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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Akademy 여행기: 제 8, 9일

사실 Akademy는 공식적으로 제 8일째인 2010년 7월 10일에 끝나고 9일차 일정은 없지만, 글의 분량을 위해서 합쳤다. 어제 있었던 Field Trip만 참가하고 간 사람이 많아서 오늘의 Demola는 상당히 한산하다. BoF도 참가자들이 다 가 버려서 들을 사람만 들을 BoF만 남아서, 난 탐페레 시내 구경한다고 점심까지만 먹고 나왔다. Sjors Gielen은 결국 maried를 다 디버깅했는데 봐 준 사람이 얼마 없어서 안습.

maried

maried

점심 먹으러 행사장 근처에 있었던 Ziberia를 마지막으로 갔다 온 다음 Demola 건물 1층에 있었던 TR1을 찾았다. TR1은 미술관이었고, 그 옆에 바로 붙어 있는 Rupriikki는 자그마한 통신 박물관이다. 금요일은 무료 입장이라서 그냥 들어갔다. 핀란드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GSM 전화기의 기지국, 원격 송수신이 가능한 타자기 등 핀란드에서의 통신의 역사를 볼 수 있었다. 핀란드에서 유선 전화가 최초로 깔린 곳은 바로 탐페레이다.

Akademy 행사장과 그 옆의 TR1

Akademy 행사장과 그 옆의 TR1

Ziberia에서 점심을 먹은 다음 같은 건물 안에 있는 스파이 박물관으로 갔다. 핀란드는 제2차 세계 대전 동안 추축국 편에 붙긴 했지만 이건 소련을 치기 위한 전략적인 이유였다. 제2차 세계 대전이 연합국의 승리로 기울면서 핀란드는 땅도 뜯기고 독일군과의 협력 관계를 청산해야만 했고 소련에 전쟁 배상금도 물어야 했으며, 이후 중립국을 선언하였다. 러시아가 바로 옆에 붙어 있고, 서방 세계와도 친했기 때문에 러시아에서 갓 독립했을 때부터 핀란드 내 스파이 활동은 꽤 활발했다. 보이지 않는 잉크라든가, 세계 대전 동안 사용된 각종 장비 등이 볼거리이다. 여기 박물관은 무려 인터넷으로 가게도 운영한다.

Akademy 동안 이용한 Ziberia

Akademy 동안 이용한 Ziberia

자 이제 좀 일찍이긴 하지만 숙소로 돌아가자. 다음 날 오전 동안 탐페레 시내를 구경하고 오후에는 좀 쉴 계획이었고, 핀란드 와서도 KDE 번역은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이 날 저녁에는 숙소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인도 사람들의 협찬으로 ‘고기가 안 들어갔는데 한국에서는 맛 보기 힘들 정도로 매운’ 카레와 ‘풀풀 날리는’ 쌀이 나왔다. 둘을 같이 놓고 먹으니 쌀이 풀풀 날아가는 게 좀 덜해서 먹을만했고, 기분 좋게 공짜 맥주도 돌았다. 숙소에 있던 TV와 N900을 연결해서 Gluon 데모도 하고 있었다. N900의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서 블럭을 맞추는 데모였다.

사타쿤난카투. 뒤에 보이는 건물은 옛 핀레이슨.

해멘카투. 앞에 보이는 건 탐페레 역.

시차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다 자러 갔을 때 쯤 되어서 나도 잠을 자기 시작했고, 토요일이 되었다. 오늘은 탐페레 시내를 구경하는 날이고, 여러 사람들이 추천하는 대로 퓌니키(Pyynikki) 전망대를 찾기로 했다. 한국에 팔린 6210은 내비게이션 라이선스가 없어서인지 길 찾기를 시도하면 안내해주는 척 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꾸 구매하라고 뜬다. 게다가 퓌니키로 가는 길을 이정표에만 의지하자니 주거 지역과 산길을 지났고, GPS의 오차 때문인지 다른 뭐 때문인지 내리막을 걸었다가 다시 올라오는 등의 삽질을 반복해서야 퓌니키 정상에 올라갈 수 있었다.

퓌니키 정상에 올라가는 건 2유로인가를 내야 하지만 정상에서 보는 탐페레 시의 풍경은 참 아름다웠다. 카메라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호수 두 개가 보이고, 호수 사이에 있는 땅에 시가지가 들어서 있다. 한국과는 달리 고층 빌딩이 없어서 스카이라인이 전체적으로 낮다. 멀리 경치를 내다보면서 여기를 찾는다고 삽질했던 순간을 잊어버리고, 전망대 1층에서 파는 도넛을 먹으러 갔다. 검은 깨가 박혀 있는 코코넛 도넛이다. 안 먹으면 후회한다.

퓌니키로 가는 첫 길.

퓌니키 전망대.

퓌니키 정상에서 바라본 탐페레 시내.

꼭 먹어봐야 할 도넛.

