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 북유럽 여행기: 제 19/20일

오르후스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드디어 노르딕 국가를 벗어난다는 생각으로 오르후스 역으로 갔다. 그 다음 ICE-TD에 올라서, 호차 번호를 제대로 읽지 못해서 엉뚱한 자리에 앉아서 독일까지 갈 뻔 했다. 현재 덴마크와 독일을 연결하는 국제 열차편은 함부르크-오르후스/코펜하겐 편이 있으며 전자는 육로, 후자는 해로를 통하여 연결된다. 비록 코펜하겐까지 기찻길은 연결되어 있으나, 코펜하겐으로 가는 육로 기찻길이 ㄱ자의 가로와 세로를 따라 가는 거라면 해로는 ㄱ자를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길이다. 따라서 빠른 시간이 중요한 여객 열차는 현재도 페마른 해협을 가로지르는 페리를 이용하며, 화물 열차는 페리에 일일이 실을 수 없으므로 육지로 보낸다.

ICE-TD 열차는 DB/DSB 공동 운행이라는 표지가 붙어 있으며, 덴마크 내에서는 IC급, 독일로 들어가면 ICE급으로 운행한다. 덴마크 내에서는 그렇게까지 빠른 속도를 내지 못해서 고속 열차를 탄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는 않았다. 독일-덴마크-스웨덴으로 가는 기찻길은 전철화되어 있으나 (생뚱맞은 점은 독일과 스웨덴이 교류 15kV 16.7Hz를 사용하나, 덴마크는 교류 25kV 50Hz를 사용한다) 이 두 국제 열차는 비전화 구간을 도중에 지나므로 디젤 동차로 운행할 수 밖에 없다.

열차는 오르후스에서 남쪽으로 가서 독일 슐레스비히를 지난 다음 함부르크로 들어왔다. 덴마크에서 출발할 때부터 날씨가 흐려서 수상했으나 독일로 내려오면서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더니, 함부르크에 도착했을 때에는 비가 엄청 퍼부었다. 가려고 했던 호스텔로는 이러다가 못 갈 것 같아서 함부르크 역에서 끼니를 때우다 가기로 했다. 역 안에 있는 서브웨이에서 끼니를 때운 다음 비가 그치나 안 그치나를 보고 있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도통 비가 그칠 생각을 안 하기에, 노르웨이에서 경험했던 대로 일단 빗속을 뛰어서 호스텔로 도착한 다음 머리를 말리든지 뭘 하든지 하기로 했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니 비가 그쳤는데, 운이 없게도 비가 그쳤을 때에는 이미 해도 떨어질락 말락 하고 있었다. 그랬던 탓에 볼 것이 많을 수도 있었던 함부르크였지만, 시내를 조금 걸어다니다가 함부르크 항구 쪽만 주마간산처럼 보고 들어왔다. 아, 또한 사용하고 있었던 스웨덴 선불 USIM 카드가 슬슬 잔액이 다 떨어질 시점이 되었는데, 노르웨이나 덴마크라면 몰라도 독일에서는 스웨덴으로 올라가기가 힘들기 때문에 독일 USIM 카드를 사기로 결심하였다. 이거 하나가 함부르크에서 이룬 성과인 것 같다. 장거리 기차 여행은 아니었지만 비를 쫄딱 맞은 탓에 일찍 잠이 왔다. 또한 여행 당초부터 함부르크는 찍고 가는 곳의 의미가 강했기 때문에 오전에 바로 쾰른으로 출발하기 위해서라도 일찍 자야만 했다.

함부르크의 호스텔에서 아침을 먹은 다음, 쾰른으로 가는 IC 열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왜 IC 열차인가? 어차피 이 때는 남아도는 게 시간이었고 ICE는 직선 선로를 달리지만 IC 열차는 강을 끼고 굽이굽이 달린다는 말을 들었다. 좀 더 긴 시간을 열차에서 보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일부러 IC 열차를 탔다. IC 여행 시간이 길기 때문에 + 쾰른에서는 좀 오랫동안 있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첫날 도착하자 말자 별도의 일정을 잡지는 않았다. 역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호스텔을 잡은 덕분에 들어가서 자기는 쉬웠다. 막간을 이용해서 그 동안 하지 못했던 빨래도 해치웠다. 아무래도 함부르크에서 젖은 옷도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