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절대로 어떤 나라의 어떤 대통령을 겨냥하고 쓰는 글이 아님을 밝혀 둔다. 단지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서 찾은 재미있는 사례를들 정리해 둔 것 뿐임을 밝힌다.
동유럽 국가들과는 그 동안 교류가 제한되어 왔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정보는 사소한 것이라도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 대개의 동유럽 국가들은 한 때 소련의 일부였거나 소련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이고, 공산주의가 붕괴되기 전까지 적어도 한 명 이상의 독재자 또는 독재 성향이 강한 정권이 있었던 나라들이다. 대개 이러한 정권의 특징으로는 개발을 중요시했다는 것이며, 일부 나라들은 철도를 개발의 상징으로 삼기도 하였다.
루마니아에는 19세기부터 철도가 깔리기 시작하였다. 제 1차 세계 대전을 주변으로 하여 많은 철도들이 생기고, 또한 기존 철도들도 복선화되기 시작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1947년부터 공산 정권에서는 철도를 산업화의 상징으로 삼았고, 도로 등 다른 교통 수단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철도를 깔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부터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주변의 철도들이 차례차례 전철화되기 시작하였고, 전철화와 복선화는 점점 확대되어 1969년 당시 전 노선이 전철화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발달된 철도 교통망은 공산 정권이 붕괴되기 전까지만 해도 엄청 탄탄하였으나, 1989년 혁명과 차우셰스쿠 처형 이후로 철도 교통망은 급속히 마비되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의 최첨단 철도는 시간이 갈수록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기 시작했고, 공산 정권 당시에 엄청나게 깔아제낀 철도 탓에 이후 세대에서의 관리도 힘들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 위기까지 찾아오면서 철도 차량의 상태도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루마니아 국유 철도는 여러 회사로 분사되고, 일부 자회사는 사유화 단계를 밟고 있기도 하다. 사용 빈도가 적은 각종의 지선 철도를 정리하고, 철도 차량을 현대화하는 각종의 노력 끝에야 철도 교통이 정상화될 수 있었다.
동유럽의 또 다른 재미있는 나라로 알바니아가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철도를 통해서 잘 이어져 있지만 알바니아만은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알바니아도 꽤 오랫동안 공산 독재를 경험했던 나라 중 하나이다. 현재의 북한처럼 개인 소유의 자동차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알바니아 역시 철도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었다.
알바니아에는 1900년대 중반에 철도가 개통되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임시로 부설하였던 협궤 철도를 개량하여 간선 철도가 되었다. 알바니아의 독재자 엔베르 호자가 집권하였던 1985년까지만 해도 철도는 깔리고 깔려서, 심지어는 1986년에 국제 철도가 개통되기도 했지만 당시의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불안정한 정치와 선로 상황 때문에 여객 영업을 할 엄두는 내지도 못하였다.
그러나 호자 사망 이후 더 이상의 철도는 깔리지도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경제 상황으로 인한 차량 도둑과 차량 정비 상태도 심각하다. 그래서 1960~80년대에 중고로 도입한 차량들이 그대로 굴러다니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유럽 어지간한 나라에 다 되어 있는 전철화도 전혀 안 되어 있다. 지금은 체코에서 사 온 T669 기관차를 굴리고는 있지만 어지간히 돈이 안 들어가는 이상 이 알바니아 철도를 고칠 엄두를 낼 수도 없다.
정리하자면, 이 두 독재자들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 철도에 많은 돈을 들였고 독재자 사망 이후 국가의 철도 사업에 중대한 위기가 찾아왔으며,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요즘 2MB는 SOC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대운하가 안 되니 이런 식으로라도 전국토를 공사판으로 벌이는 것이 어쩌면 그로서는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구잡이식 SOC 신규 개발과 저 독재자들의 이미지가 겹치는 것은 무엇일까. 한 사람의 철도 동호인으로서는 신규로 철도 노선을 팍팍 깔아 주는 것이 좋긴 하지만, 왠지 저 독재자들의 노선과 겹치는 점이 있어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