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2010년 7월에 이용한 다양한 SIM 카드

하여튼 이 천하의 개쌍놈들 KT는 아이폰만 컨트리 락 해제를 지원해 주고, 노키아 휴대폰은 감감 무소식이다. 이러니까 KT가 아이폰 전용 통신사 소리를 들으며 욕을 먹는 거지. 뭐, 한국에 나온 노키아 6210은 상당히 쉽게 컨트리 락을 풀 수 있다. 5800/X6이 좀 골치아프게 어려워서 문제지. 지금까지 한국에 나온 휴대폰은 SIM 카드 슬롯에 한국의 SKT/KT SIM 카드가 아니면 휴대폰에서 거부하도록 설정해 두었다. 바로 이러한 제한이 컨트리 락이다. 이걸 풀기 위해서 매직심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다가 외국에서 사 온 휴대폰을 한국에서 한국 SIM 카드로는 절대로 못 쓰도록 IMEI 화이트리스트 제도도 운영하고 있어서, 이래저래 한국에 단기 방문하는 외국인들만 골탕을 먹는다.

어쨌든, 2008년 Akademy는 폰을 놔두고 갔고, 2009년에는 자동 로밍을 했다가 머나먼 스페인에서 스팸 문자를 받아 본 기억도 있어서 올해는 KT 회선을 일시정지시킨 다음 선불 SIM 카드를 구입하기로 하였다. 핀란드는 국토도 넓은데다가 북쪽으로 갈수록 인구 밀도도 낮아져서, 공중전화를 일일이 깔기보다는 휴대폰 기지국을 박는 것을 선택하였다. 실제로 핀란드에는 공중전화가 ‘아예 없다’. 옆나라 스웨덴에서는 공중전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래서 선불 SIM 카드는 공중전화 카드의 기능을 대신한다. 일단 핀란드를 벗어나면 공중전화는 찾아볼 수 있지만, 선불 SIM 카드도 비슷하게 쉽게 살 수 있다. 공중전화의 씨가 말랐지만 선불 SIM 카드만을 살 수 없는 어느 후진국과는 참 대조적이다.

SIM 카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핀란드 Saunalahti, 독일 보다폰, T-모바일, 스웨덴 halebop

핀란드에서 선불 SIM 카드를 사려면 전국 도처에 깔려 있는 R-Kiosk로 가자. 그 다음 ‘Do you have prepaid SIM-cards?’라는 질문을 하면 Saunalahti SIM 카드 패키지를 준다. 2010년 7월 기준 가격은 5.70유로로 기억하고, 기본 요금으로 6.얼마가 들어 있다. 휴대폰에 SIM 카드를 끼우면 먼저 사용할 언어를 물어보며, 이 언어로 잔액 조회 등의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휴대폰이 SIM 서비스를 지원하면 메뉴 맨 끝에 Saunalahti가 생기며, 여기로 들어가면 잔액 조회를 바로 할 수 있다. 근처 R-Kiosk에서 10유로부터 시작하여 10유로 단위로 충전할 수 있다. 첫 사용 이후 3개월/마지막 충전 이후 1년까지 사용 가능하며, 이후에는 새 카드를 사야 한다. 충전할 때 전화번호를 알려줘야 한다. SIM 카드를 떼내고 남은 플라스틱 조각에 PIN1/PUK1/PIN2/PUK2/ICC가 적혀 있으며, 전화번호는 Puhelinnumero 옆에 있는 10자리 숫자이다.

한국으로 전화를 걸 때 +82를 붙여서 전화를 걸면 요금이 비싸므로, 99082를 붙이면 국제전화 사업자를 바꿔서 요금이 좀 싸진다. 990은 국제전화 사업자 번호로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있다. Saunalahti는 Elisa의 망을 사용하는 자회사이자 MVNO 사업자이며, Elisa 네트워크는 남쪽 헬싱키부터 북쪽 로바니에미까지 잘 깔려 있다. 대도시를 벗어나면 3G 신호가 약해지므로 안정적인 IRC 라이프 및 데이터 통신을 위해서는 GSM only로 설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메뉴에 새로 생긴 Saunalahti

비록 데이터 요금은 1MB에 1.5유로이지만 정보 이용료가 붙지 않는 한 하루에 1.9유로 이상 청구되지 않는다. 국내 통신사들이 기를 쓰고 도입하지 않으려고 하지 않는 데이터 요금 상한제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데이터 통신이 끝나면 끝날 때마다 이런 메시지가 날아와서 현재 잔액을 바로바로 알 수 있다. 이래저래 한국이 배울 점이 많다.

데이터 통신 끝

데이터 통신 끝

이렇게 좋은 서비스긴 하지만 핀란드 밖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어, 스웨덴을 넘은 다음에는 halebop SIM 카드를 샀다. halebop은 Telia의 자회사로 MVNO 사업을 하고 있다. 룰레오에 있는 The Phone House에서 카드 89:-, 충전 100:-, 합 189:-를 결제하였다. 전국 곳곳에 깔려 있는 편의점 Pressbyrån에서도 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살 필요는 없다. 점원 말에 의하면 분당 4크로나 주변으로 나간다고 했고, 실제로도 스웨덴 SIM 카드는 꽤 오래 썼다고 기억한다. +82를 붙여서 전화를 걸어도 무방하다.