퓌니키에 갔다 내려온 다음 무민 박물관을 찾으러 갔다. 무민 박물관으로 가려면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탐페레 시립 도서관을 찾아야 했다. 무민 박물관과 광물 박물관 둘 다 시립 도서관 지하에 있는데 어 지하에 어떻게 들어가지? 탐페레 도서관 입구로 들어가긴 했는데 위로 올라가는 계단만 있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없다. 건물을 나와서 옆쪽으로 가 보니 계단 발견. 할렐루야.

광물 박물관은 입장료도 저렴하고 사진 촬영도 자유로웠다. 핀란드 및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광물을 전시해 놨고, 정말 이런 것도 있나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번쩍번쩍 빛나는 무언가가 많다. 바로 옆에 있는 무민 박물관은 무민의 작가 토베 얀손의 생애, 무민 캐릭터와 그림, 전 세계에 출판된 무민 동화책을 갖다 놓았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도 박물관 안쪽에 마련해 놓았고, 번역된 동화책 중에는 한국어판도 있다.

무민과 광물 박물관 입구

할렐루야

광물 박물관의 전시품

도서관에서 나와서 핀레이슨 지역으로 가서, 이번에는 노동 박물관이다. Akademy 행사장(아 여기는 박물관이 아니지), TR1, 노동 박물관, 스파이 박물관이 한 곳에 모여 있으니 탐페레에 간다면 핀레이슨 지역으로는 꼭 가 보자. 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있다. 1900년대 초중반에 탐페레 지역 경제를 유지했던 회사가 핀레이슨이다 보니 핀레이슨의 흔적은 탐페레 이곳저곳에 남아 있다. 이 노동 박물관은 당시 탐페레에 살았던 노동자의 모습과 핀레이슨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당시 노동자들이 즐겨 불렀던 노래 중에는 인터내셔널도 있고, 여기 가면 핀란드어판을 들어 볼 수 있다. 이 외 탐페레에 있었던 대형 증기 기관의 복원 모형이라든가, 핀레이슨 공장에 물건을 공급하기 위한 산업 철도, 핀란드 섬유 산업과 핀레이슨의 역사, 그리고 탐페레 시의 발전을 볼 수 있었다.

핀레이슨 지역의 과거와 현재

노동 박물관 입구

핀레이슨의 직물 견본

이후 사타쿤난카투에 있는 다리를 건너서 시립 Vapriikki 박물관으로 갔다. 2011년 9월까지의 특집 전시 주제는 곰이다. 또 다른 특집 전시로는 1918년 독립 당시 내전에 휩싸인 탐페레, 인형과 장난감, 사무라이들이 사용한 인로가 있다. 상설 전시는 북유럽 아니랄까봐 핀란드 하키 선수들과 신발이 있다. 내가 갔을 때에는 자연사에 대해서 전시하기 위하여 추가 전시실을 공사하고 있었다.

Vapriikki 입구

근처 전시되어 있는 증기 기관차

바프리키 박물관 북쪽으로 지나가는 기차를 보면서, 오후 3시쯤 숙소로 귀환하였다. 탐페레 시내는 볼거리가 확실히 많지만, 오래 있었다 보니 볼거리들은 거의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이 오늘 오전에 떠났고, 난 하루 더 잔류하는 <10명 중 한 사람이었다. Akademy는 첫날과 둘째날이 가장 바쁘고 날이 갈수록 느긋해지는 특성이 있다. 한국 시간은 오후 9시쯤이므로 IRC에 들어가면 사람들이 있다. 시차 때문에 밤에 IRC에 들어오면 다들 자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화를 못 나누다가, 오늘에 와서야 뭔가 IRC를 즐길 수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탐페레를 떠나서 헬싱키로 간다. 탐페레여 안녕, Akademy여 안녕. 철도 티켓과 돈만 있고 나머지 계획은 이제 내가 짜야 한다. 말도 안 통하는 북유럽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긴장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2010년 Akademy 여행기: 제 7일

오늘 Akademy의 Field Trip은 탐페레 교외 지역에 있는 회위태뫼얘르비 호(Höytämöjärvi)로 나갔다. 탐페레 시 중심가에서 버스를 타고 약 15분 거리에 있으며, Demola는 12시까지만 뭔가 잠깐 진행되고 BoF도 열리지 않았다. 오전 중에 잠깐 있었던 Demola에서는 음악 서버 maried를 디버깅하는 훈훈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 이거 전자과 로비에 설치하면 재밌겠는데? 전자공학실험이나 다른 과목 프로젝트로 이런 거 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서 소스 코드를 보려고 했는데, 구글을 아무리 뒤져도 안 나와서 거기 디버깅을 하고 있던 Sjors Gielen에게 물어서 GitHub에 있던 저장소를 알아냈다. MySQL 데이터베이스, 파이썬 코드라는 내 눈에도 익숙한 집합이어서 그랬을까. 오늘 오전까지는 Nokia Certified Qt Developer 시험을 칠 수 있어서 시험장이 아직 철수하지는 않았다.

열심히 maried를 디버깅 중

오늘의 Demola. 다들 노트북을 보면 내 노트북 상판 정도는 양반이다.

자고 있는 COSS 인형. 다양한 응용도 나왔다.

