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겨울 내일로 여행기: 제 6일

도중에 학교가 개햑하는 등 여러 일이 생겨서 6일차 여행기는 좀 늦어졌다. 6일차에는 전라선 익산-순천 구간과 경전선 순천-삼랑진 구간을 둘러보고, 부전-기장까지 새마을을 탔다가 기장 쪽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기로 했다. 전라선은 KTX-2를 투입한다고 한창 복선 전철화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경전선은 뭐 시골 버스 타고 간다는 기분으로 타면 된다. 서대전역으로 가서 여수행 무궁화호 열차를 잡으러 갔다. 경전선은 부전-목포 열차가 잘 없기 때문에 여행할 때 시간을 잘 잡아서 가지 않으면 낭패보기 십상이다.

서대전역을 떠나는 화물 열차

서대전역을 떠나는 화물 열차

8시 56분 서대전역에서 전라선 경유 여수행 무궁화호를 탔고, 12시 1분에 순천역에 도착한다. 전라선도 은근히 사람이 많았던데다가 전날 밤 제대로 못 잤던 잠 덕분에 전라선 구간의 사진은 제대로 찍진 못했다. 하지만 복선 노반을 확보하고, 일부 선로는 이설시키고, 전차선을 올리는 장면까지는 볼 수 있었다. 적당한 신호 장비만 갖추어 준다면 KTX-2가 고속선을 달리지 않고도 충분히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으리라고 본다. 호남선과는 달리 산지들이 군데군데 보이는 전라선을 달리다 보니 어느덧 열차는 순천역에 도착했다.

순천역 승강장

순천역 승강장. KTX-2를 세울 예정이라서 10량 표시가 보인다.

순천역 승강장 통로

순천역 승강장 통로

최근 순천역은 신역사가 개업하여, KTX-2가 정차할 수 있는 위치까지 설정해 두었다. 호차 번호가 10까지 올라가 있는 건 다분히 KTX-2를 배려한 설정이라고 봐야 하는 게, 일반 열차 중에는 10량짜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역사 건물과 승강장은 통로로 이동해야 하며, 역 건물 자체는 흔히 볼 수 있는 유리궁전 스타일이긴 하다. 역사가 옆으로 워낙 길어서 한 사진 안에 담기도 힘들어서, 역사 중간 쪽을 찍어 보았다. 경전선에 군데군데 RDC가 보이긴 하지만, 부전-목포간은 아직도 기관차+객차 편성으로 운행한다. 12시 25분에 들어오는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사진을 찍어 보았다.

순천역 역사 내부

순천역 역사 내부

순천역 신역사

순천역 신역사

순천역 구내 RDC

순천역 구내 RDC

부전역 예상 도착 시간은 17시 11분. 같은 거리를 고속 버스로 타면 저것보다는 더 빨리 들어갈 수야 있다. 여기서 볼 수 있듯이 경전선은 전혀 개량되지도 않았다. 그나마 진주 서쪽 구간은 KTX-2 투입이 예정되어 있어서 한창 전차선 올리고 선로를 이설하고 있다. 개량 작업이 다 끝나면 폐역도 많이 생기고 영업 거리도 수십 km 줄어든다. 어차피 열차가 제 속도도 못 내니, 경북선에서 도전했다가 반쯤 성공한 역 사진 다 찍기 놀이나 해 보기로 했다. 순천-진주 사이는 아직까지 개량의 손길이 못 미쳐서 시골 철길 풍경이 그대로 나오고, 북천역은 코스모스를 테마로 꾸며 두었다.

광양역

광양역

코스모스 테마로 꾸민 북천역

코스모스 테마로 꾸민 북천역

진주역 이후로 가니 뭔가 사람들이 많이 보이고, 마산과 창원쯤으로 접어드니 아무도 안 탈 것 같았던 차에 사람들이 엄청 타기 시작했다. 진주 동쪽 경전선은 한창 작업 중이라서 군데군데 공사 현장이 보이고, 신선과 기존선이 마주치는 지점은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 마산역과 창원역 둘 다 KTX 투입 대비 중인지라 임시 승강장만 깔아두고 그 뒤쪽으로 큰 역사를 짓고 있었고, 그쯤 오니 전차선 세우는 게 보였다. 정작 삼랑진 및 미전선 쪽은 아직까지도 단선에 전차선이 올라갈 것 같지 않아 보이지만, 본선이 끝나야 연결선을 다듬을 수 있겠지.

오후 5시가 다 되어서 부전역으로 들어갔다. 여기에서 버스나 지하철로 집에 갈 수도 있지만, 기왕 공짜 열차를 탈 수 있다면 최대한 집하고 가까운 해운대역까지 가 보기로 했다. 마침 서울행 새마을호 열차가 출발 대기하고 있어서 무작정 올라탔다. 부전-해운대 사이는 가끔 타 보기 때문에 해운대 해변을 감상하고 송정이나 기장에서 집으로 가기로 했으나, 기장역에 새마을 열차가 도착하니 부전행 새마을과 교행하고 있길래 해운대까지 다시 새마을을 타고 들어갔다. 의도하지 않았던 성과다.

부전역 구내 RDC

부전역 구내 RDC

집에 와 보니 저녁 7시인가 8시가 되었다. 여행 다니는 동안 학교 기숙사에서만 지낸 탓에, 세면도구도 많이 챙겨오지 못해서 제대로 씻지 못했다. 비록 경전선 순천-목포, 전라선 순천 이남, 동해남부선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이들 노선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하루 남긴 내일로 여행을 끝내기로 했다. 이번에는 귀찮아서 내일로 이벤트를 찾아보지 않았지만, 여름에 내일로를 끊을 기회가 있으면 이벤트도 찾아볼 예정이다.

오늘 탄 구간 및 운임:

  • 무궁화 #1501 서대전 8:56->순천 12:01 \13,600
  • 무궁화 #1954 순천 12:25->부전 17:11 \13,300
  • 새마을 #1062 부전 17:20->기장 17:52 \4,700
  • 새마을 #1055 기장 17:54->해운대 18:10 \4,700
  • 합계 \36,300, 누적 합계 \169,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