍 마지막 과제를 안 끝냈다.

마지막 두 시간에 교수님께서 네트워크 프로그래밍 맛배기라고 쓰고, 소켓을 만들고 채팅 서버를 구현하기까지 강의하였다. 채팅 서버와 클라이언트를 직접 타이핑해 보고 그 결과를 스크린샷으로 찍어서 제출하면 된다. 하필 이 과제를 이야기했던 목요일 아침 수업 시간에 전날 무리하게 달렸던 논술 신문 때문에 반쯤 비몽사몽인 상태로 들어서 기억이 뚝뚝 끊겨 있지만, 그나마 강의 노트를 보면서 끊긴 기억을 복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뿔싸. 지금까지 내 줬던 과제는 리눅스에서도 잘만 돌았는데 맨 마지막 과제는 대놓고 Winsock 아닌가. 아 근처에 윈도가 깔려 있는 물리적 컴퓨터가 두 대나 있지만, 두 컴퓨터 모두 컴파일러를 깔기에는 역부족이다. 하나는 내 옆에 있지만 채 1GHz도 안 되는 CPU가 달려 있고, 다른 하나는 비 오는 날 밤에 나가기에는 귀찮은 곳에 있다. 일단 코드부터 다 짜면 무언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해서 코드부터 무작정 짰다.

이쯤에서 프리젠테이션의 맨 마지막 부분을 인용해 보자.

ⓒ 2009 김탁곤 교수님

마지막 강의자료 중 일부, ⓒ 2009 김탁곤 교수님

내 컴퓨터에는 만약을 대비해서 리눅스용 mingw32와 WINE이 깔려 있다. mingw의 일부분으로 ws2_32가 있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mingw 패키지에 딸려 나온건지, 아니면 따로 깔 게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봤다. 찾아 봐도 별 신통찮은 말밖에는 없어서 일단 mingw로 컴파일할 때 무작정 저 링크 옵션을 추가해 봤다. 가랏 i586-mingw32msvc-gcc. 결과는 어찌 되었든 성공. 링크가 되었다는 뜻이다.

결과물로 튀어나온 파일은 깔끔하게 exe 확장자도 붙어 있고, +x 권한도 걸려 있었다. 자 이제 리눅스에서 실행하듯이 파일을 실행하면 된다. 충분히 최신 배포판을 쓰고 WINE도 깔려 있다면 리눅스용 프로그램을 실행하듯 윈도용 프로그램도 실행 가능하다. 이건 리눅스 커널의 binfmt_misc 덕택이다. binfmt_misc는 커널 모듈로 존재하며, 실행 파일을 던져 주었을 때 미리 지정한 인터프리터로 실행시킬 수 있는 기능이다. WINE 역시 binfmt_misc에 등록할 수 있으며, 이 때 PE 파일의 첫 두 문자 “MZ”를 자동으로 감지한다.

WINE이 내 시스템을 망칠 리는 없고, 어차피 내가 소스를 아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과감히 클라이언트와 서버를 실행시켜 보았다. 결과는? 리눅스 프로그램과 별반 차이를 느낄 수 없었다.

가라 타이푼... 이 아니라 가라 WINE!

가라 타이푼... 이 아니라 가라 WINE!

왼쪽이 서버, 오른쪽이 클라이언트다. 실행시킨 방법에서 보이듯 저건 리눅스 맞다. exe 파일 확장자로 보면 윈도용 실행 파일 맞다. WINE의 발전한 모습을 보고 감격할만한 순간이었다. (사실 현재 WINE은 어지간한 간단한 윈도 프로그램은 100% 재현 가능하다. PE 파일을 실행시키는 기능은 다 끝났는데 크고 아름다운 윈도 API가 발목을 잡고 있을 뿐이다.)

