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웨어 편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계속하면, 노키아 6210의 소프트웨어편은 결코 하나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얘는 근본적으로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용자들이 결코 익숙하다고는 할 수 없는 심비안 OS에 S60 UI를 쓰는 놈이라서, 윈도 모바일만 아는 우물 안 개구리들은 불편하다고 징징댄다. 추가 소프트웨어를 아무리 깐다 하더라도, 폰 자체의 기능이 부실하다면 결코 좋은 휴대폰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편에서는 기본 소프트웨어를 다룬다.
근처 KT 매장에서 노키아 6210을 받아들면, 맨 먼저 시각과 위치 설정을 한다. 그리고 메모리카드 초기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어느 새 우중충한 초기 화면이 당신을 반기고 있다. 자주 쓰는 프로그램 5개(맨 첫번째 하나는 도움도 안 되는 폰꾸미기로 고정되어 있다)와 일정, 휴대폰 검색, 온라인 공유만 나와 있는 담백한 화면이 편쳐진다. 십중 팔구는 이제 이 화면에서 당황할 것이다. 도대체 뭘 어떻게 눌러야 전화를 걸 수 있는가 아직 익숙하지 않을테니.
첫 화면에서 보이는 건 메뉴, 열기, 연락처이다. 우선 메뉴부터 눌러 보자.
최상위 메뉴는 이렇게 12개가 있고, 별다르게 건드린 게 없다면 맨 가운데에 있는 ‘메시지’가 선택된다. 12개의 각각 항목은 키패드에서 같은 위치를 누르면 선택된다. 예를 들어서 메시지로 가려면 5번을, 카메라로 가려면 8번, 프로그램으로 가려면 #을 누르면 된다. 하여튼 여기에서도 1번 메뉴를 지배하려는 KT의 수작은 어림없이 드러난다. 그러면 저 폰꾸미기부터 살펴보자.
벨소리와 통화연결음은 휴대폰에서 바로 바꿀 수 있고, 테마는 잔뜩 기대하고 들어갔건만 KTF_SHOW 하나만 떠 있다. 뭥미. 보관함으로 들어가면 폰꾸미기를 통해서 다운로드한 컨텐츠가 뜨긴 하지만, 인터넷을 뒤져 보면 굳이 저거에 의존하지 않아도 다양한 컨텐츠를 다운로드할 수 있으므로 이 메뉴에 대한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
개념있게(?) 2번 메뉴는 연락처이다. 대기 모드에서 오른쪽 바로 가기 키를 눌러도 같은 메뉴가 뜬다. 이름과 성을 분리해서 입력할 수 있으며, 출력 형식 역시 성 이름(기본값), 성, 이름, 이름 성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진짜 중요한 성과 이름을 붙여서 출력하는 옵션이 없기 때문에(이는 윈도 모바일도 마찬가지) 성과 이름을 반드시 띄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분리하지 않을 것이다. 연락처 그룹은 하나 이상 지정할 수 있으며, 적응되면 상당히 편리하다.
다음 메뉴는 통신 기록이다. 대기 화면에서 ‘통화’를 눌렀을 때 뜨는 기록은 전화 수발신 및 부재중만 뜨지만, 여기에서는 이뿐만 아니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패킷 데이터 통신도 한눈에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한 달 동안 저장하며, 설정에서 바꿀 수 있다.
4번 메뉴인 지도는 한국에서’만’ 고자이다. 현재 대한민국 측량법은 지도 자료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고 있어서 국외 기업이 지도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대한민국 내에 서버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국경선이 무의미해진 지금, 이 법률은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여태까지 노키아에 대한 한국 언론 보도 중에서도 이 법이 문제가 된다는 걸 다룬 진지한 언론은 없었다. 그저 노키아는 왜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지 않느냐는 말만 한다. 답답하다.
5번 메뉴는 문자 메시지이다. 맨 먼저 메시지 메뉴로 들어가면 여러 가지 옵션이 있다. 새 메시지를 선택하면 맨 먼저 어떤 메시지를 보낼지부터 물어본다. 텍스트 메시지를 일단 선택하면 번호와 함께 메시지를 입력하면 된다. 수신 란이 작아 보여서 한 번에 한 사람만 보낼 수 있느냐고 오해할 수 있지만, 수신에다 대고 가운데 단추를 누르면 여러 사람을 추가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뜬다. 한글 입력은 ez한글을 사용하므로 LG 싸이언을 사용하던 사용자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텍스트 메시지 아래에 뜨는 숫자는 남은 글자 수인데 좀 수상하지 않은가? 한글 몇 자 썼는데 62? 노키아 6210은 최대 140바이트까지 SMS로 보낼 수 있고, 문자 메시지를 보낼 때 UCS-2 인코딩을 사용한다. 대개의 한국 휴대폰이 CP949를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 UCS-2는 유니코드 BMP 내의 모든 문자열을 표현할 수 있으며, 모든 문자는 2바이트로 인코딩된다. 따라서 일단 한글이 한 글자라도 들어가면, 영문도 UCS-2에서는 당당히 2바이트를 차지하기 때문에 ‘한/영 혼합시 70글자’라는 말이 성립한다. 물론 영문만 사용하면 ASCII로도 충분하므로 140바이트==140글자가 된다.