데이터 통신은 MB당 14.99크로나긴 하지만 매일 9크로나 이상이 나가지는 않는다. 그 대신 한 번 접속당 100KB 이상을 쓸 수는 없다. IRC를 오래 하다보면 끊기는 게 이거 때문이었군. *101# + 통화를 누르면 잔액을 알 수 있다. 잔액 알림 메시지는 스웨덴어로 날아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하여튼 halebop SIM 카드는 노르웨이와 덴마크, 독일에서 로밍도 지원한다. 노르웨이 국경을 딱 넘을 때 Telia와 제휴한 노르웨이 NetCom의 망에 자동으로 붙으며, 요금 안내가 바로 문자로 날아왔다. 덴마크에는 Telia가 직접 진출하여 TELIA DK로 표시된다. 이와 함께 Cell ID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는데, 덴마크는 법 때문인지 기지국마다 기지국이 있는 곳 주소를 Cell ID로 전송해 주고 있었다. 코펜하겐만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오덴세나 오르후스에서도 일관성있다. 헬싱외르 주변 지역에서 분명히 폰이 터져야 하는 곳인데 신호를 못 잡고 헷갈려하길래 잠시 껐다 켜니 스웨덴 신호를 잡아 버렸다. 그것도 안테나 만땅으로. 대마도에서 우리나라 휴대폰이 터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스웨덴 SIM 카드를 가지고 독일로 내려오니, 이번에는 충전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독일 선불 SIM 카드를 2장이나 샀다. 함부르크에 도착한 다음 시내에 있는 보다폰 가게에서 CallYa 패키지를 샀다. 카드 가격 포함 10유로를 주고 샀는데 들어있는 돈은 한 6.7유로였나? 아무튼 10유로보다는 적었다. SIM 서비스는 SMS/MMS로 배달되는 정보 메시지만 지원했고, 잔액 조회는 별도로 설치된 Mein CallYa 링크를 통해서 하거나, *101# + 통화이다. 한국으로 거는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지만, 함부르크에서 쾰른으로 이동하면서 GSM 모드로 썼음에도 불구하고 신호가 자주 끊겨서 쾰른에 도착하자마자 T-모바일 SIM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T-모바일 SIM 카드는 카드값 포함 19.95유로였고, 충전 금액은 10유로다. 카드값 무진장 비싼 대신 보다폰보다는 좀 더 안정적이었다. 헌데 폰을 사고 한 2시간 동안 SIM 카드 등록 실패가 떠서 초반에 좀 당황스러웠다. 가격은 T-모바일이나 보다폰이나 도찐개찐이지만, T-모바일 쪽이 좀 더 커버리지가 좋다. 최소 충전 금액이 15유로였나?여서 귀국 전날 잔액이 다 떨어지긴 했는데 충전하지 못한 기억이 난다. SIM 서비스는 보다폰처럼 정보이용료 가져가는 서비스 뿐이고, 잔액 조회는 *101# + 통화이다. 보다폰이나 T-모바일이나 메시지는 독일어로 돌아온다.

대부분 통신사에서 선불 SIM 카드를 사면 이런 패키지를 준다. 핀란드 Saunalahti 빼고는 스웨덴어/독일어로만 설명이 쓰여 있어서 골탕먹기 매우 쉽지만, 전화번호는 대개 크게 쓰여 있고 판매원이 알려주거나 폰에서 쉽게 알 수 있다. PIN1/PUK1 같은 약어는 세계 공통이며,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SIM 카드와는 다르게 기본적으로 PIN1이 걸려서 나온다. 산 다음에 PIN1 코드는 꼭 바꿔서 카드 도둑을 막자.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SIM 카드와는 다르게 APN 정보가 모두 카드에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카드만 바꿔 끼우면 인터넷과 MMS 게이트웨이 설정이 자동으로 바뀐다. 정말 우리나라 통신사는 이걸 모르는건지, 답답하다. 그러고서는 지네 돈 나갈까봐 MMS/인터넷은 불가능하다는 드립치는 걸 보면 참.

사용자 삽입 이미지

뒤에 있는 KAIST 로고 붙은 유인물은 전자공학실험 첫 시간에 받은 것

스웨덴 halebop이나 독일 T-모바일/보다폰은 카드와 함께 딸려나온 종이에 PIN1/PUK1 코드가 적혀 있지만, 핀란드 Saunalahti는 카드가 붙어있는 플라스틱 쪼가리에 정보가 다 쓰여 있다. 함부로 버리지 말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내년 Akademy는 독일에서 진행되므로, 지금은 한국 회선은 새로 산 5800으로 옮기고, 보다폰 SIM 카드를 6210에 물려놓아서 번호를 유지하고 있다. 보다폰/T-모바일/halebop 모두 한국에서도(!) 로밍이 된다.

