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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공용 컴에 IE8 깔기

며칠 전 집에 오면서 부모님을 기다린다고 부산역 라운지에 잠시 들렀다. 공용 컴퓨터가 총 3대 있었고, 시간을 죽일 목적으로 잠깐 거기 앉았다 갔다. 공용 컴퓨터는 당연히 내 예상대로 IE6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투명 PNG 버그나 InPrivate 모드 등 고급 기능을 이용할 수도 없었다. 투명 PNG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사이트는 깨짐을 각오하고 들어가며, InPrivate 모드 따위가 없기 때문에 인터넷 옵션에 들어가서 웹 브라우징 기록 및 쿠키, 캐시 등을 수동으로 지워 주고 나와야 한다. 게다가 IE6이 깔린 공용 컴퓨터는 인터넷 임시 파일 크기도 더럽게 크게 잡아놔서(7인가 8부터 기본 100MB) 이거 지우는 데 한 나절이 걸리기 마련이다. 지울 수 있으면 양반이지만, 인터넷 옵션도 막아 둔 컴퓨터에서는 참 찝찝하다.

IE6과 IE8

IE6과 IE8. 탭 표시줄만으로 구분이 가능하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8은 캐시와 히스토리를 저장하지 않는 모드를 기본적으로 지원한 최초의 브라우저라고 알고 있다. 파폭 3.5가 그 다음, 크롬이 그 다음 다음이라고도 알고 있다. 노트북을 태워버린 기억 때문에 M$ 윈도와 거기 딸린 구성요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InPrivate 모드는 정말 칭찬해 주고 싶다. 특히 공공장소에서는 InPrivate 모드가 여러분의 친구이다. 일일이 지워 주지 않아도 브라우징 기록을 지워 줘서 프라이버시 보호에 살짝 도움이 된다. 공용 컴을 관리하는 관리자들을 위하여, 레지스트리만 살짝 편집해 주면 IE를 기본적으로 InPrivate 모드로 시작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시간이 나면 IE6이 깔린 공개 컴퓨터들을 IE8로 업그레이드시켜 주고 있다. 예전에는 XP SP2가 깔린 컴퓨터를 XP SP3으로도 업그레이드시켰지만, 지금은 많은 공용컴들이 SP3을 깔고 있다는 게 다행이다. 내 경험 상 파폭이나 크롬 등의 다른 브라우저를 깔아 두면 효과가 전혀 없기 때문에 IE8 업그레이드가 가장 효과가 좋다. 공용 계정에 제한된 권한만 주어져 있다면 IE6 이상으로 업데이트할 수가 없지만, 다행히도 대부분의 대한민국 컴퓨터들은 공용 계정에도 그놈의 ActiveX 때문에 관리자 권한이 주어져 있어서 필요하다면 IE8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ActiveX를 개인적으로 엄청 싫어하지만, 이런 환경을 만들어 준 건 감사하다.

간단한 인터넷 익스플로러 업그레이드 하나만으로 방치되고 있는 공용 컴퓨터들의 보안을 쉽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며, InPrivate 모드가 있기 때문에 그 컴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어 준다. 내가 본 충격적인 광경은 내 옆자리를 사용하던 사람이 다음에 로그인해 두고 로그아웃도 하지 않고, 창도 닫지 않은 채 자리를 뜨는 광경이었다. 로그인도 되어 있어서 누군가가 흑심을 품으면 개인정보를 조작해 두고 튈 수도 있었겠지만, 실제 그럴 사람이 있을까봐 로그아웃을 누르고 튀었다. 다음이어서 어느 정도 다행이었지, 회사 인트라넷이나 증권사 등에 로그인되어 있었다면 참 끔찍했을 것이다.

참 위험하게 사용하는 공용컴

참 위험하게 사용하는 공용컴. 로그아웃도 안 눌러두고 가셨다.

공용 컴퓨터 관리자들은 그렇게까지 좋아하지 않겠지만, 근처에 있는 공용 컴퓨터들을 IE8로 업그레이드하는 캠페인을 시작하고 싶다. 근처에 IE6을 아직도 쓰고 있는 공용 컴퓨터가 있으면 시간날 때 차근차근 업그레이드했으면 좋겠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전국적인 보안 상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본다.

