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독일 통신 시장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무선 분야 각각 3/4위 사업자였던 e-plus와 O2가 합쳐지면서(O2가 e-plus를 인수하는 형태로) 통합 O2는 무선 가입자 수가 단숨에 1위로 올라갔다. 이동통신망은 합쳐진 이후에도 상당 기간 따로 놀다가, 4월 말에 상호간 3G 로밍을 허용하였다. 단 여기에서 LTE는 제외되기 때문에, 가입자 서로간의 LTE 망에는 접근할 수 없다.(O2는 선불 가입자에게 LTE를 안 열어놨고, e-plus는 열어놓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지만…) 물론 주파수 할당은 합쳐져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다면 추가 망 통합이 진행되었겠지만, 주파수 경매 이후로 모든 것이 미루어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독일에서 있었던 주파수 경매는 2010년이었으며, 이 때는 통신사가 4개 있었다(Telekom, Vodafone, e-plus, O2). 800, 1800(일부), 2100(일부), 2600MHz 대역이 경매에 부쳐졌으며, 800MHz 대역은 e-plus 제외 전 통신사 10MHz x2, 당시 경매에 나왔던 1800MHz 대역은 Telekom 15MHz x2, e-plus 5+5MHz x2, 2100MHz 대역은 Vodafone 4.95MHz x2, e-plus 9.9MHz x2, O2 4.95MHz x2, 2600MHz 대역은 Vodafone 20MHz x2, Telekom 20MHz x2, e-plus 10MHz x2, O2 20MHz x2씩 가져가게 된다. 비록 이 당시에도 TDD 주파수가 경매로 나오긴 했으나 실제 TDD 망이 구축되지는 않았다. (출처: Bundesnetzagentur) e-plus와 O2는 당시에 딜을 해서 주파수를 서로 나눠서 가져갔다는 설이 있다.
독일에 LTE가 깔리기 시작한 때도 이 주파수 경매 이후이다. Telekom은 이 때 획득한 15MHz+5MHz를 사용하여 Band 3에 20MHz LTE 망을 설치하였고, e-plus는 지역에 따라서 Band 3 중 10/15MHz 대역 망을 설치하였다. 기존 5MHz에서 실시 중이었던 GSM은 900MHz로 쫓아내면 되기 때문에 한국의 분석과는 다르게 광대역화가 쉬웠다. Telekom이 획득한 나머지 망 중 800MHz는 주로 교외 지역에, 2600MHz는 의외로 드물게 설치했다. 한편 Vodafone과 O2는 800MHz Band 20을 주력망으로 삼았고(10MHz 폭), 2.6GHz Band 7은 20MHz 광대역을 가지고 있긴 하나 Band 20보다는 덜 촘촘하게 설치했다. Vodafone은 1.8GHz에 5MHz 폭만 가지고 있었고, O2는 가지고 있던 대역폭 자체는 충분했으나 이걸 거의 GSM으로 사용했다.
2015년에 경매에 부쳐진 대역은 700, 900, 1500, 1800(일부)MHz 대역이며, 경매에 부쳐진 1800MHz 대역은 2010년에 경매에서 획득한 Telekom의 15MHz x2, e-plus의 10MHz x2를 제외한 50MHz x2 폭이다. 주파수 용도에는 별도의 제한을 걸어 두지 않았기 때문에 2, 3, 4, 5G 모두 사용 가능하다. 경매 대상 대역 중 에는 O2와 e-plus가 사용하였던 900, 1800MHz 대역 중 2016년 만료 대역이 조기 반환되어 포함되었다. (BNetzA) 경매 결과를 분석할 때 기존 확보 대역을 빼 놓으면 해석이 많이 엉뚱해 질 수 있다. (아래 사진 출처: BNetzA)
700MHz: LTE Band 28에 해당하는 대역이다. 최하위 5MHz 블록 1개(703-708MHz, 758-763MHz)만 고정 주파수이고 나머지는 유동 주파수이다. 한국에서는 방송사의 징징이로 인하여 소중한 주파수를 방송사에게 뭉텅이로 떼이고, 통신사에게는 20MHz x2(이것도 왠지 한 통신사에 몰아줄 것 같지만…)만 남아 있다. 독일에서는 방송사를 모두 쫓아내고 경매를 통해서 통신사가 모두 낙찰받았으며, 703MHz-733MHz, 758MHz-788MHz에서 10MHz x2씩 O2, Telekom, Vodafone 순으로 공평하게 가져갔다. 아직 DVB-T 방송이 이 대역에서 실행 중이라서 대역 정리 작업이 끝나야 LTE 망을 설치할 수 있고 5MHz당 낙찰 가격도 1.5GHz 다음으로 저렴하다.
