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lla/Sailfish OS용 한글 입력기, 돛단배

Jolla를 사자마자 준비 땅! 하고 한 일은 한글 입력기 제작이긴 했지만, 만들어 놓고 테스팅하느라 공개를 미룬 덕분에 다른 누군가가 한글 입력기를 먼저 공개하는 불상사가 터졌다. 먼저 공개된 입력기의 소스를 분석해 보니 뭐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지만, 바퀴를 다시 발명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한글 두벌식 입력 쪽은 바퀴를 다시 발명하는 대신 온라인 한글 입력기의 소스를 사용하였다. 돛단배 입력기는 두벌식 및 나랏글을 지원하는 Sailfish OS용 입력기이며, 개발 관련 이야기를 읽지 않고 싶다면 End 키를 누른 다음 맨 아래에 있는 다운로드 링크를 보면 된다.

Sailfish OS의 키보드 레이아웃은 QML로 작성되며, 여기에 사용자 정의 InputHandler를 붙이는 방식으로 단어를 입력하기 전에 조합하는 것과 같은 처리를 할 수 있다. 공식적인 InputHandler를 추가할 수 있는 API가 따로 없기 때문에 Sailfish OS용 일본어 입력기는 Hack에 가까운 방법으로 InputHandler를 전환하고 있었다. 먼저 공개된 일본어 입력기의 경우 Anthy 라이브러리를 QML 플러그인으로 만들어서 붙인 방식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에 libhangul을 같은 방식으로 붙일까 생각했으나, 네이티브 코드를 쓰지 않는 것이 덜 번거로울 것이라고 판단하여 온라인 한글 입력기 기반으로 소스 코드를 전환하였다. InputHandler를 붙이는 것은 입력기 소스 코드의 ko_2set.qml, ko_naratgeul.qml 파일을 참고하면 된다.

아무튼 공개 시간을 놓쳐 버린 사태가 일어나고 나서, 바퀴를 다시 발명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고 많은 ‘한국에서 개발되고 사용된’ 한글 입력기의 구현체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내 소스 코드를 그냥 묻어 버릴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기능을 하나 더 추가하여 공개하기로 결심하였다. 눈에 들어온 것은 10키 방식 키보드였다. 서드파티 키보드 API를 사용할 수 있는 OS 중 안드로이드로는 키보드 제작이 활발하지만, 다른 모바일 OS의 경우에는 두벌식 키보드 하나 구현해 놓고 끝내는 일이 많아서 10키 키보드 제작에 신호탄을 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Sailfish OS용 키보드 레이아웃을 만드는 사람들도 10키 레이아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아서 내가 직접 레이아웃을 구현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았다.

현재 국내 표준으로 지정된 모바일 입력기는 크게 천지인, 나랏글, SKY 한글이다. 이 중 나랏글을 먼저 구현한 데에는 감정적 및 기술적인 이유가 있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휴대폰을 써 오면서 QWERTY 키보드가 없는 환경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용한 키보드 레이아웃이 나랏글이기 때문에 지금도 나랏글 자판에서는 손이 쭉쭉 나가고, 천지인은 그렇게 오랜 기간을 사용하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까지 그렇게 익숙하지 않다. 또한 나랏글의 경우 자음을 입력하는 데 같은 키를 여러 번 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음+획추가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음을 입력한 후 잠시 기다리거나 방향 키를 누를 필요가 없다. (모음은 아쉽게도 제외되지만 완전히 조합된 한글을 입력할 때 모음을 연속으로 입력하는 경우는 없다) 컴퓨터로 이것을 구현하려면 타이머 이벤트를 붙여서 조합 중 상태를 해제시켜 주어야 하는데 이것이 지원되는 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었다. 천지인의 경우 자음 충돌 문제 때문에 이 기능이 필수적이고 SKY 한글의 경우에는 ‘ㅢ’를 입력하는 경우에 모음 충돌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2번 키를 3회 연타하는 식으로 ㅢ를 입력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키보드 입력과 조합된 글자를 1:1 대응시키기 가장 쉬운 나랏글부터 먼저 구현하기로 했다.

표준으로 지정된 모바일 입력기 소스 코드를 구하려면 TTA에 연락하면 된다고는 하지만, 거기에서 제공하는 소스에 어떤 NDA가 걸려 있을지도 모르고 F/OSS 호환성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바닥에서부터 새로 구현하기로 결심했다. 모바일 입력기 중 천지인 입력기는 F/OSS로 구현한 게 몇 개 있는 것 같지만, 나랏글의 경우에는 자유 소프트웨어로 구현한 게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맨땅에 헤딩했다. 하나의 글자를 길이가 6인 배열로 자소별로 나누었고, 키를 입력하면 이 임시 배열에 자소별로 채워진 다음 최종적으로 음절로 변환하는 단계를 거쳐서 preedit 문자열이 생긴다.

한 글자를 입력하고 바로 커밋하는 방식을 취하기보다는 긴 preedit 문자열을 사용하여 단어 단위로 입력하게 만든 것은 나랏글 입력기의 특성 때문이다. (소스 코드의 inputQ 부분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서 ‘안’이라는 글자를 입력한 다음 ‘ㄴ녕’을 입력하게 되면 ‘안ㄴ녕’이 나오게 되는데, 이 글자들을 입력하는 중간 과정에서 preedit 문자열에 최대 2개의 독립된 자음이 들어가게 된다. 받침이 있는 글자를 입력한 다음 또 다른 자음을 입력하면 그 자음이 이전에 입력한 글자와 결합되어 겹받침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글자로 분리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삭신’을 입력한다고 했을 때 중간 상태로는 ‘삯’이 존재하는데 이 경우 입력기는 사용자가 앞으로 여기에 자음을 입력할지 모음을 입력할지 모르기 때문에 최소 하나의 자음 정보는 더 달고 있어야 한다. 겹받침만 따로 상태를 관리할 수도 있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앉다’와 같이 ㄵ 받침을 입력하는 경우에는 중간에 ㄴㅅ 상태를 거쳐야 하지만 이것은 올바른 겹받침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성 부분을 길이 2인 배열로 관리하며 이 배열에는 임의의 두 자음이 올 수 있도록 설계하였지만, 글자를 조합하는 과정에서 올바른 겹받침이 아닌 경우 다음 글자의 초성으로 표시되도록 설계하였고 이렇게 올바른 겹받침이 오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른 자음을 입력하면 중간에 있었던 자음을 별도의 한 글자로 배당한 다음 두 번째 글자의 초성으로 입력한 자음을 배당시켜야 하기 때문에 preedit 문자열의 길이를 충분히 확보해 두어야 한다. 모음 결합 부분은 의외로 구현이 간단하다.