2010년 Akademy 여행기: 제 5, 6일

마지막 여행기를 쓰고 나서부터 동아리 프로젝트가 겹쳐서 제대로 글을 써 보지 못했고, 이 때문에 BoF를 포함한 나머지 여행기들도 줄줄이 늦어지고 있다. 더 이상 미루면 기억이 흐릿해질 것 같아서 틈이 날 때마다 몇 편 씩 써 보기로 했다. 5일째부터는 BoF가 진행되었고, 이와 동시에 Nokia Certified Qt Developer 시험이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진행되었다. 이번 Akademy 참가자들에게는 특전으로 공짜로 칠 수 있었다. 사실 한국에 테스트 센터가 없지는 않지만, 비용(150유로) 문제도 있고, 시험 문제를 보니 비용 대비 효용이 영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화요일에 진행된 BoF는 재밌는 게 많아서 상대적으로 BoF가 한산해진 수요일에 시험을 보기로 했다.

화요일 첫 BoF는 Translatewiki이다. 미디어위키 번역을 해 보았다면 Translatewiki를 통해서 메시지를 번역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지금은 KDE UserBase에만 시범적으로 도입된 상태이고, 번역자들에게 Translatewiki 시스템이 무엇인지 알리고, 파일럿 테스팅을 해 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참가자들도 개발자보다는 번역자, 팀 코디네이터, 문서 작성자가 더 많았다. 기존 번역자들은 po 파일을 직접 번역하는 쪽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웹 번역에 관심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익숙한 툴을 바꾸는 걸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Translatewiki 시스템은 모든 KDE 문자열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 UserBase 같은 위키부터 시작하여 장차 TechBase 같은 다른 위키 및 도움말까지만 확대한다고 알고 있다. Translatewiki는 po 파일로 내보내고 가져오는 기능 또한 지원하기 때문에, po 파일 지원에 관심이 많았던 프랑스어 팀 코디네이터 Sébastien Renard 씨는 메시지를 po 편집기로 번역하는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내 옆에 앉았던 Gluon 프로젝트의 Jonas Vejlin(명찰에 닉네임이 인상깊어서 이름이 기억에 아직도 남는군) 씨는 문서 번역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미디어위키 문법이 영 힘든 눈빛이었다.

직접 만난 Mazeland Siebrand 씨보다는 Niklas Laxström 씨가 더 기억에 남았던 게, 실제 나이에 비해서 무척이나 동안이었다. 아무튼 나는 일일이 계정 승인을 받기에는 번역자와 시스템 관리자 모두 귀찮기 때문에, 코디네이터 권한을 추가해서 다른 사용자를 팀의 일원으로 승인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만 했다.

Mazeland Siebrand, Niklas Laxström

오른쪽이 Mazeland Siebrand, 왼쪽이 Niklas Laxström

점심을 먹고 KDE and Bioinformatics에 들어가 보았다. 사실 이 BoF는 나보다는 바뇌과 재학 중인 룸메이트놈을 낚기 위해서 들어간 것이다. 재미난 이야기를 좀 해 주면 분명히 반응할 거라고 생각해서 들어가 봤다. Bioinformatics라는 주제 때문인지 사람은 생각만큼 많은 편은 아니었다. 내 룸메이트 포함, 대부분 Bioinformatics를 만지는 사람들은 컴파일러가 있는 언어보다는 인터프리터가 있는 언어를 더 선호한다. 이 때문에 C++이 아닌 다른 언어를 위한 바인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고, KDE 자체도 잘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내 룸메이트에게 IRC로 물어보니 대부분 수긍하는 눈치였다. 헌데 이 Luca Beltrame 이 사람 블로그가…

Luca Beltrame

Luca Beltrame

아무튼 화요일과 수요일에 들은 BoF 중 기억에 남을만한 건 이 두 가지 뿐이다. 수요일에는 오전에 Nokia Certified Qt Developer 시험을 잡아 놓았고, 오후 BoF 중에는 내 관심이 있는 주제가 별로 없어서 한국어 번역을 좀 가다듬기로 했다. 목요일에는 여행 때문에 BoF 따위 없기 때문에 수요일에 숨을 좀 돌려 놓아야 목요일날 잘 놀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BoF 시즌으로 넘어가니 진행 밀도가 컨퍼런스 시즌과 비교해서 심각하게 낮아진 게 좀 문제긴 했다. 앞으로는 발표를 3일로 늘이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이후 설문 조사에 남겼다(고 기억한다).