노키아 N810으로 싸이월드 미니 즐기기

사실 노키아 N810에 내장된 브라우저는 충분히 강력하다. 한 박자 쉬는 것만 감수할 수 있으면 어지간한 큰 사이트도 잘 들어가진다. 해상도도 800×480으로 꽤나 높기 때문에, 그냥 PDA용 사이트에 들어가면, 화면을 돌리지 않는 한 가로가 텅 비는 사태가 발생한다. 디자인이 잘 되어서 가로 800픽셀도 문제없이 소화해낸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래서 이놈으로 인터넷을 할 때에는 모바일 사이트를 쓰는 게 불편하다. 기능 제약도 있고 모양이 좋지 않아서이다.

그런데 싸이월드 미니는 아닌 것 같다. 애시당초 이게 나온 이유가 옴니아 때문이다. 옴니아의 액정 해상도도 800×480이기 때문에 잘리거나 남는 공간 없이 잘 보인다. 게다가 이걸 만들면서 기존에 쩡했던 PDA용 스윙 싸이월드 페이지를 없애버려서 별 수 없이 새로운 싸이월드 미니를 써야 한다. 옴니아 특화 서비스랍시고 아무 브라우저나 접속하면 츤츤댄다. 그냥 브라우저로 싸이월드 미니를 들어가면 이런 말이 뜬다

기본 MicroB로 싸이월드 미니 접속시 화면.

기본 MicroB로 싸이월드 미니 접속시 화면.

문제는 저기서 지원 단말기를 눌러도 옴니아밖에 없다. 하여간 기존 스윙 싸이월드 사용자는 어쩌라고.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넷북 또한 가로 해상도 제한이 있어서 저 서비스를 사용하는 게 나을수도 있다. 하여간 저 상황에서 제대로 된 페이지를 보려면 훼이크를 써야 한다. 다행히도 저장소만 잘 추가해 주면 훼이크를 쓸 준비는 끝난다. 이미 User Agent Switcher가 있다. 링크를 따라 가면 원클릭으로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며, MicroB를 두 번 껐다 켜지 않으면 낚일 수도 있다.

User Agent Switcher 설치 후.

User Agent Switcher 설치 후.

아래 사진은 User Agent Switcher가 제대로 설치되었을 때 패키지 목록에 뜨는 화면이다. 하여간 이걸 설치하고 브라우저를 두 번 껐다 켜면, 별다르게 추가되는 메뉴가 없어서 낚일 수도 있다. 다른 MicroB용 확장 기능이 그렇듯이 얘도 별도의 메뉴를 추가하지 않는다. 따라서 암호같은 설정 페이지 URL(chrome://useragentswitcher/content/config.html)을 직접 입력해야 한다. 자주 사용한다면 저걸 책갈피에 추가하는 게 좋다.

한술 더 떠서 새 사용자 에이전트 입력도 상당히 불편하다. Add를 누르면 사용자 에이전트를 구성하는 각각 구성 요소를 순서대로 물어본다. 되돌아갈 수도 없어서 문제다. 한 번 틀렸으면 삽되므로 처음부터 제대로 입력할 필요가 있다. 이 블로그에 따르면 싸이월드 미니를 띄워 주는 사용자 에이전트가 두 종류 있다고 한다. 하나는 옴니아에 내장된 Pocket IE, 다른 하나는 Opera이다. 둘 중 아무거나 써도 된다고 하니 여기서는 Opera의 사용자 에이전트를 입력시켜 보겠다.

하여간 저 창에서 Add를 누르면 사용자 에이전트 설명, 서버로 전달할 문자열, 프로그램 이름, 버전, 플랫폼, 제조사, 제조사 하위 설명 등을 순서대로 물어온다. 오페라의 사용자 에이전트를 입력하기 위해서 나는 이 과정을 거쳤다.