서버 근황

11월 15일 있었던 학교 정전 이후 서버가 ‘탔다’. 정전이 끝나고 스위치를 넣는데 부팅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정전이 되기 전에 shutdown을 사용해서 시스템을 제대로 꺼 놨기 때문에 뭔가 큰 문제일 것 같아서 케이스를 뜯어 보았다. 기존에 사용하던 ASUS P4PE 메인보드는 LED가 달려 있는데, 전원을 넣으니까 LED가 깜빡깜빡였다. 뭔가 메인보드가 맛간 것 같은데, 파워가 원인인 것 같기도 했다. 때마침 SPARCS 작업용 데스크톱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메인보드가 한 장 비게 되었다. 같은 케이스에다가 꼽아 봤더니 역시 칙칙 하는 소리만 나면서 부팅이 되지 않았다.

파워 이상인 걸 직감하고 새 케이스와 새 파워를 가져와서 부팅을 시도해 보았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한 번 파워를 잘못 꼽아 맛간 메인보드는 더 이상 다시 살아나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 하늘이 노래진 적도 없었다. 결국 내 돈 주고 샀던 메인보드 두 장을 그 길로 버리고(어차피 CPU는 팔아봤자 돈도 안 나오는 물건이니) 램과 하드만 챙겨서 기숙사로 돌아와 서버 계획을 다시 짰다.

예정에 없던 업그레이드를 하는 거라 좋은 쪽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부품을 그냥 질러 버리기로 했다. 펜티엄 듀얼코어 E6300(FSB 1066, 2.8GHz), ASRock G41M-S(기가비트 랜 달린 상위 모델이 한국에는 이상하게 안 나왔다), DDR2 램 4GB로 가기로 했다. 파워는 와트당 만원이라는 공식대로 고르고, 케이스와 하드는 있던 걸 재활용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이라면 11월 21일이나 22일 용산에 가서 부품을 사려고 했으나… 19일 목요일에 신종플루로 집에 갇혀 버려서 용산 가는 계획은 허탕만 치게 되었다.

25일이 되어서야 학교로 올라올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용산 가는 계획도 29일로 미루어졌다. 일요일에 용산 대부분 가게가 닫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탓에 선인상가로 들어갔을 때 그 적막감은 잊을 수 없었다. 때마침 서울에는 비도 와 주고 있어서 컴퓨터 부품 가게 찾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선인상가를 휘젓고 다닌 끝에 DDR1 메모리 512 4개와 1GB 1개는 적당한 가격에 팔았고, DDR2 2GB를 일단 하나 사 왔다. 펜티엄 듀얼코어 E6300, ASRock G41M-S3, 히로이찌 500W 2개를 사서 대전으로 내려왔는데…

모델명에서 알 수 있듯 저 메인보드는 DDR3을 사용하는 것이다. 사전 조사할 때 그걸 모르지는 않았지만, 일요일 거의 문을 닫은 선인상가에서 간신히 부품 업체를 찾았을 때 기쁨 때문에 DDR3 메인보드라는 건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서버의 대부분 부품을 조립했는데 메모리가 없어서 전원을 켜지 못했을 때만큼 난감한 상황도 없었다. 하드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복사하려면 일단 컴퓨터가 켜져야만 하므로 램과 하드만 빼놓고 조립한 다음 DDR3 메모리를 주문했다.

이번에는 최저가에 낚여서 DDR3 2GB 2개를 배송비 포함 10만원에 지른 쇼핑몰과 싸움 시작이다. 배송 자체는 평균적인 속도지만, 쇼핑몰 홈페이지에 전혀 업데이트가 되지 않아서 보는 사람 더 초조하게 했다. 특히나 이번 경우는 램만 있으면 컴퓨터 완성이라서 기다리는 한 시간, 기다리는 하루가 참 타들어갔다. 배송 자체는 진행되고 있는데 문자도 가지 않고 배송 조회도 안 되어서 이놈들이 날 가지고 장난치나 싶었지만, 일요일 자정에 주문한 게 결국 수요일 저녁에 날아왔다.

