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일상

코시국에 한국가기 – 2. 비행기표 예약과 한국행까지

격리면제서가 날아가서 결국에는 자가격리는 불가피하게 되었지만, 한국행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비행기표는 그냥 있는 그대로 끊었다. 2021년 12월 현재 루프트한자는 프랑크푸르트/뮌헨발 서울행을 각각 4회/3회 굴리고 있고 이걸 합치면 독일발 한국행이 매일 뜨고는 있다. 그러나 나는 출발지가 어차피 베를린이기 때문에 환승을 하기는 해야 하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해서도 목적지가 부산인데다가 김해국제공항으로 직접 들어올 수가 없기 때문에 환승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PCR 검사가 어떻게 되는지는 알 수가 없고 일정이 역시 어떻게 변경될지도 알 수 없기 때문에 예약 변경이 가능한 표를 끊기로 했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 루프트한자의 이코노미는 Basic/Basic Plus/Flex로 나뉜다. 셋 다 예약 변경 수수료는 없지만 차이는 환불 가능 여부에 있고, 나는 어차피 환불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이코노미 Basic을 그냥 끊었다. 게다가 무료 수하물에도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굳이 예약 취소를 감안하고 티켓을 살 필요는 없었다.

아 물론 이 가격에 비행기 표를 끊었다는 거는 아님

문제는 독일에서 받아야 할 택배가 있었기 때문에 비행기 표를 좀 늦추었는데, 온라인으로 예약을 변경하려고 보니 불가능했다. 루프트한자 독일 콜센터는 참 악명이 높다는 말이 있었지만 그 동안에는 예약을 변경할 일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이렇게 되고 보니 불가피했다. 콜센터 자체는 24시간 영업 중이긴 하지만 통화 성공률이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을 이 기회에 느낄 수 있었다. 나만 하더라도 거의 5회 정도 기다린 끝에야 통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독일 업무 시간 이외에 전화한다면 영어로 통화하는 게 성공 확률을 높여 주지 않을까 기대를 했는데, 뭐 성공하기는 했다. 문제는 그 통화라고 해도 거의 50분 가까이 대기를 하다가 연결이 되었다. 휴대폰 요금제에 통화 무제한이 끼어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꽤나 통화료가 나왔을 것이 예상되는 순간이었다.

루프트한자 잊지 않겠다

그리고 출발 2일 전에 PCR 검사를 예약했다. 베를린에서는 direkttesten.berlin 사이트에서 PCR 검사가 가능한 검사소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Bietet bestätigende PCR Tests an” 옵션을 선택하면 PCR 검사소를 볼 수 있고, 지도에 표시된 핀을 클릭하면 검사소 정보를 볼 수 있다. 문제는 무료로 할 수 있는 신속항원검사(Bürgertest라고도 불림)와는 다르게 “여행” 목적의 PCR 검사는 가격 상한선이 없고, PCR 검사 속도와 검사소에 따라서 가격이 다르다. 내가 예약한 곳에서는 약 60유로에 당일 PCR 검사가 되었는데, 이 가격으로는 다른 검사소에서는 36시간 정도에 검사가 가능하다. 이 검사소에서는 가글로 시료를 채취하는데, 가글액이 가급적이면 목까지 닿아야 한다고 현장에서 안내를 받았다. 한국에서는 가급이나 면봉 둘 다를 인정하기 때문에 이 방식도 가능하다. 오전 11시에 시료를 채취했고, 검사 결과가 나온 것은 오후 11시 정도였다. 이제 이걸 혹시나 몰라서 미리 3부 정도 인쇄해 두었다. 한국에서 유효한 PCR 검사 결과로 인증(질병관리청 참고)하는 성명, 생년월일, 검사 방법, 검사 일자, 검사 결과, 발급 일자, 검사 기관명은 모두 나와 있었다.

없으면 비행기 입구컷 당함

베를린 공항에서는 접종 상태를 간단히 확인했고, 저 문서 확인은 뮌헨 공항에서 한국행 게이트 앞과 인천국제공항에서 제대로 했다. 뮌헨 공항에서는 한국행 게이트 앞에 별도의 인원을 배치하여 문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항공권에 별도의 스티커를 붙여 주고 있었다. 뮌헨발 서울행은 A350으로 운항하고 있는데 비행기의 1/3-1/2 정도만 차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3열 시트를 전부 차지한 채로 누워 가는 경우도 있었다.