Nokia Certified Qt Developer 자격증은 ‘쉽다’. 단 Qt가 무엇인지는 알고 들어가야 하며, Qt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으면 풀지 못하는 문제가 좀 있다. 문제는 총 50개로 모두 다지선다형이다. 보기가 5~6개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문항이나, 여러 개 선택하는 문항도 있어서 완전한 찍기와는 거리가 제법 멀다. 친 지 제법 오래되어서 브레인덤프 같은 거 할 기억도 없지만, 아무튼 Qt를 야매로 다룬 게 아니라면 ‘쉽다’. 합격선은 60점(그러니까 30/50 이상을 맞춰야 함)이며, 즉석에서 결과 용지는 인쇄해 준다. 실제 자격증은 한 달하고 좀 있으니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어쨌든 난 이제 이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Nokia Certified Qt Developer

Akademy가 진행된 장소는 Demola이며, Demola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지 않도록 사진을 몇 장 찍어 왔다. 저 오락기는 컨트롤러만 오락실로 붙여놓고 내부는 에뮬레이터이며, Akademy 동안 꽤 인기를 끌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오늘의 기분’을 물어보는 기계가 있어서 여러 사람들이 누르고 갔지만 결과가 어디에 공개되었는가는 아직도 모르겠다. Akademy 등록 장소에는 저런 기념품이 많이 쌓여 있었고, 올해는 KDE 스티커가 엠보싱이 아닌 대신 공짜라서 꽤나 인기가 있었다. 저기 저 오리는 원래 등록한 참가자 수만큼 준비한 듯 하지만, 등록만 해 놓고 안 온 참가자가 많아서 2개 이상 들고가는 사람(나 포함)도 있었다. Demola 분위기는 정말로 아늑했다. 땅값 비싼 우리나라에는 저런 공간은 언제쯤 만들어질 수 있을까.

다음날에는 탐페레 교외의 호숫가로 놀러 나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2010년 Akademy 여행기: 제 4일

이제 Akademy의 첫 컨퍼런스 부분은 끝나고, 이제부터는 각종 BoF와 재미난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도 발표를 무사히 마쳐서 안심할 수 있었고, BoF들은 참가자들이 떠나지 않을법한 화요일과 수요일에 집중되어 있었다. 핀란드에 오기 전, KDE e.V. 회의 참가를 위한 프록시를 못 받을 때에 대비해서 탐페레 시내 관광을 월요일과 토요일로 나누어 놓았다. 월요일 오후에도 BoF가 있긴 있으니. 아무튼 지금은 군대에 있는 jachin 님에게 ‘일단 받은’ 프록시를 들고, 자취가 조금 남아 있을법한 탐페레 대학교로 가서 회의장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KDE e.V. 프록시 규정 상 프록시는 e.V. 회원 사이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다. 덕분에 회의장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 상황에서 다른 사람으로 이름을 바꿔 버리는 건 사문서 위조에 해당하니 별 수 없었다. jachin 님도 이 규정을 몰랐고, 나도 몰랐다. 덕분에 내년에 KDE e.V.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지원을 받기 위하여 KDE e.V. 지출 보고서와 항공권은 전달해 주고 왔다. 이게 언제 입금이 될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다시 숙소로 발길을 돌려서, 시내 관광용으로 짐을 다시 싸고, 오후에는 Demola에서 죽칠 수 있도록 오전에는 탐페레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탐페레 시내는 내시얘르비(Näsijärvi)/피해얘르비(Pyhäjärvi) 호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이 두 호수가 연결되는 탐메르코스키(Tammerkoski) 급류를 둘러싸는 형태로 시내 중심가가 놓여 있다. 급류의 수위 차가 18m나 되기 때문에 수력 발전소가 있으며, 급류 동서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5개(철교 1개 포함) 놓여 있다. 탐메르코스키를 가로지르는 다리 중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리는 사타쿤난카투(Satakunnankatu)/해멘카투(Hämeenkatu)를 가로지르는 다리이다. 전자의 다리는 핀레이슨 지역을 지나기 때문에 주변에 공업 지대와 댐 정도밖에 없지만, 후자의 다리 근처에는 탐페레 극장과 시청, 버스 터미널 등 볼거리가 많다.

해멘카투 남쪽으로 본 탐메르코스키 급류.

탐페레 극장

탐페레 옛 시청

데몰라(Demola)로 가기 전 레닌 박물관에 들렀다. 여기서 티셔츠 사오면 본격 좌빨인증(?) 과거 이 박물관 자리는 레닌이 핀란드에 머물렀을 때 사용했던 숙소였기도 하고, 레닌은 핀란드의 독립을 지지하였다. 구 소련 멸망 이후 구 소련 지역에 있었던 레닌 박물관과 동상은 철거 및 폐쇄의 수모를 당했지만, 여기 있는 이 박물관은 아직까지도 잘 버티고 있다. 주소지에 쓰여 있는 건물 3층으로 가면 꽤 작은 박물관이 있다. 표를 살 때 영어로 된 가이드북을 빌려서 들어가자. 주요 전시물은 레닌의 생애, (특히 핀란드에서의) 활동, 임시 전시물이 있다. 제정 러시아에서의 독립 주변에 일어난 핀란드 내전 시기, 레닌의 서명이 들어간 핀란드 독립 승인서는 볼만하다. 내가 갔을 때 임시 전시물에는 무려 조선우표란 게 있었다. 흠좆무.

