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DS 2009 여행기 – 셋째날과 넷째날 (KDE 발표 및 e.V. 회의)

둘째날 파티가 끝나게 셋째날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 대강 짐을 꾸려 보았다. 처음에야 강당 가는 길을 몰라서 GPS를 켜고 바닷가를 걸었지만, 이제는 길을 알기 때문에 굳이 GPS를 안 켜더라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셋째날은 마지막 Akademy이자, GUADEC 쪽은 하루 더 남아 있다.

Beauty 트랙에서는 Qt 소프트웨어 쪽 사람들이 와서 Qt 위젯과 그래픽스 뷰 이야기를 했다. 첫 발표는 Andreas Aardal Hanssen의 Qt 위젯의 진화 이야기이다. Qt에서 위젯을 포함하기 위한 여러 모델들을 소개하였다. 과거 사용했던 캔버스 모델이나, 그래픽스 뷰 모델 등의 이야기이다. 둘째 발표는 Ariya Hidayat의 그래픽스 뷰를 사용한 효과 이야기이다. 꽤 복잡해 보이는 Qt 코드를 사용해서 ‘플래시로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애니메이션 효과를 보여주는 작업이었다. 현재 개발 중인 Qt Kinetic 프레임워크와 합친다면 플래시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데스크톱 위젯 툴킷으로 구현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Qt를 사용한 애니메이션 효과를 보여 주기 위한 코드

Qt를 사용한 애니메이션 효과를 보여 주기 위한 코드

스페인어를 몰라서 간신히 시킨 커피와 상당히 독특한 레몬맛(한국에서는 이게 왜 안 나올까) 아이스크림을 먹고 다음 발표를 들으러 왔다. Artur de Souza가 진행하는 넷북용 Plasma에 관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원래 이 프로젝트는 MID(삼성 넥시오, 노키아 인터넷 태블릿 등)를 위해서 계획되었으나 넷북 등의 하드웨어를 포함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바탕 화면을 여러 페이지로 나눠서, 각 페이지에 위젯을 집어넣을 수 있도록 했다. 넷북의 작은 해상도 때문에 대부분 프로그램을 전체 화면으로 실행한다고 가정하였고, 따라서 별도의 창틀이 없다. 창 전환은 위젯 페이지 전환처럼 이루어진다. 아 뭐랄까 넷북 리믹스에 달려 나오는 형태를 보고 싶을 뿐이다. 우분투 넷북 리믹스는 그놈이라서 쓰기 싫다.

그 다음 디자인이라는 말에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KDE 사람들이 낚여서(게다가 여자라는 이유도 추가) Celeste Lyn Paul의 디자인 강의를 들으러 갔다. 자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는데, 이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 ASCII 아트부터 시작해서 목업 그림, 스크린샷을 사용한 목업, Qt 디자이너 등 여러 도구를 소개하였다. 디자인을 나타내야 하는 정도에 따라서 적절한 툴을 사용하며, 자유 소프트웨어로도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git는 현재 KDE의 엄청 강력한 떡밥이다. 백만 리비전을 자랑하는 서브버전 저장소를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옮기든, 고통스럽지 않게 옮기는 것은 대작업이다. 단일 서브버전 저장소 치고는 규모도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분산 리비전 관리 시스템은 개별 구성요소별로 단일 저장소를 만드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KDE 구성 요소들을 모두 저장소 분리하면 약 400여개의 저장소가 탄생한다. Qt가 호스팅되어 있는 gitorious에서도 도움을 좀 받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Simon Hausmann의 발표는 이런 사실을 정리했다.

점심 식사가 끝나고 나서는 Oxygen 발표가 진행되었다. Nuno Pinheiro의 발표에서, Oxygen 테마를 디자인한 철학이나, 다양한 사용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테마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그 다음부터는 잠시 나가서 졸다가 비즈니스 트랙 때 다시 들어왔다. 상업적인 지원을 받는 KDE 프로그램 개발도 끌리지만, ‘자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돈 벌기’라는 발표에는 그놈 사람들도 낚여온 것 같다.

Till Adam의 발표에서는 그의 회사 KDAB에서 어떤 식으로 돈을 버는지 이야기했다. 정부 기관에서 벌어오는 수입도 일부 포함되어 있고, 대부분은 일반 기업을 상대로 돈을 번다고 한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구현하되 자유 소프트웨어로 구현한다는 점을 빼면 큰 차이는 없다. 단지 유럽 국가의 정부에서는 유럽 내부의 자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차이가 있다. Nikolaj Hard Nielsen과 Bart Cerneels의 발표에서는 Amarok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이야기했다. Amarok 1.4에 처음 추가된 Magnatune 기능을 통해서 처음 돈을 벌기 시작하였다. Amarok을 통해서 Magnatune에 가입한 사람이 생길 때마다 커미션을 주고, 광고료 자체도 조금씩 들어온다고 했다. Amarok 2.0 이후부터는 더 많은 서비스에서 돈을 빨아먹기를 지원하기 위해 서비스 API를 추상화했다.