이 와중에 한국 입국에 필요한 건강상태 질문서에 평소 지병이었던 비염 때문에 기침이 있었다고 표시를 했으나, 이것 때문에 인천국제공항에서 유증상자 취급받아서(입국 당시에는 증상이 없었음) 입국도 나머지 사람들과는 따로 해야만 했다. 그리고 입국 심사를 금방 통과하지 못하고 인천국제공항에서 떨어져 있었던 국립검역소로 별도의 차량으로 이동하여 PCR 검사가 나오기까지 추가로 6시간을 대기해야 했다. 이렇게 표시했던 사람들 중에는 실제로 기침이 좀 심했던 사람도 있었고 PCR 검사 결과가 실제로 음성이었던 사람도 있었다. 약 절반은 무사히 풀려 나왔고 나머지 절반은 PCR 검사 결과가 미확정이었거나 다른 증상이 있어서였는지 풀려 나오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 하는 이유가 이해는 갔지만 막상 당해 보니 “아 여기는 한국이었구나”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집으로 이동한 다음에는 원래로는 다음 날 보건소에 출석하여 검사를 받았어야 했지만, 이미 인천국제공항 검역소에서 PCR 음성이 나왔기 때문에 도착 후 검사는 생략할 수 있었다. 이제는 자가격리 10일이 지나야 다시 풀려나올 수 있다.

코시국에 한국가기 – 1. 격리면제서 발급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꿔 놓긴 했지만, 가장 큰 것을 꼽아 보자면 역시 여행이 아닌가 싶다. 2020년에는 세계 대부분 공항의 이용객 수가 수직 낙하했고, 2021년에 와서는 슬슬 회복되어 가고는 있다. 나도 여기에서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에 근 3년 동안 베를린 밖을 벗어났던 적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한국에는 물건만 갈 수 있었지 내가 가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웠다. 아,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인 피폐해짐은 여기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2020년 한 해 동안은 거의 묶여서 지내다가, 2021년부터 백신이 천천히 보급되기 시작했고 제1세계에 사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시점에서는 “자기가 맞기 싫어서” 안 맞은 경우를 제외하자면 어떻게든 코로나19 백신을 구했을 것이라고 본다. 그게 없었던 시기에는 한국에 입국하려면 자가격리가 강제되었기 때문에 가고 싶어도 엄두를 못 냈던 사람이 꽤 많았다고 기억한다. 나 또한 6월과 7월에 백신을 맞았기 때문에 언젠가는 한국에 들어갈 때 도움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적절한 시점에서 잠시 한국 방문을 계획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 밖에서 예방 접종을 맞은 사람을 한국에서 어떻게 인정해 줘야 할 것인가가 2021년 중반에 나온 이후로 결국 예방 접종 인정 자체는 격리면제서의 형태로 2021년 8월부터 일부분은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한동안은 해외에서 예방 접종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 규칙에서는 백신 미접종자와 거의 동일하게 취급했기 때문에, 내심 “아 이거 한국에 예방 접종 기록 등록하지 말고 4차까지 맞아 볼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되어 가는 눈치였기 때문에 그 생각은 그만두고 격리면제서 발급이나 받자!로 마음을 바꿨다.

일단 항공권을 발권한 다음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격리면제서를 받아 두기로 했다. 격리면제서의 유효 기한은 1개월이기 때문에 엄청나게 빨리 준비할 필요는 없으며, 코로나19로 인한 항공편 운행 상황을 알기 힘들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서 항공권을 발권했다. 요새는 비행편이 취소되거나 PCR 검사를 실패해서 비행기를 못 타는 경우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싸다고 취소나 여정 변경 불가 항공권을 끊기보다는 좀 돈이 더 들더라도 변경 가능한 항공권을 끊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여행자 보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경고: 지금부터의 내용은 빠르게 변경될 수 있음. 주 독일 대한민국 대사관 공지 참고)

