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A 끝

3년 동안 정도 많이 들고 기억도 많이 남을 것 같은 KSA 생활이 끝났다. 앞으로 남은 것은 졸업식 때 놀러가는 것이지만, 그 때는 거의 바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패스. 생각해 보면 이 3년 동안이 내 인생에서 가장 변화가 컸던 날이라고 본다. 공부한 만큼 학점이 뜨지 않아서 좌절했던 1학년 초중반, 다르게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던 1학년 후반과 2학년 초반, IRC를 만나고 나서부터 오픈소스 개발자로 다시 태어난 2학년 후반부터 지금까지.

그래, 그 동안은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실수도 해 볼 수 있었고. 3년 동안 모래통에서 잘 놀았다면, 이제는 모래통 밖에서 놀 때가 되었다. 나도 인간 관계의 중요성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바깥 세상에 대해서도 더 알게 되었다. 앞으로 지금처럼 주목을 받으려면 지금보다 수 배는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IRC를 통해서 만났던 카이스트 사람들과 내년에는 학교 안에서 만나게 될 것이고, 다른 사람들은 앞으로 만날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그 동안 했던 일이 소행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리 저리 신호를 보내고 통신을 시도했다면, 이제는 그나마 큰 행성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할까. 그 동안 소행성에서 있었던 일은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KSA에서 공부했던 책들은 앞으로도 보게 될 것이지만, 그것 말고는 물건으로 남는 것은 없을 것 같다. 다만 2학년과 3학년 때 썼던 독서대 앞에 끼워져 있는 명찰은 내가 집으로 가지고 와 봤다. 저게 끼워져 있었을 때는 참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인 것 같다. 물론 앞으로 저런 명찰을 보긴 힘들 것 같지만.

독서대 명찰

2학년과 3학년 때 쓰던 독서대 명찰.

잘 있어라, 한국과학영재학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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