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여행기를 쓰고 나서부터 동아리 프로젝트가 겹쳐서 제대로 글을 써 보지 못했고, 이 때문에 BoF를 포함한 나머지 여행기들도 줄줄이 늦어지고 있다. 더 이상 미루면 기억이 흐릿해질 것 같아서 틈이 날 때마다 몇 편 씩 써 보기로 했다. 5일째부터는 BoF가 진행되었고, 이와 동시에 Nokia Certified Qt Developer 시험이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진행되었다. 이번 Akademy 참가자들에게는 특전으로 공짜로 칠 수 있었다. 사실 한국에 테스트 센터가 없지는 않지만, 비용(150유로) 문제도 있고, 시험 문제를 보니 비용 대비 효용이 영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화요일에 진행된 BoF는 재밌는 게 많아서 상대적으로 BoF가 한산해진 수요일에 시험을 보기로 했다.
화요일 첫 BoF는 Translatewiki이다. 미디어위키 번역을 해 보았다면 Translatewiki를 통해서 메시지를 번역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지금은 KDE UserBase에만 시범적으로 도입된 상태이고, 번역자들에게 Translatewiki 시스템이 무엇인지 알리고, 파일럿 테스팅을 해 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참가자들도 개발자보다는 번역자, 팀 코디네이터, 문서 작성자가 더 많았다. 기존 번역자들은 po 파일을 직접 번역하는 쪽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웹 번역에 관심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익숙한 툴을 바꾸는 걸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Translatewiki 시스템은 모든 KDE 문자열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 UserBase 같은 위키부터 시작하여 장차 TechBase 같은 다른 위키 및 도움말까지만 확대한다고 알고 있다. Translatewiki는 po 파일로 내보내고 가져오는 기능 또한 지원하기 때문에, po 파일 지원에 관심이 많았던 프랑스어 팀 코디네이터 Sébastien Renard 씨는 메시지를 po 편집기로 번역하는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내 옆에 앉았던 Gluon 프로젝트의 Jonas Vejlin(명찰에 닉네임이 인상깊어서 이름이 기억에 아직도 남는군) 씨는 문서 번역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미디어위키 문법이 영 힘든 눈빛이었다.
직접 만난 Mazeland Siebrand 씨보다는 Niklas Laxström 씨가 더 기억에 남았던 게, 실제 나이에 비해서 무척이나 동안이었다. 아무튼 나는 일일이 계정 승인을 받기에는 번역자와 시스템 관리자 모두 귀찮기 때문에, 코디네이터 권한을 추가해서 다른 사용자를 팀의 일원으로 승인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만 했다.
점심을 먹고 KDE and Bioinformatics에 들어가 보았다. 사실 이 BoF는 나보다는 바뇌과 재학 중인 룸메이트놈을 낚기 위해서 들어간 것이다. 재미난 이야기를 좀 해 주면 분명히 반응할 거라고 생각해서 들어가 봤다. Bioinformatics라는 주제 때문인지 사람은 생각만큼 많은 편은 아니었다. 내 룸메이트 포함, 대부분 Bioinformatics를 만지는 사람들은 컴파일러가 있는 언어보다는 인터프리터가 있는 언어를 더 선호한다. 이 때문에 C++이 아닌 다른 언어를 위한 바인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고, KDE 자체도 잘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내 룸메이트에게 IRC로 물어보니 대부분 수긍하는 눈치였다. 헌데 이 Luca Beltrame 이 사람 블로그가…
아무튼 화요일과 수요일에 들은 BoF 중 기억에 남을만한 건 이 두 가지 뿐이다. 수요일에는 오전에 Nokia Certified Qt Developer 시험을 잡아 놓았고, 오후 BoF 중에는 내 관심이 있는 주제가 별로 없어서 한국어 번역을 좀 가다듬기로 했다. 목요일에는 여행 때문에 BoF 따위 없기 때문에 수요일에 숨을 좀 돌려 놓아야 목요일날 잘 놀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BoF 시즌으로 넘어가니 진행 밀도가 컨퍼런스 시즌과 비교해서 심각하게 낮아진 게 좀 문제긴 했다. 앞으로는 발표를 3일로 늘이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이후 설문 조사에 남겼다(고 기억한다).
Nokia Certified Qt Developer 자격증은 ‘쉽다’. 단 Qt가 무엇인지는 알고 들어가야 하며, Qt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으면 풀지 못하는 문제가 좀 있다. 문제는 총 50개로 모두 다지선다형이다. 보기가 5~6개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문항이나, 여러 개 선택하는 문항도 있어서 완전한 찍기와는 거리가 제법 멀다. 친 지 제법 오래되어서 브레인덤프 같은 거 할 기억도 없지만, 아무튼 Qt를 야매로 다룬 게 아니라면 ‘쉽다’. 합격선은 60점(그러니까 30/50 이상을 맞춰야 함)이며, 즉석에서 결과 용지는 인쇄해 준다. 실제 자격증은 한 달하고 좀 있으니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어쨌든 난 이제 이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Akademy가 진행된 장소는 Demola이며, Demola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지 않도록 사진을 몇 장 찍어 왔다. 저 오락기는 컨트롤러만 오락실로 붙여놓고 내부는 에뮬레이터이며, Akademy 동안 꽤 인기를 끌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오늘의 기분’을 물어보는 기계가 있어서 여러 사람들이 누르고 갔지만 결과가 어디에 공개되었는가는 아직도 모르겠다. Akademy 등록 장소에는 저런 기념품이 많이 쌓여 있었고, 올해는 KDE 스티커가 엠보싱이 아닌 대신 공짜라서 꽤나 인기가 있었다. 저기 저 오리는 원래 등록한 참가자 수만큼 준비한 듯 하지만, 등록만 해 놓고 안 온 참가자가 많아서 2개 이상 들고가는 사람(나 포함)도 있었다. Demola 분위기는 정말로 아늑했다. 땅값 비싼 우리나라에는 저런 공간은 언제쯤 만들어질 수 있을까.
다음날에는 탐페레 교외의 호숫가로 놀러 나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