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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철 잡사

Akademy 동안 보고 탄 전동차는 벨기에 AM86, AM96 전동차가 아닌가 싶다. 브뤼셀 국제공항에 내려서 지하로 쭉 내려가서 처음 전동차를 타고 브뤼셀 북부(Brussel-Nord) 역에서 내린 다음, 또 다른 좀 큰 전동차를 타고 메셸렌(Mechelen) 역까지 갔다는 것밖에는 기억이 안 났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벨기에 철도의 전동차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코레일에는 별도의 열차 모델 번호가 없다. 기관차나 전동차를 들여오는 차호의 일부분을 모델 번호로 쓴다. 가령 8215호 전기 기관차의 경우 ‘8200호대 전기 기관차’라고 불리고 있으며, 5001호 전동차의 경우 ‘5000호대 전동차’라고 부른다. 그래서 벨기에에서 전동차를 처음 봤을 때 열차 번호가 3xx, 4xx, 9xx길래 모델명도 3xx, 4xx, 9xx인 줄 알았다. 그러나 이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AM86 전동차, 901호

AM86 전동차, 901호

저 사진에 보이는 901호 전동차는 900호대 전동차 비슷한 모델명을 가지고 있을 줄 알았지만, 위키백과를 찾아 보니 AM86 시리즈에 속해 있다고 한다. 하여간 저 AM86 전동차는 유럽 계열 전동차들의 특징인 문열림 버튼이 달려 있고, 도입 연도는 1986~1991년이다. 탑승판에 보니 제작 연도가 찍혀 있었고 내가 봤던 건 그래도 1991년 제작분이 좀 많았다.

설계인지 영업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고 속도는 시속 120을 밟는다고 하며, 벨기에의 표준 전압(고속선 제외)인 DC 3000V를 사용한다. 특이한 점이라고 하면 얘네들은 중련 편성을 엄청 좋아한다는 것이다.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오는데 약 3량의 전동차가 중련 편성되어 있다. 그래서 앞, 중간, 뒤의 열차 번호가 다 다르다. 우리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 중 하나였다. 물론 우리도 전동차의 중련을 시도해 보았다는 말은 있지만 뗐다 붙였다가 귀찮아서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저 AM86 이외에도 AM75, AM80, AM96 시리즈도 본 것 같았다. 그 놈들도 일단 짧게 만든 다음 중련편성을 시켜서 전동차를 길게 만들고 다닌데, 게다가 중련도 중련 나름이라고 서로 다른 시리즈로도 중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뭐 새마을이나 무궁화 짬뽕도색은 이것에 비하면 차라리 양반 같다. AM75는 저기 있는 AM86과 도색은 비슷하나, 운전실이 더 앞으로 튀어나왔다. AM80 시리즈는 흰색과 노란색을 적당히 섞은 색으로, 왠지 이걸 가장 많이 탔을 것 같았다. AM96은 자세히 보지는 못했다.

Sint-Katelijne-Waver 역

Sint-Katelijne-Waver 역

그런데 이들 전동차는 하나같이 오래되었다. 우리나라 전동차들이 대개 1985년 이후에 물밀려오듯 도입된 것에 비하면 벨기에 전동차들은 꾸준히, 그리고 오래 전에 도입되어서 차체 자체는 많이 낡았다. 게다가 저기 저 위에 사진, 저게 역이다. 개찰구 그딴 거 안 키우고 대부분 차내검표로 한다. 코레일에서 저 방식을 많이 본뜬다고는 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는 순 뻘짓이다. 벨기에 도착했을 때 10회 티켓을 일단 끊긴 했는데, 검표원이 돌지 않은 날은 왠지 내가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좀 아쉬웠다.

다음번에 벨기에를 가게 된다면 좀 더 많은 철도 사진을 찍어 볼 생각이긴 한데, 과연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Akademy 다녀왔습니다

자 지난 14일까지는 벨기에의 Mechelen(메셸렌)에 있었고, 14일 밤 비행기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서 귀국했다. 인천 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탄 다음, 프랑크푸르트에서 브뤼셀 항공 브뤼셀행 비행기를 탔다. 대한항공이야 뭐 다들 알고 있으니 생략하고 브뤼셀 항공은 뭔가 좀 색다른 체험이었다. 비행기 자체도 AVRO 사의 RJ 85(100일 수도 있음)라는 상당히 작은 놈을 굴렸다. 이 작은 비행기가 추락하지 않고 제대로 날 수 있을까 좀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도착했다.

