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학교에서 인터넷이 두 번 끊겼다. 그 덕분에 나는 서버와 IRC 프록시가 된통당했다. 한 번은 화상회의 시스템 테스트 덕분이고, 또 다른 한 번은 알 수 없는 이유에서였다. 화상회의 시스템 덕분에 된통당한 것은 한 번이 더 있었지만, 나는 예고를 했건 안 했건 간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다.
우리 학교는 그야말로 인터넷 없이는 살 수 없는 학교이다. 비록 학교 인터넷이 최근에 좋아져서 끊김 사태도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불안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매일같이 과제 수행과 개인 여가(학교가 고립되어 있다 보니까)를 위해서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하루라도 인터넷이 끊기면 안 된다. 자 오늘 인터넷이 끊겼을 때의 학교 풍경을 보자.
오후 4시경 독서대. 화상 회의 시스템 때문에 인터넷 가동 중단됨을 알린 이후였다. 자 내 자리 옆에 스타를 즐기는 팀이 보이네요. 그리고 그 주변으로는 영화 감상을 하거나 자는 팀도 있습니다. 이제 기숙사로 가 보겠습니다. 한 방에서는 네트워크 게임에 미친 사람들이 있네요. 비록 운동장에도 애들이 뒹굴긴 하지만, 운동 좋아하는 애들만 나오지 일반적인 애들은 시큰둥합니다. 자 5시가 되었고 인터넷은 다시 살아 돌아왔습니다.
여기에서 하는 뻘짓 중에 이 닦는 날(이 클리닝 데이)가 있는데, 그 날은 학생들의 인터넷이 차단된다. 학교 홈페이지에 있는 글을 인용해 보자.
현재 교내의 거의 모든 장소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문명중의 이기인 인터넷에 얽매여 있으며 오히려 필요없는 시간 낭비 등이(불필요한 인터넷 서핑, 네트워크 게임 등) 많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다 효율적인 시간관리 등을 체험하기 위해 ‘인터넷 없는 날’을 매달 한번씩 시행하고자 합니다.
모든 생활에 근접해 있는 인터넷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보다 아날로그적인 환경을(독서, 운동, 타인과 대화 등) 경험하고 필요없는 인터넷 서핑과 네트워크 게임 등에서 벗어나 인터넷 사용을 통제하고 관리해 봄으로써 인터넷 사용의 좋은점과 나쁜점을 알 수 있고, 반대로 인터넷을 하지 않음으로써 인터넷의 중요함과 필요성을 체험하고자 합니다.
자. 기숙사 가면 인터넷이 당장 되지 않습니다. 또한 예기치 않은 때에 인터넷이 끊겨 줘서 중요한 작업을 할 때 무언가가 끊기도록 합니다. 평소에도 학생회나 VOD, ebook 등 학교 주요 서버 접속은 많습니다. 인터넷 끊긴 날이라고 이런 것을 안 해야 하는 줄 아십시까? 그 날에도 평소처럼 과제는 나옵니다. 그렇다고 선생님 컴퓨터나 도서관에 빌붙으라고요? 자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쓰고자 하는 사람은 많습니다.
현대인의 생활과 인터넷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곳까지 갔습니다. 이 상황에서 인터넷을 막아 두면 좋은 효과보다는 당장 생활이 불편해질 것입니다. 그렇게 인터넷 사용이 걱정되신다면, 이것을 제안한 선생님께서는 그 날 무엇을 하실 겁니까? 어른이라고 해서 되고 학생이라고 해서 안 된다고요? 저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기왕 좋은 제도를 시행하자고 하면, 선생님들도 동참하셔서 자신들의 인터넷 사용을 통제해 보시고, 아날로그적인 환경을 경험해 보시죠? 학생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모습, 저는 눈 감고 싶지 않습니다.
좀 감정이 격해졌지만, 자 돌아오자. 나는 KDE 커미터이고, 한국어 번역팀의 “얼마 안 되는” 인원 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 매일같이 KDE SVN에 연결해서 그 날마다의 소스를 받아 오고, 번역 작업을 해서 SVN 트리에 커밋한다. 이 과정에서 빌드가 깨지지는 않았는지, 또 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신경써야 할 것은 내 일이다. 거기 너, 다른 사람이 일 하라고? 나는 내가 좋아서 취미 활동으로 KDE 커밋을 하는 데 니가 왜 내 취미 활동에 간섭하냐?
어쨌든 다음 번에 인터넷을 중단한다는 말이 나오면, 저번의 정독실 때와는 다른 더 강력한 무언가를 준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