입력 큐에 쌓여 있는 자모를 중간 결합하는 부분에서 첫가끝 대신 한글 호환성 자모를 사용한 것은 글꼴 문제보다는 이 면이 논리적으로 더 맞기 때문이다. 첫가끝 자모는 초성인지 종성인지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만 호환성 자모는 초중종성 정보를 따로 포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타 commit/preeedit 스트링을 관리하는 부분은 libhangul API의 의미론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하였다. 단어 단위로 입력 큐를 들고 있으면 차후에 자동 완성을 구현하는 것이 더 쉬워지는데, 이미 커밋된 글자를 따로 들고 있을 필요 없이 preedit 문자열을 그대로 검색하게 만들면 된다. 아쉽게도 F/OSS로 구현된 한글 단어 완성 라이브러리 및 데이터가 없는 것 같지만, 필요한 경우 나중에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나랏글 한글 입력기의 코어 로직은 src/ko_common/naratgeul_handler.js 파일에 포함되어 있다. process 함수에 1~12까지의 숫자를 전달하면(*: 10, 0: 11, #: 12) 이들을 숫자 입력으로 간주하여 해당하는 나랏글 자판에서의 키를 누른 것으로 간주한다. merge_q 함수는 현재 입력 큐에 들어 있는 글자를 보여줄 때 사용할 수 있으며, 입력 큐 길이는 8글자로 되어 있지만 부족하다면 늘일 수 있다. 조합 중 상태에서의 백스페이스 구현은 마지막으로 입력된 자모를 없애고 preedit 문자열을 업데이트하는 것 정도로 충분하다.

입력기의 원본 코드는 GNU General Public License 버전 2 이상으로 공개한다. 다른 오픈소스 입력기에서 이 코드를 사용하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Pull Request를 보내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하지만, 소스 코드를 공개하지 않는 무료 및 유료 입력기에 이 코드를 무단 도용하는 것은 컴퓨터 프로그램 보호법에 의하여 대처하겠다. GPL 라이선스는 이 라이선스 하에 배포된 코드를 사용하는 파생 저작물 전체의 소스 코드를 공개할 것을 강제하고 있다. Xvid 코덱을 사용한 PS2 게임 ICO가 이 사실이 발각된 이후 게임 전체의 소스 코드가 공개된 것을 생각해 보면 된다.

돛단배 입력기의 소스 코드는 GitHub에 공개되어 있으며, OpenRepos에도 업로드되어 있어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나랏글 입력기의 구현체를 다른 GPL 기반 한글 입력기에서 사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환영하며, 입력기 코드를 최초로 작성하는 만큼 소스 코드를 최적화한 Pull Request는 환영한다.

돛단배 입력기를 설치하면 Sailfish OS에서 선택할 수 있는 키보드에 한글(두벌식)과 한글(나랏글)이 추가되며, 다른 언어 키보드처럼 선택하면 된다. 단 한글(두벌식)에서 한글(나랏글)로 바로 가는 것은 API의 한계로 인하여 바로 지원되지 않으며 다른 언어를 경유하면 된다. 나랏글 키보드가 가로 화면에서 일그러지는 것 역시 알고 있는 문제이며 이는 차후 버전에서 개선할 예정이다. SKY 한글 및 천지인 입력기는 차후 버전에서 구현할 예정이다.

아래는 Jolla 휴대폰에서 구동시킨 돛단배 입력기의 스크린샷이며 각각 두벌식과 나랏글 모드이다.

두벌식 입력기

두벌식 입력기

나랏글 입력기

나랏글 입력기

블랙베리 Z10으로 LG U+ LTE 네트워크 사용

펌웨어 장난을 치다가 수리 보낸 Z10이 드디어 돌아왔다. 갈 때는 3G 전용 모델인 STL100-1이 갔으나 돌아올 때에는 북미용 LTE 모델인 STL100-3이 돌아왔다. Z10은 LTE 밴드에 따른 모델이 총 3개가 있는데 이 중 STL100-2는 800/900/1800/2600, STL100-3은 700/850/1700/1900을 지원하며 나머지 하나의 모델은 Verizon 전용이라서 우리와는 인연이 없다. 내 주 회선이 KT라서 STL100-2가 아니면 3G로만 써야 하는 게 좀 아쉽긴 하지만, SKT LTE 네트워크는 정상적으로 붙는 것을 보았고 LG U+도 가능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LTE 라우터를 꺼낸 다음 mini SIM을 micro SIM으로 잘랐다. 내 커터가 좀 안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르고 나서 모서리를 좀 다듬어 주어야 다시 원래 형태로 결합할 수 있었다. 다시 LTE 라우터에 결합했을 때 4G 네트워크를 정상적으로 잡는 것을 확인한 다음 Z10에 물렸다. 그런데 생각대로 LTE 네트워크를 잘 잡지 못했다.