파워가 또 타지나 않을까 조심하면서 전원을 넣어 보았다. 과연 연구소 보드답게 POST 그림이 세 종류가 번갈아가면서 나타났다. 바이오스 셋업으로 들어가 보니 섹션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오버클러킹 메뉴가 보이고, 뭐 나머지 셋업들은 괜찮은 편이다. CPU 소켓 위로 콘덴서 박는 자리는 4개지만 실제 콘덴서가 3개만 박혀 있어서 떨어져 나간 거 아닌가 했는데 원래부터 3개라는 걸 알고 마음이 좀 놓였다. 전압이 출렁댄다는 말도 있었는데, 하드웨어 모니터링 칩이 보고하는 전압은 예전 ASUS P4PE보다는 더 안정적이었다. 내가 오버를 안 해서 그런가보다.

기존 하드에 설치된 우분투 8.04도 작동은 하지만 새 보드의 하드웨어 모니터링 칩을 인식하지 못해서 배포판을 업그레이드하기로 했다. 네트워크에 일단 연결한 다음 우분투 8.04->8.10->9.04->9.10이라는 세 단계의 업그레이드를 나눠서 했다. 데비안처럼 소스 리스트만 고치고 apt-get dist-upgrade 해 줘도 될 것 같긴 하지만 우분투에서는 이 방법보다는 자체 업그레이드 관리자를 사용한다. 업그레이드가 다 끝나고 나서야 최근 버전의 우분투에서는 Xen 커널이 빠지고(컴파일은 가능하며, 사용자 공간 유틸리티는 있다) KVM을 주 가상화 도구로 쓴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번에는 중고품을 긁어오는 대신 새 부품들 가지고 서버를 조립한 만큼, 중고품으로 도배한 서버보다는 좀 더 오래 가기를 빈다.

새 서버의 CPU와 메인보드

새 서버의 CPU와 메인보드

노키아여, 작년 Akademy 때처럼 해 주면 안되겠니

노키아 6210을 하나 낚아보기 위해서 여친님과 함께 신촌을 휘저어도 쓸만한 가격대가 안 나오고, 학교에 있는 KTF 판매점은 더 어이없는 가격을 부르길래 “도대체 이거 언제 풀리냐”고 기다리고만 있다. 학교 KTF 판매점에 사람 왈 “그거 쓰면 좀 불편할텐데”. 택도 없는 소리라캐라. 난 이제 한국 폰 좀 그만 쓰고 싶다. 물론 모토로라 같이 소프트웨어를 한국 걸로 바꿔치기한 외국 폰 포함해서.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아이폰 따위는 집어치우고, 그나마 가격이 싼 노키아 6210을 노리고 있다.

지금까지 모아(?) 본 노키아 6210 팸플릿이다. KTF가 상당히 공을 들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젭라 물건이나 풀어줬으면 좋겠다. 물건 풀기도 전에 팸플릿부터 풀면 뭥미.

지금 내가 쓰고 있는 SPH-W2100이 이제 가시려고 하고 있다. 버튼에 백라이트가 안 들어오는 건 좋은데, 밤만 되면 키패드에서 소리가 난다. 왠지 백라이트 유닛 문제인 것 같은데, 삼성 가서 AS를 맡기니까 20을 부른다. 이러느니 폰을 하나 사고 말지. 전에 썼던 LC8000처럼 고칠 미련이 남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자세한 건 아래 사진을 보면 안다. 보다시피 위쪽만 백라이트가 들어와 있다.

위쪽에만 백라이트가 들어와 있다.

위쪽에만 백라이트가 들어와 있다. 백라이트만 고자가 된 게 아니라 삐- 거리는 짜증나는 소리까지 난다.

아 그래 내가 올 초에 이 글에 설득당했지. RSS 리더를 봤는데 글을 본 기억은 분명히 나던데 원본 URL을 까먹어서 검색 좀 했다. “When you buy a Nokia telephone you support free software. Do not buy an iPhone, do not buy a Palm, buy a Nokia.” 이 말을 보면서 노키아의 저력을 느낄 수도 있었다. 당장 작년에 뇌물 좀 먹은 건 둘째쳐도, 노키아는 이미 S60에 웹킷을 포팅한 적도 있고, 웹킷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Qt/KDE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는 것은 절대로 빼먹을 수 없는 사실이다.