레닌 박물관 입구

레닌 박물관 입구

레닌 박물관을 지난 다음 뭔가 더 둘러보자니 시간이 애매하고, 그렇다고 Hands-on Qt for mobile 세션은 1시에 시작해서 그냥 노트북 들고 데몰라로 갔다. 과거 핀레이슨 사는 탐페레에 거대한 공장을 가지고 있었고, 한동안은 탐페레를 먹여 살리는 기업이었다. 시대가 현대화되면서 섬유 가공 사업은 비용이 올라서 사양화되었고, 현재 핀레이슨 공장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이후 공장 건물은 일부는 개축, 일부는 신축되어 식당, 박물관, 기업 사무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데몰라가 있던 자리 역시 과거 핀레이슨 공장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탐페레에 있을 때 가려고 했던 박물관 중 3곳이 핀레이슨 지역에 있다. 탐페레에 왔으면 꼭 가 볼 곳 중 하나이다.

배이뇌 린나 광장. Aukio == 광장

배이뇌 린나 광장. Aukio == 광장

저기 저 광장을 지나면 박물관 2곳과 함께 데몰라가 있다. 노키아 맵이 저게 광장이란 걸 제대로 표현해 주지 못해서 처음에 길 찾을 때 좀 낚이긴 했다. 도착한 시간이 12시쯤 되었고, Hands-on Qt for mobile 트랙은 1시부터 시작하고, 아침은 먹지도 않았다. 행사가 준비될 동안 아침을 먹으러 핀레이슨 지역을 뒤지기 시작했다. 조금 내려가니 Ziberia 건물이 보이고, 그 안에 Juvenes에서 운영하는 식당이 하나 있다. 탐페레 대학교에서 같은 상호를 봐서 뭔가 먹는 거겠지 하고 들어갔는데 주황색 옷이 좀 보여서 도움을 좀 받았다. 탐페레 시내의 학생회에서 운영하는 기업으로 식당, 서점 외에도 여러 사업을 한다. 배 고파지면 일로 가면 좋지만, 평일에만 한다는 걸 조심하자.

Hands-on Qt for mobile 트랙에서는 왜 오픈소스인가라는 간단한 발표로 시작하여, 노키아 Qt SDK 및 Qt Mobility 발표를 진행하였다. 이후 할당된 시간은 모두 자유 시간/노키아 쪽에서 도와주는 시간이라서 나는 발표만 듣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Handa-on Qt for mobile

Handa-on Qt for mobile

처음으로 발표를 진행한 Knut Yrvin은 왜 오픈소스가 뜨고 있는지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이제는 오픈소스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이야기했다. 올해 5월 쯤 KDE 뉴스에 이 분의 Norske Talenter 결승 진출 이야기가 떴고, 아쉽게도 입상을 하지는 못했다. 발표 슬라이드 중 이걸 언급한 재밌는 부분이 있어서 잠깐 싣고 지나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 발표는 노키아 Qt SDK와 Qt Mobility 이야기다. Qt SDK는 Qt/S60이 탄생한 이후로 S60 지원을 점점 강화시켰고, Qt Mobility는 PC에서는 사용되지 않지만 모바일에서 사용되는 기능을 모아 둔 라이브러리이다. 과거 내가 쓴 글에서는 Carbide.C++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을 수동으로 설치하여 Qt/S60 개발 환경을 구축한다고 하였으나, 이제는 시대가 완전히 달라져서 Qt SDK 설치 시 S60 관련 옵션이 추가되었다. 아직까지 S60 개발 환경이 공식적으로는 윈도만 지원하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에서는 이걸 누릴 수 없지만, 리눅스에서 Qt/S60 개발 환경 구축을 위한 비공식 페이지도 찾아보면 있다. 특히 Qt 시뮬레이터는 S60v3/S60v5/마에모 환경에서 프로그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볼 수 있다.

Qt 시뮬레이터

Qt 시뮬레이터. S60/마에모 둘 다 돌릴 수 있다.

아무튼 이게 끝나고 Qt Mobility 시연을 하였다. 위젯 몇 개 던져넣고, 배터리, IMEI, 신호 강도 정보를 보여 주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뮬레이터와 실제 장치에 올렸다. 시뮬레이터에는 배터리 부족, 신호 끊김, GPS 위치 정보 등 모바일 환경에서 나타날법한 시나리오를 에뮬레이션하는 기능이 있다. 실제 장치에서도 어려움 없이 프로그램을 올렸다. 아 물론 IMEI 역시 실제 장치의 그것이 뜬다. 이쯤에서 우리나라의 통신비밀보호법은 ESN 시대에 만들어져서 아직까지도 IMEI를 휴대폰 뒷면에 찍고 있지 않으며, ‘일련 번호’라는 괴상한 번호로 가입자를 관리한다. 게다가 IMEI 화이트리스트 같은 폐지되어 마땅한 천하의 개쌍놈들 같은 제도까지 있으니, 아마 안 될 거야.

둘째날은 이거 덕분에 BoF도 많은 편은 아니었고, 본격적인 BoF는 화요일과 수요일에 몰려 있다. BoF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한다.

