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부터 나오는 일부 사진의 색은 좀 보랏빛 끼가 돌 수도 있는데, 내가 들고 간 캐논 A95의 CCD 결함이 하필 스페인 여행을 갔을 때 터져서이다. 그렇다고 현지에서 새 카메라를 사자니 당장 내 수중에 돈이 없었고, 그나마 김프 등으로 후보정을 어떻게든 시도해서 원색의 느낌을 살리려고 해 본 것이다. 양해를 바란다.
오늘부터 진행되는 장소인 라스 팔마스 데 그란 카나리아 대학교로 가기 위해서 Intercambidor Santa Catalina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 Intercambidor는 그냥 지하 환승센터이다. 시외버스와 시내버스가 모두 여기를 경유하며, 노선별로 정차지가 배당되어 있어서 쉽게 갈아탈 수 있다. 파크 앤 라이드를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다. 비록 우리나라에는 땅이 좁아서 이런 걸 쉽게 도입할 수는 없겠지만 환승 센터가 엄청나게 커진다면 이것도 좋은 아이디어일 것이다.
Intercambidor를 빠져나온 버스는 고속도로를 따라 시원하게 달려서 라스 팔마스 데 그란 카나리아 대학교로 간다. 대학교에서는 크고 아름다운 발표는 진행되지 않았다. BoF 세션들이 열렸고, 유선랜이 잔뜩 깔려 있는 해킹 룸이 제공되었다. BoF 세션은 그 특성상 워낙 즉흥적으로 진행될 수 있어서 시간표도 거의 주최 하루 전날에야 만들어졌다.
git BoF에서는 KDE의 한창 뜨는 떡밥인 git 이야기를 나눴다. KDE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은 어떻게 git로 전환시키고, git로 전환하는 동안 할 작업을 이야기했다. 다양한 커밋 스크립트도 git에 맞게 조정하고, 테크베이스와 유저베이스, 번역자에게 맞는 조치도 필요하다. KDE 저장소의 특성상 프로그램들을 조각조각내면 약 450개에 달하는 저장소가 탄생하기 때문에 이걸 관리하는 것도 상당한 일이다. BoF 진행 동안 내가 따라가지 못하는 각종 이야기들이 나왔고, 의사 결정 속도와 메일링 리스트에 그저 놀랄 뿐이었다. 이게 끝나고 나서 거의 동시에 Amarok이 혼자서 git로 갈아탔다.
다음 이야기의 제목만 보면, 배포판 기반 솔루션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가 왠지 터키스러운 이름이 등장했다. 터키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개발하는 배포판 Pardus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였다. Pardus가 좀 상당히 특이한 게 파이썬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패키지 관리자 PiSi, 설정 관리자 ÇOMAR 등이 전부 파이썬 기반이다. 오늘의 발표는 KDE 4에 어떻게 설정 관리자를 통합했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freedesktop 쪽 사람들도 엄청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어쩌면 freedesktop에서 나갈 무언가를 Pardus가 대신 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표자는 freedesktop보다 일찍 작업을 시작했다는 걸 자랑거리로 내세웠다. 비록 나는 아깝게 놓쳤지만 Pardus 라이브도 들고 와서 참가자에게 나눠 주었다. 단순히 레드햇이나 페도라의 스냅샷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를 부요에 앞으로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려면 Pardus를 많이 참고해야 할 것 같다.
CPack 잘 사용하기 BoF에서는 CPack을 사용하여 프로그램을 패키징하는 방법을 이야기했다. CPack은 CMake에 딸려오는 패키징 툴이다. 다양한 플랫폼을 위한 설치 파일을 제공하는데 복잡해 보여서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 대학교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대강 때우고 쿠분투 BoF에 들어갔다. 쿠분투는 우분투보다 커뮤니티 중심으로 개발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조나단 리델이 직접 나와서 쿠분투에서는 오픈오피스를 KDE 4로 포팅하고 이를 업스트림에 직접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무튼 이게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고, 우분투에 비해서 홍보도 덜 되는 등 ‘2급 시민’ 취급받는 것 같아서 영 불안하다는 내 의견도 이야기했다.
IT 건물 1층에는 각종 후원 기업들의 홍보물이 걸려 있었고, 바깥으로 살짝 나가 보니까 옛날 컴퓨터 부품들을 전시해 둔 진열장이 보였다. 카이스트도 이런 건 좀 보고 배워야 한다. 우분투, 노벨, 노키아 마에모 쪽에서 포스터를 건 게 살짝 보인다.
대학교 식당은 컨퍼런스 장소와 살짝 떨어져 있었다. 6.50유로에 미리 차려져 있는 밥 중 하나 선택+음료수+요구르트 조합을 제공했다. 좀 딱딱한 바게트 빵도 하나 낼름 먹을 수 있었다. 비록 쌀이 일명 월남쌀이라서 아쉽긴 했지만, 먼 타지에서 밥이 보여서 대학교에 있던 두 날 다 밥부터 낼름 집어먹었다. 학교 식당 치고는 상당히 맛도 있었다. 식당을 빠져나와 보니 각종의 자판기가 있어서 ‘굳이 식당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겠군’ 하는 생각이 들었다. BoF들이 다 끝나고 나서는 해킹 룸에서 컴퓨터와 씨름하고 있었다. 나름 유선이 있어서 무선에 비하면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그렇게 오전 BoF들을 듣고 숙소로 돌아왔다. 왠지 이 숙소도 내일 모레면 마지막이 될 것 같아서 숙소 근처 사진을 찍었다. 내일 여행 끝나는 게 밤으로 예정되어 있고, 금요일 오전에 비행기가 떠나기 때문에 짐 정리 한다고 바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