준비해야 할 서류 자체는 재외공관마다 거의 동일하다. 독일에 있는 한국 재외공관이라면 주별로 관할이 나뉘어 있기 때문에 독일 내 주소를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하다(Aufenthaltstitel 카드 뒷면 스캔으로 충분). 그리고 독일 기준으로는 Impfpass(개인 신상 정보면과 코로나19 접종 기록 필요), EU 디지털 인증서를 위한 QR 코드가 인쇄된 종이나 앱에 등록 후 캡처한 부분이 필요하다. 문제는 QR 코드나 앱 캡처 화면은 2/2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1/2, 2/2가 모두 나와 있어야 하고, 내 경우에는 독일에서 CovPass 앱이 시행되기 전에 모더나로 1차 접종을 맞았기 때문에 1차 접종을 증명하는 QR 코드가 따로 없었다. 그리고 1차 접종을 받았던 시점에서는 Impfpass를 잃어버려서 1차 접종은 Impfzentrum에서 나눠 준 별도의 종이에 백신 LOT 번호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나중에 받은 Impfpass 상에는 1차 접종이 사후에 옮겨서 기록된 걸로 나와 있었기 때문에 Impfpass뿐만 아니라 1차 접종 당시 접종 센터에서 나눠 준 종이까지 같이 스캔해서 첨부했다.

필요한 Impfpass 스캔본의 예시. 악용 내지 도용 방지를 위해서 불필요한 부분은 가림.

모든 문서를 스캔한 후 파일 하나로 만들어서 제출해야 했기 때문에 여기에서 삽질을 좀 했다. 가족관계증명서는 공동인증서 등 한국 인증서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집에 부탁해서 스캔본을 받았다. 나머지 모두는 복합기로 스캔한 다음 최종적으로 pdftkimg2pdf를 사용하여 PDF로 이어붙였다. 뭐 여기가 pdftk나 img2pdf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곳은 아니므로 자세한 방법은 생략.

재외 공관이나 체재 지역마다 격리면제서 발급 담당 이메일 주소가 전부 다르기 때문에 자세한 사항은 각국 대사관 홈페이지를 참조해야 한다.

신청한 후 며칠 지나서 이메일로 격리면제서가 도착했으며, 이제 이걸 4부 인쇄해서 들고 들어가면 된다.

2021-12-03 업데이트: ㅋㅋㅎㅎㅅㅂㅅㅂㅅㅂㅅㅂ… 결국 이 모든 소용이 뻘짓이 되어 버렸다. 입국 예정 일자는 12월 16일 이후기는 한데, 그 때의 자가격리 정책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할 일.

파파고, 유감(해결됨. Endgültig.)

tl;dr:

  • 웹 서비스에 활용할 목적으로 머신러닝에 공개 데이터를 집어넣는다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필터링은 잘 하자. 특히 이메일 주소는 크롤링을 방지하려고 다양한 형태로 변형해서 게시하는데 이걸 조심해야 한다.
  • KISA의 해석에 따르면 대한민국 개인정보보호법은 내가 누군가에게 개인정보를 직접 제공했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법률이며, 다른 사람이 내가 공개한 정보를 잘못 사용한 경우를 다루지는 않는다.
  •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 없거나 하기 어렵다면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사건의 발단은 올해 1월, 이 때부터 조금씩 이상한 이메일을 받기 시작했다. 분명 나는 독일 아마존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인데 왜 나한테 독일 아마존의 계정 활성화 관련 이메일이 오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 그 때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고 이것도 그냥 스팸이겠거니 싶어서 받은 메일을 그냥 무시해 버렸다. 멕시코의 한 은행에서 계좌 거래내역을 보내거나, 러시아에서 영수증이 날아온다거나, Fitbit이나 PSN 계정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등 내 이메일 주소에 희한한 일이 한번두번 일어난 적도 아니었기도 하고. 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내친김에 이것들도 다 해결해 버렸다.

  • PSN 계정 사건: 2016년 당초에 계정이 만들어졌던 곳은 브라질로 추정되지만(메일이 포르투갈어로 날아옴) 나는 브라질에 간 적도 없었다. 일단 말이 통하는 SIEK에 문의를 했으나 해결된 건 별로 없었고 SIE 트위터 채널로 문의해 봐도 독일 전화번호만 알려 줄 뿐이었다. 그러다가 GDPR 철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유럽 지역 SCEE의 DPO에게 이메일을 보내서(dpo at scee dot net) 계정을 삭제시켰다. 여담이지만 소니의 PSN 계정 관리가 지역별로 나뉘어 있는 게 참 뭣같다는 사실을 이 과정에서 알게 되었다.
  • Fitbit 계정 사건: 이메일 주소를 인증받지 않은 것 같았기에 내 이메일 주소로 암호 찾기를 누른 다음 계정 탈퇴를 살포시 눌러 줬다. 내 이메일 주소 자체가 털렸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 러시아 영수증 사건: Yandex에 처음에 문의를 했는데, 돌아온 답장은 영수증을 보낸 개별 업체에 문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업체 이메일 주소를 알아낸 다음 이메일 주소를 지웠다는 답을 얻었다. 내 러시아어 실력이 좀 심각하게 비대칭스러워서 메일 작성에는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얻었으나 적어도 업체에서 내 뜻을 이해한 것 같았다.
  • 멕시코 은행 사건: 문제의 은행 트위터 채널로도 별 소용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이메일을 보낸 사람에게 나 멕시코에 가 본 적도 없다고 이메일을 보낸 이후에는 지금까지 메일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올해 1월부터 받기 시작한 이상한 이메일
올해 1월부터 받기 시작한 이상한 이메일