오후 1시에 출발한다는 말을 들었고, 시간을 지키라는 말이 홈페이지에도 굵은 글씨로 쓰여 있었고, 핀란드인들은 정시성을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12시가 다 되어서 숙소 근처에 헤스버거에서 대강 끼니를 때웠다. 데몰라를 빠져나와서 옛 핀레이슨 정문으로 가는 길에, 핀레이슨 지역에 첫 전등불이 들어온 것을 기념하는 표지판이 있어서 하나 찍어 보았다.

북유럽의 첫 전깃불 기념판

북유럽의 첫 전깃불 기념판

자 이제 버스를 타는데… 어 소속이 탐페레 시 교통국(TKL, Tampereen Kaupunkiliikenne)이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지자체 소속 교통 회사이다. 이런 곳에서 왜 버스를 빌려주는가 좀 의아해하면서 일단 버스에 탔다. 북유럽의 버스들은 아주 오래된 모델이 아니면 틸팅 기능이 있어서, 정차할 때 출입문을 아래쪽으로 기울여 좀 더 타기 편하게 한다. 물론 저상은 기본이다. 아직까지도 저상 버스 찾아보기가 그렇게 쉽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거 좀 개발해 보면 안 되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자 수에 비해서 빌린 버스가 적어서, 거의 가축 수송으로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호숫가로 갔다.

탐페레 시 교통국 소속 버스

탐페레 시 교통국 소속 버스. Morjens! == 안녕하세요!

일단 버스에 내린 다음 조금을 더 걸어가니 호숫가가 펼쳐졌다. 길을 따라 자라 있는 식물은 우리나라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달랐다. 참가자들이 대충 다 모였을 때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바베큐는 야채와 음료는 준비되어 있고, 소시지는 직접 구워 먹어야 했다. 다트와 활도 한 세트씩 준비되어 있고, 활 쏘는 곳에는 비상시를 대비해서 응급 키트도 갖다 놓았다. 사우나는 2개 있었으며, 사우나를 끝내고 바로 물로 뛰어들 수 있도록 길도 잘 나 있었다. 거기다가 호수에서 즐길 수 있는 카누도 돈 내고 빌릴 수 있었고, 아 물론 수영은 공짜다. 6살 때 수영을 배운 적이 있었는데 한 번 익사할 위기를 겪은 다음에는 수영장 근처에도 안 가 봤다는 게 문제지만. 수세식 화장실이 아니라서 쓰여 있는 문구를 ‘RTFM’해야 한다는 말에는 모두 박수쳤다.

야채를 굽고 있었던 오두막

사우나가 요기잉네

소시지는 구워야 제맛

과연 핀란드는 물 좋은 나라였다. 500 제곱미터(가로 25, 세로 20미터짜리 방을 상상해 보자) 이상의 호수 갯수가 187,888개 있는 나라이다. 내 앞에 있는 이 호수도 거기에 해당한다. 대부분 시간은 소시지를 구워 먹거나(헤스버거 잊지 않겠다. 감자튀김에 케찹이 없어서 뭔가 했는데 직접 짜 가는 방식이었다.) 몇 번 활 쏘는 데 썼다. 물에 대한 공포 때문에 쉽게 뛰어들지 못해서 호숫가에 발이나 담그면서 시간을 보냈다. 과연 물은 맑았다. 이따금씩 호수 저편에 카누를 타고 있거나 통나무 잡고 수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집에서 광안리나 해운대나 그리 멀지 않아서 바닷가는 자주 보면서 자라 왔지만(덕분에 카나리아 제도의 바닷가도 영), 호숫가는 바닷가와는 달리 상당히 고요했다.

호숫가 풍경

좀 더 당겨보자

카누

실제 듣고 온 핀란드식 센스 한마디: <나> 저 호수 좀 떼가고 싶다 <FI> 그러면 우리나라에 호수가 187,887개가 되어서 안 된다. 호수에서 풍덩풍덩이 지겨워질 때쯤, 한 쪽에서는 웬 나무토막이 보였다. 핀란드 회사에서 만든 게임 묄키(Mölkky) 현장이다. 나무토막을 볼링 핀처럼 쌓은 다음, 1개를 쓰러트리면 나무토막에 쓰여 있는 점수, 2개 이상은 쓰러트린 갯수를 점수로 따서 50점을 정확하게 채우는 게임이다. 나무도막 무게도 꽤 묵직해서 실제 할 때에는 던지는 감 맞추기가 영 힘들었다. 이게 아직까지 한국에는 안 들어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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묄키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다 되어서 숙소로 귀환해야 했다. 내일은 어차피 BoF도 없어서, 오전 중에만 Demola에 있다가 오후에는 탐페레 시내를 좀 둘러보면서 쉬기로 했다. 어지간한 사람들이 오늘 이후 떠나거나, 내일까지만 있다가 떠날 예정이었고, 난 이제 새로운 여행을 계획하기 시작해야 했다. 다시 TKL에서 빌린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서, 일단 씻고 좀 쉬었다. 조용한 호숫가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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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2010년 7월에 이용한 다양한 SIM 카드

