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물론 이 이유들은 다 개인적인 것이니 논리적인 반박은 사절합니다. 🙂
1. 노키아에게뇌물을 먹어서협찬을 받아서. 자신들이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 필요해서 Qt를 만든 트롤텍을 집어삼킨 것으로 모자라서, Qt 4.5를 LGPL로 풀어서 ‘Qt는 자유 소프트웨어가 아니다’고 찌질대는 키워들까지 잠재워 주신 우리 노키아님! 게다가 트롤텍을 집어삼켰음에도 불구하고 KDE 자유 Qt 재단과 협의를 계속 이어가고 있고, 과거 트롤텍이 지원해 주던 Akademy를 그대로 지원까지 해 주고 계신 우리 노키아님! 오오! 찬양하라!
잡소리는 뜯어치우고, KDE라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뒤에 트롤텍노키아라는 거대한 백이 생긴 것 하나만으로도 감사하고 있다. 오픈소스 가지고 사업하는 회사 치고, 커뮤니티와 제대로 대화하지 못하는 회사 없다. 사람들의 입소문 효과도 있고, 오픈소스에 투입할 ‘사람’을 구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마 트롤텍이 노키아에 인수된 이후에 노키아 쪽에서 Qt 개발을 돌연 중단해 버린다거나, 아니면 Akademy 지원 중단 및 KDE 자유 Qt 재단 계약 변경과 같은 커뮤니티에 적대적인 제스처를 보였다면 난 아마 그놈으로 돌아섰을지도 모른다. 2008년 Akademy 때 노키아가 제공해 준 환영 파티 가서 배도 채웠고, 노키아 사람들의 강연까지 공짜로 들은 입장에서 차마 노키아 까기는 못 하겠다.
2. N810을 한 해동안 써 보고. 작년 Akademy 때 노키아 N810이라는 뇌물협찬품을 받아서 쓴 이후로 노키아에 관한 이미지가 확 달라졌다. N810을 가지고 놀다 보니 개방형 플랫폼의 장점이 이해가 가기 시작하였다.
노키아의 최초 인터넷 태블릿 770은 삼성 넥시오를 보고 충격받아서 만들었다는 ‘카더라’ 통신은 있지만, 삼성 넥시오와는 가장 다른 것이 개방형 플랫폼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기존 리눅스 프로그램들이 포팅될 수 있었고, 이 전통은 N810까지 이어진다. 내가 열나게 까는 앱스토어 모델 따위는 garage로 이미 구현되어 있어서, 저장소 추가 몇 번만 클릭해 주면 깔 수 있는 소프트웨어들이 잔소리하지 않고 ‘넘쳐난다’.
한국에는 팔릴 걸 전혀 예상하지 않고 만들어진 기계기 때문에 기본 상태에서는 한국 로캘은 물론이요 한국어 입출력이 전혀 지원되지 않는다. 하지만 리눅스를 좀 만져 봤다면 리눅스용 한글 입력기를 손쉽게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가령 imhangul이나 나비와 같은 것 말이다. 또한 리눅스에서 글꼴 설치하듯이 글꼴 설치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이미 개방된 플랫폼인 리눅스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리눅스에 대한 배경 지식만 좀 있다면 얼마든지 지지고 볶을 수 있다. 하여튼 삼성이나 LG 등이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모르고 한국 및 세계 시장에 X같은 휴대폰을 내놓는 동안, 노키아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3. 이번에 내놓은 6210은 해외 모델의 소프트웨어를 거의 그대로 가지고 있다. 모토롤라가 한국에 진출하긴 했어도, 걔들은 엄연히 ‘짝퉁’이다. 소프트웨어를 한국에 맞게 지역화시킨 것은 좋지만, 그러면서 한국 모바일 플랫폼의 폐쇄성은 그대로 닮고 있다. 하제 동아리방 및 하드디스크를 뒤지다 보니 위피 모바일 게임 개발 책은 많이 나오는데, 설사 그렇게 게임을 비롯한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해도 내가 어떻게 올리지? 현재 한국 휴대폰만 가지고는 답이 없다. 내가 위피를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한국에 풀린 6210 리뷰를 보니 심비안을 그대로 가지고 오는 것 같다. 그 특징적인 UI를 비롯하여 심비안용 프로그램을 그대로 설치할 수 있는 것까지. 이로서 노키아 6210은 한국 최초 심비안 탑재 휴대폰이 되겠습니다. ㄳㄳ 따라서 이제 해외에서 개발된 많은 프로그램들을 설치할 때가 되겠습니다. ㄳㄳ Qt/S60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개발해 볼 시간도 되었습니다. ㄳㄳ
지금 휴대폰인 W2100을 사면서, 과거 썼던 LC8000에서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이 ‘러시아어 전자사전’이다. 한국 휴대폰에는 전자사전은 들어 있지만 사용자가 새 사전을 설치할 수는 없게 되어 있다. 또 몇 달 전에 지하철 노선도를 업데이트하면서 문득 든 생각이, 노선도 업데이트를 빨리빨리 하려면 데이터 파일을 사용자가 편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있을 것이고, 흔히 말하는 막장환승을 피하는 환승 알고리즘을 짤 수도 있을 것이다. 왜 한국 휴대폰에서는 이런 걸 못 할까는 의문이 든다. 하여간 심비안에 사용자 프로그램을 추가시키지 못하게 하는 고자짓은 안 했다고 판명났으므로, 마음대로 프로그램을 추가시킬 수 있는 폰이 생겨서 그저 고마울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젭라 자비점. 24개월 노예계약이라도 좋으니까 KTF 기기변경 15만원까지만 내려가도 산다. 노키아 6210 팸플릿 보니까 자꾸 지름신만 생겨서 원.
이미 공짜폰으로 나왔으니 얼른 가서 사시길… 저도 사고싶네요. e71같은게 나왔다면 번개같이 가서 살텐데….
문제는 공짜가 공짜가 아니라는 거죠. 지금 쓰는 휴대폰이 KTF 3G 극초기형이라서 쇼 취급도 제대로 못 받기도 하고 전환신규 따위 꺼져라죠. 그리고 LGT에서 번호이동을 한 전력이 있어서 에이징도 안 되기 때문에 그저 3G 기변만 노려야 합니다.
이미 노키아 N810을 가지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다음 휴대폰은 노키아가 될 것 같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