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아빠가 니콘 FM2(지금은 내가 쓰긴 하지만)를 들고 다니면서 사진도 많이 찍어 주었는데다가 집에 니콘과 삼성에서 나온 똑딱이 필름 카메라도 몇 대 있었고, 집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사진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전혀 사진에 관심이 없었다가 고등학교에 와서 반강제적으로 누리빛에 들어가게 된 이후 방치해 두었던 FM2를 꺼내면서 사진에 대해서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1학년 때, 그리고 2학년 초반에는 니콘 FM2+미놀타 PAN100/코닥 TMAX 100/400 조합으로 사진 찍을 일이 있으면 항상 들고 다녔다. 그리고 내 것이 아니긴 하지만 집에서 캐논 A95를 사면서 디지털이 필요한 곳에는 A95를 들고 다녔다. 다만 렌즈는 35-70으로만 버티고 살았는데다가 별로 망원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안 해 보아서 장비병이 도진다는 등의 증상은 생기지 않았다.
캐논 A95 바디 성능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1학년 때 호주, 2학년 초반에 일본으로 놀러 가면서 똑딱이의 한계를 체험할 수 있었다. ISO를 200으로 올려 주어도 노트북에서 보면 사진이 지글지글해진다든가, A 모드에서는 플래시를 끄면 실내 촬영이 ㅁㄴㅇㄹ스럽게 된다는 게 영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눈마저 언제 업그레이드되었는지 캐논 사진이 어느덧 불그스름해 보이기까지 시작했다. 다음 번에 카메라를 산다면 그 때 만큼은 왠지 캐논을 벗어나고 싶었다.
A95를 비롯한 똑딱이들에서 마음에 하나 걸리는 것이 있었다면 플래시의 위치였다. 일본으로 수학여행 갔을 때 어느 날 밤에 배 위에서 촬영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사진을 찍으면서 손에 플래시가 가려 버려서 EXIF에는 플래시 발광으로 찍혀 있는데 사진이 ㅁㄴㅇㄹ스럽게 되어 버렸다. 완전 좌절이다.
그러한 똑딱이 구조상의 한계 때문에 DSLR을 알아보게 되었다. 동영상 기능을 포기한다는 것이 내겐 별로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캐논 350D로 가 버리려고 했으나 구입을 생각하게 된 2006년 7월 초에 소니에서 A100이라는 첫 모델을 준비한다는 정보를 입수하였다. DSLR=캐논이라고 생각해 오고 있었기 때문에 과연 이 새로운 바디가 얼마만큼의 성능을 발휘할 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디씨 등지에 A100으로 찍은 사진이 올라오면서 그 궁금증은 풀렸다. 바디 내장 손떨림 방지와 1000만 화소는 충분히 캐논 모델들을 목록에서 제외시키기에 성공했다.
결국 2006년 8월 말, 소니 A100을 사겠다고 결심해 버렸다. 학교에 썩어빠진 캐논 렌즈들과는 이별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캐논의 그 불그스레한 색감도 영 마음에 안 들었다는 이유로 잠재워 버렸다. 그런데 카메라 바디 가격이 영 비쌌기 때문에 실제 구매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내일이면 아빠 귀국과 함께 내 손에 A100이 들릴 확률이 크다. A100이 온다는 것을 확신해 버리고 집에 2년간 정들었던 FM2를 놔두고 왔다. 과연 그 녀석이 내 손에서 어떻게 작동할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의 첫 DSLR이라는 의미는 클 것이다. 바디 리뷰는 차차 진행할 것이니 낚여 온 사람은 어서 “뒤로”를 클릭해서 나가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