하여튼 이 천하의 개쌍놈들 KT는 아이폰만 컨트리 락 해제를 지원해 주고, 노키아 휴대폰은 감감 무소식이다. 이러니까 KT가 아이폰 전용 통신사 소리를 들으며 욕을 먹는 거지. 뭐, 한국에 나온 노키아 6210은 상당히 쉽게 컨트리 락을 풀 수 있다. 5800/X6이 좀 골치아프게 어려워서 문제지. 지금까지 한국에 나온 휴대폰은 SIM 카드 슬롯에 한국의 SKT/KT SIM 카드가 아니면 휴대폰에서 거부하도록 설정해 두었다. 바로 이러한 제한이 컨트리 락이다. 이걸 풀기 위해서 매직심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다가 외국에서 사 온 휴대폰을 한국에서 한국 SIM 카드로는 절대로 못 쓰도록 IMEI 화이트리스트 제도도 운영하고 있어서, 이래저래 한국에 단기 방문하는 외국인들만 골탕을 먹는다.

어쨌든, 2008년 Akademy는 폰을 놔두고 갔고, 2009년에는 자동 로밍을 했다가 머나먼 스페인에서 스팸 문자를 받아 본 기억도 있어서 올해는 KT 회선을 일시정지시킨 다음 선불 SIM 카드를 구입하기로 하였다. 핀란드는 국토도 넓은데다가 북쪽으로 갈수록 인구 밀도도 낮아져서, 공중전화를 일일이 깔기보다는 휴대폰 기지국을 박는 것을 선택하였다. 실제로 핀란드에는 공중전화가 ‘아예 없다’. 옆나라 스웨덴에서는 공중전화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그래서 선불 SIM 카드는 공중전화 카드의 기능을 대신한다. 일단 핀란드를 벗어나면 공중전화는 찾아볼 수 있지만, 선불 SIM 카드도 비슷하게 쉽게 살 수 있다. 공중전화의 씨가 말랐지만 선불 SIM 카드만을 살 수 없는 어느 후진국과는 참 대조적이다.

SIM 카드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핀란드 Saunalahti, 독일 보다폰, T-모바일, 스웨덴 halebop

핀란드에서 선불 SIM 카드를 사려면 전국 도처에 깔려 있는 R-Kiosk로 가자. 그 다음 ‘Do you have prepaid SIM-cards?’라는 질문을 하면 Saunalahti SIM 카드 패키지를 준다. 2010년 7월 기준 가격은 5.70유로로 기억하고, 기본 요금으로 6.얼마가 들어 있다. 휴대폰에 SIM 카드를 끼우면 먼저 사용할 언어를 물어보며, 이 언어로 잔액 조회 등의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휴대폰이 SIM 서비스를 지원하면 메뉴 맨 끝에 Saunalahti가 생기며, 여기로 들어가면 잔액 조회를 바로 할 수 있다. 근처 R-Kiosk에서 10유로부터 시작하여 10유로 단위로 충전할 수 있다. 첫 사용 이후 3개월/마지막 충전 이후 1년까지 사용 가능하며, 이후에는 새 카드를 사야 한다. 충전할 때 전화번호를 알려줘야 한다. SIM 카드를 떼내고 남은 플라스틱 조각에 PIN1/PUK1/PIN2/PUK2/ICC가 적혀 있으며, 전화번호는 Puhelinnumero 옆에 있는 10자리 숫자이다.

한국으로 전화를 걸 때 +82를 붙여서 전화를 걸면 요금이 비싸므로, 99082를 붙이면 국제전화 사업자를 바꿔서 요금이 좀 싸진다. 990은 국제전화 사업자 번호로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있다. Saunalahti는 Elisa의 망을 사용하는 자회사이자 MVNO 사업자이며, Elisa 네트워크는 남쪽 헬싱키부터 북쪽 로바니에미까지 잘 깔려 있다. 대도시를 벗어나면 3G 신호가 약해지므로 안정적인 IRC 라이프 및 데이터 통신을 위해서는 GSM only로 설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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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에 새로 생긴 Saunalahti

비록 데이터 요금은 1MB에 1.5유로이지만 정보 이용료가 붙지 않는 한 하루에 1.9유로 이상 청구되지 않는다. 국내 통신사들이 기를 쓰고 도입하지 않으려고 하지 않는 데이터 요금 상한제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데이터 통신이 끝나면 끝날 때마다 이런 메시지가 날아와서 현재 잔액을 바로바로 알 수 있다. 이래저래 한국이 배울 점이 많다.

데이터 통신 끝

데이터 통신 끝

이렇게 좋은 서비스긴 하지만 핀란드 밖에서는 무용지물이 되어, 스웨덴을 넘은 다음에는 halebop SIM 카드를 샀다. halebop은 Telia의 자회사로 MVNO 사업을 하고 있다. 룰레오에 있는 The Phone House에서 카드 89:-, 충전 100:-, 합 189:-를 결제하였다. 전국 곳곳에 깔려 있는 편의점 Pressbyrån에서도 살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여기서 살 필요는 없다. 점원 말에 의하면 분당 4크로나 주변으로 나간다고 했고, 실제로도 스웨덴 SIM 카드는 꽤 오래 썼다고 기억한다. +82를 붙여서 전화를 걸어도 무방하다.