블랙베리 10 OS의 설정 – 네트워크에서 선택 가능한 조합은 STL100-1의 경우 2G, 3G, 3+2G 세 종류였고 STL100-3의 경우 4+3+2G, 4+3G, 3+2G, 3G, 2G가 선택 가능했다. 문제는 4+3G 및 4+3+2G 조합을 선택했을 때 바로 4G부터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3G를 먼저 찾은 다음 4G로 연결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기본 설정인 4+3+2/4+3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LG U+ 네트워크에는 연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APN을 편집하여 “internet.lguplus.co.kr”을 추가한 다음 escreen을 불러와야 한다. escreen을 부르는 방법은 검색 몇 번으로 찾을 수 있어서 생략한다. escreen을 불러온 다음 맨 아래쪽의 General Radio 섹션에서 Enabled RAT에서 LTE_ONLY를 선택한 다음 재부팅해야 LG U+ LTE 네트워크를 인식하였다.

escreen 편집

escreen 편집

한 번 LG U+ LTE 네트워크를 잡으면 네트워크 우선 순위 설정을 건드리지 않으면 계속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 우선 순위 설정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LTE 네트워크와 연결이 끊겨 버린다. 위 설정 이후 재부팅하면 네트워크 우선 순위는 4/3/2G처럼 보이지만 이것을 수정하면 인터넷 연결이 끊긴다.

네트워크 우선 순위 관리

네트워크 우선 순위 관리

VoLTE를 어떻게든 뚫어 보려고 음성 통화를 PS Only로 변경도 해 보았지만 114에 연결은 안 되는 것 같았고, SMS나 MMS도 안 된다는 말이 있었다. 어쩌면 이건 라우터 USIM이라서 걸리는 제약인 것 같다. 아래 스크린샷에서도 보는 것처럼 BBM 연결은 4G 망에서 안 되는 것 같다. (어차피 BBM 친구가 얼마 없긴 하지만)

LG U+ LTE

LG U+ LTE

급할 때에는 LTE 라우터 대신 이걸 쓸 수 있다는 것 정도에만 만족해야겠다. 어차피 LTE가 되는 태블릿이 없어서. Q10이나 Q5 같은 다른 블랙베리 10 모델은 가지고 있는 게 없어서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SKT LTE 850MHz에 연결할 수 있다면 LG U+에서 데이터 전용으로 시도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Jolla 1개월 사용기

핀란드에서 한국까지 비행기를 타고 들어온 Jolla(욜라)도 이제 내 손에서 1개월 가까이 놀고 있다. Jolla를 사게 된 계기는 어쩌면 마음 속의 빚 때문이다. Akademy에 2008년부터 참석하면서 N810, N9, 블랙베리 Z10(이 쪽은 배다른 자식이긴 하지만)이라는 마에모 혈통의 장비를 세 대나 지원받았다. 하지만 정작 이들 장비를 가지고 한 일은 많이 없는 것 같았다. N810 때에는 Qt가 네이티브 지원이 아니어서 그랬다 쳐도, N9 때는 앱을 조금 만들어 보긴 했지만 공개하기는 조금 어려운 것들이었다. 하나는 옵티머스 Q 지식사전 데이터 파일을 가지고 놀면서 만든 사전 앱이었고 (원본 APK 파일에서 따 온 코드는 없음) 다른 하나는 T알리미의 동작을 흉내내는 앱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소스까지 공개하고 싶고 실제 전자의 앱은 소스를 공개는 했지만, 법적 문제의 가능성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미루고 있었다. Z10을 사고 나서는 그 당시 짰던 앱들을 Z10으로 포팅도 해 보았고, 블랙베리 10 SDK에 감탄도 했다.

하지만 내심 마음 한 쪽에는 이것도 빚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Jolla는 지원받든 받지 않든 내 돈으로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 세 대의 휴대폰을 얻었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미약하지만 수입원이 생겼고, 과연 내가 3대의 폰 값만큼 베풀었는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Jolla 예약 판매 때부터 지켜보고 있었지만, 2013년 5~6월 당시 자금 사정이 심각하게 안 좋아져서 예판을 손 빨고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2013년 11월 드디어 핀란드를 시작으로 유럽 연합 내에 정식 발매가 시작되면서, 사태를 지켜 보니 유럽 연합 밖으로는 단시일 내에 팔리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고 구매 대행으로라도 사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 talk.maemo.org 사이트에도 EU 이외 국가에서 예판을 산 사람들의 불만글이 올라오는 걸 보고 안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핀란드로 가는 인편을 통해서 Jolla를 하나 구해 왔다. 출고가 399유로를 다 주고 산 거긴 하지만 그 동안 받은 공짜폰들을 생각해 보면 납득할 수 있었다.

Jolla 폰 박스 디자인은 강렬하다. 폰 내부 구성 요소의 QML 코드로 박스가 장식되어 있고, 옆면에는 시리얼 번호와 IMEI가 적혀 있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지원하는 주파수 대역은 2G GSM 850/900/1800/1900, 3G 900/2100, 4G 800/1800/2600, Wi-Fi 2.4GHz이다. LTE 지원은 아직까지도 활성화되어 있지 않고, Wi-Fi 5GHz가 없다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비공식적으로 LTE 지원을 활성화해서 쓸 수 있는 방법은 있으나, CSFB가 아직까지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전화 및 문자를 받을 수 없다. VoLTE가 지원되었다면 이 앞에 썼을 것이다. 국내 LTE 네트워크는 SKT 멀티캐리어/KT에서 사용 가능하며, LG U+의 경우 2.6GHz 대역이 상용화되면 데이터 전용으로는 사용 가능할 것이다. 현재 최신 펌웨어 기준 터미널에서 직접 무선 접속 우선 순위를 조작하면 LTE 네트워크에는 붙일 수 있다. 앱이 있으니 다운로드받아서 설치하면 된다. LTE 네트워크를 이렇게 뚫어서 쓰는 것은 가능하다.

억지로 활성화한 LTE

억지로 활성화한 LTE

박스를 열어 보면 휴대폰, 사용 설명서와 Jolla 스티커, 충전기와 USB 케이블이 들어 있다. 아쉽지만 이어폰은 없다. Sailfish OS UI가 제스처에 많은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사용 설명서에는 기본적인 제스처 사용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으며 1.0.5.0 펌웨어에는 튜토리얼 앱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후 펌웨어에서는 모종의 이유로 삭제되었다.