옵션에 들어가서 언어를 영어로 바꾸면, 지금까지 우리가 써 보지 못했던 단어 자동 완성 모드로 들어간다. 이 경우 위쪽에 언어 표시 왼쪽에 있는 펜 아래에 줄이 생긴다. 이 모드에서는 원하는 알파벳을 찾기 위해서 키를 연타하지 않아도, 각각 단어에서 알파벳이 포함된 키를 한 번만 눌러주면 알아서 자동 완성을 시도한다. 예를 들어 hello를 입력한다면, 4433555555666을 불편하게 누르지 않고도 43556만 눌러서 hello를 입력할 수 있다. 사전에 없는 단어를 입력한다면 * 키를 눌러서 원하는 단어를 찾으면 된다. 어지간해서는 이 ‘통박’은 잘 들어맞으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수신 메시지함은 그냥 전체 메시지 목록이다. 원하는 메시지를 보고 누르면 된다. 메시지를 언제 보냈는가가 기본으로 뜨지 않는데, 옵션 아래의 메시지 정보를 보면 된다. 템플릿 기능은 국내 휴대폰의 상용구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맨 마지막 메뉴 보고서는 생소할지도 모른다. 노키아 휴대폰은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문자를 다 보낼 때까지 전송 화면을 띄워 두지 않고 ‘보낼 메시지’로 옮긴 다음 백그라운드로 보낸다. N810의 기본 메일 클라이언트 역시 이와 비슷하게 작동한다. 백그라운드로 보내기 때문에 일단 문자를 보내 놓고 다른 작업을 빨리 진행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사용자는 어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저런 식으로 보고서를 띄워 준다. 기본적으로 꺼져 있으므로, 필요하면 켜면 된다.
6번 이후의 메뉴는 다음 리뷰에서 쓸 예정이다. 아 물론 기본 소프트웨어로 끝내면 이 폰의 장점을 깎아먹고 들어가는 꼴밖에 안 된다. 한국 휴대폰이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넘사벽 포인트나, 추가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시스템을 휘젓는 법 등등을 추가로 쓸 예정이다.
추신: 노키아 N810을 ‘한국에서 만들어서 핀란드로 보낸다’는 사람 보시길. 내 N810은 마데전자 핀란드다. 설마 한국의 영문 표기가 Finland였던 건 아니지.
다음 리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이놈이 윈도모바일과는 다르게 리셋시킬일이 없어 좋더군요.. 아직 휴대전화 기능은 좀 적응이 어색합니다. ㅡㅡ;;
굉장히 상세한 리뷰 대단하시네요 저도 몰랐던 기능들에 대한 설명, 잘 보고 갑니다.
멋진글에 제가 감히 한가지만 덧붙이자면, ‘추신’의 ‘N810’ 모델의 경우 ‘핀란드 – 살로’에서도 만들고 ‘한국’에서도 만드는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직접 본 제 눈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건 아마 ‘N810’이 확실한 것 같네요. ^^
그리고 두 군데서 생산되는 동일한 모델의 경우 부품하나하나 100% 일치하니 제조국은 전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될 것 같네요.
종종 들러 좋은 정보 많이 얻어가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그 말도 맞습니다. 요즘 기업은 제조 공장을 여러 군데 두는 게 일반화되어 있죠.
nokia tmc 한국 공장을 잠시 다닌일이 있습니다.
폰을 생산해 뒤 라벨을 핀란드로 찍어보내는 경우가있습니다 ‘ㅅ’.
이것은 그쪽 나라의 커스터머에서 요청하여 보내는 경우고요;;;
일반적인 우리가 nokia 포장박스에 받아보는 상품으로써 수출하는게아니라
고객에게 직접적으로 보내는 서비스의 일종으로 보내는걸로 폰만 사가는 경우로 알고있어요 ‘ㅅ’;
그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 저기 있는 저 N810은 제가 유럽에서 받은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