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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여름 북유럽 여행기: 제 21-ᅟ25일

시간은 2013년이고 그 동안 2011, 2012, 2013년 Akademy를 다녀 왔으나 여행기가 계속 안 올라왔기 때문에 이제 여행기를 마무리지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시간도 오래 되었고 디테일에도 큰 기억은 나지 않기 때문에 간단한 설명으로 대체하겠다. 게다가 일단 독일로 들어온 이후에는 북유럽을 돌아다니면서 쌓였던 피로를 푸는 목적도 컸기 때문에, 북유럽 때에 비해서 밀도가 높은 여행을 하지도 않았다.

7월 30일. 쾰른에 도착한 이후 그 날 오전 일찍 대성당에 올랐다. 대성당 정상에 오르려면 일단 밥을 먹고 가는 게 좋은데, 엘리베이터 그런 거 없던 시대의 건물이기도 하고 절대적인 높이도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상 부근으로 올라가면 계단의 경사도가 가팔라지는 등 그렇게 호락호락한 건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그 날 오전을 거의 먹지 않고 오르는 짓을 했기 때문에 내려오자 마자 일단 무언가부터 먹어야 했다. 쾰른 Hbf에서 바로 보이는 3복선짜리 철도 교량 호헨촐레른 철교를 둘러보고 왔는데, 보행자 교량 쪽에 걸려 있는 자물쇠가 상당히 많다. 점심을 해결한 다음 린트에서 운영하고 있는 초콜릿 박물관을 둘러보고 라인 강가를 산책하다가 돌아왔다.

7월 31일 오전에는 프랑크푸르트로 이동하였다. 쾰른-프랑크푸르트 간은 고속선과 기존선이 병행하는데, 기존선은 라인 강가를 따라서 좌우안 모두에 걸쳐져 있다. 강 주변 경치를 보기 위해서 ICE를 탈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IC 열차에 탑승하였다. 라인 강가의 경치를 보고 있는 동안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고, 열차는 규모가 상당히 큰 프랑크푸르트 Hbf에 도착하였다. 사실 프랑크푸르트 시내는 꽤 작은데다가 현대에 와서 건축된 건물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대단한 무언가를 기대하고 가면 실망할 수도 있다. 구 시가지라고 만들어 놓은 것도 규모가 생각만큼 크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여행을 다니는 동안 한국 식당을 프랑크푸르트에 와서야 겨우 찾긴 했지만, 귀국을 앞두고 있어서 굳이 들어가 볼 필요성을 느끼진 못했다.

8월 2일. 1달간의 유럽 여행을 마치고 이제 집으로 돌아간다. 핀에어 항공편으로 헬싱키 경유 집으로 가는데, 헬싱키 공항에서 좀 쇼핑을 하다가 가려고 했다. 당시 사고 싶었던 노키아 N900을 공항 면세점에서 집으려고 했으나, 500유로라는 믿기 힘든 가격 때문에 결제를 단념했다. 이어폰과 같은 다른 걸 살려고 해도 카드가 이상하게 긁히지 않았고, ATM을 찾으려고 해도 출국 심사를 이미 거쳤기 때문에 현금 인출도 물건너 갔다. 결국 헬싱키 반타 공항에서는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귀국하였다.

8월 3일 오전에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다음, 인천국제공항철도 직통열차(당시는 김포공항까지만 운행)의 한 칸을 거의 전세내다시피해서 김포로 갔다. 거기에서 에어부산 비행기로 갈아타고 돌아오는 것으로 한 달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였다.

인천국제공기철도 직통열차

인천국제공기철도 직통열차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여행기도 업로드해야 하는데 이 속도로 가다가는 언제 다 끝날지 알기가 어렵다. 이로서 2010년 여행기 완성.

2010년 여름 북유럽 여행기: 제 19/20일

오르후스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드디어 노르딕 국가를 벗어난다는 생각으로 오르후스 역으로 갔다. 그 다음 ICE-TD에 올라서, 호차 번호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 엉뚱한 자리에 앉아서 독일까지 갈 뻔 했다. 현재 덴마크와 독일을 연결하는 국제 열차편은 함부르크-오르후스/코펜하겐 편이 있으며 전자는 육로, 후자는 해로를 통하여 연결된다. 비록 코펜하겐까지 기찻길은 연결되어 있으나, 코펜하겐으로 가는 육로 기찻길이 ㄱ자의 가로와 세로를 따라 가는 거라면 해로는 ㄱ자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길이다. 따라서 빠른 시간이 중요한 여객 열차는 현재도 페마른 해협을 가로지르는 페리를 이용하며, 화물 열차는 페리에 일일이 실을 수 없으므로 육지로 보낸다.

