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Archives: September 2007

최근 KDE 번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최근 KDE 4의 kwin이 밥솥이 되었기 때문에, 멀쩡히 돌아갔던 KDE 4 세션이 요즘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놈의 kwin은 언제 고쳐질 지 도대체 알 수 없는데다가, Plasma는 매일같이 불안정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Phonon은 작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덕분에 Phonon을 사용해서 메시지를 보내는 kdemultimedia 쪽은 도통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빌드가 깨지는 것은 예삿일이요, 라이브러리도 심심하면 바뀐다. 내 성격 탓에 매일 체크아웃을 해 보지 않으면 안심이 안 되지만 별 수 있나.

하여간 좋은 소식을 좀 전하도록 하겠다. KDE 4부터는 그래도 나아진 번역을 느낄 수 있을 것이고, KDE 3.5.8에서는 이것들 중 극히 일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KDE 3.5.8은 10월 7일에 나오지만, 우분투 7.10이 그 주변에 나올 확률이 크고, 따라서 deb 패키지가 바로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KDE 4.0이 12월 초에 나온다고 하니까, 그 두 달 사이에 새로운 버전을 내놓지 않는 배포판은 KDE 3.5.8을 탑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비록 KDE 3 번역에 한소프트 리눅스의 번역물을 합쳐서 최근 번역율이 58%까지 뛰어오르긴 했지만, 이것을 느낄 사용자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KDE 4는 이야기가 다르다. 충분히 우분투 8.04나 7.10의 백포트로 제공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KDE 4를 접해 보기 위해서 새로운 배포판을 깔아 보는 모험을 해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어 라이브러리를 갈아 엎는 등 골때리는 선전도 많이 해서 더더욱 그럴지도 모른다. 덕분에 그 선전에 알맞게 번역도 잘 제공될 것이다. 좀 더 나은 번역을 위해서, IRC 채널을 통해서 피드백도 받고 있다.

KDE 4의 기본 파일 관리자 Dolphin을 번역하면서 모든 설정 항목의 끝은 “-하기”로 통일하거나 아예 안 쓰는 것 둘 중 하나를 선택하기로 했다. 그 다음은 시스템 설정의 애플릿 이름을 번역하는 것인데, 이것도 신경이 꽤나 쓰였다. 이건 윈도로 따지자면 “제어판” 같은 도구이기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시험해 볼 것 같아서 더 그렇다. 최근에는 “해상도와 회전” 애플릿, 그리고 “내 정보” 애플릿을 번역하면서 많은 태클도 받아 보았다. 그 결과물로 나온 시스템 설정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다.

KDE 4의 systemsettings

군데군데 영어로 된 부분이 보이겠지만, KDE 3의 “일터” 급의 난감한 단어는 안 보인다고 자신할 수 있다. 과거 KDE 번역의 순 우리말 사용 정책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적당한 부분에는 한자어와 외래어를 과감히 도입하는 쪽으로 틀어 버렸다. 이미 KDE 4 번역 파일을 체크아웃해 보면 저런 단어들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 kdei18n.kldp.net에 있었던 한소리 번역 파일들 덕분에 일부 프로그램에서는 해야 할 노력이 줄어 들기도 했다.

어쨌든 KDE 4 번역 통계 페이지는 주목해 주기 바란다. 지금 목표는 40% 달성이다. KDE 4부터는 어색한 순 우리말 단어 + 미번역된 부분이 너무 많아서 KDE를 꺼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푸규루의 효과에 관한 고찰

추석 때 노트북을 들고가는 모험을 해 보았다. 당연히 내 사촌형의 아이들이 걱정되었지만 뭐 쟤들을 떨어트릴 수 있는 무기가 있었다. 다른 사촌형이 들고 왔던 NDSL에 혼이 빠졌고, (이럴 때는 리눅스 만세!!!) 덕분에 내 노트북에 자연스레 손이 안 가게 되었다. 그러나 NDSL의 배터리가 다 떨어지는 것에서 고생이 시작되었다. 자 푸규루, 가랏!

푸규루 오프닝 중 한 컷

내가 오래 전에 긁어 두었던 푸규루를 꺼냈다. 저 페이지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푸규루는 정말 개념이 없는 애니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의 평은 “새로 디스플레이를 설치할 때 테스트용으로 좋다”는 것도 있었다. 또한 양모씨는 “카이스트 면접 끝나고 나서 보려고 내 PMP에 넣으라”고 시켰다가, 내 V43에서 재생이 실패하는 바람에 나중에 전편을 감상했다. 그리고 한 술 더 떠서 푸규루 엔딩곡(이것도 에피소드마다 다르다)을 꺼내서 “햏력 증진에 좋다”는 평을 했다.