  • Description: Opera 9.5 (TMONIA)
  • User Agent: Opera/9.5 (Windows NT 5.1; SKT; U; en)
  • App Name: Opera
  • App Version: 9.5 (Windows NT 5.1; SKT; U; en)
  • 나머지: 비움

복사해서 붙여넣기가 상당히 압박스러우므로 이 순서와 문자열을 웬만하면 기억해 둬야 한다. Pocket IE 정보를 추가하는 것도 비슷하게 하면 된다. 힘겨운 과정을 거쳐서 입력을 다 시키면 이렇게 된다.

엄청나게 압박스러운 사용자 에이전트 입력 장면.

엄청나게 압박스러운 사용자 에이전트 입력 장면.

방금 추가한 사용자 에이전트를 선택한 다음, Choose Selected User Agent를 누른 다음 다시 싸이월드 미니로 들어간다. 이제 제대로 된 페이지가 뜬다.

노키아 N810으로 본 싸이월드 미니.

노키아 N810으로 본 싸이월드 미니.

가로 해상도가 800이 나와 줘서 스크롤의 압박 없이 볼 수 있다. 미니홈피나 클럽도 이 상태에서 잘 된다. 아무튼 SK컴즈에서 싸이월드 미니를 옴니아 전용으로만 쓰지 말고 다른 장치에서 접속할 수 있도록 바꿔 두길 바랄 뿐이다.

한국 기자들이 외국산 휴대폰에 대응하는 방법

한국 기자들은 다들 애플을 사랑하는지, 애플을 제외한 외국산 휴대폰을 좀 듣보잡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아직까지는 탄탄하게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고, 당분간 1위 자리도 깰 것 같지 않은 노키아가 2009년 1사분기를 잡쳤다고 당장이라도 망할 것처럼 까는 것은 물론이요, 휴대폰 시장 2강이라는 말도 서슴잖게 쓴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삼성과 LG가 세계 어디를 가든 휩쓸고 다닌다고 세뇌를 시키고 다닌다. 왜냐하면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2009년 해외 휴대폰 도입의 첫 스타트를 끊은 모델 중, 소니에릭슨의 XPERIA X1이 있다. 해외판에 비해서 한국에 맞춘 소프트웨어도 탑재하고, 키패드까지 한글화해서 출시하였다. 수신률 문제는 둘째치고, 한국 기자들은 세미콜론 두 개 박힌 문제도 귀신같이 찾아내서 까고야 만다. 사람에 따라서는 전혀 개의치 않을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편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그저 이것을 틈집잡아서 까기에 급급하다. 만약 한국 제조사의 휴대폰이 같은 실수를 했다면, 장담하건대 이것보다는 훨씬 적게 까일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왜 구글 맵스 한국 서비스가 늦게 시작했는가. 바로 그 엿같은 측량법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가 북한과 대치 상황이라는 것은 이해하지만, 지도 정보를 해외로 반출하면 안 된다는 조항은 현재는 걸림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미 인터넷 상에서 국경선이 허물어진 판국에, 마음만 먹으면 북한 쪽에서 한국 웹 사이트를 접속해서 지도를 보는 것도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다. 결국 구글은 한국에 별도의 지도 타일 서버를 설치해서 특정 위도와 경도에서는 한국 서버에서 타일을 가져오도록 했다. 왜냐하면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노키아 6210도 마찬가지 문제를 겪고 있다. 해외에서는 내비게이션 기능에 특화되었다고 모델명 끝에 내비게이터라는 말까지 들어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무용지물이다. 6210에 들어가 있는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은 휴대폰의 무선 인터넷을 통해서 지도 서버에 접속해서 데이터를 받아오는 방식인데, 노키아가 한국에 별도의 지도 서버를 설치하지 않아서 한국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깔려면 측량법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까야 하는데, 언론에서는 연일 노키아가 왜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지 않느냐고 깐다. 왜냐하면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언론에서 엄청나게 때려 놓고 또 외국산 휴대폰이 찬밥 신세가 되었다고 두 번 때린다. 어느 나라를 가나 공짜폰은 존재하며, 심지어는 그렇게 자랑하는 삼성이나 LG도 해외에 나가면 공짜폰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모델 하나밖에 안 들어온 노키아도, 들어오자마자 버스폰이 되었다고 그걸 가지고 깐다. 나오지 얼마 되지도 않은 휴대폰들을 가지고, 이미 나온 지 수 달이나 되어서 사용자층을 확보한 휴대폰과 비교해서 안 팔렸다고 한다. 이건 그저 통계의 마법도 아닌 개념없는 기사이다. 이 기사가 통용된다는 게 신기할지도 모르겠는데, 왜냐하면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불공정 경쟁, 그런 거 찾으려면 다른 데 안 가도 된다. 그저 외국산 휴대폰들 들어온다고 하는데, 외국산 안 좋다는 기사만 주구장창 내보내지 말고, 전쟁 시작도 안 한 외국 회사들 제발 까지만 마라. 선입견이 무섭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이 그러면 곤란하다. 언론에서 외국산 휴대폰을 때리면 때릴수록 한국 회사들의 독점만 심해져서, 제대로 된 경쟁과는 점정 거리가 멀어지기만 하고,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우물 안 개구리 놀이를 해도 많은 사람들은 언론 플레이만 보고 행복해할 것이다. 왜냐하면 여기는 한국이기 때문이다.