데이터 통신은 MB당 14.99크로나긴 하지만 매일 9크로나 이상이 나가지는 않는다. 그 대신 한 번 접속당 100KB 이상을 쓸 수는 없다. IRC를 오래 하다보면 끊기는 게 이거 때문이었군. *101# + 통화를 누르면 잔액을 알 수 있다. 잔액 알림 메시지는 스웨덴어로 날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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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halebop SIM 카드는 노르웨이와 덴마크, 독일에서 로밍도 지원한다. 노르웨이 국경을 딱 넘을 때 Telia와 제휴한 노르웨이 NetCom의 망에 자동으로 붙으며, 요금 안내가 바로 문자로 날아왔다. 덴마크에는 Telia가 직접 진출하여 TELIA DK로 표시된다. 이와 함께 Cell ID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는데, 덴마크는 법 때문인지 기지국마다 기지국이 있는 곳 주소를 Cell ID로 전송해 주고 있었다. 코펜하겐만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오덴세나 오르후스에서도 일관성있다. 헬싱외르 주변 지역에서 분명히 폰이 터져야 하는 곳인데 신호를 못 잡고 헷갈려하길래 잠시 껐다 켜니 스웨덴 신호를 잡아 버렸다. 그것도 안테나 만땅으로. 대마도에서 우리나라 휴대폰이 터지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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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SIM 카드를 가지고 독일로 내려오니, 이번에는 충전할 곳이 마땅하지 않아서 독일 선불 SIM 카드를 2장이나 샀다. 함부르크에 도착한 다음 시내에 있는 보다폰 가게에서 CallYa 패키지를 샀다. 카드 가격 포함 10유로를 주고 샀는데 들어있는 돈은 한 6.7유로였나? 아무튼 10유로보다는 적었다. SIM 서비스는 SMS/MMS로 배달되는 정보 메시지만 지원했고, 잔액 조회는 별도로 설치된 Mein CallYa 링크를 통해서 하거나, *101# + 통화이다. 한국으로 거는 가격은 그렇게 비싸지는 않았지만, 함부르크에서 쾰른으로 이동하면서 GSM 모드로 썼음에도 불구하고 신호가 자주 끊겨서 쾰른에 도착하자마자 T-모바일 SIM으로 바꾸기로 결심했다.

T-모바일 SIM 카드는 카드값 포함 19.95유로였고, 충전 금액은 10유로다. 카드값 무진장 비싼 대신 보다폰보다는 좀 더 안정적이었다. 헌데 폰을 사고 한 2시간 동안 SIM 카드 등록 실패가 떠서 초반에 좀 당황스러웠다. 가격은 T-모바일이나 보다폰이나 도찐개찐이지만, T-모바일 쪽이 좀 더 커버리지가 좋다. 최소 충전 금액이 15유로였나?여서 귀국 전날 잔액이 다 떨어지긴 했는데 충전하지 못한 기억이 난다. SIM 서비스는 보다폰처럼 정보이용료 가져가는 서비스 뿐이고, 잔액 조회는 *101# + 통화이다. 보다폰이나 T-모바일이나 메시지는 독일어로 돌아온다.

대부분 통신사에서 선불 SIM 카드를 사면 이런 패키지를 준다. 핀란드 Saunalahti 빼고는 스웨덴어/독일어로만 설명이 쓰여 있어서 골탕먹기 매우 쉽지만, 전화번호는 대개 크게 쓰여 있고 판매원이 알려주거나 폰에서 쉽게 알 수 있다. PIN1/PUK1 같은 약어는 세계 공통이며,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SIM 카드와는 다르게 기본적으로 PIN1이 걸려서 나온다. 산 다음에 PIN1 코드는 꼭 바꿔서 카드 도둑을 막자.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SIM 카드와는 다르게 APN 정보가 모두 카드에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카드만 바꿔 끼우면 인터넷과 MMS 게이트웨이 설정이 자동으로 바뀐다. 정말 우리나라 통신사는 이걸 모르는건지, 답답하다. 그러고서는 지네 돈 나갈까봐 MMS/인터넷은 불가능하다는 드립치는 걸 보면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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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있는 KAIST 로고 붙은 유인물은 전자공학실험 첫 시간에 받은 것

스웨덴 halebop이나 독일 T-모바일/보다폰은 카드와 함께 딸려나온 종이에 PIN1/PUK1 코드가 적혀 있지만, 핀란드 Saunalahti는 카드가 붙어있는 플라스틱 쪼가리에 정보가 다 쓰여 있다. 함부로 버리지 말자.

사용자 삽입 이미지내년 Akademy는 독일에서 진행되므로, 지금은 한국 회선은 새로 산 5800으로 옮기고, 보다폰 SIM 카드를 6210에 물려놓아서 번호를 유지하고 있다. 보다폰/T-모바일/halebop 모두 한국에서도(!) 로밍이 된다.