Jolla 박스 전면

Jolla 박스 전면

Jolla 박스 후면

Jolla 박스 후면

배터리는 2100mAh 교체 가능하며, microSD, microSIM 슬롯이 있다. 카메라는 전면 200만, 후면 800만 AF 지원 모듈이 장착되어 있다. 위쪽으로는 3.5파이 이어폰 잭(아이폰식 4극), 보조 마이크, microUSB 포트가 있으며 오른쪽에는 전원 및 음량 키가 있다. 아래쪽에는 마이크와 스피커 구멍이 나 있으며 왼쪽에는 아무것도 없다. 배터리 커버로 볼 수 있는 건 The Other Half이다. Jolla의 티저 동영상을 통해서도 알려진 The Other Half는, 단순히 배터리 커버의 역할뿐만 아니라 NFC 태그를 내장하고 있다. 일반판에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흰색 The Other Half를 장착하면 NFC 태그가 인식되어서 휴대폰의 배경 화면을 포함한 프로필 설정이 자동으로 변경된다. Ambience로 불리는 이 기능에 대해서는 추후 설명할 것이다. 하드웨어적으로는 NFC 태그 이외에도 I2C 버스, 전원 공급 및 충전을 지원하여 다른 개발자들이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다.

Jolla 구성품

Jolla 구성품

Jolla 배터리 커버 내부

Jolla 배터리 커버 내부

폰 초기 설정 과정은 요즘 나오는 스마트폰과 다를 바가 없다. 설정이 끝나고 나면 휑한 홈 화면에 놀라면 된다. 공장 출하 상태에서의 기본 앱은 단 8개 뿐이다. 전화, 메시지, 인터넷, 카메라, 피플, 스토어, 갤러리, 설정, (튜토리얼). 때로는 너무 휑할 수도 있어서 기본 앱들이 덕지덕지 딸려 나오는 대부분 스마트폰들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기본 앱들은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내장 웹 브라우저는 Gecko 기반이며, User Agent는 파이어폭스 26.0으로 보고된다. 마에모는 쭉 모바일 Gecko에 개근을 해 왔다가 N9에 와서 잠시 웹킷으로 외도(?)를 한 다음 다시 원래의 Gecko로 돌아갔다. 국내의 어지간한 모바일 페이지는 플래시를 쓰지 않은 곳이라면 잘 볼 수 있다. 피플 앱은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계정을 등록하면 바로 대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페이스북 통합이 조금 재미있는 것은 알림 부분에서 설명할 것이다. 기본으로 내장된 동영상은 The Other Half 광고와 “고맙습니다”를 여러 나라 말로 말한 동영상이 포함되어 있다. Ambience는 휴대폰의 분위기를 한번에 변경할 수 있는 것으로, 특정한 사진을 선택하면 그 사진의 주요 색상에 맞게 휴대폰의 주 UI 및 글자 색상을 결정할 수 있고 알림음 및 음량을 사용자 정의할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The Other Half에 장착되어 있는 NFC 태그를 통하여 그 반쪽과 어울리는 Ambience를 자동으로 다운로드 및 설치할 수 있으며, 바꿔 끼울 때마다 휴대폰의 분위기를 변경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아직까지는 흰색과 한정판밖에 공식 출시된 반쪽이 없지만, 차후 다른 반쪽이 출시되면 이 기능의 활용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전화 앱이 조금 특이한데, 스팸 전화가 걸려 올 때에는 02xxxxxxx*070xxxxxxxx와 같은 식으로 발신자 번호를 변경하였을 때 원래 번호까지 같이 표시된다. ’02 전화는 다 안 받아’라는 heuristic이 더 잘 통하게 만들어 주는 장치이다. 이 기능이 SMS에는 통하지 않아서 좀 아쉽긴 하다.

설정 화면으로 들어가면 맨 위에 비행기 모드/Wi-Fi/데이터/블루투스 토글이 있으며 음량과 밝기를 바로 조정할 수 있다. 이 항목들을 길게 누르면 삭제 가능하며 원하는 설정으로 추후 변경이 가능하다. 설정 화면은 뭐 필요한 것들은 다 들어 있고, 정보 메뉴에서 IMEI/Wi-Fi MAC 주소 등을 볼 수 있다. 공장 출하 시 첫 OS 버전은 1.0.0.5 Kaajanlampi이다. Jolla는 적어도 베타 기간 중 1개월 1회 업데이트를 약속하였고 지금은 1.0.3.8 Naamankajärvi까지 올라갔다. Jolla의 OS 릴리즈 코드명은 핀란드의 호수 이름에서 따 오고 있으며, 18만여개의 호수를 자랑하는 핀란드 특성 상 코드명이 바닥날 일은 Sailfish가 망하기 전엔 없을 것이다. 첫 OS 버전이 K로 시작하는 건 어쩌면 마에모와 미고의 후계자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과거에 썼던 글에서도 언급했듯 마에모와 미고의 코드명은 알파벳 A부터 시작해서 순차적으로 올라갔고, 새 릴리즈를 앞두고 알파벳을 하나씩 건너뛰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미고의 버전이 Harmattan, 작업 중이었던 미고의 차기 버전은 Ilmatar이다. J를 건너뛴다고 치면 K부터 시작하는 게 어쩌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기본 앱이 너무 없어서 당황했으면 스토어로 들어간 다음 기본 앱 모음으로 들어가서 필요한 것들을 설치하면 된다. 안드로이드 지원, MS Exchange 지원, 계산기, 시계, 메모장, 메일, 문서, 미디어, 지도, 달력이 전부 개별 설치 및 삭제가 가능하다. 기본 지도 앱은 노키아의 Here 지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무용지물이라서 설치하지 않았고, Exchange 지원도 내가 쓸 일이 없어서 설치하지 않았다. 안드로이드 지원을 설치하면 Myriad의 Alien Dalvik이 설치되고 안드로이드 앱을 받아서 쓰라고 Yandex 앱 스토어가 설치된다. APK 파일 설치는 가능하지만 구글 플레이 서비스 및 스토어는 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별개로 설치해 주어야 한다.