자, 이제 내 사촌형들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해 보겠다. 실험 대상은 모두 초등학교 1학년 이하의 어린이들이다. 1화와 2화는 정말 단순해서 쉽게 넘어갔다. 다행히도 화면에 계속 눈을 대고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 진짜 문제는 이 다음부터 시작한다. 3화부터는 정말 손에 땀을 쥐기 시작한다. 거기서부터 주위가 산만해지기 시작한다. 비슷한 장면들과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보다 보면 그 어느 누구도 나중에 가면 정말 정신이 멍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실험 대상들이 멍해지는 시점은 대략 8화 주변이었다.

9화 부터는 아주 “이거 언제 끝나냐!” 하면서 나를 보채기 시작했다. 결국 10화, 11화, 12화를 거쳐서 13화로 다 가니까 실험 대상들은 노트북에서 떨어져 나갔다. 그 덕분에 나는 KDE 번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낄낄. 내 사촌형의 아이들에게만 통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주변에 어린 애들을 떼어 놓는데도 푸규루가 효과가 있는 것 같다는 게 실험 결과이다.

대화의 부재

카이스트 면접이 끝나고 나서 학생회 게시판을 둘러 보다가 정말 황당한 글을 찾았다. 내용인 즉슨, 1학년 학생만을 대상으로 월화수 자습 시간에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들어만 보면 괜찮을 것 같은 정책이지만 정말 날치기로 통과되었다. 공지도 제대로 하지 않고, 학생들이 항의하니까 4주 동안 시범 실시해 보고 성과가 좋으면 그대로 간단다. 정말 말세다. 내 생각에는 시범 실시하고 효과가 좋으면은 단지 구색 맞추기로 집어 넣은 항목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저런 정책이 통과되는 것을 보고만 있는 학생 잘못일까? 반발할 것을 알면서도 하악거리는 선생들 잘못일까? 비록 내가 정독실 추진에 반대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성급한 추진에 대한 반대였지, 그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다행히도 학년 부장 선생님을 만날 수 있어서 입장을 잘 들어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대화의 부재는 서로 인정하였다.

그래도 이것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 이유가, 올해 들어서는 학생회 게시판에 먼저 손을 내미는 선생님들의 글이 많이 보여서 선생님들만 잘못했다고 할 수 없어졌다. 비록 학생회 게시판을 자주 확인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들은 소수이다. 많은 학생들이 빨리 빨리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학생회 게시판이고, 선생님들은 이것을 잘 활용해 주었다. 궁극적인 방법은 개별적으로 의견을 들어 보는 것이지만, 이것은 정말 정말 힘들다. 대화의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학생회 게시판을 사용하는 선생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지역적인 상황을 보면 또 다른 것 같다. 올해 2학년이나 3학년 및 학생 부장 선생님은 학생회 게시판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그 곳을 다른 선생님들보다 더욱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1학년들은 우리가 보기에도 정말 딱한 상황이다. 1학년들의 건의 사항을 보면 참 암담하다. 마치 새로운 정책을 실험하기 위한 쥐들 같아 보인다. 게다가 대화의 부재 문제는 우리들보다 더 심한 것 같다.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빨리빨리 통과되는 것을 보면 이것은 선생님들의 잘못이 앞서 경우보다 더 커 보인다.

(특히 1학년 부장 선생님에게) 학생들을 생각하는 정책을 만들기 전에, 제발 다른 선생님이 하는 것처럼 먼저 손을 내밀어 보았으면 좋겠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정책이 통과되는 분위기는 다 그랬다. 그러나 올해 중반부터는 상황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무슨 정책이든지 적극적으로 의견을 받으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에 감동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이 흐름을 따라 오지 못하는 선생님들은 어서 다른 선생님들에게 배웠으면 좋겠다.

카이스트 면접을 보고 나서

오전부터 열심히 차를 타고 달려가서 카이스트에 도착해 면접을 보기 시작했다. 오전에 본 면접은 토의 면접이었다. 역시 카이스트에 나오는 게임 사이트 차단 이야기가 주제로 올랐고, 나머지 하나는 태양전지와 또 다른 것은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책이 있었다. 결국 게임 사이트 차단에 관한 주제를 선택해서 그걸로 이야기를 했다. 주제 선정은 팀 안에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나름대로 우리 학교 안에서 했던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 많은 의견이 나올 수 있었다. 50분간의 토의 면접을 끝내고 나서 11시에 잠시 토끼군을 만났다.

그 다음 점심 식사를 끝내고 오후 2시 주변에 개별 면접이 있었다. 내 가족에 관한 질문과 영어 자기소개, 내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영어 자기소개는 미리 준비한 것에서 좀 틀어지긴 했지만 어떻게 통과하고, 내가 카이스트 사람과 만났던 경험 등을 이야기했다. 주어진 시간은 20분이고 그 시간 안에 나를 설명해야 했다. 다행히도 내 면접 시간은 그것보다는 좀 짧았고, 비슷한 때 양모씨도 면접이 끝나서 같이 토끼군을 만나러 갔다.