2010년 Akademy 여행기: 제 5, 6일

마지막 여행기를 쓰고 나서부터 동아리 프로젝트가 겹쳐서 제대로 글을 써 보지 못했고, 이 때문에 BoF를 포함한 나머지 여행기들도 줄줄이 늦어지고 있다. 더 이상 미루면 기억이 흐릿해질 것 같아서 틈이 날 때마다 몇 편 씩 써 보기로 했다. 5일째부터는 BoF가 진행되었고, 이와 동시에 Nokia Certified Qt Developer 시험이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진행되었다. 이번 Akademy 참가자들에게는 특전으로 공짜로 칠 수 있었다. 사실 한국에 테스트 센터가 없지는 않지만, 비용(150유로) 문제도 있고, 시험 문제를 보니 비용 대비 효용이 영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화요일에 진행된 BoF는 재밌는 게 많아서 상대적으로 BoF가 한산해진 수요일에 시험을 보기로 했다.

화요일 첫 BoF는 Translatewiki이다. 미디어위키 번역을 해 보았다면 Translatewiki를 통해서 메시지를 번역한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지금은 KDE UserBase에만 시범적으로 도입된 상태이고, 번역자들에게 Translatewiki 시스템이 무엇인지 알리고, 파일럿 테스팅을 해 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참가자들도 개발자보다는 번역자, 팀 코디네이터, 문서 작성자가 더 많았다. 기존 번역자들은 po 파일을 직접 번역하는 쪽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웹 번역에 관심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익숙한 툴을 바꾸는 걸 걱정하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Translatewiki 시스템은 모든 KDE 문자열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 UserBase 같은 위키부터 시작하여 장차 TechBase 같은 다른 위키 및 도움말까지만 확대한다고 알고 있다. Translatewiki는 po 파일로 내보내고 가져오는 기능 또한 지원하기 때문에, po 파일 지원에 관심이 많았던 프랑스어 팀 코디네이터 Sébastien Renard 씨는 메시지를 po 편집기로 번역하는 기능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내 옆에 앉았던 Gluon 프로젝트의 Jonas Vejlin(명찰에 닉네임이 인상깊어서 이름이 기억에 아직도 남는군) 씨는 문서 번역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미디어위키 문법이 영 힘든 눈빛이었다.

직접 만난 Mazeland Siebrand 씨보다는 Niklas Laxström 씨가 더 기억에 남았던 게, 실제 나이에 비해서 무척이나 동안이었다. 아무튼 나는 일일이 계정 승인을 받기에는 번역자와 시스템 관리자 모두 귀찮기 때문에, 코디네이터 권한을 추가해서 다른 사용자를 팀의 일원으로 승인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만 했다.

Mazeland Siebrand, Niklas Laxström

오른쪽이 Mazeland Siebrand, 왼쪽이 Niklas Laxström

점심을 먹고 KDE and Bioinformatics에 들어가 보았다. 사실 이 BoF는 나보다는 바뇌과 재학 중인 룸메이트놈을 낚기 위해서 들어간 것이다. 재미난 이야기를 좀 해 주면 분명히 반응할 거라고 생각해서 들어가 봤다. Bioinformatics라는 주제 때문인지 사람은 생각만큼 많은 편은 아니었다. 내 룸메이트 포함, 대부분 Bioinformatics를 만지는 사람들은 컴파일러가 있는 언어보다는 인터프리터가 있는 언어를 더 선호한다. 이 때문에 C++이 아닌 다른 언어를 위한 바인딩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였고, KDE 자체도 잘 알려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내 룸메이트에게 IRC로 물어보니 대부분 수긍하는 눈치였다. 헌데 이 Luca Beltrame 이 사람 블로그가…

Luca Beltrame

Luca Beltrame

아무튼 화요일과 수요일에 들은 BoF 중 기억에 남을만한 건 이 두 가지 뿐이다. 수요일에는 오전에 Nokia Certified Qt Developer 시험을 잡아 놓았고, 오후 BoF 중에는 내 관심이 있는 주제가 별로 없어서 한국어 번역을 좀 가다듬기로 했다. 목요일에는 여행 때문에 BoF 따위 없기 때문에 수요일에 숨을 좀 돌려 놓아야 목요일날 잘 놀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BoF 시즌으로 넘어가니 진행 밀도가 컨퍼런스 시즌과 비교해서 심각하게 낮아진 게 좀 문제긴 했다. 앞으로는 발표를 3일로 늘이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이후 설문 조사에 남겼다(고 기억한다).