ps. 노키아 휴대폰이 버스폰으로 풀린 건 사실인 듯한데, 왜 제 학교 주변 휴대폰 가게를 8곳이나 돌아다녀도 겨우 한 곳에서, 것도 3G 기변을 감안하더라도 비싸게 부르는 이유는 뭘까요.

노키아여, 작년 Akademy 때처럼 해 주면 안되겠니

노키아 6210을 하나 낚아보기 위해서 여친님과 함께 신촌을 휘저어도 쓸만한 가격대가 안 나오고, 학교에 있는 KTF 판매점은 더 어이없는 가격을 부르길래 “도대체 이거 언제 풀리냐”고 기다리고만 있다. 학교 KTF 판매점에 사람 왈 “그거 쓰면 좀 불편할텐데”. 택도 없는 소리라캐라. 난 이제 한국 폰 좀 그만 쓰고 싶다. 물론 모토로라 같이 소프트웨어를 한국 걸로 바꿔치기한 외국 폰 포함해서.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아이폰 따위는 집어치우고, 그나마 가격이 싼 노키아 6210을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 모아(?) 본 노키아 6210 팸플릿이다. KTF가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젭라 물건이나 풀어줬으면 좋겠다. 물건 풀기도 전에 팸플릿부터 풀면 뭥미.

지금 내가 쓰고 있는 SPH-W2100이 이제 가시려고 하고 있다. 버튼에 백라이트가 안 들어오는 건 좋은데, 밤만 되면 키패드에서 소리가 난다. 왠지 백라이트 유닛 문제인 것 같은데, 삼성 가서 AS를 맡기니까 20을 부른다. 이러느니 폰을 하나 사고 말지. 전에 썼던 LC8000처럼 고칠 미련이 남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자세한 건 아래 사진을 보면 안다. 보다시피 위쪽만 백라이트가 들어와 있다.

위쪽에만 백라이트가 들어와 있다.

위쪽에만 백라이트가 들어와 있다. 백라이트만 고자가 된 게 아니라 삐- 거리는 짜증나는 소리까지 난다.

아 그래 내가 올 초에 이 글에 설득당했지. RSS 리더를 봤는데 글을 본 기억은 분명히 나던데 원본 URL을 까먹어서 검색 좀 했다. “When you buy a Nokia telephone you support free software. Do not buy an iPhone, do not buy a Palm, buy a Nokia.” 이 말을 보면서 노키아의 저력을 느낄 수도 있었다. 당장 작년에 뇌물 좀 먹은 건 둘째쳐도, 노키아는 이미 S60에 웹킷을 포팅한 적도 있고, 웹킷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Qt/KDE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절대로 빼먹을 수 없는 사실이다.

