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 북유럽 여행기: 제 11일

어제 오후에 안 그래도 기차도 늦었고, 오슬로 시내에는 비도 내리고 있어서 역과 호스텔이 가깝긴 했지만 고생도 좀 했다. 체크카드가 긁히지도 않아서 간 떨리는 노르웨이 크로네 지폐를 뽑아다가 호스텔 방 가격을 지불해 보기도 했고, 일찍 내린 비 때문에 잠도 일찍 잤다. 다음날 오전에는 일찍 일어나서 시리얼 등으로 아침 식사를 끝내고, 호스텔 안의 세탁기에서 그 동안 묵은 빨래를 돌렸다.

빨래가 다 끝나고 마르는 걸 지켜본 다음, 오슬로 중앙역으로 나가서 근처 관광 안내소에 가서 오슬로 패스를 샀다. 스톡홀름에서 스톡홀름 카드의 대중 교통 무료 이용 혜택을 제대로 보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교통비 비싼 오슬로에서 본전 제대로 뽑기 위해서 오슬로 패스를 샀다. 스톡홀름 카드는 교통카드 형태지만, 오슬로 패스는 평범한 종이다. 도시 철도역의 검표 기계에서 도장 찍으면 유효 기간 시작이다.

오슬로 중앙역

오슬로 중앙역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봤던 것 같은 번호표 기계가 있었던 덕분에 얼마나 기다려야 할 지 알 수 있었던 건 좋았다. 번호표를 뽑고 내 차례를 기다린 다음 패스를 받았다. 오슬로 패스가 있으면 박물관 무료 및 할인 입장과 함께 유효 기간 동안 오슬로 시내 모든 대중 교통이 이용 가능하다. 오슬로 시내 티켓이 비싼 상황에서 매우 도움이 된다. 뭉크 박물관을 보러 가기 위해서 퇴위엔(Tøyen) 역으로 가는 기차를 타러 갔다.

MX3000

MX3000

오슬로 도시 철도에 현재 사용 중인 차량은 지멘스에서 생산한 MX3000 차량이고, 과거 사용했던 차량은 T1000과 T2000 차량이 있다. 오슬로의 도시 철도는 노면 전차를 도시 철도로 전환한 구간과 도시 철도 기준으로 건설한 구간이 한 동안 혼재되어 있었다. 2011년 FIS 노르딕 스키 챔피언십을 개최하면서 홀멘콜렌 선(운행 계통 상 1호선)이 노면 전차에서 제3궤조로 전환하였고, 콜소스 선(운행 계통 상 6호선)은 현재 노면 전차에서 제3궤조 전환 공사 중이다.

둘 사이의 차이점은 승강장 길이, 급전 방식이 가장 크다. 노면 전차 구간이었던 곳은 2량짜리 차량만 들어갈 수 있고, 가공 전차선으로 DC 750V를 공급받는다. 도시 철도 구간은 6량짜리 차량이 들어갈 수 있고, 제3궤조로 DC 750V를 공급받는다. 모 국의 제3궤조 까들을 위한 좋은 반박이다 도시 철도 개업 후 처음으로 사용한 T1000 차량은 일부 편성이 제3궤조/팬터그래프를 둘 다 지원하며, 1990년대 말에 잠깐 사용했던 T2000 차량은 제3궤조/팬터그래프 겸용으로 개발되었으나 얼마 사용되지 못하고 T1000보다 더 빨리 퇴역하였다. 내가 오슬로에 갔던 시점에서는 이미 MX3000이 전 노선에 다 깔려 있었다.

MX3000의 구동음은 우리 나라에 비슷한 것이 없다. 지멘스 IGBT 인버터를 사용하지만, 지멘스 옥타브와는 관계 없는 구동음이다. 오히려 다른 회사의 IGBT 인버터와 비슷한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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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위엔 역에 내린 다음 뭉크 박물관은 오래 걷지 않아도 된다. 입장권을 가지고 들어가려는데 X-레이 검색대가 내 앞에 떡하니 기다리고 있다. 뭉크의 절규가 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었는데, 도난당했다가 되찾은 적이 있어서 다른 뭉크의 작품과는 달리 플라스틱 케이스 안에 밀봉되어 있으며, 그 주변에 도난 경보기도 많이 붙어 있다. 도난 사고를 겪었던 곳이었기에 이런 걸 예방하려고 X-레이 검색대를 갖다 놓은 것 같다.

뭉크 박물관

뭉크 박물관

뭉크 박물관을 보고 나서, 그 앞에 있는 식물원과 노르웨이 자연사 박물관에 가 보았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노르웨이에서 생산되는 광물을 보았는데 왜 토륨이 먼저 눈에 띄는지는 모르겠지만, 토륨 자체가 노르웨이에서 최초로 발견된 원소임은 사실이다. 주괴를 갖다 놓지는 않은 게 좀 아쉬웠다. 무슨 와갤러도 아니고. 노르웨이에 운석이 떨어진 적이 있었을 때 운석을 채집해서 제일 먼저 전시해 놓은 것도 바로 여기 자연사 박물관이고, 운석을 보러 몰려온 인파를 사진으로 찍어 놓은 기록도 있었다.

