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뜬 눈으로 발표 자료를 마감한 채, 일단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고 탐페레 대학교로 갔다. 전날 있었던 Akademy 파티의 영향 때문인지, 아침 10시가 되어도 대학교가 제법 한산했다. 덕분에 내 발표장까지 한산했던 건 우왕 썅. 오전 10시가 되어서도 사람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녹화 장비 문제까지 겹쳐서 한 15분간 지연해서 시작했다가, 결국 다음 발표 때문에 녹화되지 않은 채로 발표를 진행했다. 2008년에 했던 발표에 비하면 나름 대박이었고, 덕분에 발표가 끝나고 Translatewiki.net 운영자와, 카노니컬 쪽 사람까지 만날 기회가 생겼다. 하여튼 이거 덕분에 그 날 내 발표 이후 점심때까지 아무것도 못 들었다.
내 발표 이후 점심 때까지는 여러 Lightning talk가 진행되었다. 그냥 발표에 비해서 세션 시간도 짧으며, 주제도 꽤 다양한 편이었다. 이 시간에 난 사람들을 만난다고 발표장 밖에 나와 있었다. Lightning talk가 끝나고 나서도 다른 한 쪽 세션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이야기가 나왔는데, 못 들은 게 아쉽긴 하지만 발표 덕분에 사람을 만났다는 점에서 다행으로 생각하자. 점심 먹기 전 Akademy 2010 단체 사진을 찍었고, 30분으로 예정된 사진 촬영 시간이 금방 끝나서 그만큼 빨리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있었다. 저 사진의 주황색 옷은 일단 자원 봉사자로 생각하면 되고, 나중에 이름을 보니 올해 처음 오는 사람들, 특히 핀란드에서 많이 왔다. 어제 나왔던 연어 스테이크가 그립긴 했지만, 뭐 점심은 먹을만하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Aaron Seigo의 키노트가 진행되었다. 지금까지 KDE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는 자리였지만, 브라질에 있는 많은 KDE 수요와 전세계 독일 대사관의 Okular 사용만큼 재미난 뉴스는 없었다. 결코 Chief Morale Officer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발표이다.
이 키노트가 끝난 다음 Platform 트랙으로 들어갔다. 어제 진행된 모바일 트랙은 말 그대로 모바일 플랫폼을 위한 발표이고, Platform 트랙은 윈도 쪽에 집중한 모습이다. KDE on Windows는 KDE 4.0 들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으며, 이제는 제법 그럴듯한 인스톨러도 등장했으며 셸로 Plasma를 쓸 수도 있다. 반면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신경써 왔던 리눅스 이외의 또 다른 세계를 접하는 거고, 따라서 고려하지 않았던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KDE 소프트웨어는 윈도 시장에는 갓 들어왔기 때문에 앞으로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기대가 된다.
플랫폼 트랙의 마지막은 Chakra 프로젝트이다. 사실 나야 데비안 계열 이외의 배포판은 ‘말만 들은’ 수준으로 알고 있어서 이게 뭔지 아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자리였다. 발표에서 사용자 편의성을 상당히 많이 언급했는데, 나중에 테스트할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
모든 발표가 다 끝나고 이번 Akademy 스폰서 발표가 진행되었다. 인텔, basysKom, openSUSE, Collabora, 캐노니컬(내 기억이 맞다면, 더 있을 수도 있음)에서 발표를 진행하였다. 잠깐 동안의 기업 홍보와 함께 살짝살짝 채용 정보도 알려 주었다. 특히 이번 해 인텔은 오픈소스 쪽 구인 광고를 Akademy에서 했다. 캐노니컬에서는 추첨을 통해서 뭔가 나눠 줬다는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경품운이 없는 내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다.
경품 추첨이 끝나고, 해마다 진행되는 Akademy 시상식이다. 프로그램 부문은 Gwenview의 Aurélien Gâteau, 비 프로그램 부문은 KDE 포럼의 Anne Wilson, 심사위원 부문은 전체적인 문서화의 Burkhard Lück이 받았다. 시상식 장면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와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분위기가 꽤 좋았던 거는 확실하다. 다음날 Demola에 가 보니 상장에 사인하라는 공지가 떠 있었다. 이것으로 Akademy의 키노트 부분은 끝났다.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노키아에 있는 인도인 직원 한 분과 이야기하면서 들어갔다. 한 때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에도 근무했던 적이 있었고, 현재 노키아에서 맡고 있는 부문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행히도 한국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없어서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자기는 다음 날 직장에 나가야 해서 이번 Akademy는 발표만 듣고 들어간다고 하였다. 게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인도 사람들이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서 상당히 많았다. 사실 이게 전 여행동안 중국인이나 일본인 오해받지 않은 유일한 자리였던 게 애시당초 여기 오는 아시아인이 인도, 중국, 한국 정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Akademy에서 일본인 찾기는 불가능했기에 가능하다.
탐페레 대학교에서 숙소로 오려면 역 위를 지나야 하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Sm4가 탐페레까지 올라와 있다. ‘어 이놈 탐페레 올 일이 없을텐데’ 하면서 갸우뚱거리다가, Akademy 이후 헬싱키에 와서 이게 왜 여기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내일은 KDE e.V. 회의가 있고, 올해 의제인 사무실 이전과 OIN 가입에 대한 내 나름대로 생각과 프록시를 받아서 들어가려고 했는데…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