노키아가 N810을 뿌리면서 했던 말이 “KDE 개발자들에게 뿌리면 무언가 새로운 게 나오지 않겠느냐”였다. 뭐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 이미지 마케팅이란 것도 만만치 않다. 2008년 8월 당시에도 노키아 N810은 한참 잘 나가는 기계였고, 그 때도 결코 소프트웨어가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무렵에 maemo용 Qt 포팅 작업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고, Qt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이야 garage에도 Qt 프로그램이 올라와 있고 (아 물론 나도 하나 만들 계획은 있지만) KDE 개발자들 사이에서 노키아 이미지가 결코 안 좋지 않으니까 돈 제대로 투자한 건 맞다.

자, 이제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6210이 갓 풀리긴 했는데 심비안 S60은 한국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플랫폼이라서 한국어로 된 쓸만한 소프트웨어가 없다. 아니 다른 소프트웨어를 번역하고 싶어도 뭐가 뭔지 모르는 개발자가 태반일 것이다. 스마트폰의 생명은 사실상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는 건 내가 LC8000을 쓰면서 느꼈기 때문에, 두 말 하면 잔소리일 뿐이다. 노키아가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첫 모델이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해야 할 것이고, 인지도 확보를 위해서라면 소프트웨어가 많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키아는 저 전략 한 번 더 써 줬으면 고마울 따름이다. 엉엉. 이미 삼성과 SKT와 M$가 합작으로 옴니아(SKT가 재수없으므로 T*은 빼겠다)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를 열어서 나름대로 킬러앱을 확보하려고 애를 썼기도 하고, 이 전략은 이미 노키아 자신들이 써먹은 적이 있다. 그 때 뿌린 N810이 150대고, 대당 300$를 잡아도 45000$ 정도이다. (현재 환율 약 6000만원) 옴니아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때 뿌린 상금이 총 합쳐서 3000만원이니, 적어도 SKT-삼성-M$만큼만 써 줘도 좋은 프로그램이 나온다는 걸 장담한다.

아무튼 절대로 6210 한 대 공짜로 받고 싶어서 이런 글 쓰는 것 아니다. 단지 심비안 소프트웨어의 부족을 이런 식으로 해결하면 어떻겠냐는 글 뿐이다. 어차피 이 글 보고 나한테 뭔가 지원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노키아를 사야 하는 이유

아 물론 이 이유들은 다 개인적인 것이니 논리적인 반박은 사절합니다. 🙂

1. 노키아에게뇌물을 먹어서협찬을 받아서. 자신들이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 필요해서 Qt를 만든 트롤텍을 집어삼킨 것으로 모자라서, Qt 4.5를 LGPL로 풀어서 ‘Qt는 자유 소프트웨어가 아니다’고 찌질대는 키워들까지 잠재워 주신 우리 노키아님! 게다가 트롤텍을 집어삼켰음에도 불구하고 KDE 자유 Qt 재단과 협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고, 과거 트롤텍이 지원해 주던 Akademy를 그대로 지원까지 해 주고 계신 우리 노키아님! 오오! 찬양하라!

잡소리는 뜯어치우고, KDE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뒤에 트롤텍노키아라는 거대한 백이 생긴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있다. 오픈소스 가지고 사업하는 회사 치고, 커뮤니티와 제대로 대화하지 못하는 회사 없다. 사람들의 입소문 효과도 있고, 오픈소스에 투입할 ‘사람’을 구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마 트롤텍이 노키아에 인수된 이후에 노키아 쪽에서 Qt 개발을 돌연 중단해 버린다거나, 아니면 Akademy 지원 중단 및 KDE 자유 Qt 재단 계약 변경과 같은 커뮤니티에 적대적인 제스처를 보였다면 난 아마 그놈으로 돌아섰을지도 모른다. 2008년 Akademy 때 노키아가 제공해 준 환영 파티 가서 배도 채웠고, 노키아 사람들의 강연까지 공짜로 들은 입장에서 차마 노키아 까기는 못 하겠다.

