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타와 병자호란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명나라]와 친한다는 것을 국가 정책으로 삼았다. 그래서 [중국 대륙에 있는 다른 이민족]들을 [오랑캐]라고 무시하였다. 그러나 [임진왜란 이후]로 [명나라]는 계속 약해져 갔다. 이 때쯤 [다른 이민족 중 후에 청나라가 되는 후금]이 슬슬 세력을 키워가고 있었다. [청나라]는 [조선]에 [1차로 군대를 보내서 화친 관계를 맺자]고 하였다. 그러나 [화친론자]들은 [척화론자]들에게 압도적으로 무시당했으며, [백성]들 또한 [청나라]가 [오랑캐의 나라]라고만 폄하하였다. 이런 사태는 [병자호란]을 불러 일으킨 원인이 되었으며, [조선]은 이 전쟁에서 지고 [전 국토가 피폐해지고], [각종의 치욕]을 겪었다. 후에 조선이 안정화되자 [북벌론]이 다시 제기되지만, 이는 결국 무시당한다.

한국 역사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이라면 알아들을 수 있는 병자호란이 일어난 시대 주변의 이야기이다. 혹시 이 이야기가 틀렸다면, 지적은 감사히 받겠다. 이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비스타 액티브X 논란에 알맞게 이 이야기를 각색해 보자. 간단하다. 저기 저 괄호 안의 단어를 이렇게 바꾸면 된다.

* [조선] – [대한민국]
* [명나라] – [ActiveX]
* [중국 대륙의 다른 이민족, 청 등등] – [ActiveX를 대체할 만한 크로스 플랫폼 기술]
* [오랑캐] – [비용이 많이 든다](같은 핑계거리들)
* [1차로 군대를 보내서 화친 관계를 맺자] – [IE6 SP2에서 ActiveX를 제한한다]
* [화친론자] – [ActiveX 의존성을 버리자는 사람]
* [척화론자] – [ActiveX를 사용하여 계속 나가자는 사람]
* [백성] – [일반 국민]
* [병자호란] – [윈도 비스타에서 ActiveX의 권한을 대폭 제한]
* [전 국토가 피폐해지고] – [ActiveX 기반의 인프라가 무용지물이 되고]
* [각종의 치욕] – [슬래시닷 등에서 비웃음거리가 되는 치욕]
* [북벌론] – [정부가 MS를 설득해서 한국에 팔리는 비스타에서는 ActiveX에 이전처럼 권한 부여]

그래… 그래… 너무 비슷하다. 공인인증서+암호화라는 전자상거래 기반을 처음 구축할 때에는 미국의 수출 제한 때문에 독자적인 암호화 방식을 사용했을 필요가 있었다. 그 초기에는 넷스케이프 플러그인, 자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으나, 비용 문제 등 이유를 들면서 ActiveX만 사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인터넷 뱅킹을 도입할 때는 수출 제한이 풀리게 되면서 SSL 등 기존에는 미국에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고-비트 암호화 기법 및 크로스플랫폼 인증서 관리 기법을 도입하였다. 그 와중에 ActiveX 보안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 어느 누구도 현재의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정부는 ActiveX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키보드 보안이나 해킹방지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없다는 핑계를 들지만 이런 핑계가 통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 전세계 어느 나라도 이런 식으로 사용자를 끔찍히 위해 주지 않는다.
이제 윈도 비스타는 출시되었다. 과거의 ActiveX에 더 이상 집착해서는 안 된다. 국내 업체들도 매크로미디어 플렉스, 자바 등을 사용하여 기존 인증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완벽하게 만들었고, 이미 시연도 끝냈다. 정부도 더 이상 ActiveX에 의존하지 말고, 핑계도 그만 대고, 좀 더 현명한 진짜 우리 기술을 찾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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