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이틀만에 대한민국 동쪽 노선은 동해남부선 빼고 다 둘러봤다. 대전에 학교 와서 잠 잘라던 거 룸메놈과 이야기하면서 다 설치고, 아는 지인이 있는 광주와 군산을 찍기로 했다. 도중에 학교에서 일이 적당히 터져 주셔서(…) 4일째는 그냥 대전에 머물면서 이런저런 삽질을 했다. 본전 뽑겠다는 정신으로 3일 연속으로 거의 기차만 타고 다녀서 피곤하기도 했다. 아무튼 오전 6시 15분에 대전역에서 출발하는 무궁화호를 타고 광주역으로 가기로 했다. 어 잠깐 광주 가는 열차는 서대전역에서 타야 하는 거 아닌가여?
맞긴 하다만, 아직까지는 1일 왕복 각각 2편성씩 대전-광주 무궁화호가 있다. 새마을 격하 무궁화 객차가 투입된다는 소문도 들었고, 평소 열차가 잘 안 다니는 구간을 타 본다는(이라고 해 봤자 임시열차만큼은 아니지만) 재미가 있어서 5시에 어떻게든 일어나서 광주역으로 가는 무궁화를 타기로 했다. 내가 갔을 때 대전역은 2층에 있는 각종 매장이 공사를 하고 있어서 간식거리 하나 사먹을라 해도 힘들었다. 대전역 가락국수는 여러 번 먹어도 봤고, 가격대 성능비도 꽤 괜찮았다. 아무튼 역으로 내려가서 열차를 봤다.
발전차 없는 전기기관차에다가, 예상했던 구특전이 아닌 리미트 객차가 들어왔다. 나름대로 어예. 호남선 서대전 이남 구간은 한 번도 탄 적이 없어서 어떤 풍경이 펼쳐질까 기대되었다. 대전에서 논산까지는 산 때문에 아직까지도 급곡선이 난무하며 개량은 해야할 듯 하지만, 논산 이남은 KTX 넣으면서 논산 이북과는 달리 선로를 펴 놓았다. 고속선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신호 장비만 잘 해 두면 시속 180은 넘게 밟을 수 있어 보인다. 광주선을 타기 전 갑자기 제동이 걸렸고, 그 주변으로 아주 질주를 했다고 기억한다. 방송은 신호 관계상 멈췄다고 했지만, 분기점까지는 좀 남은데다가 선로 한복판이라서 비상 제동 느낌이 왔다. 경부선을 타 보면 산과 고개를 넘으면서 중간에 도시가 보이지만, 호남선은 가도가도 평야만 계속 나오고 가끔씩 도시가 보인다.
광주선으로 진입한 다음 KTX 교행을 볼 수 있다는 극락강역을 지나 광주역으로 왔다. 중간에 전남대로 가서 지인을 만난 다음 광주 CGV로 가서 아바타 IMAX를 감상하고, 광주 터미널 안에서 점심을 해결한 다음 대전으로 올라왔다. 돌아올 때는 객차형 새마을호 5호차 자유석을 점ㅋ령ㅋ해서 왔다. 내장은 동차형과 비슷하며, 동차형과는 달리 동력 장치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새마을 객차가 상대적으로 무궁화보다는 방음이 잘 되어 있어 보인다. 서대전역까지 온 다음 학교로 가서 푹 쉬었다.
다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군산으로 가는 열차를 탔다. 대전에는 아주 비가 퍼부었고, 입고 갔던 고어텍스 소재 잠바는 비를 아무리 맞아도 마른 곳에 좀 있으니 알아서 물기가 사라졌다. 면 소재였다면 꿈도 못 꿨을 것이다. 서대전역에서 장항선 경유 용산행 열차를 타면 군산까지 갈 수 있다. 장항과 군산이 철도로 연결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아서, 익산역을 지나 장항선으로 진입해 군산역으로 가는 철길은 상태가 상당히 좋았다. 복선 노반은 미리 확보해 두고, 오른쪽에만 궤도를 깔아 뒀다. 이번에 탄 무궁화는 리미트 객차가 없어서 무작정 1호차로 갔는데 인테리어가 어찌 싸궁화틱하다. 2009년에 일부 무궁화 좌석을 개조하면서 내장재가 상당히 싸궁화(…)틱해졌다.