INVALID행 비행기

INVALID행 비행기

벨기에에 처음 도착했을 때 브뤼셀 공항에서 철도를 타고 호스텔까지 들어간 다음, 호스텔에서 Akademy 장소까지는 기차로 이동하였다. 첫날 밤 호스텔을 찾기 위해서 구글 맵스에서 캡처해 둔 지도를 폰에 박아 두었는데 실제 길을 보니까 굳이 지도는 필요없을 정도로 가까웠다. KDE와 관련 있는 사람들 아니랄까봐 노트북만 보고도 거기가 호스텔인 줄 다 알았다.

둘째날부터 셋째날까지는 발표의 연속이었다. 올해가 노키아가 트롤텍을 인수한 첫 해이고, 트롤텍과 KDE 커뮤니티 사이에는 엄청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노키아가 KDE를 무시해서 좋을 것도 없었다. 오히려 노키아 입장에서는 KDE 커뮤니티가 자신들을 지지해 주어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노키아에서 파견한 트롤텍의 인사 중 Sebastian Nyström 씨가 KDE와 노키아 사이의 관계를 깊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의견을 듣는 시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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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E 개발의 미래에 대해서도 논의할 자리가 있었다. 현재 KDE는 강력한 중앙 집중형 개발 방식을 취하고 있고, playground까지 포함된 모든 하위 프로젝트가 한 SVN 트리 안에 있다. 현재 KDE SVN의 리비전이 90만에 가까이 가는 것도 이것 때문이다. SVN을 사용하는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라고 자부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최근 우후죽순처럼 퍼지고 있는 git 같은 분산형 버전 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만도 한데, 그렇게 했을 때 위험 부담도 충분히 존재한다. 과거 KDE가 CVS를 사용했을 때 SVN으로 이동하는 것은 쉬웠다. 그러나 SVN에서 git 같은 것으로 이동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고, 전환하는 기간도 오래 걸릴 것이다. 그 전환 기간 동안 KDE 개발이 멈추면 손해보는 사람은 우리밖에 없다. 그 외에도 현재의 trunk/branch 개념에 대해서 토의해 볼 자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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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저녁 메셸렌에 있는 유명한 양조장 Het Anker에서 파티를 했다. 벨기에 안에서도 매우 오래 된 양조장이다. 짐을 좀 정리한다고 양조장에는 늦게 도착했지만, 가 보니 공짜 저녁과 제한 없는 음료수가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아직 한국에서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도 아니고(!) 술 자체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술 대신 아이스 티나 주스나 마시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왔다. 무엇보다도 우리 나라에 비해서 긴장할 필요가 없었다는 게 참 좋았다. 서양 사람들이 다 그런가는 모르겠지만, 술 취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한참을 이야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었다. 이야기하고 돌아온 사람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간 엄청 피곤하게 떠들다 왔다.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잃어서 메셸렌 시 전체 구경이나 잘 하고 왔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메셸렌의 모든 식당에 가면 있는 지역 맥주는 대부분 이 양조장에서 가지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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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표는 KDE 4에 추가된 Transcript에 관한 것이다. 메시지를 번역할 때 한국어 조사와 같이 기존의 gettext 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po 파일 안에 특수한 형태의 함수 호출을 사용하여 자바스크립트와 연동시킬 수 있다. 이것을 이용하여 번역 파일 안에서 %1의 형태로 주어지는 가변 텍스트에 대한 자동 조사 처리를 구현하였고, 자바스크립트를 어떻게 사용했는가에 대해서 발표하였다. 그런데 하필 내가 발표하고 있는 옆에서 지구본 프로그램 Marble에 대한 발표가 열리고 있었고, Transcript 자체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사람들이 상당히 적게 들으러 왔다. 그러나 KDE 로컬라이제이션을 총지휘하고 있는 Albert Astals Cid 씨나, Plasma를 짜면서 중요한 사람이 된 Aaron Siego 씨 같은 중요한 인물들이 들으러 온 것에 대해서는 좀 위안을 삼고 싶다. 내가 발표했으니 내 카메라에 사진을 담을 수 없어서 생략한다.