900MHz: LTE Band 8, EGSM900에 해당하는 대역이다. 최하위 5MHz 블록 1개(880-885MHz, 925-930MHz)만 고정 주파수이고 나머지는 유동 주파수이다. 한국에서는 KT가 10MHz x2를 LTE로 사용 중이다. (KT가 850MHz 대신 여기를 가져간 게 유럽 통신사들이 GSM을 빨리 접고 LTE를 이 대역에 깔 예정이기 때문이었다는 카더라가 있지만…) GSM 900MHz는 전통적인 황금 주파수였고,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여기에 3G를 깔아 두었지만 독일은 전부 GSM으로 사용 중이다. 과거에는 Telekom과 Vodafone이 사실상 여기를 독점하였고 e-plus와 O2는 각각 5MHz x2씩 가져갔으나, 경매 결과로 O2 10MHz x2, Vodafone 10MHz x2, Telekom 15MHz x2씩 가져갔다. 지금 시점에서 3G 증설은 모양이 좀 웃길 수도 있기에 세 통신사 모두 GSM 망 유지용으로 대역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GSM 휴대폰들은 대부분 900MHz를 지원하기 때문에 과거에 1800MHz에서 굴렸던 일부 GSM 망을 여기로 옮길 수도 있다.
1800MHz: LTE Band 3, PCS1800에 해당하는 대역이다. 최상위 5MHz 블록 1개(1780-1785MHz, 1875-1880MHz)만 고정 주파수이고 나머지는 유동 주파수이다. 이번 경매에서 낙찰가가 가장 높은 대역이다.
Telekom은 15MHz x2만 가져갔지만 기존 할당된 15MHz x2와 합쳐서 30MHz x2 대역을 가지고 있다.(1.8GHz 대역 최대 보유 예정) 현재 서비스 중인 20MHz 광대역 LTE를 그대로 유지 가능하며, 남은 10MHz는 CA용으로 쓰거나 5G를 깔 가능성도 있다.
O2는 e-plus 인수로 획득한 10MHz x2와 경매로 획득한 10MHz x2를 합쳐서 20MHz x2를 보유하게 된다. 현재 e-plus가 설치한 LTE 네트워크는 주파수 조정을 통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단 이 대역을 전부 20MHz LTE로 돌려 버리면 e-plus의 1800MHz GSM을 전부 새로 얻은 900MHz로 이전해야 한다. 대부분 1800MHz GSM 휴대폰은 900MHz도 지원하므로 큰 문제는 없을 수도 있다.
Vodafone은 이번 경매로 25MHz x2를 획득하였다. 단 Vodafone은 기존 1800MHz 네트워크가 전부 GSM이었기 때문에 1800MHz LTE 네트워크를 전부 새로 설치해야 하며, Telekom과 마찬가지로 20MHz 망을 설치한다면 남은 5MHz를 GSM 혹은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1500MHz: LTE Band 32, 다운링크 전용 대역이다. Telekom과 Vodafone 모두 20MHz씩 가져갔다. 아직까지 표준화가 되지 않아서 지원하는 휴대폰도 전무하지만 만약 망을 설치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덕분인지 낙찰 가격도 가장 저렴하다. 5G 용도로 사용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 경매와는 별개로, 2100MHz 대역폭은 Vodafone 14.85MHz x2, O2 34.65MHz x2, Telekom 9.9MHz x2를 보유하고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O2가 2100MHz 대역에서 광대역 LTE를 깔아 버릴 수도 있지만 유럽에서는 해당 대역에 LTE를 설치한 통신사가 적다는 약점이 있다. 독일 한 언론에서는 2100MHz 대역의 넓은 주파수 때문에 O2가 이번 주파수 경매의 1.8GHz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다는 분석을 하였다. Telekom 제외 나머지 통신사가 2010년 경매로 획득한 Vodafone 4.95MHz x2, e-plus 9.9MHz x2, O2 4.95MHz x2 주파수는 2025년까지 유효하고, UMTS 초기에 획득한 나머지 Vodafone 9.9MHz x2, O2 19.8MHz x2, Telekom 9.9MHz x2 대역은 2020년까지 유효하다.
GSM 900MHz가 오랫동안 Telekom/Vodafone에 묶여 있었고, 1800MHz LTE 역시 Telekom과 e-plus만 할 수 있었으나 이번 경매를 통하여 모든 통신사들이 전 GSM/LTE 대역에서 사실상 동등한 양의 주파수를 확보하게 되었고, e-plus와 O2의 합병으로 3사의 가입자 규모가 비슷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네트워크 품질로 어떻게 경쟁할 지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이다. CDMA를 빠르게 걷어내 버려서 3G가 사실상 마지노선이 된 한국과는 다르게, 독일은 아직 GSM이 살아 있고 LTE가 보급되면 GSM보다 3G를 더 빠르게 걷을 수도 있다. 그리고 Telekom과 O2의 1800MHz 대역은 이번 경매로 완전히 얻은 것이 아니고 2020년에 만료되는 대역이 일부 있다. 2020년 주변에 다시 일어날 주파수 경매를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