2010년 Akademy 여행기: 제 3일

반쯤 뜬 눈으로 발표 자료를 마감한 채, 일단 아침 일찍 일어나서 씻고 탐페레 대학교로 갔다. 전날 있었던 Akademy 파티의 영향 때문인지, 아침 10시가 되어도 대학교가 제법 한산했다. 덕분에 내 발표장까지 한산했던 건 우왕 썅. 오전 10시가 되어서도 사람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녹화 장비 문제까지 겹쳐서 한 15분간 지연해서 시작했다가, 결국 다음 발표 때문에 녹화되지 않은 채로 발표를 진행했다. 2008년에 했던 발표에 비하면 나름 대박이었고, 덕분에 발표가 끝나고 Translatewiki.net 운영자와, 카노니컬 쪽 사람까지 만날 기회가 생겼다. 하여튼 이거 덕분에 그 날 내 발표 이후 점심때까지 아무것도 못 들었다.

내 발표 이후 점심 때까지는 여러 Lightning talk가 진행되었다. 그냥 발표에 비해서 세션 시간도 짧으며, 주제도 꽤 다양한 편이었다. 이 시간에 난 사람들을 만난다고 발표장 밖에 나와 있었다. Lightning talk가 끝나고 나서도 다른 한 쪽 세션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이야기가 나왔는데, 못 들은 게 아쉽긴 하지만 발표 덕분에 사람을 만났다는 점에서 다행으로 생각하자. 점심 먹기 전 Akademy 2010 단체 사진을 찍었고, 30분으로 예정된 사진 촬영 시간이 금방 끝나서 그만큼 빨리 점심을 먹으러 갈 수 있었다. 저 사진의 주황색 옷은 일단 자원 봉사자로 생각하면 되고, 나중에 이름을 보니 올해 처음 오는 사람들, 특히 핀란드에서 많이 왔다. 어제 나왔던 연어 스테이크가 그립긴 했지만, 뭐 점심은 먹을만하다.

점심 시간이 끝나고 Aaron Seigo의 키노트가 진행되었다. 지금까지 KDE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는 자리였지만, 브라질에 있는 많은 KDE 수요와 전세계 독일 대사관의 Okular 사용만큼 재미난 뉴스는 없었다. 결코 Chief Morale Officer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발표이다.

Aaron Seigo

Aaron Seigo

이 키노트가 끝난 다음 Platform 트랙으로 들어갔다. 어제 진행된 모바일 트랙은 말 그대로 모바일 플랫폼을 위한 발표이고, Platform 트랙은 윈도 쪽에 집중한 모습이다. KDE on Windows는 KDE 4.0 들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으며, 이제는 제법 그럴듯한 인스톨러도 등장했으며 셸로 Plasma를 쓸 수도 있다. 반면 프로그래머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신경써 왔던 리눅스 이외의 또 다른 세계를 접하는 거고, 따라서 고려하지 않았던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 KDE 소프트웨어는 윈도 시장에는 갓 들어왔기 때문에 앞으로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지 기대가 된다.

Beyond our comfort zone - spreading KDE software to non-free platforms 중

Beyond our comfort zone - spreading KDE software to non-free platforms 중

플랫폼 트랙의 마지막은 Chakra 프로젝트이다. 사실 나야 데비안 계열 이외의 배포판은 ‘말만 들은’ 수준으로 알고 있어서 이게 뭔지 아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자리였다. 발표에서 사용자 편의성을 상당히 많이 언급했는데, 나중에 테스트할 기회가 생겼으면 한다.

Chakra 프로젝트

Chakra 프로젝트

모든 발표가 다 끝나고 이번 Akademy 스폰서 발표가 진행되었다. 인텔, basysKom, openSUSE, Collabora, 캐노니컬(내 기억이 맞다면, 더 있을 수도 있음)에서 발표를 진행하였다. 잠깐 동안의 기업 홍보와 함께 살짝살짝 채용 정보도 알려 주었다. 특히 이번 해 인텔은 오픈소스 쪽 구인 광고를 Akademy에서 했다. 캐노니컬에서는 추첨을 통해서 뭔가 나눠 줬다는 것까지는 기억이 나지만, 경품운이 없는 내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다.

Collabora 홍보 프리젠테이션

Collabora 홍보 프리젠테이션

경품 추첨이 끝나고, 해마다 진행되는 Akademy 시상식이다. 프로그램 부문은 Gwenview의 Aurélien Gâteau, 비 프로그램 부문은 KDE 포럼의 Anne Wilson, 심사위원 부문은 전체적인 문서화의 Burkhard Lück이 받았다. 시상식 장면에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와서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을 수 없었지만, 분위기가 꽤 좋았던 거는 확실하다. 다음날 Demola에 가 보니 상장에 사인하라는 공지가 떠 있었다. 이것으로 Akademy의 키노트 부분은 끝났다.