ICE-TD 열차는 DB/DSB 공동 운행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으며, 덴마크 내에서는 IC급, 독일로 들어가면 ICE급으로 운행한다. 덴마크 내에서는 그렇게까지 빠른 속도를 내지 못해서 고속 열차를 탄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는 않았다. 독일-덴마크-스웨덴으로 가는 기찻길은 전철화되어 있으나 (생뚱맞은 점은 독일과 스웨덴이 교류 15kV 16.7Hz를 사용하나, 덴마크는 교류 25kV 50Hz를 사용한다) 이 두 국제 열차는 비전화 구간을 도중에 지나므로 디젤 동차로 운행할 수 밖에 없다.

열차는 오르후스에서 남쪽으로 가서 독일 슐레스비히를 지난 다음 함부르크로 들어왔다. 덴마크에서 출발할 때부터 날씨가 흐려서 수상했으나 독일로 내려오면서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더니, 함부르크에 도착했을 때에는 비가 엄청 퍼부었다. 가려고 했던 호스텔로는 이러다가 못 갈 것 같아서 함부르크 역에서 끼니를 때우다 가기로 했다. 역 안에 있는 서브웨이에서 끼니를 때운 다음 비가 그치나 안 그치나를 보고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도통 비가 그칠 생각을 안 하기에, 노르웨이에서 경험했던 대로 일단 빗속을 뛰어서 호스텔로 도착한 다음 머리를 말리든지 뭘 하든지 하기로 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니 비가 그쳤는데, 운이 없게도 비가 그쳤을 때에는 이미 해도 떨어질락 말락 하고 있었다. 그랬던 탓에 볼 것이 많을 수도 있었던 함부르크였지만, 시내를 조금 걸어다니다가 함부르크 항구 쪽만 주마간산처럼 보고 들어왔다. 아, 또한 사용하고 있었던 스웨덴 선불 USIM 카드가 슬슬 잔액이 다 떨어질 시점이 되었는데, 노르웨이나 덴마크라면 몰라도 독일에서는 스웨덴으로 올라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독일 USIM 카드를 사기로 결심하였다. 이거 하나가 함부르크에서 이룬 성과인 것 같다. 장거리 기차 여행은 아니었지만 비를 쫄딱 맞은 탓에 일찍 잠이 왔다. 또한 여행 당초부터 함부르크는 찍고 가는 곳의 의미가 강했기 때문에 오전에 바로 쾰른으로 출발하기 위해서라도 일찍 자야만 했다.

함부르크의 호스텔에서 아침을 먹은 다음, 쾰른으로 가는 IC 열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왜 IC 열차인가? 어차피 이 때는 남아도는 게 시간이었고 ICE는 직선 선로를 달리지만 IC 열차는 강을 끼고 굽이굽이 달린다는 말을 들었다. 좀 더 긴 시간을 열차에서 보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일부러 IC 열차를 탔다. IC 여행 시간이 길기 때문에 + 쾰른에서는 좀 오랫동안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첫날 도착하자 말자 별도의 일정을 잡지는 않았다. 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호스텔을 잡은 덕분에 들어가서 자기는 쉬웠다. 막간을 이용해서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빨래도 해치웠다. 아무래도 함부르크에서 젖은 옷도 있었으니까.

2010년 여름 북유럽 여행기: 제 17/18일

오전에 일어나서 코펜하겐 중앙역으로 가는 열차에 탔다. 뇌레포르트 역에서 아무 열차나 탄 다음,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이번에는 덴마크 서쪽으로 이동한다. 오늘 타고 갈 차는 IC3 병결 편성이다. IC3 디젤 동차는 1990년대 초반에 덴마크에 도입되었고, 제작 당시에는 덴마크 스칸디아에서 제작되었으나 IC3이 제작되는 동안 ABB에 인수되었다. (이후 봄바디어에 인수됨) 파생형으로는 전기로 운행하는 IR4, 소규모 사철용 IC2가 있다. 이론적으로 세 종류 모두 병결 운행이 가능하고 실제로 IC3과 IR4는 영업 시 병결 운행하기도 하나, 오늘의 열차는 평범한 IC3 3편성 병결 운행이다.

