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 공용 컴에 IE8 깔기

며칠 전 집에 오면서 부모님을 기다린다고 부산역 라운지에 잠시 들렀다. 공용 컴퓨터가 총 3대 있었고, 시간을 죽일 목적으로 잠깐 거기 앉았다 갔다. 공용 컴퓨터는 당연히 내 예상대로 IE6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투명 PNG 버그나 InPrivate 모드 등 고급 기능을 이용할 수도 없었다. 투명 PNG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이트는 깨짐을 각오하고 들어가며, InPrivate 모드 따위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 옵션에 들어가서 웹 브라우징 기록 및 쿠키, 캐시 등을 수동으로 지워 주고 나와야 한다. 게다가 IE6이 깔린 공용 컴퓨터는 인터넷 임시 파일 크기도 더럽게 크게 잡아놔서(7인가 8부터 기본 100MB) 이거 지우는 데 한 나절이 걸리기 마련이다. 지울 수 있으면 양반이지만, 인터넷 옵션도 막아 둔 컴퓨터에서는 참 찝찝하다.

IE6과 IE8

IE6과 IE8. 탭 표시줄만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8은 캐시와 히스토리를 저장하지 않는 모드를 기본적으로 지원한 최초의 브라우저라고 알고 있다. 파폭 3.5가 그 다음, 크롬이 그 다음 다음이라고도 알고 있다. 노트북을 태워버린 기억 때문에 M$ 윈도와 거기 딸린 구성요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InPrivate 모드는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 특히 공공장소에서는 InPrivate 모드가 여러분의 친구이다. 일일이 지워 주지 않아도 브라우징 기록을 지워 줘서 프라이버시 보호에 살짝 도움이 된다. 공용 컴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을 위하여, 레지스트리만 살짝 편집해 주면 IE를 기본적으로 InPrivate 모드로 시작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시간이 나면 IE6이 깔린 공개 컴퓨터들을 IE8로 업그레이드시켜 주고 있다. 예전에는 XP SP2가 깔린 컴퓨터를 XP SP3으로도 업그레이드시켰지만, 지금은 많은 공용컴들이 SP3을 깔고 있다는 게 다행이다. 내 경험 상 파폭이나 크롬 등의 다른 브라우저를 깔아 두면 효과가 전혀 없기 때문에 IE8 업그레이드가 가장 효과가 좋다. 공용 계정에 제한된 권한만 주어져 있다면 IE6 이상으로 업데이트할 수가 없지만, 다행히도 대부분의 대한민국 컴퓨터들은 공용 계정에도 그놈의 ActiveX 때문에 관리자 권한이 주어져 있어서 필요하다면 IE8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ActiveX를 개인적으로 엄청 싫어하지만, 이런 환경을 만들어 준 건 감사하다.

간단한 인터넷 익스플로러 업그레이드 하나만으로 방치되고 있는 공용 컴퓨터들의 보안을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며, InPrivate 모드가 있기 때문에 그 컴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 준다. 내가 본 충격적인 광경은 내 옆자리를 사용하던 사람이 다음에 로그인해 두고 로그아웃도 하지 않고, 창도 닫지 않은 채 자리를 뜨는 광경이었다. 로그인도 되어 있어서 누군가가 흑심을 품으면 개인정보를 조작해 두고 튈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그럴 사람이 있을까봐 로그아웃을 누르고 튀었다. 다음이어서 어느 정도 다행이었지, 회사 인트라넷이나 증권사 등에 로그인되어 있었다면 참 끔찍했을 것이다.

참 위험하게 사용하는 공용컴

참 위험하게 사용하는 공용컴. 로그아웃도 안 눌러두고 가셨다.

공용 컴퓨터 관리자들은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겠지만, 근처에 있는 공용 컴퓨터들을 IE8로 업그레이드하는 캠페인을 시작하고 싶다. 근처에 IE6을 아직도 쓰고 있는 공용 컴퓨터가 있으면 시간날 때 차근차근 업그레이드했으면 좋겠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전국적인 보안 상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