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때 노트북을 들고가는 모험을 해 보았다. 당연히 내 사촌형들의 아이들이 걱정되었지만 뭐 쟤들을 떨어트릴 수 있는 무기가 있었다. 다른 사촌형이 들고 왔던 NDSL에 혼이 빠졌고, (이럴 때는 리눅스 만세!!!) 덕분에 내 노트북에 자연스레 손이 안 가게 되었다. 그러나 NDSL의 배터리가 다 떨어지는 것에서 고생이 시작되었다. 자 푸규루, 가랏!
내가 오래 전에 긁어 두었던 푸규루를 꺼냈다. 저 페이지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푸규루는 정말 개념이 없는 애니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의 평은 “새로 디스플레이를 설치할 때 테스트용으로 좋다”는 것도 있었다. 또한 양모씨는 “카이스트 면접 끝나고 나서 보려고 내 PMP에 넣으라”고 시켰다가, 내 V43에서 재생이 실패하는 바람에 나중에 전편을 감상했다.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푸규루 엔딩곡(이것도 에피소드마다 다르다)을 꺼내서 “햏력 증진에 좋다”는 평을 했다.
자, 이제 내 사촌형들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해 보겠다. 실험 대상은 모두 초등학교 1학년 이하의 어린이들이다. 1화와 2화는 정말 단순해서 쉽게 넘어갔다. 다행히도 화면에 계속 눈을 대고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이 다음부터 시작한다. 3화부터는 정말 손에 땀을 쥐기 시작한다. 거기서부터 주위가 산만해지기 시작한다. 비슷한 장면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보다 보면 그 어느 누구도 나중에 가면 정말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실험 대상들이 멍해지는 시점은 대략 8화 주변이었다.
9화 부터는 아주 “이거 언제 끝나냐!” 하면서 나를 보채기 시작했다. 결국 10화, 11화, 12화를 거쳐서 13화로 다 가니까 실험 대상들은 노트북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 덕분에 나는 KDE 번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낄낄. 내 사촌형의 아이들에게만 통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변에 어린 애들을 떼어 놓는데도 푸규루가 효과가 있는 것 같다는 게 실험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