타고 나서 자리를 잡으려는데 어… 칸마다 행선지가 다 다르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덴마크 중부 퓐 섬까지는 같이 다니다가 덴마크 서쪽에서 갈라진다. 어차피 오덴세는 갈라지기 전이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앉아도 되었다. 열차는 어느덧 서쪽으로 가면서 S-토그 종점을 지나서 스토레벨트 해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현재 열차가 스토레벨트 해협을 넘을 때에는 교량터널을 따라서 진행하며, 도로 운행 시에는 교량-섬-교량 식으로 진행한다. 과거에 철도교들이 건설되기 전에는 열차 페리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으며, 유럽 대륙과 덴마크의 섬과 스칸디나비아 반도가 연결된 것은 의외로 역사가 오래 되지 않았다. 차후 설명할 오덴세의 철도 박물관에서는 덴마크의 이러한 철도 역사를 다루고 있다.

IC3

MQ/Desiro

오덴세 역

터널과 다리를 통해서 바다를 한 번 넘고 나니 오덴세 역에 도착했다. 오덴세 역 라커에 가방을 밀어넣은 다음 역 바로 옆에 있는 덴마크 철도 박물관으로 갔다. 덴마크에서 사용하였던 철도 차량과 함께 어떤 식으로 바다를 넘었는지를 다루고 있다. 흔히 네덜란드의 역사가 물의 역사라고 하지만, 덴마크는 내해가 아닌 바다와 싸워 왔다. 특히 국토가 여러 섬에 걸쳐 있기 때문에 섬과 섬을 이동하는 수단 건설은 필수적이다. 최서단 릴레벨트 해협부터 최동단 외레순 해협까지, 유럽 대륙과 스칸디나비아 반도 사이를 어떻게 연결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덴마크 철도 박물관의 또 다른 재미난 볼거리는 증기 기관차 본선 운행과 MSTS 등 열차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1920년대에 생산되어 실제로 석탄을 넣는 증기 기관차와 객차가 철도 박물관을 지나는 본선 주변을 달린다! 열차 운행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 본선과 나란히 붙어 있는 선로를 사용하지만, 본선상의 열차와 경적을 주고받는 모습은 평소 보기 상당히 힘들다. 박물관 내에는 어린이를 위한 MSTS 게임도 깔려 있었고, 놀이방 시설도 있었다. 그 당시까지 가 본 철도 박물관 중에 이런 게임이 있는 박물관은 보지 못했다.

덴마크 철도 박물관에서 보존 중인 증기 기관차

덴마크 철도에서 사용했던 차량 (1970년대~현재)

덴마크 철도 박물관의 MSTS

덴마크 철도 박물관

오덴세의 철도 박물관에서 감동을 받은 다음 시내에 있는 안데르센 박물관으로 나왔다. 박물관 내부 전시는 안데르센의 생애와 작품 활동이며, 한국어를 포함한 전 세계 여러 언어로 번역된 동화집이 같이 전시되어 있다. 밖에서는 동화 공연이 있었으나, 언어의 장벽 때문에 알아듣지는 못했다.

안데르센 박물관

안데르센 박물관

이제 점심을 먹고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월요일이었다! 오덴세에는 이것뿐만 아니라 다른 볼거리가 더 있었을 수도 있겠지만, 월요일이라서 그런지 많은 박물관들이 문을 닫았다. 시내를 돌아다녀봤자 더 이상 나올 게 없을 것 같아서 더 서쪽으로 가는 오르후스행 열차를 탔다. 이쯤에서 내 여행 전략을 바꾸어,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돌아다니는 동안에는 많이 걷기도 하면서 돈도 최대한 아껴서 배고픔을 참았지만, 지금부터는 조금 쉬면서 다니기로 결심하였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정신줄 놓은 물가에서 벗어나서 오덴세 정도 내려오니 물가도 좀 현실화되었고, 체력을 극한까지 쓰는 여행이 좀 피곤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오르후스에 예약해 둔 호스텔에 들어간 다음 일단 쉬기부터 했다. 도시 자체가 작아서 그런지 호스텔에 오는 사람이 많지도 않았다.

오덴세 역에서 돌아면서. MQ.

오덴세 역에서 돌아면서. MQ.