군산에 오긴 했는데 사람이 안 보인다. 옛 군산역은 군산 도심에 있었고, 군산시의 구조는 위아래로 짧고 옆으로 넓다. 새 군산역은 옛 군산역의 상대적으로 먼 동쪽에 있으며, 연결 교통편은 많이 확보해 둔 듯 하나 개별 노선 배차는 여전히 안습이다. 군산역 타는 곳과 역사는 서로 나뉘어 있으며, 역사 2층에는 현 군산역 부지인 내흥동에서 발굴된 유적 전시관이 있다. 조그마한 공간이기 때문에 군산역에 왔으면 한 번 들렀다 가면 좋다. 아무튼 군산역에서 3번 버스를 타고 군산상고까지 가는데, 군산역을 벗어나 뭔가 시가지가 있는 곳까지 가는 데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이러니 철도를 자연스럽게 안 타게 되는거지. 군산시의 모든 버스는 LED 행선판에 주황 도색을 한 듯 보였고, 50만 국제관광기업도시 군산건설의 압박(…)이 심했다. 내가 아는 누구는 50만, 국제관광군산, 기업도시건설이라는 정거장이 있는 줄 알았다(…)고 했다. 차라리 거따가 LED를 달고 슬로건을 다른 데 달지.
군산에 있는 지인의 집에 간 다음 군산 이마트로 갔다. 군산에서는 바깥쪽에 있지만, 장항과 군산이 연결되면서 장항 쪽 사람도 많이 온다고 한다. 거기 1층 중국집 짜장면이 3800원인가 해서 그걸로 점심을 해결하고 페이퍼코리아선 답사나 하기로 했다. 군산 이마트를 나와서 남쪽으로 가면 웬 철길이 하나 깔려 있고, 서쪽은 군산화물역 방향, 동쪽은 페이퍼코리아 방향이다. 철길 상태는 아래 사진을 보면 안다. 이래서는 철송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페이퍼코리아선을 따라 걸으면서 군산화물역 근처까지 왔고, 군산화물역에서 오랫동안 버스를 기다린 다음 군산역으로 가서 장항선 열차를 탔다.
군산에서 익산을 거친 다음 서대전역으로 갈 수도 있었으나, 장항선 완주를 노리고 천안으로 올라갔다 대전으로 가 보기로 했다. 확실히 장항선은 개량 공사 탓인지 속도도 잘 내 주었고, 복선 노반을 확보해 둬서 궤도는 오른쪽에만 깔려 있다. 반대쪽 노반은 교량의 경우 도상이 안 되어 있으며, 평지의 경우 흙이 그대로 보인다. 나중에 복선화 및 전철화가 필요하면 궤도 하나만 더 깔면 되도록 해 두었다. 신창부터 천안까지는 광역 철도가 운행한다.
천안역에서 대전으로 내려오는 새마을을 잡는데, 이게 무슨 이유인지 10분 연착되었다. 천안역에 도착하자마자 서부역에서 동부역까지 뛰어야 간신히 열차를 잡을 줄 알았는데, 막상 타는 곳에 와 보니 열차가 지연되었다고 해서 좀 김이 많이 빠졌다. 서울발 마산행 새마을이라 그런지 중간에 카페객차가 없어서 맨 앞 1호차를 타고 대전까지 온 다음, 저녁으로 가락국수 한 그릇을 비우고 학교로 되돌아갔다. 전라선 및 경전선 탑승을 했다가는 얼마나 피로가 쏟아질지, 일단 잠이나 자자.
이틀간 탄 구간 및 운임:
- 무궁화 #1461 대전 6:15->광주 9:03 \11,900
- 새마을 #1114 광주 16:00->서대전 18:15 \11,500
- 무궁화 #1576 서대전 9:50->군산 11:19 \6,200
- 새마을 #1162 군산 17:01->천안 19:21 \11,900
- 새마을 #1035 천안 19:30->대전 20:18 \6,200
- 합계 \47,700
안녕 살아있었네! 나도 레일로 여행 재밌게 했었는데 ㅋㅋ
이거 이상하게 코멘트창 클릭하면 다시 사라져버려 크롬4/win7
그건 a 태그를 안 닫아서 생긴 문제였음. 지적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