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E 4.x, 그리고 VirtualBox 등 내가 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지역화에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지역화는 일반적인 책의 번역과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으므로, 나는 책을 쓰듯이 컴퓨터 프로그램에 웬만해서는 접근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 글에서는 지역화 과정에서의 용어 선정을 다루어 볼 것이다. 어떠한 용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느낌이 확 달라질 수도 있으며, 사용자들이 인식하는 수준이 과감하게 달라질 수 있다.
데스크탑 vs 데스크톱, 디렉토리 vs 디렉터리. 둘 중 무엇이 맞다고 생각하는가?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 기준으로는 후자가 맞다. 맞춤법, 로마자 표기법, 외래어 표기법은 시간이 지날 때마다 바뀔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번역할 때에는 당대에서 가장 정확한 표기법을 사용하는 것이 올바르다. 그래서 KDE 4.x와 VirtualBox에서는 가급적이면 현재의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는 데스크톱과 디렉터리를 사용한다. 언젠가 외래어 표기법이 바뀌게 된다면, 그에 맞추어서 바꿀 예정이다.
프로그램 이름. 한국에 무언가가 그 이름도 대개 한글로 음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법칙이 성립하지 않는 곳이 하나 있는데 바로 IT 산업 분야이다. 신기하게도 프로그램 이름은 한글로 음차하지 않는다. 나는 이 관습을 굳이 따르려고 하지는 않지만, KDE의 프로그램 이름은 한글로 음차했을 때 별로 모양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에도 그렇게 미래에도 그렇듯이 KDE 프로그램들은 대문자 K가 그 안에 들어가 있다. K+일반적인 단어, 또는 일반적인 단어의 일부를 K로 치환하면 K 작명법이 탄생한다. 그런데 이 작명법의 의도를 무시한 채 K만 남기고 한글로 음차하면 모양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그렇다고 해서 K까지 포함해서 음차를 하면 단어가 쓸데없이 길어진다. 그리고 KDE 4.x의 기본 설정상, 프로그램 이름은 번역해 보았자 눈에 안 띈다. 아래는 KDE의 시작 메뉴이다.
보시다시피 프로그램 설명이 제일 먼저 보이고, 프로그램 이름은 마우스를 갖다 대어야 보이는 구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프로그램 이름을 억지로 음차하기보다는, 프로그램 설명을 더 자세히 쓰는 것이 사용자에게 더 직관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 물론 다른 데스크톱 환경은 신경을 안 쓰기로 했다. 그리고 음차하지 않음 규칙에도 예외를 두는데, KDE+일반 명사 형태로 되어 있는 프로그램들은 음차를 하더라도 모양이 그렇게까지 보기 안 좋은 것은 아니므로 그렇게 한다.
왜 KDE 번역에는 프로그램 이름을 그냥 냅두는가는 이 정도로만 설명해 두겠다. 일부 배포판을 번역하면서 KDE 프로그램 이름을 같이 번역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러한 행동에 별로 동의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오픈수세 정도가 있다. 후일 다른 누군가가 KDE 5.x나 그 이후 번역을 맡는다면 몰라, 내가 관리하고 있는 동안에는 이러한 행동을 별로 허용하고 싶지 않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부산대학교 우리말 연구실의 협찬으로 여러 가지 도움이 되는 것들을 제공해 주고 있으나, 번역자들에게 제일 중요한 외래어 표기법 관련 프로그램은 망가진 지 오래이다. 번역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코너인 이것이 망가진 건 상당히 유감으로 생각한다. 어서 Bad Request가 뜨는 것이 고쳐지기 바란다.
프로그램의 이름까지 바꾸는건 영 아닌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