Nokia Certified Qt Developer 자격증은 ‘쉽다’. 단 Qt가 무엇인지는 알고 들어가야 하며, Qt 프로그래밍 경험이 없으면 풀지 못하는 문제가 좀 있다. 문제는 총 50개로 모두 다지선다형이다. 보기가 5~6개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문항이나, 여러 개 선택하는 문항도 있어서 완전한 찍기와는 거리가 제법 멀다. 친 지 제법 오래되어서 브레인덤프 같은 거 할 기억도 없지만, 아무튼 Qt를 야매로 다룬 게 아니라면 ‘쉽다’. 합격선은 60점(그러니까 30/50 이상을 맞춰야 함)이며, 즉석에서 결과 용지는 인쇄해 준다. 실제 자격증은 한 달하고 좀 있으니 집으로 배달되어 왔다. 어쨌든 난 이제 이 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Nokia Certified Qt Developer

Akademy가 진행된 장소는 Demola이며, Demola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지 않도록 사진을 몇 장 찍어 왔다. 저 오락기는 컨트롤러만 오락실로 붙여놓고 내부는 에뮬레이터이며, Akademy 동안 꽤 인기를 끌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오늘의 기분’을 물어보는 기계가 있어서 여러 사람들이 누르고 갔지만 결과가 어디에 공개되었는가는 아직도 모르겠다. Akademy 등록 장소에는 저런 기념품이 많이 쌓여 있었고, 올해는 KDE 스티커가 엠보싱이 아닌 대신 공짜라서 꽤나 인기가 있었다. 저기 저 오리는 원래 등록한 참가자 수만큼 준비한 듯 하지만, 등록만 해 놓고 안 온 참가자가 많아서 2개 이상 들고가는 사람(나 포함)도 있었다. Demola 분위기는 정말로 아늑했다. 땅값 비싼 우리나라에는 저런 공간은 언제쯤 만들어질 수 있을까.

다음날에는 탐페레 교외의 호숫가로 놀러 나갔다. 다음 편에서 계속.

2010년 Akademy 여행기: 제 4일

이제 Akademy의 첫 컨퍼런스 부분은 끝나고, 이제부터는 각종 BoF와 재미난 것들이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도 발표를 무사히 마쳐서 안심할 수 있었고, BoF들은 참가자들이 떠나지 않을법한 화요일과 수요일에 집중되어 있었다. 핀란드에 오기 전, KDE e.V. 회의 참가를 위한 프록시를 못 받을 때에 대비해서 탐페레 시내 관광을 월요일과 토요일로 나누어 놓았다. 월요일 오후에도 BoF가 있긴 있으니. 아무튼 지금은 군대에 있는 jachin 님에게 ‘일단 받은’ 프록시를 들고, 자취가 조금 남아 있을법한 탐페레 대학교로 가서 회의장에 들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KDE e.V. 프록시 규정 상 프록시는 e.V. 회원 사이에서만 주고받을 수 있다. 덕분에 회의장에는 들어가지도 못했다. 이 상황에서 다른 사람으로 이름을 바꿔 버리는 건 사문서 위조에 해당하니 별 수 없었다. jachin 님도 이 규정을 몰랐고, 나도 몰랐다. 덕분에 내년에 KDE e.V. 가입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되었다. 지원을 받기 위하여 KDE e.V. 지출 보고서와 항공권은 전달해 주고 왔다. 이게 언제 입금이 될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다시 숙소로 발길을 돌려서, 시내 관광용으로 짐을 다시 싸고, 오후에는 Demola에서 죽칠 수 있도록 오전에는 탐페레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탐페레 시내는 내시얘르비(Näsijärvi)/피해얘르비(Pyhäjärvi) 호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해 있으며, 이 두 호수가 연결되는 탐메르코스키(Tammerkoski) 급류를 둘러싸는 형태로 시내 중심가가 놓여 있다. 급류의 수위 차가 18m나 되기 때문에 수력 발전소가 있으며, 급류 동서를 가로지르는 다리가 5개(철교 1개 포함) 놓여 있다. 탐메르코스키를 가로지르는 다리 중 시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리는 사타쿤난카투(Satakunnankatu)/해멘카투(Hämeenkatu)를 가로지르는 다리이다. 전자의 다리는 핀레이슨 지역을 지나기 때문에 주변에 공업 지대와 댐 정도밖에 없지만, 후자의 다리 근처에는 탐페레 극장과 시청, 버스 터미널 등 볼거리가 많다.

해멘카투 남쪽으로 본 탐메르코스키 급류.

탐페레 극장

탐페레 옛 시청

데몰라(Demola)로 가기 전 레닌 박물관에 들렀다. 여기서 티셔츠 사오면 본격 좌빨인증(?) 과거 이 박물관 자리는 레닌이 핀란드에 머물렀을 때 사용했던 숙소였기도 하고, 레닌은 핀란드의 독립을 지지하였다. 구 소련 멸망 이후 구 소련 지역에 있었던 레닌 박물관과 동상은 철거 및 폐쇄의 수모를 당했지만, 여기 있는 이 박물관은 아직까지도 잘 버티고 있다. 주소지에 쓰여 있는 건물 3층으로 가면 꽤 작은 박물관이 있다. 표를 살 때 영어로 된 가이드북을 빌려서 들어가자. 주요 전시물은 레닌의 생애, (특히 핀란드에서의) 활동, 임시 전시물이 있다. 제정 러시아에서의 독립 주변에 일어난 핀란드 내전 시기, 레닌의 서명이 들어간 핀란드 독립 승인서는 볼만하다. 내가 갔을 때 임시 전시물에는 무려 조선우표란 게 있었다. 흠좆무.

