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가 처음 개교했을 때의 03학번 선배들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비교적 자유롭게 하기 쉬웠다. 지금과 같은 더 나은 환경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나름대로 좋은 성과를 거두었으며, 카이스트를 가서도 한 학기 정도 멈칫하다가 결국에는 학년 상위권으로 많이 간다고 한다. 아쉽게도 현실적인 감각을 과학고 학생 못잖게 터득한 덕분에 자연대보다는 공대로 많이 갔다고 하지만, 차라리 모르는 것보다는 나을 수 있다.
해가 갈수록 환경이 점점 좋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에 역행하는 제도는 환경의 발목을 잡고 있다. 17억원을 둘러싼 책임 때문에 학교 상태가 영 안 좋아지면서 교장이 바뀌었다. 그 이후 첫 해까지는 그럭저럭 잘 굴러 왔지만, 부산과학고 교명 문제 때 영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때 알아 봤어야 할 거 같았다. 게다가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차이에 대해서도 영 둔감한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올해 와서 이 학교 기숙사 개방 시간이 갑자기 오후 4시에서 9시 반으로 늦춰졌다. 한 마디 말도 들은 것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당황했지만, 그 많은 학생들이 단체로 뭉쳤는데도 교장은 들은 척도 안 하는 것 같았다. 거따가 다른 기숙사 학교 예제를 끌고 오는 것은 황당의 극치를 달렸다. 아니 과연 그 학교들이 한다고 우리가 왜 맞춰야 하며, 그네들과 우리가 상황이 같은지부터 질문하고 싶다. 또한 의도적인 학생 의견 무시를 통한 엿먹이기 같은 행위는 당장은 좋아 보여도 앞으로 그다지 보기 좋지 않을 것이다.
학생과 학교 사이의 연결은 이것 말고도 계속 분열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숙사 에어컨 설치에 관해서 회의가 있었는데, 학생들에게 설문 조사도 안 한 주제에 “학생 의견이 없어서 설치 안 함”이라고 썼다. 웃기지도 않다. 물어라도 보았으면 이해를 하는데 이건 학부모도 학생 엿먹이기에 급하다는 것이다.
학교 학생 생활과 관련된 전반적인 문제가 이렇게 돌아가는데 공부는 할 말이 있겠는가. KSA 기인열전 같은 기사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유학 성공한 학생이나 올림피아드 성공한 학생이 들어서고 있다. 이들이 확실히 실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과거 KSA의 그 많던 자유는 이제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은 KSA에서 홍보하는 대로에 이끌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기는 이제 거대한 과학고가 되고 있다.
다음 연재 계획: 사라지는 모험정신 – 학교 커리큘럼과 학점제의 변화를 이야기할 것이다.
심각하군요;
저런 정도라면;
시간과 자원만 많으면 입시설명회 들으러 오는 학부모들 도시락 싸서라도 돌려보내고 싶습니다.
학생들의 불만은, 학생들 사이에서 공감되고,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여겨지고 있나요? 난, 대중이 정말 움직이려 하는지, 항상 두렵습니다.
내가 KSA 라는 학교에 대해 가장 부러워했고, 가장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했던 요인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는 과정은, 너무 슬퍼요…
많은 학생들이 이 문제에 수준의 차이는 있지만 공감은 합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학교 밖으로 이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