지질학 박물관

퇴위엔 역에서 오슬로 중앙역으로 되돌아온 다음, 거기에서 걸어서 아케르스후스(Akershus) 요새로 이동하였다. 오슬로 앞바다를 지키는 아케르스후스 요새는 현재에도 군사적 목적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에 야간에는 출입이 통제된다. 헬싱키 앞바다에 떠 있는 수오멘린나와 비슷한 역할을 위해서 세워 놓았다. 아케르스후스 요새 안에 있는 기념관은 과거 노르웨이의 나치 부역자 비드쿤 크비슬링의 거처였으며, 2차 대전 이후 현재의 기념관으로 개축되었다. 특히 2차 대전 당시 노르웨이가 어떻게 점령되었고 독일군 점령 하의 노르웨이에서의 생활을 다루고 있다. 군사 요새라는 걸 느끼기 힘들게 꾸며져 있다.

아케르스후스 요새에서 빠져나온 다음 오슬로 시청사 앞에 있는 노벨 평화 센터로 갔다. 노벨 상이 제쟁될 당시의 노르웨이는 스웨덴과 동군 연합을 이루고 있어서, 알프레드 노벨은 유언에서 평화상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수여하라고 하였다. 이 때의 유산이 지금까지 남아서 노르웨이가 동군 연합을 탈퇴한 이후에도 평화상은 오슬로에서 관리한다. 같은 노벨 상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 박물관 역시 스톡홀름의 노벨 박물관과 자매 결연을 맺고 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을 전시해 두었으며, 업적이 노르웨이어와 한국어 둘 다로 나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옥중에서 받은 편지나, 오바마가 사용하는 블랙베리가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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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평화 센터를 나오면 바로 앞에 시청사가 있고, 시청사 앞에는 뷔그되위(Bygdøy)로 가는 배편이 모여 있다. 오슬로 패스의 혜택 중에는 뷔그되위로 가는 페리 이용 혜택이 있다. 물론 오슬로 시의 Ruter에서 운영하는 페리만 해당하며, 같은 선착장에서 출발하긴 하지만 관광 회사에서 운영하는 페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오슬로는 맑음과 비가 계속 반복되어서 비 좀 피한다고 평화 센터 주변에 있었다가 비가 그쳤을 때 쯤 페리를 탔다. 이 페리는 오슬로 대중 교통의 일부라서 다른 페리처럼 안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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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그되위 방면 페리 종점에는 박물관이 바로 보인다. 뷔그되위 섬에 있는 박물관 중 가 본 곳은 프람 박물관, 해양 박물관, 콘티키 박물관, 살짝 걸어 나온 곳에 있는 민속 박물관이다. 전자의 두 곳은 노르웨이가 과거에 어떻게 해양으로 진출했는지를 다루고 있으며, 프람 박물관은 배 한 척을 통째로 집어넣었는데다가, 외양부터가 삼각형으로 인상적이다. 콘티키 박물관은 과거 사람들이 어떻게 배를 만들어서 대양을 건넜는가를 재현한 실험을 전시하고 있다.

프람 박물관. 삼각형이 인상적이다.

바로 뒤에 붙어 있는 해양 박물관

과거 노르웨이인이 사용하였던 배

콘티키 박물관

옛날 배를 재현한 모형

민속 박물관

민속 박물관 내부 건물

민속 박물관 앞에서 버스를 탄 다음 노르웨이 국립 극장 앞으로 이동하였다. CBD라고 알고 있는 이 근처에서 저녁을 먹으려다가 결국 실패해서, 호스텔 근처의 케밥 가게로 간 다음 저녁을 해결하였다. 국립 극장은 오슬로 도심과 그리 멀지 않았고, 저녁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도심 분위기가 났다. 물론 비는 여전히 오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우산 없이 잘 다니고 있다. 오후 6시쯤 되니 여전히 해는 떠 있었지만 각종 박물관은 문을 닫은 상태이고, 비 올 때 돌아다니는 건 에너지 낭비다 보니 케밥 먹고 바로 숙소로 돌아와서 샤워하고 잠을 자기 시작했다.

노르웨이 국립 극장

노르웨이 국립 극장

내일은 아침 6시에 베르겐으로 가는 열차를 타고 뮈르달(Myrdal)까지 이동한 다음, 거기에서 플롬 선을 구경하고, 버스편으로 보스(Voss)로 이동하여 베르겐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오늘 온 비는 약과에 불과했음을 알게 될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