기본 앱 설치

기본 앱 설치

홈 화면 UI는 세로 방향 제스처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폰을 켰을 때 보이는 잠금 화면을 아래로 밀어 내리면 메뉴가 표시되어 진동 모드, 설정, 카메라 진입이 가능하다. 위로 밀어 올리면 홈 화면이 표시된다. 열려 있는 앱이 축소되어서 표시되고 그 아래에는 4개의 런처 아이콘이 보인다. 이 화면을 밀어 올리면 설치된 모든 프로그램을 볼 수 있고 누르면 실행된다. 각각 앱 화면에서 화면 위쪽 가장자리에서 밀어 내리면 앱이 종료되고, 왼쪽이나 오른쪽 가장자리에서 빼꼼 하는 느낌으로 가운데로 밀어 넣으면 현재 시간, 배터리 및 연결 상태를 볼 수 있으며 이 상태에서 완전히 밀어 넣으면 홈 화면으로 앱이 축소된다. 축소된 앱은 여전히 실행 중인 상태이며, 일부 앱은 축소된 상태에서도 정보를 표시하는 등 위젯으로 활동하거나 축소된 화면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미는 식으로 제어할 수 있다. 가령 음악 앱의 경우 축소된 상태에서 음악 앱 커버를 오른쪽으로 밀면 일시 정지, 왼쪽으로 밀면 다음 곡 재생을 수행할 수 있다. 앱마다 축소된 상태에서의 기능이 다르고, 지원하지 않는 앱도 있다.

모든 알림을 보려면 대기 상태에서 아래에서 위로 밀어 올리면 되며, 그 아래에는 페이스북 및 트위터 이벤트 피드가 있다. 그런데 이게 또 웃긴 게, 페이스북의 경우 알림 수신 및 페이스북 메신저를 메시징 앱에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정작 페이스북 뉴스 피드를 볼 수 있는 네이티브 앱이 없다. 글을 보려고 하면 페이스북 모바일 페이지로 연결시킨다. 트위터도 상황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게, 최근 10개까지의 트윗은 네이티브 앱으로 볼 수 있지만 더 많은 글을 보려면 모바일 트위터 페이지로 가야 한다. 막상 이 상황이 되었을 때 가장 불편한 건 컨텍스트의 실종이다. 가령 한 글에 달린 댓글을 보다가 원래 글로 돌아가려고 하면 페이지 맨 위로 가 있어서 원래 읽던 글이 어디에 있는지를 놓쳐 버리게 되는데, 네이티브 앱은 이 점에서 더 자유롭지만 모바일 웹은 컨텍스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특히 타임라인 속도가 더 빠르다면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있다.

Jolla 알림 화면

Jolla 알림 화면

스토어에는 앱이 정말 없다. 아직까지 Sailfish OS 자체도 베타 상태이기 때문에 이 점은 감수하고 구입해야 한다. 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Google 2단계 인증 앱과 팟캐스트 앱은 어쨌든 네이티브로 ‘돌아는 간다’. Google OTP 앱은 쓸만한 상태이며, 팟캐스트 앱 gPodder는 아직 알파 상태라서 들을 수 있는 것 이상을 바라기는 미안한 상태이다. 손전등이나 날씨 앱 정도는 뭐 있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한국에서 고자인 노키아 Here 지도를 대체할 지도 앱도 있긴 있다. 이런 걸 제외한 앱들은 게임 포함 현재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안습한 상태라서, 그 대체재로 일단 안드로이드 앱을 쓰고 있어야 한다.

Jolla에 깔아 둔 앱

Jolla에 깔아 둔 앱

안드로이드 앱은 Alien Dalvik 기반으로 구동되며, N9에서 Sailfish를 구동시킨 사람들의 경험담에 의하면 N9에 Alien Dalvik을 단순히 복사한다고 해서 이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Jolla를 이루고 있는 커널 자체가 이미 안드로이드의 기능을 일부분 포함하고 있으며, lsmod 결과 mysatroker라는 모듈이 Alien Dalvik 구동에 필요했다. N9에서 도는 Sailfish는 커널에 안드로이드용 추가 기능이 없기 때문에 Alien Dalvik이 제대로 구동되지 않는다. 직접 받아서 설치한 APK는 카카오톡, 앵그리 버드, 코레일톡(메신저도 아닌 주제에 톡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코레일은 각성하라) 정도가 있다. 뒤에도 말할 MMS 수신 불가 문제를 olleh 메시지통이나 joyn으로 극복해 보려고 하였으나 USIM 정보를 읽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종료되었다. 쩝. 안드로이드 앱의 실행 과정은 “가상 안드로이드 앱” 안에 안드로이드 소프트 키가 표시되고 그 안에서 앱이 전환되는 형태이다. 그래서 하나 이상의 안드로이드 앱을 실행시켰다고 해도 실제로는 1개의 앱만이 실행된 것처럼 보인다. 구글 플레이 서비스가 없다는 점과 안드로이드 앱이 네이티브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애플리케이션의 일부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카톡의 경우 아이템을 구매하려고 하면 지원하지 않는 장치라는 오류를 낸다.