레닌 박물관 입구

레닌 박물관 입구

레닌 박물관을 지난 다음 뭔가 더 둘러보자니 시간이 애매하고, 그렇다고 Hands-on Qt for mobile 세션은 1시에 시작해서 그냥 노트북 들고 데몰라로 갔다. 과거 핀레이슨 사는 탐페레에 거대한 공장을 가지고 있었고, 한동안은 탐페레를 먹여 살리는 기업이었다. 시대가 현대화되면서 섬유 가공 사업은 비용이 올라서 사양화되었고, 현재 핀레이슨 공장은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이후 공장 건물은 일부는 개축, 일부는 신축되어 식당, 박물관, 기업 사무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데몰라가 있던 자리 역시 과거 핀레이슨 공장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탐페레에 있을 때 가려고 했던 박물관 중 3곳이 핀레이슨 지역에 있다. 탐페레에 왔으면 꼭 가 볼 곳 중 하나이다.

배이뇌 린나 광장. Aukio == 광장

배이뇌 린나 광장. Aukio == 광장

저기 저 광장을 지나면 박물관 2곳과 함께 데몰라가 있다. 노키아 맵이 저게 광장이란 걸 제대로 표현해 주지 못해서 처음에 길 찾을 때 좀 낚이긴 했다. 도착한 시간이 12시쯤 되었고, Hands-on Qt for mobile 트랙은 1시부터 시작하고, 아침은 먹지도 않았다. 행사가 준비될 동안 아침을 먹으러 핀레이슨 지역을 뒤지기 시작했다. 조금 내려가니 Ziberia 건물이 보이고, 그 안에 Juvenes에서 운영하는 식당이 하나 있다. 탐페레 대학교에서 같은 상호를 봐서 뭔가 먹는 거겠지 하고 들어갔는데 주황색 옷이 좀 보여서 도움을 좀 받았다. 탐페레 시내의 학생회에서 운영하는 기업으로 식당, 서점 외에도 여러 사업을 한다. 배 고파지면 일로 가면 좋지만, 평일에만 한다는 걸 조심하자.

Hands-on Qt for mobile 트랙에서는 왜 오픈소스인가라는 간단한 발표로 시작하여, 노키아 Qt SDK 및 Qt Mobility 발표를 진행하였다. 이후 할당된 시간은 모두 자유 시간/노키아 쪽에서 도와주는 시간이라서 나는 발표만 듣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Handa-on Qt for mobile

Handa-on Qt for mobile

처음으로 발표를 진행한 Knut Yrvin은 왜 오픈소스가 뜨고 있는지에 대하여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이제는 오픈소스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이야기했다. 올해 5월 쯤 KDE 뉴스에 이 분의 Norske Talenter 결승 진출 이야기가 떴고, 아쉽게도 입상을 하지는 못했다. 발표 슬라이드 중 이걸 언급한 재밌는 부분이 있어서 잠깐 싣고 지나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음 발표는 노키아 Qt SDK와 Qt Mobility 이야기다. Qt SDK는 Qt/S60이 탄생한 이후로 S60 지원을 점점 강화시켰고, Qt Mobility는 PC에서는 사용되지 않지만 모바일에서 사용되는 기능을 모아 둔 라이브러리이다. 과거 내가 쓴 글에서는 Carbide.C++를 비롯한 각종 프로그램을 수동으로 설치하여 Qt/S60 개발 환경을 구축한다고 하였으나, 이제는 시대가 완전히 달라져서 Qt SDK 설치 시 S60 관련 옵션이 추가되었다. 아직까지 S60 개발 환경이 공식적으로는 윈도만 지원하기 때문에 다른 플랫폼에서는 이걸 누릴 수 없지만, 리눅스에서 Qt/S60 개발 환경 구축을 위한 비공식 페이지도 찾아보면 있다. 특히 Qt 시뮬레이터는 S60v3/S60v5/마에모 환경에서 프로그램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직접 볼 수 있다.

Qt 시뮬레이터

Qt 시뮬레이터. S60/마에모 둘 다 돌릴 수 있다.

아무튼 이게 끝나고 Qt Mobility 시연을 하였다. 위젯 몇 개 던져넣고, 배터리, IMEI, 신호 강도 정보를 보여 주는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시뮬레이터와 실제 장치에 올렸다. 시뮬레이터에는 배터리 부족, 신호 끊김, GPS 위치 정보 등 모바일 환경에서 나타날법한 시나리오를 에뮬레이션하는 기능이 있다. 실제 장치에서도 어려움 없이 프로그램을 올렸다. 아 물론 IMEI 역시 실제 장치의 그것이 뜬다. 이쯤에서 우리나라의 통신비밀보호법은 ESN 시대에 만들어져서 아직까지도 IMEI를 휴대폰 뒷면에 찍고 있지 않으며, ‘일련 번호’라는 괴상한 번호로 가입자를 관리한다. 게다가 IMEI 화이트리스트 같은 폐지되어 마땅한 천하의 개쌍놈들 같은 제도까지 있으니, 아마 안 될 거야.

둘째날은 이거 덕분에 BoF도 많은 편은 아니었고, 본격적인 BoF는 화요일과 수요일에 몰려 있다. BoF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한다.