이 사건을 잊고 있었을 때쯤인 올해 3월 또 누군가가 독일 아마존 주문 관련 이메일을 보냈다. 이번에도 그냥 무시하려다가 지난 1월에 받은 이메일이 떠올라서, 무시하려던 걸 포기하고 답장을 써 봤다. 보낸 사람 이름은 한국이었지만 메일 내용이 독일어로 되어 있길래, 대강 독일어로 “이메일 주소 어디서 확인하셨나요? 저는 아마존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라고 메일을 써서 보냈다. 그리고 거기에서 대화가 끊김. 게다가 3월에는 무슨 마가 끼이기라도 했는지 독일 아마존 주문 메일 두 통 말고도 독일 통신사인 O2 문의랍시고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독일어로 된 이메일에는 독일어로 답장해 줬고, 영어로 된 이메일에는 영어로 답장해 줬다. 이쯤에서는 그냥 스팸이겠거니 하는 생각보다는 대체 어디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 건지가 더 궁금해져서 이메일을 더 보낸 사람에게 “peremen at gmail.com” 주소가 어디에 나와 있는지 스크린샷을 찍어서 보내 달라고 했지만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4월 이번에는 또 독일 보다폰이다. 이번에는 보낸 사람 이름이 한국이라서 아예 한국어로 답장을 보냈다. “저는 해당 통신사와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입니다.” 중간에 뭔가 잘못된 것이 있는 것 같긴 한데, 그 사람도 어디에 이메일 주소가 나와 있는가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결국 답하지 않았다. 5월에도 또 독일 아마존 계정 정지 관련된 이메일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영어로 답장했지만 좀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Where did you got my e-mail address? … I am very annoyed this recently. …” 이것도 결국 답장을 받지 못했다. 6월에도 또 비슷한 뭔가를 얻었길래 이번에도 메일 주소를 어디서 알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장은 받지 못했다.

이렇게 8개월이 지난 후인 8월 초에 대체 왜 이런 메일이 오는가 정체를 알게 되었다. 이번에는 내 이메일 주소가 나와 있는 URL을 알려 달라고 한 대신 “이 이메일 주소로 연락하라고 나와 있는 곳을 캡처해서 보내 달라”라고 부탁해 봤다. 다행히도 이번에 보낸 사람은 아마존에서 받았다는 이메일을 보내 주기는 했지만 본문 어디에도 내 이메일 주소는 나와 있지 않았다. 혹시 Reply-To 헤더가 잘못되어 있는가 싶어서 이메일 원본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결국 그걸 받지는 못하고 파파고 번역 오류라는 답을 얻었다. 파파고. 대체 뭘 집어넣었길래 내 이메일을 이상하게 해석한 걸까? 그래서 직접 해 보기로 했다.

파파고에서 amazon.de 주소를 번역했을 때 이상하게 찍혔던 결과(현재는 수정됨)
파파고에서 amazon.de 주소를 번역했을 때 이상하게 찍혔던 결과(현재는 수정됨)
파파고에서 amazon.de 주소를 번역했을 때 수정된 결과
파파고에서 amazon.de 주소를 번역했을 때 수정된 결과

일단 문제의 독일어 이메일을 집어넣었는데 왜 https://www.amazon.de 한국어 번역 결과에 내 이메일 주소가 나오는 걸까? 그래서 그 부분 주변 문장만 남기고 지워 봤더니 파파고 번역기의 독일어 – 한국어 번역 결과가 문제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확인해 보기, 2020-08-12 기준 archive.is 결과) 파파고 때문에 지난 8개월 동안 이상한 이메일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되고 나니까 허탈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래서 이 사건을 알게 된 8월 12일 당일에 지인들을 통해서 네이버 사내에 직접 문의를 넣었고, 공식적인 의견을 듣기 위해서 네이버 고객센터에 오역 신고를 병행했다. 다행히도 휴대폰 인증과 같은 멍청한 것들을 할 필요 없이 오역을 바로 집어넣을 수는 있었다. 일단 여기서 응답이 어떻게 돌아오는지 지켜보고 다음 행동을 결정하기로 했다. 네이버에서는 이 시점에서 문제를 인지하고 기술적인 준비를 하기는 하고 있었다. 한편 오역 신고에 대한 답장은 8월 13일에 돌아왔으나, 그 내용은 나를 열받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래는 당시 받은 이메일 내용이다.