끝나고 숙소로 돌아오면서, 노키아에 있는 인도인 직원 한 분과 이야기하면서 들어갔다. 한 때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에도 근무했던 적이 있었고, 현재 노키아에서 맡고 있는 부문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다행히도 한국 사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없어서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자기는 다음 날 직장에 나가야 해서 이번 Akademy는 발표만 듣고 들어간다고 하였다. 게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인도 사람들이 작년과 재작년에 비해서 상당히 많았다. 사실 이게 전 여행동안 중국인이나 일본인 오해받지 않은 유일한 자리였던 게 애시당초 여기 오는 아시아인이 인도, 중국, 한국 정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여태까지 Akademy에서 일본인 찾기는 불가능했기에 가능하다.

탐페레 대학교에서 숙소로 오려면 역 위를 지나야 하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Sm4가 탐페레까지 올라와 있다. ‘어 이놈 탐페레 올 일이 없을텐데’ 하면서 갸우뚱거리다가, Akademy 이후 헬싱키에 와서 이게 왜 여기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

탐페레 역에 있는 Sm4

탐페레 역에 있는 Sm4

내일은 KDE e.V. 회의가 있고, 올해 의제인 사무실 이전과 OIN 가입에 대한 내 나름대로 생각과 프록시를 받아서 들어가려고 했는데… (다음 편에서 계속)

2010년 Akademy 여행기: 제 2일

올해 들은 발표를 되짚어 보면, 생각만큼은 많지 않았다. 비록 재미난 건 많았지만 이 날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체력 보충도 제대로 안 되었고,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7시 15분(이게… 10시간 가까이 된다) 동안 점심과 저녁 빼고, 발표만 진행된 탓에 제대로 집중하기가 힘들었다. 커피 쿠폰이 4장이나 나온 게 다 이유가 있었군 도중에 잠깐 나가서 쉬기도 하고, 오후 늦게 있는 발표는 안 듣고 와서 잠이나 잤다. 그래도 후보작을 꽤나 높은 비율로 압축한 탓에 들을거리는 많았다. 여기다가 한 술 더 떠서 오후 8시부터 파티까지 있었으니… 첫날 체력 게이지를 잔뜩 깎아서 둘째날 발표를 못 듣게 하려는 주최측의 음모다는 건 훼이크고… 써 놓고 보니 진짜 같다는 느낌도 든다.

뭐, 일단 탐페레 대학교에서 첫 두 날이 진행된다. 오프닝 행사가 9시 반부터고, 9시 45분 노키아에서 온 Valtteri Halla의 미고 프리젠테이션으로 시작하였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슬라이드는 공식적으로 올라오지 않았지만, 어쨌든 비디오는 있다. 큰 밑그림은 노키아와 인텔이 앞으로 미고를 어떻게 쓸 것인지고, 엔드 유저나 프로그래머가 좋아할만한 떡밥은 가끔씩 터져 나왔다. 처음에 노키아가 트롤텍을 인수한다고 하였을 때 모바일 플랫폼에 쓸 것이라는 예상은 모두 하고 있었고, 그게 바로 미고다. 비록 실제 제품화는 경쟁 진영에 비해서 상당히 늦었지만, 그 동안 각종 오픈소스 회사 및 프로젝트와 협력을 눈에 안 보이게 하고 있었고, KDE 쪽에서 개발한 기술도 미고에 많이 흡수되었다.

첫 날 한쪽 발표장은 사실상 모바일 트랙이 독점하였고, 다른 한 쪽은 커뮤니티와 개발이다. Collabora에서는 텔레파시 이야기를 들고 왔고, 그 다음 발표가 Qt 기반 프로그램을 오비 스토어에 올리기다. 예전에 올렸던 Carbide C++/Open C++/Qt 라이브러리 설치는 Qt/S60이 베타 시절 이야기고, 지금은 Qt 크리에이터가 그만큼 발전해서 S60용 개발 도구와 시뮬레이터를 같이 설치할 수 있다. 당연히 저 세 조합을 설치할 때보다는 쉽다. 웹킷 컨트롤 하나 올리고, 주소 표시줄과 뒤로/앞으로 버튼만 슥슥 올려 주고, 시그널과 슬롯만 이어 주면 웹 브라우저 데모가 탄생한다. 발표 중에 심비안의 큰 문제인 인증 이야기도 잠시 나왔다. 자가 서명한 인증서를 사용하면 무료, Symbian Signed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유료, 오비 스토어 개발자 계정이 있으면 무료이나 오비 스토어로만 배포 가능하다. 미고에는 인증 개념이 없다. 애시당초 심비안의 인증이란 게 플랫폼 보안과 직결된 거라서 일정 수준 이하로 간단하게는 못 만들 것이다. 이쯤 들은 다음 잠시 쉬러 나왔다.

안드로이드 iOS 꺼져

안드로이드 iOS 꺼져

발표는 일단 여기까지 듣고, 오전의 키노트 및 이 발표까지 IRC로 중계한다고 닳아 버린 노트북 배터리를 충전시키러 조금 빠져나왔다. 충전 센터의 많은 자리가 점령되어 버려서 빈 자리를 간신히 하나 찾았다. 거기서 오늘 챙긴 수확물(각종 스티커, 오리)을 정리하던 중 갑자기 펭귄이 방에 난입했다. 기분 전환을 위한 주최측의 장난 치고는 꽤나 엉뚱했다. 나중에 참가자들의 사진을 보니 저 펭귄은 이곳저곳 다녔다.