내가 발표를 했던 두번째 날은 프로그램과 라이브러리로 주제가 나뉘었고, Zack Rusin 씨의 Gallium3D에 관한 프리젠테이션이 맨 마지막에 잡혀 있었다. 갈륨 3D에 관해서는 얼핏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저기 저 Zack Rusin 씨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아서 이 발표를 들으러 가기로 했다. 순수히 점과 선으로 그려져 있는 동영상을 프리젠테이션에 섞어서 발표하면서 이야기를 재밌게 잘 진행해 나갔다. 특히 왜 GPU 처리가 중요해졌는가를 이야기하면서 KDE 4의 Plasma UI를 예로 든 것도 참 시기적절했다. 현재 X.org의 하드웨어 가속 드라이버 구조를 완전히 갈아엎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미 텅스텐 그래픽스에서 GPL로 개발하고 있는 인텔 GMA 시리즈를 주축으로 테스트하고 있다고 한다. 별다르게 큰 거는 기억이 안 나지만 이 짤방은 좀…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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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월요일, Embedded & Mobile Day다. 이 날 선착순으로 등록한 100명에게 노키아 N810을 증정한다는 공고가 있었다. 내가 등록했을 때는 N810이 30대 나가 있었고, 그날 밤 IRC로 참가자 셋에게 모두 알렸다. 다음 날 아침 N810 뿌린다는 메일이 돌았고, 그 날 이후로 다 나가 버렸다. 정말 타이밍은 죽였다. 이 날은 노키아 사람들이 강연을 많이 하였다. N 시리즈의 리눅스 플랫폼 maemo를 소개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노키아가 트롤텍을 먹었다는 것이 확 드러나게끔 마에모 환경 안에서 Qt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해서 소개하였다. 현재 노키아에서는 마에모에서 Qt를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며 Qt 4.5에서 통합될 예정이라고 한다. 노키아 입장에서는 돌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으면 많을수록 N810을 팔아 먹기 좋을 것이고, KDE 개발자들에게는 공짜 장난감이 생겨서 좋은 자리였다. 자 이쯤 해서 스팍스 홈페이지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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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과 수요일은 BOF 세션으로 작은 발표들이 열리는 자리였다. 이 날부터 나는 N810을 가지고 놀기 시작하였다. 당장 한국어 입력과 출력을 해결하는 것부터가 과제였는데, 어쨌든 이건 집에 돌아와서 해결하였다. 마지막으로 내 디카에 저장되어 있는 잡사진을 좀 공개한다.

Mechelen-Nekkerspoel 역

Mechelen-Nekkerspoel 역

De Zandpoort 유스호스텔

De Zandpoort 유스호스텔

Nekkerspoel

Nekkerspoel

Akademy!

Akademy!

올해 Akademy는 처음으로 참여하는 것이라서 그랬는지, 아직 분위기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대화의 장으로 통할 수 있다는 것도 몰랐다. 단지 나는 발표 한 번 하고 가면 끝날 줄 알았지만, 발표는 뒷전으로 미루어 두더라도 개발자끼리 친목을 가지는 역할이 더 컸다. 나 또한 발표 자체에서는 별로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한국 KDE 팀이 점점 자라나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렸고, 다른 나라 개발자들도 많이 만나고 왔다. 역시 한국 하면 삼성과 태권도가 빠질 수 없었고, 동네가 동네인지라 한국 전자제품이 싸다는 사실을 아는 외국인도 많았다. 어쨌든 내년 Akademy 때도 (웬만하면 돈 좀 적게 들이고)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올해 처음 가서 아쉬웠던 점도 좀 보강해서.

보너스. 여기에서 Park Shinjo를 찾아 보쇼. 나름 인증샷.

aKademy 갑니다.

8/8~8/15. Mechelen, Belgium.

Transcript를 사용한 한국어 조사 처리에 대해서 발표하러 간다. 주제가 주제다 보니까 프리젠테이션 만들기도 참 고민이 된다. 한국어 강좌를 통째로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런 스케일의 장소에 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리츠메이칸 사이언스 페어 때에 내 논문을 발표하러 간 이후 두번째다.

생각해 보면 나도 참 복 많이 받았다. 해외에 나가본 것이 이번 포함 총 4번인데, 내 돈을 주고 간 것은 딱 한 번 뿐이라고 기억한다. 고등학교까지는 학교의 그늘 속에서 매우 손쉽게 갈 수 있었지만, KDE e.V.와 연락해서 항공권을 따내는 것은 그것보다는 수 배는 어려웠다고 기억한다.

트롤텍을 노키아가 먹은 후 노키아가 왠지 행사를 잘 지원해 주는 것 같다. N810을 무료로 뿌린다는 떡밥이 뿌려지기 전에 낚은 게 참 다행 같지만, 선착순 100명 안에 들었는가 안 들었는가도 별로 확실하지 않다. 여튼 잘 되겠지 뭐.

그래서 8/8 출국하여 귀국은 일단 8/15일이고, 일상 복귀는 17일이나 18일이 되어야겠네요. 그 동안 백괴사전은 다른 관리자들이 잘 해 주리라 믿고, 이따금씩 사진이나 중계하겠습니다.

I'm going to Akade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