독일어->한국어 번역에서 일부 URL과 같은 특수 입력에 대한 번역 처리가 미비하여 URL이 임의의 텍스트로 잘못 변환되면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Papago에 적용된 인공신경망 방식의 번역엔진은 온라인상에 수집된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번역하고 있는데요, 반영된 데이터의 영향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해당 표현은 번역 엔진의 업데이트 및 다양한 예문 학습을 통해 최대한 정확하게 번역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만, 번역 엔진이 해당 표현 및 유사 패턴의 표현을 학습하고 점검하기까지 약 1~2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는 점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네이버에서 받은 답장 내용

사실 여기에서 처리를 빠르게 해 줄 수 있다고 답장을 했으면 적당히 끝낼 생각이었는데, 무슨 독일 관청 일처리도 아니고 1-2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는 말이 트리거로 작용했다. 오역 신고에서는 내가 보상을 받는 것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는 의도로 일부러 내가 관련 없는 이메일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는 않았는데, 이 시점에서는 제대로 열을 받아서 좀 더 빠른 처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유럽에 거주 중이기 때문이고 사건 시작 시점에서 나는 유럽에 있었기 때문에 이걸로 GDPR의 철퇴를 먹여야 하나? 아니면 한국 기관의 도움을 빌려야 하나? 이 고민을 하다가 네이버의 첫 답장을 받은 8월 13일에 한국인터넷진흥원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 민원을 넣었다.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를 처음 알게 되었고, 이 건에 대해서는 KISA보다 더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는 KISA의 연구 부서 쪽 사람들은 연구 관계로 만난 적도 있었고 보안 컨퍼런스 같은 곳에서 드러나는 성과로 보았을 때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라고 보지만, 대민 업무를 하는 부서나 기타 다른 정책을 담당하는 부서에는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게 없었다. 이 사건으로 KISA에서 받은 답장도 내 선입견을 강화시키는 데 아주 약간 도움이 되긴 했다. 민원 제기 후 8월 24일에 받은 답장 내용을 요약하자면 한국 개인정보보호법은 내가 네이버 파파고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관계가 성립했을 때만을 다루는 법률이고, 제3자가 직접 수집한 나에 대한 정보가 잘못 노출되었을 때에는 개인정보보호법의 관할이 아니라는 뜻이다. 뭐 법의 뜻이 그렇다는 게 이해가 가긴 하지만.

먼저, 우리 기관의 소관법령인 『개인정보 보호법』은 이 법에서 규정된 업무를 목적으로 개인정보 파일을 운용하기 위하여 스스로 또는 다른 사람을 통하여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개인정보처리자’를 적용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개인정보처리자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입니다.