마에모의 전통인 쉬운 루팅은 세일피시까지 내려온다. 설정에서 개발자 모드를 켜 주면 루트 계정이 활성화된다. 끝. 이와 함께 터미널도 같이 설치되어서 욕구 불만을 충족시켜 준다. 터미널에는 입력기가 붙지 않기 때문에 터미널만으로 한글을 입력하려면 주의해야 한다. 컴퓨터에 연결하면 충전 전용, 개발자 모드, MTP 모드 중 선택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파일 전송은 MTP를 사용하며 (아직 외장 메모리에는 접근 불가능) 개발자 모드를 선택하면 Jolla가 가상 네트워크 장치로 인식된다. 이 작업이 끝나고 Sailfish OS SDK를 설치해 주면 Jolla를 개발 장비로 인식해서 사용할 수 있다. Sailfish OS SDK는 Qt Creator를 기반으로 하며, 크로스 컴파일을 위한 빌드 엔진은 VirtualBox 기반 가상 머신 하에서 작동한다. 과거의 마에모 SDK는 호스트 PC에 직접 scratchbox와 환경을 설치하였지만, Sailfish OS는 SDK 버전 관리의 용이성 때문에 이러한 가상 머신 기반의 빌드 엔진을 채택하였다. Sailfish OS 에뮬레이터 역시 VirtualBox 위에서 돌아간다. 새 장치를 추가할 때 개발자 모드에서 생성해 준 암호만 지정해 주면 ssh 키가 생성 및 복사되어 앱을 설치할 때마다 암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되게 해 준다. Qt Creator와 QML의 조합으로 앱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으며, 기존 마에모와는 다르게 RPM 패키지 관리자를 사용한다. 따라서 deb 파일로 앱을 설치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는 rpm 파일로 앱을 설치하여야 하고, 빌드 엔진 역시 rpm 파일을 생성한다. Qt Creator를 사용해서 rpm 파일을 만들거나, 가상 머신 하의 빌드 엔진에 연결하여 rpm 파일을 생성할 수 있다.

한국에 당분간 출시될 가능성이 없는 장치다 보니 한국어 UI 번역 및 한글 입력은 지원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한글을 볼 수는 있지만, 입력기는 내가 직접 짰다. GitHub에 소스까지 올려 두었으니 가져가면 된다. 이 입력기를 업로드해 놓고 공개를 하지 않고 있던 동안 또 다른 사람이 한글 입력기를 개발 및 OpenRepos에 업로드해 버리는 바람에 원래 짜고 있었던 한글 입력기에 기능을 좀 더 보강한 후 업로드하기로 결정하였다. 공식적으로 Sailfish OS에 서드파티 입력기를 추가할 수 있는 API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력기를 사용하다가 좀 삐그덕댈 수도 있다. 한글 글꼴은 Droid Sans Fallback에 들어 있는 멋 없는 글꼴이다. 이게 좀 엉뚱한 곳에서 문제가 되는 게, 펌웨어 1.0.3.8 업데이트 이후 한글 연락처가 주소록에서 초성 기준으로 정렬되기 시작했다. 인덱스 부분이 첫가끝 코드 글자로 되어 있는데 이들 글꼴에는 첫가끝 한글 낱자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피플이나 전화 앱에서 한글 초성 부분이 깨지는 사태가 발생한다. 해결책은 나눔 고딕을 비롯한 나눔 글꼴을 집어넣어 주는 게 지금 시점에서는 최선이라고 보고 있고, 이 문제를 일단 제기는 해 둔 상태이다. Sailfish에도 나눔 고딕이 진출하기를 바라며.

이런저런 작업을 마치고 그럭저럭 매일 쓰는 휴대폰으로 쓸 수는 있게 되었지만, 아직까지 Sailfish OS는 베타 딱지를 떼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도 삐그덕대는 부분이 많이 존재하는 편이다. 가장 치명적인 문제로 MMS를 받지 못한다. N9는 MMS를 네이티브로 지원하지만 Jolla는 이 면에 있어서는 퇴보했다. 아직까지 언제 지원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MMS 지원이 꼭 필요하다면 잠시 유보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Wi-Fi가 상당히 불안정하다. N9 및 다른 휴대폰에서도 멀쩡히 붙어 있는 Wi-Fi가 가출하는 경우가 하루에 한 번은 발생한다. WPA-엔터프라이즈 무선 네트워크를 UI 상에서는 연결할 수 없지만 직접 설정 파일을 만들어서 연결할 수는 있다. EAP-SIM도 아직 지원되지 않아서 통신사 Wi-Fi를 직접 사용할 수는 없다. 어떤 조건에서 문제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WPA-Personal 네트워크에 때때로 연결을 거부하기도 한다. 랩 무선 공유기와 LG U+ LTE 라우터에서 하필 이 문제가 터져 버려서, 직접 설정 파일을 만들어서 암호 키를 수동으로 입력해 주니 연결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이 두 가지는 안정화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으므로, 바로 이 점 때문에 Jolla 구입을 선뜻 추천해 주기는 망설여진다. 적어도 Wi-Fi가 좀 안정화된 후에 사는 것을 추천한다.

OS의 삐그덕대는 면 때문에 매일 쓰다 보면서도 새로운 발견을 하게 해 주지만, Jolla는 여전히 멋진 폰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단, Sailfish OS가 베타 딱지 떼기 전 까지만. 지금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들이 베타를 거치면서 해결되기를 바라고, 베타 딱지를 뗄 때 쯤에는 LTE 지원도 편법 없이 정상적으로 되고 소프트웨어도 전체적으로 안정적으로 구동되어야 기대를 충족시켜 줄 것이다. 만약 베타를 벗어난 후에도 계속 폰이 삐그덕댄다면 그 때는 Jolla에 대한 지지를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2011년 Desktop Summit 여행기 – 2

컨퍼런스 일정은 8월 7일과 8일로 이어졌고, 여러 가지 발표들이 흘러갔다. 아래 사진들은 당시 들었던 발표 중 일부를 포함하고 있고, 발표 중 기억에 남는 것들 위주로 이야기하겠다. LibreOffice 개발에 관한 발표에서는 재미있는 사실을 얻을 수 있었다. 2011년 당시에는 선이 오라클에 인수되면서, 선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OpenOffice.org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었다. 2010년 11월에 LibreOffice가 갈라졌고, 2011년 8월은 LibreOffice가 몇 개의 버전을 내놓은 이후였다. 개발 과정에서 있었던 일화 중에는 일상적일 수도 있는 코드 재정리도 있었지만, 독일어로 된 주석을 번역하는 것을 자동화하는 과정이 있었다는 점은 마냥 웃기만 할 수는 없었다. 어쩌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비영어권에서 시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도 이 과정을 거쳐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 발표에서는 웹 브라우저의 플러그인으로 작동하는 LibreOffice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Qt 4.2부터 추가된 CSS를 사용한 위젯 꾸미기 기능 덕분에, 그놈에서도 비슷한 기능을 어떻게 구현했나 호기심이 생겨서 그놈 쪽의 발표도 들어가 보았다.