그 동안 여행은 전부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과 교통편 때문에 쉬면서 다니지는 못했지만, 오늘의 오르후스는 처음 계획 때부터 쉬는 걸 가정했기 때문에, 딱히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이곳저곳 간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 일단 오르후스 역으로 가서 독일로 들어갈 기차표를 끊은 다음 생각해 보기로 했다. 시내 중심가의 Nordea 은행 지하에는 바이킹 박물관이 있다. 바이킹 시대의 유적을 복원해서 전시해 두었고 (은행 지하에!) 오르후스 지역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오르후스 역

오르후스 시내 중심가

ARoS

바이킹 박물관에서 나온 다음 미술관 ARoS에 가 보려고 했으나, 좌절스러운 입장료 때문에 포기하고 주변에 있는 여성 박물관으로 갔다. 덴마크의 여성과 아동의 권리가 어떻게 발달해 왔고, 세계의 비슷한 사례를 모아 두었다. 당시에는 학교 내 체벌 금지 문제로 시끄러웠는데(지금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것 같지는 않지만), 덴마크에서는 1954년에 학교에서 체벌을 폐지했다는 말을 보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가 본 곳 중에서 이러한 종류의 박물관은 드문 편이었다.

오르후스 역사 박물관

실내 전시

돌아오는 길에 호스텔 주변 바닷가를 잠시 걷다가 들어갔다. 드디어 독일만 여행하면 된다는 생각에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았다. 오전에는 ICE-TD 열차를 타고 독일 함부르크까지 내려간다.

2010년 여름 북유럽 여행기: 제 15/16일

코펜하겐의 호스텔은 호텔과 붙어 있는 구조였고, 호스텔 방은 상대적으로 호텔보다는 안 좋은 위치에 있었다. 내가 이 호스텔을 선택한 이유 중에는 아침 식사가 있었는데, 유럽에 도착한 이후 오래간만에 고기가 들어간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대부분 호스텔의 아침식사는 빵과 시리얼 정도였는데, 고기가 나온 곳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잘 다진 돼지고기 같았고 이게 어디서 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과연 덴마크는 낙농업 국가라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말리엔보르그 궁 입구

아말리엔보르그 궁 입구

호스텔에서 아침을 챙겨먹고 궁전을 둘러보려고 스웨덴에서 덴마크로 오는 열차에서 탄 지도를 펼쳐보면서 길을 찾고 있는데, 호스텔 주인분이 거기에 쌓아놨던 다른 지도를 꺼내 주신 다음 친절하게 왕실 근위대 행진 시간까지 표시해 주셨다. 그와 함께 코펜하겐에서 둘러볼만한 곳까지 표시해 주셨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에 지도를 받아들고 근위대 행진을 보러 갔다. 스웨덴에서도 보았던 것이기에 형식에서 큰 차이는 없었지만, 장소의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덴마크 쪽이 더 인상에 남았다.

덴마크 왕실 근위대 행진

덴마크 왕실 근위대 행진

이후 그 유명한 인어공주 동상을 보러 가려고 했으나, 당시에는 인어공주가 상하이에 가 있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인어공주는 없었다. 인어공주를 보러 가는 길에 덴마크의 저항 박물관이 있었다. 앞서 보았던 노르웨이의 저항 박물관과는 분위기가 달랐던 게, 노르웨이는 나치 독일에 맞서 싸웠고 왕가가 해외로 망명하는 등 저항 분위기가 강했으나, 덴마크는 나치 독일이 세를 키우자마자 백기를 들었기 때문에 노르웨이의 저항 운동과는 방식이 달랐다. 독일에 대한 직접적인 저항보다는 겉으로는 순응하는 척 하면서 뒤로 저항하는 것이 덴마크의 저항 운동이었다. 그래서 덴마크의 저항 박물관 역시 거시적보다는 미시적인 성과를 위주로 소개하였다. 그 다음 몇 정거장이 아니긴 하지만 S-tog를 타고 코펜하겐 중앙역으로 갔다.

