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ghtlife

우리 학교에서는 밤에 어디 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 안 그래도 귀교 시간은 10:30까지로 정해져 있고 (그나마 점호가 11:50이기 때문에 어디 나갔다 오면 1시간 20분을 벌 수는 있다만) 학교도 산 구석에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밤 풍경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 아쉽기는 하다. 저번에 10월 6일 모임을 끝내고 부산역에서 학교로 가면서, 거리의 밤풍경을 좀 훑어보다가 왔다.

부산역에서 10:50에 도착하는 KTX를 타고 와서 지하철 플랫폼에 들어간 것이 11시였다. 부산역이 한산했던 모습은 그 때 빼고는 보지 못했다. 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돌아가는 사람들. 적긴 했지만 그들의 모습을 보니 새로웠다. 지하철 플랫폼에서도 11시답지 않게 사람들이 많았다. 다들 사연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11시 5분에 들어온 열차를 낚아서 타고 서면까지 갔다.

우리 학교에 가려면 서면에서 2호선 동의대역으로 간 다음 거기에서 택시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 그러나, 1호선 열차가 늦게 온 것을 보고 2호선 열차를 지금 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면역에서 내렸다. 학교 쪽으로 가는 출입구에 내린 다음 학교까지 택시를 타고 올라가겠다는 생각이었다. 11시쯤 되니 대부분 건물들은 셔터를 내렸고, 그 앞을 쓸쓸히 지키는 노숙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들을 지나치고 근처에 있는 택시를 탄 다음 “한국과학영재학교요” 하는 말 한 마디만 한 다음 잠시 눈을 붙였다.

택시가 학교 교문에 도착한 것은 11:30. 다행히도 내가 돌아올 시간을 딱 맞추었다. 4000원 정도 하는 돈을 드리고 나온 다음 바로 기숙사로 가서 눈을 붙였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부산 밤 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