2. N810을 한 해동안 써 보고. 작년 Akademy 때 노키아 N810이라는 뇌물협찬품을 받아서 쓴 이후로 노키아에 관한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 N810을 가지고 놀다 보니 개방형 플랫폼의 장점이 이해가 가기 시작하였다.

노키아의 최초 인터넷 태블릿 770은 삼성 넥시오를 보고 충격받아서 만들었다는 ‘카더라’ 통신은 있지만, 삼성 넥시오와는 가장 다른 것이 개방형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기존 리눅스 프로그램들이 포팅될 수 있었고, 이 전통은 N810까지 이어진다. 내가 열나게 까는 앱스토어 모델 따위는 garage로 이미 구현되어 있어서, 저장소 추가 몇 번만 클릭해 주면 깔 수 있는 소프트웨어들이 잔소리하지 않고 ‘넘쳐난다’.

한국에는 팔릴 걸 전혀 예상하지 않고 만들어진 기계기 때문에 기본 상태에서는 한국 로캘은 물론이요 한국어 입출력이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 하지만 리눅스를 좀 만져 봤다면 리눅스용 한글 입력기를 손쉽게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령 imhangul이나 나비와 같은 것 말이다. 또한 리눅스에서 글꼴 설치하듯이 글꼴 설치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이미 개방된 플랫폼인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리눅스에 대한 배경 지식만 좀 있다면 얼마든지 지지고 볶을 수 있다. 하여튼 삼성이나 LG 등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모르고 한국 및 세계 시장에 X같은 휴대폰을 내놓는 동안, 노키아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3. 이번에 내놓은 6210은 해외 모델의 소프트웨어를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다. 모토롤라가 한국에 진출하긴 했어도, 걔들은 엄연히 ‘짝퉁’이다. 소프트웨어를 한국에 맞게 지역화시킨 것은 좋지만, 그러면서 한국 모바일 플랫폼의 폐쇄성은 그대로 닮고 있다. 하제 동아리방 및 하드디스크를 뒤지다 보니 위피 모바일 게임 개발 책은 많이 나오는데, 설사 그렇게 게임을 비롯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해도 내가 어떻게 올리지? 현재 한국 휴대폰만 가지고는 답이 없다. 내가 위피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한국에 풀린 6210 리뷰를 보니 심비안을 그대로 가지고 오는 것 같다. 그 특징적인 UI를 비롯하여 심비안용 프로그램을 그대로 설치할 수 있는 것까지. 이로서 노키아 6210은 한국 최초 심비안 탑재 휴대폰이 되겠습니다. ㄳㄳ 따라서 이제 해외에서 개발된 많은 프로그램들을 설치할 때가 되겠습니다. ㄳㄳ Qt/S60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개발해 볼 시간도 되었습니다. ㄳㄳ

지금 휴대폰인 W2100을 사면서, 과거 썼던 LC8000에서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러시아어 전자사전’이다. 한국 휴대폰에는 전자사전은 들어 있지만 사용자가 새 사전을 설치할 수는 없게 되어 있다. 또 몇 달 전에 지하철 노선도를 업데이트하면서 문득 든 생각이, 노선도 업데이트를 빨리빨리 하려면 데이터 파일을 사용자가 편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흔히 말하는 막장환승을 피하는 환승 알고리즘을 짤 수도 있을 것이다. 왜 한국 휴대폰에서는 이런 걸 못 할까는 의문이 든다. 하여간 심비안에 사용자 프로그램을 추가시키지 못하게 하는 고자짓은 안 했다고 판명났으므로, 마음대로 프로그램을 추가시킬 수 있는 폰이 생겨서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젭라 자비점. 24개월 노예계약이라도 좋으니까 KTF 기기변경 15만원까지만 내려가도 산다. 노키아 6210 팸플릿 보니까 자꾸 지름신만 생겨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