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역까지 무려 경부선을 경유해 주시는 새마을호 #1207을 타기 위해서 동대구역에서 죽치고 있었다. 먼저 타고 온 KTX #117에서 내려서 플랫폼을 바라보니 #1207과 #1203이 줄줄이 지연되는 바람에 시간을 좀 벌어볼 수 있었다. 일단 닥치고 플랫폼으로 나가 보니 이딴 것들이 보였다.
최근 CDC가 집단으로 개조된 일명 싸궁화 아니었던가! CDC는 과거 비둘기 및 통일호 객차와 동차의 퇴역에 대비하여 통일호의 말년(1996년부터)에 도입되어서 통일호 등급이 사라지기 전까지만 해도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모자랐던 차량이지만, 통일호가 통근열차로 대체되고 운행 구간이 점점점 줄어들고 나서부터는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넘치는 차량이 되었다. 게다가 차량 성능 자체는 기존 무궁화호 디젤 동차에 비해서 딸릴 것이 없으면서도 통일호 급으로 굴렸으니 낭비 아닌가.
이에 코레일에서는 CDC를 무궁화호로 개조하여 운행하기 시작하였고 기존의 무궁화호 디젤 동차를 대체시켜 나가고 있다. 2008년 초에 한 편성이 시범적으로 무궁화호로 개조되어서 투입된 다음 품평회를 가지고 양산하기 시작하였다. 새마을과 무궁화에 요즘 많이 보이는 열차카페처럼 한 칸에 미니카페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 번 타보고는 싶은데 운햏 구간을 아직까지는 알 수가 없다.
하여튼 저 사진을 찍고 돌아오니 손이 얼어붙어서 환승 대기실에서 좀 손부터 녹였다. KTX에서 내릴 때만 해도 열차가 지연되었다는 말만 하던 것이 이제 지연 상황이 파악된 듯 하였다. 역내에는 동력차 고장으로 무궁화가 퍼졌다는 말이 나오고, 전광판에는 무궁화 26분 지연에 새마을 12분 지연이 표시되었다. 승무 교대를 하기 위해서인지 환승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기관사님들이 몇몇 보였다. 하여간 저 지연 안내를 보면서 내가 왜 KTX 타고 부산역까지 안 갔을까 후회도 들었지만, KTX 입석 승객으로 통로까지 붐비는 지금 상황에서는 새마을호가 텅 비어 주어서 고맙기만 하였다.
동대구역을 이제 떠나려는 채비를 할 때쯤 반짝거리는 전기 기관차가 하나 들어왔다. 8262호. 8262라면 제조된 지 얼마 안 되었을 텐데 왜 퍼졌을까 의아해하면서 일단 사진부터 찍으러 나갔다. 특히 몇 달 전에 이 루트를 탔을 때에도 똑같은 전기 기관차가 들어와서 발차 동영상을 찍으려고 했는데 기적 소리에 놀라서 제대로 된 영상이 안 나와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8200호대 발차 동영상을 찍어 보자는 결심까지 하였다. 하여간 사진도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
8200호대도 처음 들어온 것은 차호가 그냥 스티커 형태였는데 요즘 들어온 것들은 아주 금속을 박아 둔 느낌이다.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도 좋고, 미관상 좋기도 하다. 결국 발차 동영상도 찍는 데 성공하여 모처에 올릴 수도 있었다.
20초 부근에서 시-미-라-레- 소리를 들었는가? 유로스프린터 계열 차량들에서 공통적으로(라고 하지만 8200호대는 좀 다름) 들을 수 있는 구동음이다. 이외에도 지멘스제 인버터를 탑재한 철도 차량에서 이런 식으로 올라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튼 이 동영상을 찍고 나니까 내가 타고 갈 새마을 열차가 들어왔다. 평소 이렇게 환승을 하면 약 20분간 동대구역에서 대기해야 해서 짜증났는데, 안 그래도 지연까지 겹쳐서 더 열받긴 하였다. 그래도 나름 괜찮은 장면을 건질 수 있어서 편하게 타고 왔다.
포항행 #1759를 승차하라는 방송과 함께, 부산행 열차가 발차하는군요.
저 날 지연크리 때문에 참 떨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