노키아가 N810을 뿌리면서 했던 말이 “KDE 개발자들에게 뿌리면 무언가 새로운 게 나오지 않겠느냐”였다. 뭐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한 사람도 분명히 있겠지만, 이미지 마케팅이란 것도 만만치 않다. 2008년 8월 당시에도 노키아 N810은 한참 잘 나가는 기계였고, 그 때도 결코 소프트웨어가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무렵에 maemo용 Qt 포팅 작업이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고, Qt 프로그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금이야 garage에도 Qt 프로그램이 올라와 있고 (아 물론 나도 하나 만들 계획은 있지만) KDE 개발자들 사이에서 노키아 이미지가 결코 안 좋지 않으니까 돈 제대로 투자한 건 맞다.

자, 이제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6210이 갓 풀리긴 했는데 심비안 S60은 한국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플랫폼이라서 한국어로 된 쓸만한 소프트웨어가 없다. 아니 다른 소프트웨어를 번역하고 싶어도 뭐가 뭔지 모르는 개발자가 태반일 것이다. 스마트폰의 생명은 사실상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는 건 내가 LC8000을 쓰면서 느꼈기 때문에, 두 말 하면 잔소리일 뿐이다. 노키아가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첫 모델이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해야 할 것이고, 인지도 확보를 위해서라면 소프트웨어가 많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키아는 저 전략 한 번 더 써 줬으면 고마울 따름이다. 엉엉. 이미 삼성과 SKT와 M$가 합작으로 옴니아(SKT가 재수없으므로 T*은 빼겠다) 소프트웨어 경진대회를 열어서 나름대로 킬러앱을 확보하려고 애를 썼기도 하고, 이 전략은 이미 노키아 자신들이 써먹은 적이 있다. 그 때 뿌린 N810이 150대고, 대당 300$를 잡아도 45000$ 정도이다. (현재 환율 약 6000만원) 옴니아 소프트웨어 경진대회 때 뿌린 상금이 총 합쳐서 3000만원이니, 적어도 SKT-삼성-M$만큼만 써 줘도 좋은 프로그램이 나온다는 걸 장담한다.

아무튼 절대로 6210 한 대 공짜로 받고 싶어서 이런 글 쓰는 것 아니다. 단지 심비안 소프트웨어의 부족을 이런 식으로 해결하면 어떻겠냐는 글 뿐이다. 어차피 이 글 보고 나한테 뭔가 지원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동대구역 잡사

해운대역까지 무려 경부선을 경유해 주시는 새마을호 #1207을 타기 위해서 동대구역에서 죽치고 있었다. 먼저 타고 온 KTX #117에서 내려서 플랫폼을 바라보니 #1207과 #1203이 줄줄이 지연되는 바람에 시간을 좀 벌어볼 수 있었다. 일단 닥치고 플랫폼으로 나가 보니 이딴 것들이 보였다.

싸... 싸궁화다!

싸... 싸궁화다!

최근 CDC가 집단으로 개조된 일명 싸궁화 아니었던가! CDC는 과거 비둘기 및 통일호 객차와 동차의 퇴역에 대비하여 통일호의 말년(1996년부터)에 도입되어서 통일호 등급이 사라지기 전까지만 해도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모자랐던 차량이지만, 통일호가 통근열차로 대체되고 운행 구간이 점점점 줄어들고 나서부터는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넘치는 차량이 되었다. 게다가 차량 성능 자체는 기존 무궁화호 디젤 동차에 비해서 딸릴 것이 없으면서도 통일호 급으로 굴렸으니 낭비 아닌가.

싸궁화에 달려 있는 미니카페.

싸궁화에 달려 있는 미니카페.

이에 코레일에서는 CDC를 무궁화호로 개조하여 운행하기 시작하였고 기존의 무궁화호 디젤 동차를 대체시켜 나가고 있다. 2008년 초에 한 편성이 시범적으로 무궁화호로 개조되어서 투입된 다음 품평회를 가지고 양산하기 시작하였다. 새마을과 무궁화에 요즘 많이 보이는 열차카페처럼 한 칸에 미니카페를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한 번 타보고는 싶은데 운햏 구간을 아직까지는 알 수가 없다.