기재하신 내용을 고려할 때 귀하께서 피신고업체의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닌, 피신고업체의 오류로 인해 귀하의 이메일 주소가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에 귀하와 피신고업체의 관계를 위 내용에 따른 정보주체와 개인정보처리자의 관계로 보기는 어려워 피신고업체에게 본 법률을 적용하여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피신고업체에 오류사항에 대한 처리 요청을 하여 보시기 바라며, 만약, 협의가 어려우신 경우에는 민/형사적인 방안을 강구하셔야 할 것으로 이에 대한 소송 가능성 여부 및 관련 절차에 대해서는 대한법률구조공단(http://www.klac.or.kr, ☎132)을 통하여 자세히 문의해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인터넷진흥원 ☎118 상담센터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상담 사례집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두고 있었고, 여기에는 온갖 시시콜콜한 사례가 다 있었기에 확신을 가지고 문의를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가령 CCTV 열람대장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거나, 휴대폰 번호 한 자리를 틀려서 관계 없는 문자를 계속 받는다는 등. 위원회의 설립 목적 자체가 이러한 상황에서 민사소송으로 가지 않고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보았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문의를 넣었다. 공인인증서도 만료된 지 너무나도 오래 되었고 새로운 공인인증서 발급 때문에 여기 한국 대사관을 찾아간다고 해도 한국 은행용 OTP도 방전된 지 오래 되었던 탓에 민사소송을 여기서 나홀로 진행하는 것도 좀 무리가 있기도 했다.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쪽은 8월 14일에 접수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한동안 진행이 안 되는 것 같았고, 이와 동시에 파파고가 언제 번역을 갱신할지 매일 확인하고 있었다. 개인정보보호법 44조에 의하면 최대 60일 이내에 심사를 해야 한다고 되어 있으니까 일단 이 조항을 믿어 보기로 했다. 독일 와서 배운 것 중 하나가 서류 심사 기한이 있으면 그 기한을 모두 기다려 보라는 것도 있기에 더더욱 오래 기다렸다. 그러다가 8월 21일에 파파고 번역을 확인해 본 결과 URL을 입력했을 때 제대로 번역이 안 되는 건 여전했지만 내 이메일 주소는 더 이상 표시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처음에는 이게 단순한 임시 해결책인 줄 알았으나 네이버 쪽에서 받은 답변에 의하면 임시 해결책은 아니었다. 그리고 8월 28일에 상당히 상세한 기술적인 내용이 포함된 답장을 받았다. KDE 프로그램 설명서에서 공개되어 있었던 내 이메일 주소를 수집하면서, 띄어쓰기가 파파고 엔진에 있었던 패턴과는 다른 형태였기 때문에 파파고 전처리 단계에서 이메일 주소였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번역 결과에 노출시켜 버린 것이다. 그리고 공개 데이터 사용 시 데이터 정제 과정 및 이러한 형태의 오역 신고 개선을 준비 중에 있다는 건 이해하기로 했고, 네이버 쪽에서 밝힌 타임라인(8월 12일 모델 리프레시, 8월 21일 deploy)과 내가 관찰한 것이 일치하는 것도 확인했다. 이제 이 사건이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이해했고 사과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고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서의 처분을 기다리기로 했다.

9월 10일에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에서 연락이 왔고, 위원회 심의 전 조정 절차에 따른 합의를 통해서 사건을 종결하기로 결정했다.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측에서 제시한 합의안이 내 피해를 충분히 보상할 수 있다고 보았기에 합의를 받아들이기로 했고, 중간에 추석 연휴가 끼어 있어서 서류 처리에 시간이 조금 지연되었다. 그리고 10월 6일에 합의 이행을 확인하여 사건이 완전히 종결되었다.

다른 이상한 이메일은 원인은 잘 알려져 있었으나 해결책을 사용하는 데 시간이 걸렸던 한편, 이번 파파고 오역 사건은 원인을 찾는 데에만 8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만약 처음 내게 독일 아마존, 보다폰, O2 문의 메일을 보냈던 사람들이 내 이메일에 좀만 더 신경을 써서 답해 줬다면 8개월이라는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한국어로 물어 보는데 파파고로 번역했다는 걸 왜 숨겼는가 이해가 아직까지도 가지 않는다. 또 URL과 같은 것들을 번역기에 집어넣었을 때 달라졌다면 그걸 확인을 안 하는 사람은 왜 그리도 많았는지. 파파고가 원인인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상대적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결과 자체는 만족스럽게 끝났다. 도대체 어디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건지 몰랐던 8개월보다는 문제 해결까지의 2개월이 더 짧은 시간이기도 하고. 부디 앞으로 내 이메일로 이상한 무언가가 들어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사건을 닫는다.

2020-10-06 업데이트: 사건 종결에 따라서 본문 내용의 업데이트를 한 데 모아서 보기 좋게 수정했다.

제안: 공용 컴에 IE8 깔기

며칠 전 집에 오면서 부모님을 기다린다고 부산역 라운지에 잠시 들렀다. 공용 컴퓨터가 총 3대 있었고, 시간을 죽일 목적으로 잠깐 거기 앉았다 갔다. 공용 컴퓨터는 당연히 내 예상대로 IE6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투명 PNG 버그나 InPrivate 모드 등 고급 기능을 이용할 수도 없었다. 투명 PNG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이트는 깨짐을 각오하고 들어가며, InPrivate 모드 따위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 옵션에 들어가서 웹 브라우징 기록 및 쿠키, 캐시 등을 수동으로 지워 주고 나와야 한다. 게다가 IE6이 깔린 공용 컴퓨터는 인터넷 임시 파일 크기도 더럽게 크게 잡아놔서(7인가 8부터 기본 100MB) 이거 지우는 데 한 나절이 걸리기 마련이다. 지울 수 있으면 양반이지만, 인터넷 옵션도 막아 둔 컴퓨터에서는 참 찝찝하다.