나치 점령 당시 덴마크에서 사용한 동전

인어공주 조형물

S-tog는 코펜하겐 도심과 주변 교외를 잇는 일련의 여러 철도 노선으로 구성된 광역 철도망이다. 덴마크의 간선 철도가 꽤 늦게 전철화된 것과는 달리 2차 세계 대전 주변부터 직류 1500V로 전철화되어 있으며(간선 철도는 교류 25000V), 신호 시스템이 호환되지 않는 것 역시 어느 나라를 보는 것 같다. 차량은 크게 4개 세대로 구분할 수 있으며, 현재 사용 중인 차량은 4세대 차량이 전 노선에 투입 중이다. 특이한 점은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찾아보기 힘든 1축 대차와 뒤집은 항아리를 연상시키는 차량 단면이다. 대차가 1축밖에 없기 때문에 S-tog 차량 2량의 길이가 통상 철도차량의 1량 길이이며, 따라서 8량 편성의 수송력도 큰 편은 아니다. 차내에는 전자 노선도가 설치되어 있으며, 외부에 플랩 방식으로 노선 표기가 되어 있다. 알스톰 LHB/지멘스에서 합작으로 제작하였으며, 제어 소자는 지멘스 계열 제품을 사용하였으나 지멘스 옥타브와는 거리가 있는, 대구 지하철 1호선과 같은 소리가 난다.

뇌레포르트 역에 있는 ER(IC4) 열차

S-토그 열차

원래 목적은 코펜하겐에 있는 놀이공원 Tivoli 방문이었지만, 입장료의 압박으로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했다. 가던 길에 덴마크의 유대인 박물관을 발견해서 잠시 들렀다 왔다. 저항 운동 박물관에서 유대인에 대해서는 크게 비중을 다루지 않았지만, 이곳의 유대인 박물관에서는 덴마크에 살았던 유대인의 역사와 함께 2차 세계 대전 후반에 잠깐 다루어졌던 덴마크 유대인의 스웨덴 피신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의외로 볼 것이 많지는 않았다. 그 이후 한참을 걸어서 코펜하겐 시내에 있는 자치국 크리스티아니아의 ‘입구’까지만 조금 보다가 돌아왔다.

코펜하겐 시내

크리스티아니아 입구

올 때 잠시 이용하였던 코펜하겐 지하철은 안살도브레다의 무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으며, 운임은 코펜하겐 지역 다른 교통 수단과 통합되어 있다. 총 2개의 운행 계통이 있으며, 도중에 노선이 분기된다.

다음 날에는 코펜하겐 교외를 돌아보기 위해서 일찍 잤다. 헬싱외르로 이동한 다음 훔레베크 역에 내려서 미술관을 관람하고, 시간이 남으면 스웨덴 말뫼를 잠깐 밟아보고 돌아오기로 했다.

헬싱외르 역 승강장

역 건물 뒤편

노면을 따라 깔려 있는

오전 일찍 일어나서 헬싱외르로 이동하였다. 헬싱외르에 간 것은 크론보르그 성을 위해서였으며, 이 성은 햄릿의 무대이기도 하다. 한동안 군사 지역으로 사용되다가 무장이 해제된 후 관광객에게 개방되었으며, 덴마크가 외레순 해협의 양안을 전부 장악하였을 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크론보르그 성에 붙어 있는 전보탑은 또 다른 볼거리이며, 산이 거의 없이 평탄한 덴마크에서 높은 곳을 내려다볼 수 있는 장소 중 하나이다. 성 곳곳에는 오디오 가이드가 설치되어 있는데, 블루투스 및 Wi-Fi를 사용해서 여러 언어로 되어 있는 MP3 파일을 전송받을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다. 2010년만 해도 이러한 시설을 한국 관광지에서 찾기는 힘들었는데, 요즘 한국에서는 한술 더 떠서 QR 코드를 곳곳에 박아 두었다. 참 적절한 기술의 발전을 미리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기차를 타고 훔레베크 역으로 이동하여 근처에 있는 거의 유일한 볼거리인 루이지애나 미술관을 잠시 찾았다. 이번 여행에서 둘러본 몇 안 되는 현대 미술관이었다. 박물관 자체도 넓었고 녹지 공간도 잘 조성되어 있어서 가족들의 나들이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박물관 안의 녹지에서 스웨덴 영토가 보이는데, 실제로 해협 거리가 채 5km도 안 되기 때문에 스웨덴 휴대폰 신호가 안테나 풀로 터졌다! 덴마크에는 오래 있지는 않을 것 같아서 스웨덴 휴대폰을 그대로 들고 내려왔는데, 이게 아직 터져서 집에 전화를 걸 수 있었다. 다만 덴마크 땅에 있다 보니 충전을 하려면 스웨덴으로 다시 올라가야 한다.