지막으로 들은 Akademy 발표는 Frank Karlitschek의 자유 소프트웨어로 돈 벌기 발표였다. 발표에서 그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였다. 기부 링크를 추가하고, 온라인 구직 사이트에 자신을 광고하는 건 고전적인 방법이다. 특정 기능을 구현해 주는 데 현상금을 걸거나(KLDP에서 phpBB to Drupal 변환기를 만들 때 이 방법을 사용했다!) 지원을 돈 받고 하는 건 신선한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나온 자유 소프트웨어를 위한 앱스토어는 대단한 아이디어이다. 목업 스크린샷을 보니 Get Hot New Stuff를 사용한 것 같았다. 리눅스 사용자들이라면 컴파일이 대개 익숙하지만, 컴파일을 하기 위해서 엄청난 준비가 필요한 윈도나 맥 사용자들을 위해 바이너리를 팔자는 것이다. 엄청 좋은 생각이지만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자유 소프트웨어로 돈 벌기 발표의 일부

자유 소프트웨어로 돈 벌기 발표의 일부

모든 발표가 끝나고 Akademy 시상식이 열렸다. Adrian de Groot이 사회로 나갔고, 직전해 수상자들이 상을 전달해 주는 훈훈한 모습이 보였다. 작년에 Plasma로 상을 받은 Aaron Seigo가 올해 불참해서 대역이 나온 걸 보고 신기했다. 가장 좋은 프로그램 상은 Dolphin을 개발한 Peter Penz, 심사관의 선택 상은 KDE의 오랜 기여자 David Faure, 비 기술적 기여 상은 Celeste Lyn Paul에게 주어졌다. 작년 호스텔에서 방을 같이 썼던 Augustin Benito에게는 주최를 기념하는 특별상이 주어졌다.

2009년 Akademy 상 수상자들

2009년 Akademy 상 수상자들

Akademy 행사가 종료된 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기념품 가게에 들러서 목걸이와 팔찌를 좀 사 갔다. 다다음 날부터는 Alfredo Kraus 강당에서 행사가 열리지 않기 때문에, 내가 일부러 나오지 않는다면 Las Canteras 해변으로 나올 일도 없을 것 같다.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도록 사진을 좀 찍으면서 숙소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찍은 Las Canteras 해변

마지막으로 찍은 Las Canteras 해변

저녁을 잠시 해결한 후, 밤에 KDE 파티가 있었다. 첫 노키아 파티는 해안가 주변 클럽에서 진행했고 상당히 시끄러운 느낌이 강했다. 그에 반해서 KDE 파티는 산 중턱 클럽에서 진행했고 음악도 전날에 비하면 조용했다. 파티장까지 택시를 타고 가는데, 4.95유로(85였나)라는 요금은 둘째치고 택시 운전하는 법과 미터기 올라가는 속도가 감동이었다. 간이 떨리는 속도로 0.05유로(90원)씩 올라갔다. 파티장까지 약 4유로로 갈 수 있다고 들었는데 40유로가 나올까봐 간이 떨렸다. 더 간이 떨리는 건 택시 운전사의 운전 솜씨인데 부산택시 저리가라다. 계기판 바늘 춤추는 거 보면서 이러다 나 죽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

KDE 파티 진행 방식은 노키아 파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위기가 조용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더 좋았고, 여러 사람들과 말하다 보니까 쉽게 지쳐서 탈이었다. 다행히도 다음 날은 KDE e.V. 회의였고, 나는 KDE e.V.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참석하지는 않았다. 이것 하나만 믿고 늦잠을 잘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은 적중했고, 그 날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다.

넷째날 오전에는 AVGN 동영상을 보면서 시간을 죽치다가, 오후 2시가 다 되어서 뭔가 배가 고파져서 머리를 대강 감고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스페인식 낮잠 때문인지 대부분 식당이 점심 시간과 저녁 시간을 따로 써 놨다. 공교롭게도 내가 나간 시간대는 점심 시간이 끝나고 영업을 중단하는 시간이라서 슈퍼마켓 빼고는 쓸만한 가게도 안 열었다. 그냥 시리얼이나 사 먹으라는 신의 계시로 받아들이고 콘플레이크 한 통과 우유 한 통을 사 와서 저녁을 먹었다. 다섯째날부터는 Las Palmas de Gran Canaria 대학교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아침에 이동하는 셔틀 시간을 감안해서 일찍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