하여튼 저 사진을 찍고 돌아오니 손이 얼어붙어서 환승 대기실에서 좀 손부터 녹였다. KTX에서 내릴 때만 해도 열차가 지연되었다는 말만 하던 것이 이제 지연 상황이 파악된 듯 하였다. 역내에는 동력차 고장으로 무궁화가 퍼졌다는 말이 나오고, 전광판에는 무궁화 26분 지연에 새마을 12분 지연이 표시되었다. 승무 교대를 하기 위해서인지 환승 대기실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기관사님들이 몇몇 보였다. 하여간 저 지연 안내를 보면서 내가 왜 KTX 타고 부산역까지 안 갔을까 후회도 들었지만, KTX 입석 승객으로 통로까지 붐비는 지금 상황에서는 새마을호가 텅 비어 주어서 고맙기만 하였다.

지연크리

지연크리. KTX가 저렇게 지연 먹었다면 보상받았을 수 있었을텐데.

동대구역을 이제 떠나려는 채비를 할 때쯤 반짝거리는 전기 기관차가 하나 들어왔다. 8262호. 8262라면 제조된 지 얼마 안 되었을 텐데 왜 퍼졌을까 의아해하면서 일단 사진부터 찍으러 나갔다. 특히 몇 달 전에 이 루트를 탔을 때에도 똑같은 전기 기관차가 들어와서 발차 동영상을 찍으려고 했는데 기적 소리에 놀라서 제대로 된 영상이 안 나와서, 이번에는 제대로 된 8200호대 발차 동영상을 찍어 보자는 결심까지 하였다. 하여간 사진도 잘 나와서 만족스럽다.

8262호 전기 기관차.

8262호 전기 기관차. 금속으로 된 차호가 눈에 띈다.

8200호대도 처음 들어온 것은 차호가 그냥 스티커 형태였는데 요즘 들어온 것들은 아주 금속을 박아 둔 느낌이다.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도 좋고, 미관상 좋기도 하다. 결국 발차 동영상도 찍는 데 성공하여 모처에 올릴 수도 있었다.

20초 부근에서 시-미-라-레- 소리를 들었는가? 유로스프린터 계열 차량들에서 공통적으로(라고 하지만 8200호대는 좀 다름) 들을 수 있는 구동음이다. 이외에도 지멘스제 인버터를 탑재한 철도 차량에서 이런 식으로 올라가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튼 이 동영상을 찍고 나니까 내가 타고 갈 새마을 열차가 들어왔다. 평소 이렇게 환승을 하면 약 20분간 동대구역에서 대기해야 해서 짜증났는데, 안 그래도 지연까지 겹쳐서 더 열받긴 하였다. 그래도 나름 괜찮은 장면을 건질 수 있어서 편하게 타고 왔다.

독재 국가와 철도: 루마니아와 알바니아

우선 들어가기 전에 이 글은 절대로 어떤 나라의 어떤 대통령을 겨냥하고 쓰는 글이 아님을 밝혀 둔다. 단지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서 찾은 재미있는 사례를들 정리해 둔 것 뿐임을 밝힌다.

동유럽 국가들과는 그 동안 교류가 제한되어 왔기 때문에 그들에 대한 정보는 사소한 것이라도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정보가 될 수 있다. 대개의 동유럽 국가들은 한 때 소련의 일부였거나 소련의 영향을 받은 나라들이고, 공산주의가 붕괴되기 전까지 적어도 한 명 이상의 독재자 또는 독재 성향이 강한 정권이 있었던 나라들이다. 대개 이러한 정권의 특징으로는 개발을 중요시했다는 것이며, 일부 나라들은 철도를 개발의 상징으로 삼기도 하였다.