토끼군의 토끼집은 창의학습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가 보니까 노트북 두 대가 토끼군의 책상 위에 있었고, 그 옆에는 용자 유르의 데스크톱이 있었다. PSP와 NDSL과 각종 만화책이 굴러다니는 것이 충격과 공포였다. 센스 X15는 며칠 동안이나 그놈 한국 라이브CD로 부팅한 상태였고 맥북에서는 IRC 클라이언트와 theseit 소스가 떠 있었다. 한참 동안 리듬 게임 시범을 보이다가 유르선인이 들어왔다. 그 다음에는 카이스트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한참 동안 했다. 오늘의 성과물로 이 사진이 있다.

왼쪽부터 토끼군, 나, 양동찬

갑자기 양동찬에게 전화가 오더니 4시 55분부터 면접이 있다고 해서 버거킹에서 햄버거를 사 가지고 돌아왔다. 5시 30분부터는 5분 동안의 개별 발표가 있었고, 나는 그 동안의 RNE와 내 미래 계획을 이야기했다. 그것으로 면접은 끝나고, 저녁 식사를 하고 7시 50분에 학교로 돌아가는 버스를 탔다.

자 11월 9일이면 카이스트 최종 합격자 발표가 난다. 석대에도 원서를 썼기 때문에 면접은 보아야 한다. 그러나 나는 둘 다 합격한다면 카이스트로 갈 것이다. 면접 때 했던 성과와 지금까지 내 성적이 뒷받침된다면 분명히 합격은 할 수 있다. 부디 좋은 일이 있기를.

번역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서는 무작정 한국어 번역을 해 보겠다고 팀에 뛰어들거나 프로그램 메인테이너에게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 아마도 이 글은 이런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가 될 글일 것 같으니깐, 까는 것 같아도 원래 의도가 그러니깐 이해해 주기 바란다. 하여간 한국어로 되어 있지 않은 프로그램을 번역한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번역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조언이 없으면 도리어 욕만 먹고 갈 수도 있다. 그러니깐 이 글을 따라가 보자.

우선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프로젝트 내부에서는 영어로 대화가 진행된다. 그래서 영어를 못 알아 들으면 업스트림과 통신이 되지 않아서 번역 작업을 할 때도 애로 사항이 꽃필 것이다. 대부분 프로그램들의 번역 안내는 다 긴 영어로 된 글로 쓰여 있고, 작업물을 메인테이너에게 보낼 때에도 영어로 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영맹 티를 팍팍 낸다면, 한국어 번역이 좋았다고 해도 자기가 영어를 읽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에 좋은 번역이 될 리가 없다. Hi How are you!!! 정도만 쓸 수 있는 실력이라면 어서 돌아가서 다른 일을 찾아보기 바란다.

번역은 무엇보다도 편의성이 중요하다. 자신이 한국어를 사랑하고 있든, 한자 빠돌이든 번역할 때는 집어치워라.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은 용어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내가 한국어를 사랑한다고 억지로 순 한국어 낱말만 쓰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불편만 초래한다. 당장 예제를 보고 싶다면, 주위에 있는 KDE를 사용하는 배포판들을 하나 잡아서 깔아 보기 바란다. 번역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메인테이너가 순 한국어 낱말의 사용을 강조한 나머지, 대부분 사용자에게 명확한 의미 전달을 못 해 주었기 때문이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끌여들어서 테스트, 테스트, 테스트해 보고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자. 내가 보지 못했던 부분도 있을 것이고, 잘못 번역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게 잔소리로만 들린다면 어서 돌아가서 다른 일을 찾아 보기 바란다.

또한 번역은 꾸준히 해야 한다. 메인테이너가 손을 대지 않아 버리면 프로그램이 발전하는 속도를 번역이 발전하는 속도가 못 따라갈 수 있다. 그런 일이 한 해 두 해 쌓이다 보면 너무 많은 부분이 틀어져 버려서 사용성 꽝이 될 수 있다. KDE 번역 파일들도 2001, 2002년에 수정된 것 다음에는 2004년에 부분적으로 수정된 것이 전부다. 올해가 2007년이고 그 동안 KDE는 엄청난 발전을 했다. 번역이 이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안 한 것만 못 하게 된다. 이것은 다음 버전 번역가에게도 피해가 되는데, 실제로 KDE 4 번역을 하면서 기존 문자열은 없는 것만 못하다 수준으로 바꾸어야만 했다. 다음 메이저 버전이 나올 때 내가 번역을 하기 두렵다면 어서 돌아가서 다른 일을 찾아 보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비공식 한글 패치 내놓는 팀들. 언제까지 비공식으로만 있을 것인가. 프로그램의 정보에 자기나 팀 이름이 박히는 것이 좋지 않은가! 폐쇄적인 번역 팀 사이트만 운영하지 말고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오기 바란다! 메인스트림과 대화하기 싫다면 어서 돌아가서 다른 일을 찾아 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