IE6과 IE8

IE6과 IE8. 탭 표시줄만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8은 캐시와 히스토리를 저장하지 않는 모드를 기본적으로 지원한 최초의 브라우저라고 알고 있다. 파폭 3.5가 그 다음, 크롬이 그 다음 다음이라고도 알고 있다. 노트북을 태워버린 기억 때문에 M$ 윈도와 거기 딸린 구성요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InPrivate 모드는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 특히 공공장소에서는 InPrivate 모드가 여러분의 친구이다. 일일이 지워 주지 않아도 브라우징 기록을 지워 줘서 프라이버시 보호에 살짝 도움이 된다. 공용 컴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을 위하여, 레지스트리만 살짝 편집해 주면 IE를 기본적으로 InPrivate 모드로 시작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시간이 나면 IE6이 깔린 공개 컴퓨터들을 IE8로 업그레이드시켜 주고 있다. 예전에는 XP SP2가 깔린 컴퓨터를 XP SP3으로도 업그레이드시켰지만, 지금은 많은 공용컴들이 SP3을 깔고 있다는 게 다행이다. 내 경험 상 파폭이나 크롬 등의 다른 브라우저를 깔아 두면 효과가 전혀 없기 때문에 IE8 업그레이드가 가장 효과가 좋다. 공용 계정에 제한된 권한만 주어져 있다면 IE6 이상으로 업데이트할 수가 없지만, 다행히도 대부분의 대한민국 컴퓨터들은 공용 계정에도 그놈의 ActiveX 때문에 관리자 권한이 주어져 있어서 필요하다면 IE8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ActiveX를 개인적으로 엄청 싫어하지만, 이런 환경을 만들어 준 건 감사하다.

간단한 인터넷 익스플로러 업그레이드 하나만으로 방치되고 있는 공용 컴퓨터들의 보안을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며, InPrivate 모드가 있기 때문에 그 컴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 준다. 내가 본 충격적인 광경은 내 옆자리를 사용하던 사람이 다음에 로그인해 두고 로그아웃도 하지 않고, 창도 닫지 않은 채 자리를 뜨는 광경이었다. 로그인도 되어 있어서 누군가가 흑심을 품으면 개인정보를 조작해 두고 튈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그럴 사람이 있을까봐 로그아웃을 누르고 튀었다. 다음이어서 어느 정도 다행이었지, 회사 인트라넷이나 증권사 등에 로그인되어 있었다면 참 끔찍했을 것이다.

참 위험하게 사용하는 공용컴

참 위험하게 사용하는 공용컴. 로그아웃도 안 눌러두고 가셨다.

공용 컴퓨터 관리자들은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겠지만, 근처에 있는 공용 컴퓨터들을 IE8로 업그레이드하는 캠페인을 시작하고 싶다. 근처에 IE6을 아직도 쓰고 있는 공용 컴퓨터가 있으면 시간날 때 차근차근 업그레이드했으면 좋겠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전국적인 보안 상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본다.

서버 근황

11월 15일 있었던 학교 정전 이후 서버가 ‘탔다’. 정전이 끝나고 스위치를 넣는데 부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정전이 되기 전에 shutdown을 사용해서 시스템을 제대로 꺼 놨기 때문에 뭔가 큰 문제일 것 같아서 케이스를 뜯어 보았다. 기존에 사용하던 ASUS P4PE 메인보드는 LED가 달려 있는데, 전원을 넣으니까 LED가 깜빡깜빡였다. 뭔가 메인보드가 맛간 것 같은데, 파워가 원인인 것 같기도 했다. 때마침 SPARCS 작업용 데스크톱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메인보드가 한 장 비게 되었다. 같은 케이스에다가 꼽아 봤더니 역시 칙칙 하는 소리만 나면서 부팅이 되지 않았다.

파워 이상인 걸 직감하고 새 케이스와 새 파워를 가져와서 부팅을 시도해 보았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한 번 파워를 잘못 꼽아 맛간 메인보드는 더 이상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 하늘이 노래진 적도 없었다. 결국 내 돈 주고 샀던 메인보드 두 장을 그 길로 버리고(어차피 CPU는 팔아봤자 돈도 안 나오는 물건이니) 램과 하드만 챙겨서 기숙사로 돌아와 서버 계획을 다시 짰다.