루마니아에는 19세기부터 철도가 깔리기 시작하였다. 제 1차 세계 대전을 주변으로 하여 많은 철도들이 생기고, 또한 기존 철도들도 복선화되기 시작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1947년부터 공산 정권에서는 철도를 산업화의 상징으로 삼았고, 도로 등 다른 교통 수단의 희생을 감수하면서 철도를 깔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부터는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주변의 철도들이 차례차례 전철화되기 시작하였고, 전철화와 복선화는 점점 확대되어 1969년 당시 전 노선이 전철화되기도 하였다.

니콜라이 차우세스쿠. 과거 루마니아의 독재자. 출처: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Nicolae_Ceausescu.png

니콜라이 차우세스쿠. 과거 루마니아의 독재자.

이러한 발달된 철도 교통망은 공산 정권이 붕괴되기 전까지만 해도 엄청 탄탄하였으나, 1989년 혁명과 차우셰스쿠 처형 이후로 철도 교통망은 급속히 마비되기 시작하였다. 1960년대의 최첨단 철도는 시간이 갈수록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기 시작했고, 공산 정권 당시에 엄청나게 깔아제낀 철도 탓에 이후 세대에서의 관리도 힘들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 위기까지 찾아오면서 철도 차량의 상태도 점점 나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루마니아 국유 철도는 여러 회사로 분사되고, 일부 자회사는 사유화 단계를 밟고 있기도 하다. 사용 빈도가 적은 각종의 지선 철도를 정리하고, 철도 차량을 현대화하는 각종의 노력 끝에야 철도 교통이 정상화될 수 있었다.

루마니아 철도를 현대화하기 위하여 도입된 지멘스 데지로 디젤 동차. 출처: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Sageata_albastra_in_pitesti_station.jpg

루마니아 철도를 현대화하기 위하여 도입된 지멘스 데지로 디젤 동차.

동유럽의 또 다른 재미있는 나라로 알바니아가 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철도를 통해서 잘 이어져 있지만 알바니아만은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알바니아도 꽤 오랫동안 공산 독재를 경험했던 나라 중 하나이다. 현재의 북한처럼 개인 소유의 자동차가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알바니아 역시 철도 교통망이 잘 갖춰져 있었다.

알바니아에는 1900년대 중반에 철도가 개통되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임시로 부설하였던 협궤 철도를 개량하여 간선 철도가 되었다. 알바니아의 독재자 엔베르 호자가 집권하였던 1985년까지만 해도 철도는 깔리고 깔려서, 심지어는 1986년에 국제 철도가 개통되기도 했지만 당시의 (현재도 마찬가지지만) 불안정한 정치와 선로 상황 때문에 여객 영업을 할 엄두는 내지도 못하였다.

엔베르 호자. 과거 알바니아의 독재자.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File:Hoxhachairart.jpg

엔베르 호자. 과거 알바니아의 독재자.

그러나 호자 사망 이후 더 이상의 철도는 깔리지도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경제 상황으로 인한 차량 도둑과 차량 정비 상태도 심각하다. 그래서 1960~80년대에 중고로 도입한 차량들이 그대로 굴러다니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유럽 어지간한 나라에 다 되어 있는 전철화도 전혀 안 되어 있다. 지금은 체코에서 사 온 T669 기관차를 굴리고는 있지만 어지간히 돈이 안 들어가는 이상 이 알바니아 철도를 고칠 엄두를 낼 수도 없다.

알바니아 철도의 객차. 이탈리아에서 사용되었다는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출처: http://www.angelfire.com/ak/hekurudha/hshpix05.html

알바니아 철도의 객차. 이탈리아에서 사용되었다는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정리하자면, 이 두 독재자들은 국가 발전을 위해서 철도에 많은 돈을 들였고 독재자 사망 이후 국가의 철도 사업에 중대한 위기가 찾아왔으며,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요즘 2MB는 SOC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대운하가 안 되니 이런 식으로라도 전국토를 공사판으로 벌이는 것이 어쩌면 그로서는 최선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구잡이식 SOC 신규 개발과 저 독재자들의 이미지가 겹치는 것은 무엇일까. 한 사람의 철도 동호인으로서는 신규로 철도 노선을 팍팍 깔아 주는 것이 좋긴 하지만, 왠지 저 독재자들의 노선과 겹치는 점이 있어서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