점심 직전의 키노트인 무한한 종류의 장치에 대한 인터페이스 디자인에서는 여러 종류의 다른 장치에 필요한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조건을 이야기하고 있었고, 폭소가 터진 슬라이드 중에는 사용자의 데이터 제어권에 관한 슬라이드가 있었다. PRISM 사태가 터지면서 무분별한 정보 수집에 관하여 사용자들의 인식이 변하는 것을 보면서 이 키노트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오픈수세에서 시작한 오픈 빌드 서비스는 빌드 팜을 다른 프로젝트에게도 제공해 주자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빌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페도라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systemd가 개발되기 시작한 것도 이 때쯤이었으며, systemd의 디자인에 관한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던 init.d에서 결별하는 것이 systemd의 디자인 목표이고, 리눅스 이외의 다른 시스템에서는 다른 종류의 init를 구현해 두었기 때문에 systemd는 리눅스에서만 볼 수 있는 기능들을 마음껏 사용하고 있다.

비록 KDE가 유럽에서 시작한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갈수록 인도에서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고(그놈과는 달리 동아시아 지역 개발자들을 찾기는 어렵지만…) 커뮤니티 역시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특히 인도 지역 커뮤니티의 성장은 Akademy를 참석할 때마다 눈여겨 볼 수 있었는데, 2008년에 얼마 없었던 인도 사람들은 해가 가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데스크톱 서밋이었던 만큼 자유 소프트웨어 데스크톱에 관한 일반적인 발표도 볼 수 있었는데, 유럽 지역에서는 점진적으로 자유 데스크톱을 도입하는 국가가 늘어난다는 발표도 있었다. 인도에서의 도입에 관한 발표도 들어볼 수 있었는데, 유럽 지역의 발표와는 달리 숫자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이어붙인 듯한 발표여서 자세한 정보가 더 궁금해졌다.

이외 들었던 발표는 과학적 데이터 시각화에 오픈소스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었으며, 내가 큰 영향을 주었던 룸메이트 덕분에 약간의 배경 지식은 있었지만 그 친구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평소 소식을 듣기 힘들었던 E17에 관한 발표도 있어서 오픈소스 데스크톱에는 그놈과 KDE만 있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계기가 있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시기 삼성이 모바일 UI에 사용하기 위해서 E17에 투자한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도 뭔가 제품화된 성과가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닫는 발표는 그놈과 KDE가 서로에서 어떤 것을 배웠는가를 들었고, 올해의 행사가 베를린 시 정부의 버프를 많이 받았음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던 강렬한 스폰서 프레젠테이션으로 마무리되었다. 마지막 발표 날 저녁 때 허준회 님과 함께 베를린 시내의 식당에서 소시지와 맥주를 같이 먹고 들어갔다.

발표는 이 정도로 접어 두고, 이틀째인 7일 저녁에는 Beach at the Box에서 맥주 파티가 있었다. 분명히 베를린은 바다와는 떨어져 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 위치가 슈프레 강을 끼고 해변처럼 꾸며져 있어서 나름 바닷가 분위기가 났다. 맥주와 소시지가 빠지면 독일식 파티라고 하기는 서운하다는 것을 잘 보여 주었다. 호스텔이 시내 중심부에 있었고 근처에 베를린 장벽이 지났던 곳도 있어서 파티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잠시 베를린 장벽 주변을 보고 왔다. 현재 베를린 장벽이 있었던 곳은 대부분 철거되었지만, 베를린 시내의 체크포인트 찰리 주변은 장벽이 있었던 당시를 일부 남겨 두었고 그 당시의 역사에 대한 전시물이 일부 있다. 지금이야 발로 건너다닐 수 있었지만 장벽이 있었을 때의 풍경은 과연 같은 지점이 맞나는 생각도 들게 하였다.

컨퍼런스가 열린 학교 주변으로는 베를린 노면 전차가 지나가고 있었고, 베를린 노면 전차 차량도 볼 수 있었다. 과거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생산된 타트라 KT4D를 개조한 바 차량인 FahrBar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고, 그 다음으로 도입된 ADtranz GT6N도 있었다. 베를린 분단 당시 U-Bahn 노선망은 대부분 서베를린에 집중되어 있었고, 동베를린으로 들어가는 U-Bahn 노선은 U2호선의 동부 구간 및 U5호선의 전 구간이다. 서베를린의 교통망이 U-Bahn 중심으로 발전한 반면 동베를린은 노면 전차 및 트롤리버스 중심으로 발전하였다. 현재에도 노면 전차 노선은 동부에 집중되어 있고 U-Bahn은 서부에 집중되어 있다. 훔볼트 대학교가 과거 동베를린에 있었던 만큼, 학교 주변에서 트램을 볼 수 있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었을 것이다.

베를린이 분단되어 있었던 동안 S-Bahn은 동독 DR에서 운영하였다. 서베를린 지역으로 운영하였던 S-Bahn은 동독에 짭짤한 외화를 벌어다 주었고, 당시 서베를린 지역의 S-Bahn 노동자들은 공식적으로는 서독에서 일하는 상태가 아니었다. 베를린이 분단되어 있었던 동안 경계선에 걸쳐 있었던 노선은 유지 보수가 어려웠고, 1980년에는 파업도 일어나서 S-Bahn도 파행 운영하였다. 현재 운행 중인 베를린 S-Bahn 차량은 대부분 이 시기 이후에 들어왔다. 1984년 서베를린 지역의 S-Bahn 운영이 서베를린 BVB로 넘어가면서 서독 소유의 차량을 제작해야 했고, 이는 현재도 운행 중인 480 차량이다.동베를린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485 차량을 도입하였다. 독일 통일 이후에 끊겼던 동서간 S-Bahn 연결이 복구되면서 과거 동베를린에서 사용하였던 오래된 차량이 전부 퇴역하였고, 481 차량이 대거 도입되었다. 워낙 대차된 차가 많았기 때문에 현재는 480/485 차량은 보기 어렵고 대부분 차량은 481로 운행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베를린에 있었던 동안 480 차량은 보지 못했고, 481 및 485 차량은 한 대씩 마주쳤다.