예정에 없던 업그레이드를 하는 거라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부품을 그냥 질러 버리기로 했다. 펜티엄 듀얼코어 E6300(FSB 1066, 2.8GHz), ASRock G41M-S(기가비트 랜 달린 상위 모델이 한국에는 이상하게 안 나왔다), DDR2 램 4GB로 가기로 했다. 파워는 와트당 만원이라는 공식대로 고르고, 케이스와 하드는 있던 걸 재활용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이라면 11월 21일이나 22일 용산에 가서 부품을 사려고 했으나… 19일 목요일에 신종플루로 집에 갇혀 버려서 용산 가는 계획은 허탕만 치게 되었다.

25일이 되어서야 학교로 올라올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용산 가는 계획도 29일로 미루어졌다. 일요일에 용산 대부분 가게가 닫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탓에 선인상가로 들어갔을 때 그 적막감은 잊을 수 없었다. 때마침 서울에는 비도 와 주고 있어서 컴퓨터 부품 가게 찾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선인상가를 휘젓고 다닌 끝에 DDR1 메모리 512 4개와 1GB 1개는 적당한 가격에 팔았고, DDR2 2GB를 일단 하나 사 왔다. 펜티엄 듀얼코어 E6300, ASRock G41M-S3, 히로이찌 500W 2개를 사서 대전으로 내려왔는데…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 저 메인보드는 DDR3을 사용하는 것이다. 사전 조사할 때 그걸 모르지는 않았지만, 일요일 거의 문을 닫은 선인상가에서 간신히 부품 업체를 찾았을 때 기쁨 때문에 DDR3 메인보드라는 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서버의 대부분 부품을 조립했는데 메모리가 없어서 전원을 켜지 못했을 때만큼 난감한 상황도 없었다. 하드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복사하려면 일단 컴퓨터가 켜져야만 하므로 램과 하드만 빼놓고 조립한 다음 DDR3 메모리를 주문했다.

이번에는 최저가에 낚여서 DDR3 2GB 2개를 배송비 포함 10만원에 지른 쇼핑몰과 싸움 시작이다. 배송 자체는 평균적인 속도지만, 쇼핑몰 홈페이지에 전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서 보는 사람 더 초조하게 했다. 특히나 이번 경우는 램만 있으면 컴퓨터 완성이라서 기다리는 한 시간, 기다리는 하루가 참 타들어갔다. 배송 자체는 진행되고 있는데 문자도 가지 않고 배송 조회도 안 되어서 이놈들이 날 가지고 장난치나 싶었지만, 일요일 자정에 주문한 게 결국 수요일 저녁에 날아왔다.

파워가 또 타지나 않을까 조심하면서 전원을 넣어 보았다. 과연 연구소 보드답게 POST 그림이 세 종류가 번갈아가면서 나타났다. 바이오스 셋업으로 들어가 보니 섹션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오버클러킹 메뉴가 보이고, 뭐 나머지 셋업들은 괜찮은 편이다. CPU 소켓 위로 콘덴서 박는 자리는 4개지만 실제 콘덴서가 3개만 박혀 있어서 떨어져 나간 거 아닌가 했는데 원래부터 3개라는 걸 알고 마음이 좀 놓였다. 전압이 출렁댄다는 말도 있었는데, 하드웨어 모니터링 칩이 보고하는 전압은 예전 ASUS P4PE보다는 더 안정적이었다. 내가 오버를 안 해서 그런가보다.

기존 하드에 설치된 우분투 8.04도 작동은 하지만 새 보드의 하드웨어 모니터링 칩을 인식하지 못해서 배포판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네트워크에 일단 연결한 다음 우분투 8.04->8.10->9.04->9.10이라는 세 단계의 업그레이드를 나눠서 했다. 데비안처럼 소스 리스트만 고치고 apt-get dist-upgrade 해 줘도 될 것 같긴 하지만 우분투에서는 이 방법보다는 자체 업그레이드 관리자를 사용한다. 업그레이드가 다 끝나고 나서야 최근 버전의 우분투에서는 Xen 커널이 빠지고(컴파일은 가능하며, 사용자 공간 유틸리티는 있다) KVM을 주 가상화 도구로 쓴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번에는 중고품을 긁어오는 대신 새 부품들 가지고 서버를 조립한 만큼, 중고품으로 도배한 서버보다는 좀 더 오래 가기를 빈다.

새 서버의 CPU와 메인보드

새 서버의 CPU와 메인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