펭귄이_지나가네.jpg

펭귄이_지나가네.jpg

발표장 바로 바깥에는 적절한 식당과 커피가 있었다. 뭐 핀란드 사람들이 커피 좋아하는 사실 정도는 알고 넘어가는 게 좋다. 그냥 커피만 뽑으면 상당히 쓴 놈이 튀어나오므로 설탕인지 자일리톨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단 거를 넣거나, 우유를 넣지 않으면 상당히 쓰다. 그런데 이런 놈을 들이부어도 잠이 오는 건 무슨 센스인지 참. 고등학교 때 커피계가 몸에 잘 듣지 않아서 잠과 전쟁할 때에는 미리 잘 시간을 벌어두는 게 답이라는 걸 깨닫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잘 없는 진한 커피로도 어쩔 수 없는 거 보면 GG. 환경 보호에도 신경쓰고 있어서 샌드위치류를 잘라먹기 위한 식기는 대개 나무에 종이 접시였다. 에너지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재활용 가능한 쓰레기는 따로 모으고 있다.

행사장 바깥

행사장 바깥

아무튼 커피를 좀 들이붓고 재미있어 보이는 Marble 모바일 발표를 듣고 왔다. 이미 Marble은 Qt만 사용하는 버전도 같이 개발되고 있으며, 지도를 보여주는 데는 이만한 프로그램은 없다. 버전이 점점 올라가면서 GPS에 바로 접근해서 경로를 가져오거나, Qt 컨트롤로 변신하여 다른 프로그램에서 지도를 보여주는 등 여러 기능이 추가되었다. 오전 발표는 이 정도로 끝나고, 오후 2시가 다 되어서야 점심을 먹으러 갔다. 학교 식당에서 7유로 정도의 뷔페로 해결하고, 오늘의 메뉴는 연어 스테이크였다. 다행히도 밥이란 게 나와서 많이 퍼먹었다.

7유로에 이런 거 구하기 힘듭니다

7유로에 이런 거 구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여기를 벗어나면 이 정도 음식을 먹으려면 돈도 좀 비싸져서 가능하면 점심을 많이 퍼먹고, 아침과 저녁을 줄여서 돈을 아꼈다. 저기 나온 저 연어 스테이크는 꽤나 맛이 괜찮았다.

오후 발표로는 KWin 모바일 이야기를 들었다. 모바일에서 사용되는 OpenGL ES로 변환, 모바일을 위한 새로운 UI 설계, 제스처 등의 흥미있는 떡밥이 나왔다. 실제 N900에서 사용할 수 있는 KWin 모바일 버전도 이 때 시연해 보았다. 데스크톱에서 볼 수 있는 효과 중 창 크기 조절은 과감하게 삭제되었으며, 창을 그룹별로 나누고 제스처를 사용하여 화면을 전환하는 것 까지 시연하였다. 발표 중에 월드컵 8강전 독일 대 아르헨티나 경기가 열려서, Plasma의 네트워크 애플릿 공유를 사용했는지 뭔지 모르겠지만 화면 한쪽에 점수가 떴다.

KWin on N900

KWin on N900

아르헨티나 대 독일 0:1

아르헨티나 대 독일 0:1

이거 다음 들은 발표가 KDE 플랫폼 프로필이다. KDE가 모바일과 같은 여러 플랫폼으로 이식되려면 플랫폼에 따라서 필요한 기능 집합이 바뀌어야 한다. 데스크톱/넷북/MID 다 특성이 다르며, 그에 필요한 기능이 다르다. 현재는 Plasma 넷북을 제외하면 별도로 구분되는 게 없지만, 차후 더 개발이 된다면 플랫폼에 따라서 KDE가 어떻게 생기는지도 바뀔 가능성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발표는 이거 말고도 하나 더 있었지만, 흥미가 이미 좀 사라져서 잠 자러 들어갔다. 그와 함께 다음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내 발표를 좀 더 가다듬기 위해서, 그 날 있었던 파티에도 불참하였다. 2008년과 2009년 파티는 꽤나 괜찮은 경험이었지만, 한 번 말려들었다가는 언제 끝날지도 몰라서 내 발표에 집중하기 위해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탐페레 대학교에서 컨퍼런스가 진행된 곳을 찍고 왔다. 탐페레 대학교를 빠져나오면 철도를 가로지르는 육교가 있는데, 여기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탐페레 역이 잘 보인다. 오늘은 탐페레 역 남쪽에 Sr1 5중련과 급행 객차가 있었다. 차후 철도 여행기에서 설명하겠지만, 핀란드의 P(ikajuna) 열차는 결코 Express가 아니다.

탐페레 대학교

탐페레 대학교

Sr1 5중련

Sr1 5중련

아무튼 이 정도만 하고 방에서 발표 자료를 보강하였다. 과연 내일 아침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