훔볼트 대학교 안에는 헤겔 동상과 막스 플랑크가 있었다는 판도 볼 수 있었다.

워낙 많은 발표가 있었던 탓에 일정을 소화한다고 꽤나 힘들었고, 그래서 다음 날부터 있었던 KDE e.V. 회의 및 각종 BoF들은 전보다는 조금 느슨하게 참가했다. 이 날 이후부터는 거의 베를린 주변 관광으로만 일정을 짜서 컨퍼런스에 관한 이야기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다.

2011년 Desktop Summit 여행기 – 1

2010년 이후로 업데이트가 없었던 다른 Akademy 여행기를 이제 쓸 시간이 되었다. 2014년의 Akademy는 예년과는 다르게 9월 초순에 열릴 예정인데, 문제는 추석 연휴가 이 때를 관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갈 수 있을지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2013년까지의 여행기를 빨리 써 두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2011년 늦봄부터 대학원 진학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에 2011년 여름에는 시간을 많이 내기 어려웠고, 그래서 2011 Desktop Summit을 전후로 한 독일 여행은 그렇게 오래는 다녀오지 못했다. 시간이 워낙 오래 지났기 때문에 그 때의 기억은 좀 지워지기도 해서 2011년 이후 여행기는 2010년 여행기만큼의 글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기억이 나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해서 써 볼 것이다.

2011년 Desktop Summit는 2009년 그란 카나리아 이후로 두 번째로 열린 KDE와 GNOME이 힘을 합쳐서 연 컨퍼런스이다. 공식 일정은 2011년 8월 5일부터 1주일간이었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2010년까지 사용했던 캐논 A95(카나리아 제도의 태양열에 CCD가 맛이 갔던)의 가장 불편했던 점이 AA 건전지 4개였고 북유럽을 돌아다니면서 건전지의 부족을 제대로 느꼈기 때문에, 2011년에는 가급적 리튬 충전지를 사용하는 카메라를 들고 나가고 싶었고 그 결과 카메라를 니콘 P300으로 교체하였다. 8월 5일 KLM 암스테르담 경유편으로 베를린 테겔 공항까지 갔고, 베를린 테겔에는 밤 늦게 도착했지만 동행을 찾을 수 있어서 호스텔까지는 문제 없이 갔다.

KLM 인천-암스테르담 비행기

KLM 인천-암스테르담 비행기

컨퍼런스가 열렸던 장소는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였다. 기억이 남아 있는 2012/2013년과는 달리, 2011년의 데스크톱 서밋은 그놈, KDE, 다른 데스크톱 환경 사람들의 발표가 섞여 있었고 또한 그만큼 일정의 밀도가 높았다. 당시에는 흥미 있었던 발표를 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어서, 사진을 기반으로 해서 기억을 되살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첫 발표는 인텔의 Dirk Hohndel이 했고, 인텔에서의 오픈소스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 분은 2012년과 2013년 Korea Linux Forum 때에도 한국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다음으로 들었던 두 개발표는 새로운 사람들을 어떻게 찾고 이들과 잘 어울리는 방법에 대한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발표였다. 팀이 커지다 보면 어디를 가든지 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텔은 2011년 당시 큰 스폰서였고 행사장 곳곳에서 인텔 로고가 찍혀 있는 클럽-마테를 볼 수 있었다. 여름의 베를린은 은근히 더워서 음료수가 꽤 큰 도움이 되었다.

오후 첫 발표 중에는 WebKit의 Clutter 포팅 이야기를 들었고, 당시 Collabora에 재직 중이었던 허준회 님이 발표의 절반을 진행하였다. 2009년 Desktop Summit에서 처음 만난 이후 베를린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그 발표가 끝난 다음에는 Qt가 KDE에 하는 기여에 대한 발표를 들었다. 지금이야 풉 망해버린 노키아지만, 당시의 노키아는 Qt를 가지고 무언가를 하려는 의지가 강했고, 그 때의 장밋빛 로드맵은 비록 완벽하게 실행되지는 못했지만 모바일에 대해서는 Jolla와 블랙베리 10에서 그 흔적을 지금도 찾아 볼 수는 있다. 오후 발표의 끝을 장식했던 것 중에는 그놈/KDE 학생 개발자들의 성과를 소개하는 것이 있었으며, 그 때의 충격은 상당했기 때문에 2011년 가을에 제주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저녁의 발표는 저작권 양도에 관련된 패널 토론이었고, 이 발표를 다 듣고 나니 오후 7시가 되었다.

베를린 훔볼트 대학교는 1810년에 설립된 베를린 시 중심에 있는 대학교이며, 알렉산더 폰 훔볼트빌헬른 폰 훔볼트의 전신상을 학교에서 찾을 수 있었다.(학교의 이름은 이 두 형제에서 붙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베를린 분단 당시 이 학교는 동독/동베를린에 속했으며, 서독에서는 베를린 자유 대학교를 비슷한 목적으로 설립하게 되었다. 공산 동독의 엘리트 학교였던 훔볼트 대학교는 독일 통일 이후 교수진이 완전히 교체되는 등 공산 체제의 영향을 지우고 현대적인 학교로 모습을 바꾸고 있다.

학교 주변에는 막심 고리키 극장, 브란덴부르크 문 등 베를린 시내의 큰 볼거리가 많이 있었고 숙소 또한 시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첫날에는 별다른 파티가 없었고, 오전부터 오후까지 길게 이어진 일정을 소화한다고 일찍 들어가서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