훔레베크 역

루이지애나 미술관 야외 조형물

이쯤 한 다음 카메라 배터리를 사기 위해서 내친김에 스웨덴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코펜하겐보다는 말뫼가 물가가 싸긴 한데, 문제는 이 싸다는 것이 코펜하겐에서 X 크로네라면 말뫼에서 X 크로나라는 식이라서, 그다지 비싼 게 아니라면 차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말뫼에서 건전지 4개를 사는데, 건전지 값이 50크로나였지만 덴마크 크로네 지폐밖에 없어서 결국 출혈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오덴세나 오르후스쯤 가면 같은 건전지 4개가 35크로네였다! 이런 일을 여러 번 당한 이후에는 새 카메라를 살 때 첫 조건은 충전지 사용이 되었다.

말뫼 중앙역. 사진 찍을 당시에는 시티 터널 공사 중이었다.

승강장

또 다른 승강장

내일은 오덴세를 찍고 오르후스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는 날이며, 오르후스 이후부터는 돌아다니는 게 조금은 지겨워지기도 해서 일정의 밀도를 급격하게 낮추기로 하였다. 또한 독일쯤 들어오니까 기상천외한 북유럽 물가에서 그나마 현실적인 물가가 된다는 점이 더 크게 다가왔다.

코펜하겐 중앙역의 ME 기관차

(예고: 2010년 유럽 여행기가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덴마크 오덴세/오르후스 편이 끝난 후 2010년 독일편은 한 글에 모아서 쓸 예정이며, 2011년과 2012년 여행기는 2010년 여행기가 끝난 후에 쓸 예정.)

2010년 여름 북유럽 여행기: 제 13일/14일

호스텔의 3층 침대 위에서 일어난 후, 씻고 베르겐 시내를 잠시동안 둘러보러 나왔다. 와. 베르겐 시내는 생각보다 상당히 작았기 때문에 관광할만한 지점 몇개만 둘러보고 바로 장거리 여행으로 코펜하겐으로 빠져나가기로 했다. 브뤼겐으로 걸어 나가는 길에 있는 한자 동맹 박물관에서 여행을 시작하였다.

베르겐은 과거 한자 동맹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해안가에서 어업이 발달하였다. 그 시기를 다룬 한자 동맹 박물관이 베르겐에 있고, 또한 한자 동맹이 활동하였던 브뤼겐 지역은 UNESCO 세계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브뤼겐 박물관은 브뤼겐 지역의 생활 모습과 브뤼겐에서 사용되었던 항해용 선박 등이 전시되어 있다. 브뤼겐으로 가는 길에는 과거 한센병 환자 수용소로 사용되었던 한센병 박물관이 있었고, 과거 비인간적인 치료 방식에서 병원균이 발견된 이후 변했던 치료 방식까지를 다루고 있다. 브뤼겐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는 플뢰위엔 산을 올라가는 플뢰이바넨 산악 철도가 운행하고 있으며, 내가 갔을 때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있어서 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 이후 노르웨이의 해양 역사를 다루는 베르겐 해양 박물관을 돌아보고, 시내에서 이것저것을 하다 보니까 오후 5시가 되었다. 훤한 대낮이긴 하지만, 박물관들이 그쯤에는 문을 닫기 때문에 별 수 없었다.

브뤼겐 해안가의 집

유네스코 세계유산 팻말

작은 한센병 박물관

플뢰이바넨 승강장

역으로 들어가기 직전 최근 개통된 베르겐 경전철 Bybanen을 보았다. 베르겐 경전철이 도심에서 출발하여 교외의 주거지를 거쳐 가는 노선이라서 관광객이 탈만한 노선은 아니지만, 노선 자체는 볼만했다. 도심지에서는 노면 전차로 다니고, 도시를 벗어나면 기차 수준의 전용 궤도를 사용한다. 내가 본 구간은 도심 쪽이다 보니 노면 전차와 다를 바가 없었다. 헬싱키와는 다르게 굳이 시간을 들여서 타 볼 생각이 별로 들진 않았기 때문에 차량이 들어오는 것만 보고 지나갔다.

