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근황

11월 15일 있었던 학교 정전 이후 서버가 ‘탔다’. 정전이 끝나고 스위치를 넣는데 부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정전이 되기 전에 shutdown을 사용해서 시스템을 제대로 꺼 놨기 때문에 뭔가 큰 문제일 것 같아서 케이스를 뜯어 보았다. 기존에 사용하던 ASUS P4PE 메인보드는 LED가 달려 있는데, 전원을 넣으니까 LED가 깜빡깜빡였다. 뭔가 메인보드가 맛간 것 같은데, 파워가 원인인 것 같기도 했다. 때마침 SPARCS 작업용 데스크톱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메인보드가 한 장 비게 되었다. 같은 케이스에다가 꼽아 봤더니 역시 칙칙 하는 소리만 나면서 부팅이 되지 않았다.

파워 이상인 걸 직감하고 새 케이스와 새 파워를 가져와서 부팅을 시도해 보았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한 번 파워를 잘못 꼽아 맛간 메인보드는 더 이상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 하늘이 노래진 적도 없었다. 결국 내 돈 주고 샀던 메인보드 두 장을 그 길로 버리고(어차피 CPU는 팔아봤자 돈도 안 나오는 물건이니) 램과 하드만 챙겨서 기숙사로 돌아와 서버 계획을 다시 짰다.

예정에 없던 업그레이드를 하는 거라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부품을 그냥 질러 버리기로 했다. 펜티엄 듀얼코어 E6300(FSB 1066, 2.8GHz), ASRock G41M-S(기가비트 랜 달린 상위 모델이 한국에는 이상하게 안 나왔다), DDR2 램 4GB로 가기로 했다. 파워는 와트당 만원이라는 공식대로 고르고, 케이스와 하드는 있던 걸 재활용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이라면 11월 21일이나 22일 용산에 가서 부품을 사려고 했으나… 19일 목요일에 신종플루로 집에 갇혀 버려서 용산 가는 계획은 허탕만 치게 되었다.

25일이 되어서야 학교로 올라올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용산 가는 계획도 29일로 미루어졌다. 일요일에 용산 대부분 가게가 닫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탓에 선인상가로 들어갔을 때 그 적막감은 잊을 수 없었다. 때마침 서울에는 비도 와 주고 있어서 컴퓨터 부품 가게 찾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선인상가를 휘젓고 다닌 끝에 DDR1 메모리 512 4개와 1GB 1개는 적당한 가격에 팔았고, DDR2 2GB를 일단 하나 사 왔다. 펜티엄 듀얼코어 E6300, ASRock G41M-S3, 히로이찌 500W 2개를 사서 대전으로 내려왔는데…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 저 메인보드는 DDR3을 사용하는 것이다. 사전 조사할 때 그걸 모르지는 않았지만, 일요일 거의 문을 닫은 선인상가에서 간신히 부품 업체를 찾았을 때 기쁨 때문에 DDR3 메인보드라는 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서버의 대부분 부품을 조립했는데 메모리가 없어서 전원을 켜지 못했을 때만큼 난감한 상황도 없었다. 하드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복사하려면 일단 컴퓨터가 켜져야만 하므로 램과 하드만 빼놓고 조립한 다음 DDR3 메모리를 주문했다.

이번에는 최저가에 낚여서 DDR3 2GB 2개를 배송비 포함 10만원에 지른 쇼핑몰과 싸움 시작이다. 배송 자체는 평균적인 속도지만, 쇼핑몰 홈페이지에 전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서 보는 사람 더 초조하게 했다. 특히나 이번 경우는 램만 있으면 컴퓨터 완성이라서 기다리는 한 시간, 기다리는 하루가 참 타들어갔다. 배송 자체는 진행되고 있는데 문자도 가지 않고 배송 조회도 안 되어서 이놈들이 날 가지고 장난치나 싶었지만, 일요일 자정에 주문한 게 결국 수요일 저녁에 날아왔다.

파워가 또 타지나 않을까 조심하면서 전원을 넣어 보았다. 과연 연구소 보드답게 POST 그림이 세 종류가 번갈아가면서 나타났다. 바이오스 셋업으로 들어가 보니 섹션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오버클러킹 메뉴가 보이고, 뭐 나머지 셋업들은 괜찮은 편이다. CPU 소켓 위로 콘덴서 박는 자리는 4개지만 실제 콘덴서가 3개만 박혀 있어서 떨어져 나간 거 아닌가 했는데 원래부터 3개라는 걸 알고 마음이 좀 놓였다. 전압이 출렁댄다는 말도 있었는데, 하드웨어 모니터링 칩이 보고하는 전압은 예전 ASUS P4PE보다는 더 안정적이었다. 내가 오버를 안 해서 그런가보다.

기존 하드에 설치된 우분투 8.04도 작동은 하지만 새 보드의 하드웨어 모니터링 칩을 인식하지 못해서 배포판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네트워크에 일단 연결한 다음 우분투 8.04->8.10->9.04->9.10이라는 세 단계의 업그레이드를 나눠서 했다. 데비안처럼 소스 리스트만 고치고 apt-get dist-upgrade 해 줘도 될 것 같긴 하지만 우분투에서는 이 방법보다는 자체 업그레이드 관리자를 사용한다. 업그레이드가 다 끝나고 나서야 최근 버전의 우분투에서는 Xen 커널이 빠지고(컴파일은 가능하며, 사용자 공간 유틸리티는 있다) KVM을 주 가상화 도구로 쓴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번에는 중고품을 긁어오는 대신 새 부품들 가지고 서버를 조립한 만큼, 중고품으로 도배한 서버보다는 좀 더 오래 가기를 빈다.

새 서버의 CPU와 메인보드

새 서버의 CPU와 메인보드

One thought on “서버 근황

  1. Apple.D

    안녕하세요, peremen님.

    저는 엔젤하이로 위키 운영자 중 한 명인 Apple.D입니다.
    우선, 달리 연락을 드릴 방법을 찾을 수가 없어서 블로그 댓글로 남기는 건 죄송합니다.

    다른 게 아니라, 올해 3월쯤부터 나타나서 엔하위키의 특정 항목에 대한 반달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유저가 한 명 있는데, 이런저런 정황으로 봤을 때 백괴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는 듯 하더라고요.

    http://nang01.cafe24.com/wiki/wiki.php/FrontPage?action=recall&rev=1.2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인데, 저 텍스트는 백괴사전의 삼태기메들리 항목에 있는 가사를 그대로 붙여넣기 한 거고…

    http://nang01.cafe24.com/wiki/wiki.php/%EC%97%94%ED%95%98%EC%9C%84%ED%82%A4?action=recall&rev=1.27
    오늘은 이런 식이었네요(…bandal-_-).

    그래서 말인데, 혹시 저희들이 그동안 반달행위가 있었던 IP주소를 제공해 드리면, 해당 IP에서 접속한 유저 중 백괴사전에 등록된 유저가 있는지 알 수 있을까 해서 문의를 드리고 싶습니다.

    주로 경북대학교 공용컴퓨터이긴 합니다만, 프록시를 제외하고도 몇 개의 IP가 있으니 대략적으로 추정이라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네요.

    혹시 가능하시다면 eatenapple@gmail.com으로 회신을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블로그에 관계없는 댓글을 남긴 건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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