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 북유럽 여행기: 제 7일

북유럽 여행기가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3월에 포맷한 이후 여행기를 적고 있던 위키를 날려 버려서 사진 및 입장권 자료로 기억을 복원해야 해서이다. 올해 여름이 되기 전까지 연재는 끝낼 생각이지만 아직 1/3도 채 끝나지 않아서 걱정이 앞선다.

오전 7시 50분의 스톡홀름은 사람들이 붐볐다. 북유럽으로 출발한 이후 뭔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SJ의 쿠셰트는 편하다는 느낌도 딱히 들지 않아서, 아침 6시쯤 일어나긴 했지만 사람이 많아서 제대로 씻을 수도 없었다. 뭐 어쩌겠는가, 침대차와 쿠셰트를 헷갈린 내 잘못인데 뭐. 핀란드의 침대차와 너무나도 비교되었다. 예약해 두었던 스칸스툴 호스텔에는 오후 2시는 되어야 들어갈 수 있고, 스톡홀름 시내에서 6시간 가까이를 보내긴 해야 하는데 로바니에미에서 Wi-Fi가 안 터져서 관광지 정보도 찾을 수 없었고, 믿을 건 가까이 있는 론리 플래닛 뿐이다. 스톡홀름 역에서 어떻게 끼니를 때운 다음 유르고르덴(Djurgården)으로 향했다.

스톡홀름 중앙역에 도착한 밤 기차

스톡홀름 중앙역 대합실

스톡홀름 중앙역 대합실

유르고르덴은 스톡홀름 중심부에 있는 섬이고, 1500년대에 국왕의 사냥터로 사용되다가 18세기 후반에 주거 지구로 개발되었다. 1897, 1930년에 스톡홀름 세계 박람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다. 현재는 주거 지구 이외에도 노르딕 박물관, 스칸센(Skansen) 등의 볼거리와 놀거리도 많이 있다.

유르고르덴으로 가려면 스톡홀름 중앙역에서 버스를 타야 한다. SL이 운영하는 도시 철도/버스 등을 타려면 표를 일단 끊어야 하는데, 헬싱키와 비슷한 방식이란 건 알겠지만 유르고르덴 방면 버스 정거장 근처에는 표 자판기가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눈 앞에서 버스를 놓치고 보니 열이 나서, 버스 정거장 밑에 쓰여 있는 카를라플란(Karlaplan) 역 환승 안내가 눈에 띄었다. ‘지하철에는 표 자판기가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톡홀름 중앙역 아래에 있는 T-센트랄렌(T-Centralen) 역으로 갔다.

당시 수중에 스웨덴 크로나가 한 푼도 없었기 때문에 신용카드 결제가 되는 발매기에 30 크로나를 뜯기고 나서야 표를 구할 수 있었다. 일단 표를 사고 나면 유효 기간 동안 환승은 무제한이니 뭐. 지하철을 타고 카를라플란 역으로 가서 버스로 갈아타는 게 좀 많이 비효율적이긴 하지만, 이용객 수가 적었다는 점은 기억이 난다.

유르고르덴 같아 보이는 곳에 아무렇게나 내리고 나니 눈 앞에 보이는 건 스톡홀름의 해안선과 요트들이다. 오전 10시가 채 되지 않아서인지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고, 내가 앉아서 시간을 보낼 만한 무언가도 찾기 힘들었다. 게다가 여기는 이역만리 스웨덴. 한국에서 하던 것처럼 길바닥에 짐 풀어놓고 잤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른다. 오전 10시가 가까워지니 문을 연 건 근처의 노르딕 박물관이었다. 실외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일단 들어갔다. 박물관 중앙은 구스타브 바사 상이 굽어보고 있는 구조이고, 내가 갔을 때의 특집 전시는 플라스틱이었다.

유르고르덴에 있는 노르딕 박물관

플라스틱!

구스타브 바사 상

플라스틱을 다 보고, 근처에 있는 자연사 박물관을 찾았다가 작은 규모에 좌절하고, 스칸센의 입장료에 좌절하고 보니 어느덧 정오가 지났다. 더 이상은 버티기 힘들어서 스칸스툴 호스텔로 가서 잠을 푹 잤다. 어차피 스칸스툴 호스텔로 가려면 지하철을 타야 하므로 복잡한 T-센트랄렌 대신 승객도 적은 카를라플란으로 가기로 했다.

자연사 박물관.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입장료

야외 박물관 스칸센. 차라리 이걸 보고 돌아올 걸.

앞 문단에서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스톡홀름에 지하철이 개통된 것은 1960년대 초반이다. 노선은 총 3개로, 과거 스톡홀름을 달리던 노면 전차가 지하로 들어간 노선이 그뢰나 선이고, 뢰다와 블로 선은 아예 지하를 뚫었다. 전체적인 구조는 뢰다 선과 그뢰나 선이 X자를 그리고, 블로 선이 X자의 위쪽 부분에 가로선을 긋는 구조이다. 모든 노선에 도중 분기가 있어서 운행 계통은 총 7종류이다. 물론 대부분 환승은 개념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카를라플란 역에서 호스텔이 있는 스칸스툴 역으로 가려면 한 번 갈아타야 한다. 뢰다 선과 그뢰나 선이 만나는 지점은 T-센트랄렌, 감라 스탄, 슬루센 역이다. 뢰다와 그뢰나 선만의 환승만 생각하면, T-센트랄렌 역은 한 섬에서 서로 반대 방향, 감라 스탄과 슬루센 역에서는 같은 방향의 열차가 정차한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감라 스탄과 슬루센 역은 수도권 1/4호선 금정역과 비슷한 환승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금정역 3초환승의 유일한 단점인 서로 반대 방향 환승이 어렵다는 점을 스톡홀름에서는 바로 다음 역에서 열차 방향을 꼬아 주는 것으로 해결하였다. 안내 방송 역시 이를 배려하였다. 뢰다 선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T-센트랄렌 역에서는 그뢰나 선의 T-센트랄렌 이북, 감라 스탄 역과 슬루센 역에서는 그뢰나 선의 T-센트랄렌 이남으로 가려면 여기서 갈아타라는 방송이 나온다. 안내 방송 멘트는 우리 나라처럼 길지 않고, 두 번 나오지도 않고, 역 이름만 나오기 때문에 주의해서 들어야 한다. 어차피 T-센트랄렌 역은 사람도 많고, 계단까지 걸어가야 해서 감라 스탄 역에서 갈아탔다.

카를라플란 역 T-센트랄렌 방면 승강장

감라 스탄 역. 남쪽으로 가는 열차가 같은 섬을 공유한다.

드디어 도착한 스칸스툴 역.

딱딱한 쿠셰트에서 잠자다가 푹신한 침대로 오니 정말 꿀맛같다. 잠 좀 자고 일어나니 6시. 근처에서 저녁을 해결한 다음 내일 스톡홀름의 어디를 둘러볼지를 정하고 잤다. 역시 쿠셰트와 침대차는 다르고 침대는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