베르겐 경전철 차량

베르겐 경전철 차량

지금까지 다 둘러본 것이 오후 5시 정도였고, 야간 열차가 출발하기까지는 5시간 정도 빈 시간이 있었다. 처음에는 베르겐 역에서 5시간을 버티려고 했으나, 기다리다 보니까 이건 할 짓이 못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역을 벗어나려고 할 때 신기한 철도 차량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우선 73 전동차가 들어와서 사람들을 오슬로로 실어나르고 있었고, 그 다음 ‘적어도 나는 보지 못한’ 플롬 선 기관차 회송이 보였다. 양쪽 끝에 El 17 기관차가 달려 있었고, 중간에는 영락없는 B3 객차의 플롬 선 개조판이다. 플롬 선 차량을 플롬이 아닌 이곳에서 보니까 왠지 반가웠다.

플롬 선 회송 열차

플롬 선 회송 열차

호스텔로 다시 가서 공짜 저녁 와플을 즐긴 다음, 다시 역으로 돌아와 보니 야간 열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자리를 잡고 잘 준비를 하는 동안 NSB Interaktiv Wi-Fi를 잡아 보았다. 예상대로 차내 무선 인터넷은 유료였으며,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정보는 구글 지도와 연동된 현재 열차의 위치 및 예상 소요 시간과 객차 시설 안내 정도밖에 없었다. 문득 KTX 차내 무선 인터넷 서비스도 단순히 인터넷만 되는 게 아니라, 음영 구간에서 즐길만한 서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차가 출발할 때쯤 잠이 들었고, 일어나니 오슬로에 도착해 있었다. 그 때가 새벽 6시.

여기서 코펜하겐으로 가려면 기차로 예테보리로 간 다음 갈아타야 한다. 오슬로에서 예테보리로 가는 열차는 하루에 왕복 6편밖에 없다. 나머지 시간대에는 주로 버스로 운행한다. 게다가 IC 따위가 아닌 R 등급으로 편성한 걸 보면 이건 끝에서 끝까지의 수요보다는 구간 수요를 노린 것 같고, 예상대로 예테보리까지 가는 동안 물갈이가 자주 되었다. 73 전동차를 집어넣긴 했는데, 의외로 여기에서 가끔씩 제 속도인 시속 200km를 냈다. 노르웨이 국경을 넘을 때쯤에는 “Welcome to Sweden.”이라는 안내 방송이 나왔고, 국경역이 무인역이다 보니 곧바로 통과했다. 스웨덴 영토를 달리다가 트롤헤탄에서 차가 섰고, 거기서부터는 버스로 예테보리까지 갔다.

오슬로 역의 72 전동차

73 및 70 전동차.

비록 이번에는 볼 것이 많은 예테보리를 단순히 통과하지만, 예테보리에서는 코펜하겐으로 가는 열차가 자주 있다. 외레순 해협을 가로지르는 외레순 대교를 따라서 통근 열차가 운행하고 있고, 스웨덴 쪽 종점 중 한 곳이 예테보리다. 예테보리에서 점심을 간단히 때운 다음 이번에는 코펜하겐으로 가는 열차에 타서 적절한 자리를 잡고 코펜하겐까지 내려왔다. 그 구간에 있었던 역 중에 보스타드(Båstad) 역이 있었고, 안내 방송은 ‘bastard’와 거의 비슷하게 들렸기 때문에 거기에 처음 온 몇몇 사람이 잠깐 킥킥댔다. 말뫼 도착 이후 당시에는 차를 돌려서 코펜하겐으로 가야 했기 때문에 진출입 시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말뫼를 일단 빠져나가면 외레순 대교로는 시원하게 진출할 수 있고, 실제 바다 위를 달리는 것은 속도감이 들었다. 이후 코펜하겐 주변에서는 공항 때문에 인공 섬을 거쳐서 해저 터널로 지나갔고, 코펜하겐 시내에 있는 역에 선 다음 호스텔 앞으로 도착하였다.

예테보리 역 대합실

예테보리 역 승강장

예테보리 역 승강장

말뫼 쉬드 스보예르토르프 역. 잠시 영업을 중단했다가 현재 영업 중.

베르겐-코펜하겐. 거의 12시간에 가까운 기차 여행이었고 국경선만 두 개를 넘었다. 차창 밖으로 비치는 풍경은 워낙 다양했지만, 도착해 보니 지쳐서 호스텔에서 잤다. 기차 여행 동안 피로가 엄청났던데다가, 야간 열차에서는 앉아서 잤기 때문에 잠이 잘 왔다. 내일의 코펜하겐은 과연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